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은
강 동 구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은 어떤 라면일까?
그야 뭐니 뭐니 해도 배고플 때 먹는 라면이 가장 맛있는 라면이 아닐까 싶다. 맞는 말 이기는 하지만 정답은 아니다. 기갈이 감식이라 했듯이 배가 고플 때는 무엇을 먹은들 꿀맛이다.
라면이 우리나라에 처음 출시되었을 때 그 인기는 대단하였다. 닭고기 냄새가 구수한 라면은 가격도 만만찮아 서민들이 선 듯 먹을 수 없는 고급 식품이었다. 어쩌다 감기 등 몸이 아플 때 어머니가 보양식으로 라면을 끓여 주셨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은 건강에 해롭다 하여 기피 식품이 되었으니 격세지감이다.
라면 이야기를 하다 보니 벌써 오십 년이 훌쩍 넘은 빛바랜 추억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초겨울 가수 진성의 노랫말처럼 첫눈 내리는 안동역 앞에서 택시를 타고 이동하여 안동 00사단 신병교육대에 입소하였다.
훈련이 중반기에 들어설 무렵 훈련이 없는 일요일 점심시간 배식을 받기 위해 식당에 들어서니 구수한 닭고기 냄새에 놀란 코가 자동으로 벌름거린다.
와! 오늘 점심은 닭고기를 주는가 싶어 기대와 설렘으로 차례를 기다리다 식기에 담긴 것은 닭고기 냄새만 나는 라면 한 사발이다.
순간 실망과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오른다. 사실을 알고 보면 화를 낼 일이 아니다. 닭고기를 준다고 약속한 일도 없고 예고 하지도 않았다. 그냥 내 착각이 나를 화나게 했을 뿐이다.
그래도 얼마 만에 먹어보는 라면인가 싶어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라면을 입에 넣으니 이건 라면이 아니고 닭고기 냄새만 나는 차라리 우동이다. 퉁퉁 불어터진 라면은 춥고 졸리고 배고픈 훈련병의 마음을 너무나 슬프게 하였다.
아무리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해도 그렇지 이런저런 사연도 모르는 목구멍은 라면이 되었건 우동이 되었건 빨리 드려 보내지 않고 뭣 하고 있냐고 성화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젓가락도 필요 없이 후루룩 단숨에 라면은 목구멍을 통과한다.
라면인지 우동인지 분별이 안되는 퉁퉁 불어터진 국수 가락은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순식간에 바닥이 나버리고 말았다. 아! 세상에 이럴 수가? 조금 전 했던 불평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조금만 더 먹었으면 하는 아쉬움으로 빈 식기만 바라보는 한심한 인간의 간사함에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평생소원이 누룽지라 하더니 아쉬운 점심을 먹고 난 훈련병들의 한결같은 소원은 훈련을 마치고 첫 휴가를 받아 집에 가면 라면 열 봉지를 한 번에 끓여 잘 익은 쉰 김치와 함께 실컷 원 없이 먹어보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은 훈련소에서 배고플 때 먹는 라면일까 아니면 휴가 가서, 라면 열 봉지를 한 번에 끓여 원 없이 먹어보는 것일까? 정답은 나중에 찾아보기로 하고 반대로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라면은 어떤 라면일까 생각해보니 혼자라면 이다.
혼자라면 뭘 먹어도 입이 즐겁지도 행복하지도 않다. 어쩌다 아내가 출타하여 며칠씩 집을 비우면 끼니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데 밥 짓고 반찬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지만, 문제는 밥을 혼자 먹는 훈련이 안되어 영 식욕이 동하지 않는다. 음식을 만드는 것보다 혼자 밥을 먹는 것이 더 힘들다.
요즈음은 일인 세대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또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독신 세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인간은 가족과 더불어 함께 사는 것이 창조주의 섭리다.
남자와 여자가 가정을 이루어 자녀를 낳아 기르고 그 자녀가 장성하면 또 가정을 이루어 자녀를 낳아 기르고 그렇게 사는 것이 마땅하지만 지금 세상은 비혼이다. 동성 결혼이다. 하면서 창조주가 정한 질서를 파계하고 있다. 한문 사람 人 자도 서로 기대며 의지하고 함께 살아가라고 만들어진 글자다.
혼자라면은 뭘 먹어도 아무리 먹어도 배부르지 않고 맛도 당연히 없다. 그렇다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은 어떤 라면일까?
당신과 함께라면 이다.
첫댓글 당신들괴 함께라면 못 이룰 것이 없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