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무려 70여 종이나 쏟아지는 신차들의 테마는 바로 ‘친환경’. 에코 카 프로젝트 2편, 이번에는 고연비 친환경 자동차다.
‘충전이 완료되었습니다’라는 문자 메시지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식사 전 휴대전화로 배터리 확인과 자동차의 충전 상황을 원격 제어한다. 미리 세팅해둔 시각이 되면 차량 실내 온도가 쾌적하게 바뀐다. 퇴근 후, 저렴한 심야 전력을 이용해 자동차가 자동으로 충전을 시작한다. 주행 중 충전 가능한 장소를 안내하며 전력 소비량을 자동 체크한다.
이 내용은 SF 미래 소설의 한 장면이 아니라 30분 충전(고속 충전)으로 160km를 달릴 수 있는 전기자동차 ‘LEAF(닛산)’ 사용자의 하루다. 디젤카, 하이브리드카, 전기자동차로 대표되는 친환경 자동차 생활은 이제 현관문을 나서면서부터 시작된다.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오던 이야기가 현실이 된 것이다. 요즘 국내 자동차업계는 바로 친환경(CO2 적게 배출), 고연비(리터당 얼마나 멀리 가느냐), 소형화(무게) 이렇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2011년 신차들의 특징 ‘친환경+고연비’
모터쇼 사상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된 2011 서울모터쇼는 ‘진화, 바퀴 위의 녹색혁명’이라는 슬로건에 맞춰 친환경 자동차가 44대나 공개됐다. 한국형 풀 하이브리드인 ‘소나타 하이브리드’(현대)와 ‘K5 하이브리드’(기아)는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월등한 성적을 거뒀다. 6월 출시 예정이며 둘 다 리터당 20km대의 연비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부 구간에서 엔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전기차 모드로 주행이 가능한 K5 하이브리드의 경우, 전기모터에 의해 저속으로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차량의 엔진이나 배기음이 들리지 않는다. 보행자가 차량의 접근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 가상의 엔진음을 작동해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장착할 예정.
현대기아차 5세대인 ‘벨로스터’(현대)는 속도, 에어컨 동작, RPM 등을 점수화해 경제 운전 정도를 화면에 표시한다. 엔진, 변속기, 에어컨 출력을 제어해 차량 주행을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액티브 에코 시스템'으로 연비 효율을 높였을 뿐 아니라 생산부터 사용, 폐차 전 과정에서 CO2 배출량을 줄였다. '아반떼 하이브리드 LPi'(현대)는 자동으로 시동을 껐다켜는 ’오토 스톱 앤 고(Auto Stop & Go)' 시스템을 장착해 연비를 높였다. 디젤엔진을 장착해 국내 차량 중 가장 높은 연비(20.0㎞/ℓ, 자동변속기)를 기록한 액센트는 연비가 기존 모델보다 10%가량 개선될 전망이다.
전기차 볼트(쉐보레)는 최대 80km까지 배기가스 배출 없이 전기로만 주행 가능하며, 한 번 충전으로 최대 610km까지 달릴 수 있다. 100% 전기 구동 시스템을 적용한 일체형 보디의 스포츠카 e-tron(아우디)은 최소의 에너지 투입량으로도 작동을 시작한다. 100% 전기를 동력원으로 하는 세계 최초 양산형 전기차 '리프'(닛산)는 배출 가스가 전혀 없으며 원격 제어와 충전 예약까지 한다. 정속 주행으로 최적 연비를 실현하는 에코 크루즈 기능과친환경 항균 페인트를 적용한 코란도C(쌍용)는 고연비, 친환경을 위해 첫 모노코크 타입(별도의 프레임 없이 보디 자체가 프레임 역할을 하는 일체형 구조로 차체가 가벼워 연비 절감)으로 갈아탔다.
연비 종결자 프리우스(토요타)는 공기저항을 줄여 연료 절감 효과를 내는 '에어로 애슬리트(Aero Athlete)'디자인을 적용했다. ‘프리우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토요타)는 전기 모드로 시속 10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으며 가정용 전원으로도 한 시간 반 만에 충전이 가능하다. 혼다는 세계 최초 양산형 연료전지차인 시빅 콘셉트 카와 최고 연비를 지닌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를 함께 선보였다.
