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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도 제사도 없앤 시어머니의 파격, 남편이 더 놀랐다
이성경 입력 2018.09.23. 19:03 댓글 893개
"이제 벌초도 없고, 제사 안 지낸다."
올해 봄, 어머님은 오랜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다.
아버님의 산소를 정리한 거다.
산 중턱에 모셔진 유골을 화장하겠다는 말씀을 종종 했는데, 일사천리로 일 처리를 진행하더니 앞으로는 벌초도 제사도 더 이상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어머님의 결단에 놀란 것은 남편이다.
벌초라고 해봐야 일 년에 한 번뿐이고, 제사도 약소하게 지내고 있어서 큰 부담은 아니었다.
자식들과 상의 없이 어머님 혼자 결정하고 실행했다는 사실에 남편은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다.
"우리가 그동안 너무 무심한 모습을 보여서 차후에 산소가 방치될 것을 염려하셨나 봐. 그 정도는 자식 도리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데..."
아버님은 1녀 3남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셨다. 막내인 남편이 2살 때 일이다.
같은 여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머님이 느꼈을 상실감과 막막함, 말 못할 고통이 헤아려진다.
요즘은 거의 화장을 하는 편이지만 그때는 보편적이지 않았다고 한다.
남편을 위해 40년 넘게 제사와 벌초를 해온 어머님은 자식들에게 작은 부담도 남기지 않길 바라셨고, 올해 칠순을 맞이하며 그동안 막연히 생각만 해오던 일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어머님은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정말 멋진 분이다. 호탕하고 진취적인 기질을 타고났다.
명절에 재래시장에 함께 가면 꼭 할머니들께 물건을 사고, 그분들께 100원도 깎지 말라고, 서비스로 뭐 하나 달라 흥정하지 말라고 가르쳐주기도 했다. 시대를 잘 타고났다면 성공한 사업가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나 혼자 속으로 '여자로 태어나지만 않았어도 큰일을 했을 분인데...' 하고 몇 번이나 생각했다.
사람 대 사람으로 생각하면 미워하거나 싫어할 여지가 전혀 없는 쿨하고 따뜻한 어른. 굴곡진 삶을 당당하게 살아낸 주인공. 그 어떤 젊은이보다 진보적인 정치에 관심이 많은 시민. 아무리 어머님이 존경할 만한 멋진 분이라 해도 오랜 성차별 관습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남자 집안을 우선시했고, 며느리는 남자 집안에 속하는 '아랫사람'으로 인식해 사소한 말 한마디로도 서로 불편해지곤 했다. 가부장제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로 만났기 때문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최선인 줄 알았다.
그러다 올해 어머님께서 벌초와 제사를 없애는 모습을 보며 생각을 바꾸게 됐다.
아들인 남편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도 있지만, 며느리인 나로서는 없어진 제사가 내심 반가웠고 그런 결단을 내려준 어머님께 감사했다.
장기적으로 누구보다 날 생각해주고 걱정해주는 사람이 어머님이라는 믿음이 생겼고, 어머님을 무조건 시어머니라고 거리를 두기보다는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 " 산소도 제사도 없앤 시어머니의 파격, 남편이 더 놀랐다" 중에서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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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문화를 바꾼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위에 올린 내용처럼 집안 어른이 나서서 제사 문화를 바꾸어야만 하리라.
어려운 일.. 누군가가 해야 할 일.. 하신 어른께 두손 모아 합장드립니다..^^()..
[불교방송국에서 열린 '법현 스님과 함께하는 차례' 시연 모습]
이미 많은 절이 해 오고 있지만..
이제부터 모든 제사는 절에서 준비하고 지내는 관습을 진행시켜야 한다.
절 형편에 맞추어..
보다 더 경건하고 화목한 가운데 짜임새 있도록 준비하고 진행한다.
참석자의 관심이 온통 제사에 몰입되어..
'절에서 제사지내기를 참 잘했구나^^..' 하는 안심을 주어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