ISG(Idle Stop & Go:공회전 제어장치)를 국내 최초로 장착한 기아 포르테 에코 플러스는 정차 구간에서 자동으로 엔진이 멎어 기존 차량보다 연비가 6.1% 높다. 오토 스타트 스톱 기능으로 경차 뺨치는 연비를 갖춘 폭스바겐 골프 1.6 블루모션은 25km/ℓ(유럽 기준)의 연비를 기록했다. '블루모션'이라는 이름 자체가 '연비왕'이라는 뜻. 하이브리드 카도, 경차도 아니지만 최고의 연비를 지닌 차로 평가받고 있다. 가솔린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카 렉서스CT200h는 공인 연비가 리터당 25.4km로 수입 차 가운데 2위다. 전기모터의 힘만으로 주행하는 EV 모드 시에는 이산화탄소 등 오염 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이를 넘어서면 자동으로 에코 모드로 전환된다.
INTERVIEW “친환경 자동차가 대세 될 것”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
그는 2011 서울모터쇼 무대 위에 K5 하이브리드를 몰고 바람처럼 등장했다. 세계 5위권 자동차 제조국이면서도 그에 걸맞은 차 전문가 하나 없는 땅에서 바퀴가 붙어 있는 모든 분야를 다루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차 바람잡이’가 되어 있었다. 그가 말하는 친환경 자동차의 미래는 장밋빛이다.
- 모터 쇼에서 눈에 띄는 아이템을 꼽으신다면?
- ‘K5 하이브리드’(기아)와 ‘쏘나타 하이브리드’(현대)를 처음 선보인 것이죠. 전 세계 80%를 선점한 일본의 특허를 피해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기아의 콘셉트 카 ‘네모’는 소형 전기차의 가능성을 보여줬고 공회전제한장치(ISG)를 국내 최초로 탑재한 기아의 ‘포르테’ 역시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자동변속기용은 개발이 매우 힘든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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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들이 앞다투어 ‘에코 카’를 내놨는데요. 친환경 자동차에 관한 수요가 많아진 걸까요?
- 하이브리드 카, 전기차, 연료전지차 등 친환경 차량의 시장점유율은 아직 상징적인 수치에 그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이 고연비 친환경 소형화 차량을 향하고 있어 앞으로는 점유율이 급증할 것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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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코 카는 연비는 좋지만 너무 비싸다는 인식이 있는데요.
- 친환경 자동차 구입 시 약 300여만원 정도 세제혜택을 주고 있지만 홍보가 너무 부족해요. 인센티브 폭도 일본, 중국, 유럽 등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뒤떨어져 있죠. 전기차는 고가인 데다 배터리 내구성, 충전 시간 및 거리 등 충전 인프라가 부족해 부정적인데 세제 혜택이 더 커져야 합니다. 지자체와 정부 모두 나서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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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 자동차가 실제로 환경에 기여하는 정도는요?
- 클린 디젤(유럽), 하이브리드(일본),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미국), 전기 순이지만 최종적으로는 연료전지로 갈 것으로 확신합니다. 한국은 특화되었다기보다 복합적이에요. 전기차는 단점이 많지만 가능성 때문에 여러 국가가 연구하고 있어요. 우리도 마찬가지죠.
- 친환경 연료절감 장치는 실제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까요?
- 친환경 자동차 다음으로 연비 절감 효과가 크죠. 수십만원이면 장착하구요. 공회전 방지, 수동변속기와 경소형차 사용도 좋지만 역시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연비를 아끼는 친환경 운전법이죠. 최대 50%까지 연료를 절감하는 사람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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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친환경 자동차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 최근 2~3년 사이에 급격히 발전해 이미 전기차 핵심장치인 배터리(리튬이온 배터리가 가장 경쟁력이 높음)는 세계 최고 수준이에요. 수십 년 동안 선진국을 따라 해왔지만 한국인은 선택과 집중을 잘하고 손재주와 감각이 뛰어나므로 시장을 주도할 수 있습니다.
- 이를 위해선 어떤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보시나요?
- 자동차 전체 생산량의 3/4를 수출하는 상황에서 세계 각 지역에 맞는 친환경 자동차를 개발해야 합니다. 기술 원천 확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할 분담, 노사 문제 해결이 먼저겠지요. 부품, 리스 등은 분야별 전문가가 전무한 실정입니다. 중고차, 이륜차, 튜닝, 모터스포츠, 리싸이클링 분야, 클래식 카 분야는 더욱 영세하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균형을 이뤄야 해요.
최고의 연비를 지닌 친환경 자동차는?
물론 공인 연비는 최적의 조건에서 실험한 것이므로 실제 주행과는 차이가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수송에너지 홈페이지에서는 실시간 휘발유 가격과 함께 내 차의 CO2 배출량 측정, 자동차별 CO2 배출량과 연비 순위를 살펴볼 수 있다.
국내 판매 차종 중 공인 연비가 가장 좋은 차는 하이브리드인 토요타 프리우스(29.2㎞/ℓ)로, 리터당 29.2㎞라는 꿈의 연비로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킬로미터당 80g에 불과해 친환경성에서도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1년에 1만 km를 달린다고 할 때 프리우스의 예상 연료비는 약 86만 원.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 모델답게 엔진을 꺼도 배터리만으로 에어컨을 작동할 수 있다. 국내 기술 디젤차도 연비 부문에서는 수준급이다. 액센트(현대) 1.6 디젤 모델이 리터당 23.5km를 달릴 수 있어 국산, 수입 디젤차를 통틀어 현재 1위다.
친환경 자동차의 경우 개별소비세와 취득세, 등록세 등 300만 원의 세제 혜택이 있지만 엔진 배기량에 따라 세금이 더 많아질 수도 있다. 전기차는 휘발유차보다 2.5~3배 정도 가격이 비싸고 하이브리드와 디젤차의 경우 동급 국산 차보다 평균 1,000만 원 이상 비싸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보유세 기준을 CO2 배출량 기준으로 바꾸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1km당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130g를 넘지 않을 경우 세금을 면제하자는 것.
6월 출시되는 현대 소나타와 기아 K5 하이브리드의 경우 CO2 배출량이 130g/㎞ 이내가 될 가능성이 높아 세금이 면제될 확률도 높다. 1,000cc 미만의 경차는 2,000cc 중형차에 비해 연비와 CO2를 약 30%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 비싼 수입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대신 연비가 절감되는 국산 수동 경차로 바꿔보는 것이 어떨까.
차량에 부착할 수 있는 에코 연비 절감 장치
연비 절감 운전을 도와주는 에코 인디케이터의 경우 장착 비용이 몇 만원에서 몇 십만원까지 다양하고, ISG(공회전 제어장치)는 약 50만원(승용차용), 액티브 에코 시스템과 자동 중립 기어 시스템은 몇십 만원 정도면 장착할 수 있다.
공회전 제어장치 ISG(Idle Stop & Go)
주행 중 정지하면 시동이 꺼지고 출발할 때 자동으로 시동이 다시 걸리는 장치로 최대 22%까지 연비를 절감할 수 있다. 장착비는 50만~70만원 수준이지만 하루 50km를 달릴 때 1년에 약 80만 원을 아낄 수 있다. 정부는 ISG 장착 차량에 대해 세제 혜택과 보조금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에코드라이브 인디케이터
내비게이션처럼 생긴 이 장치는 연비 절감 운전을 도와준다. 연료 사용량과 함께 주행 연비, 리터당 평균 거리도 함께 표시한다. 버튼을 누르면 엔진과 브레이크 등이 자동으로 연비를 우선 제어하는 모드로 변경, 급가속 시 정면의 속도계가 경고를 한다. 연료에 무리를 주는 주행을 가급적 자제시켜 경제 운전을 가능케 하는 것. 벨로스터의 에코 가이드 시스템과 프리우스의 에코 어시스트, 로체 이노베이션(기아)도 같은 기능이 있다.
마찰력 줄여주는 에코 타이어
마찰력을 줄여 연비를 높인 한국타이어의 앙프랑과 금호타이어의 에코윙 등은 바퀴와 노면 간 저항력을 최대한 줄여준다.
자동 중립 기어 시스템
쉐보레 아베오에 장착된 ‘자동 중립 기어’ 시스템은 정지 후 3초가 지나면 운전자가 변속을 하지 않아도 중립으로 변경, 엔진과 변속기 부하를 줄여준다. 연비 절감을 위해 개발된 장치로, 따로 설정을 할 필요 없이 스스로 작동한다.
합성 엔진 오일로 출력 높이기
불순물이 포함돼 엔진의 기능 저하를 가져오는 일반 광유계 엔진오일보다 합성 엔진오일이 5~20% 연비가 좋다. 엔진 내부의 손상된 부위를 복원, 연비 향상을 가져오는 엔진 치료 제품도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