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수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 오랫동안 지역경제를 떠받쳐 온 석유화학산업이 흔들리면서 그 여파가 지역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삼여 통합 이후 한때 35만 명에 이르렀던 인구도 이제 26만 명 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사람이 줄면 도시의 모습도 달라진다. 상권은 예전 같지 않고 학교와 주거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일이 반복되면 지역의 활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산업의 어려움이 인구 감소로 이어지고 다시 지역경제를 위축시키는 흐름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지금의 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다. 여수국가산단은 오랫동안 석유화학산업에 크게 의존해 왔다. 생산기능은 강했지만 이를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 제품과 새로운 산업으로의 확장은 충분하지 못했다. 기업과 지방정부, 정치권 모두 산업의 변화를 조금 더 일찍 준비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는 책임을 따지는 데 머물 것이 아니라 여수의 다음 산업을 준비해야 한다.
먼저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면서 새로운 산업으로 영역을 넓혀야 한다. 여수국가산단이 가진 화학과 소재산업의 기반을 활용해 첨단소재와 친환경 소재는 물론 반도체와 연관된 소재·부품산업까지 연결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기존 산업과 전혀 관계없는 산업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 여수가 이미 가진 기술과 인력, 생산기반에서 출발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다.
수산업도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 여수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수산물 생산지역이지만 가공과 유통, 식품산업으로 이어지는 부가가치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처럼 여수의 특성을 살린 수산식품 산업거점을 만들어 생산과 가공, 연구, 유통, 수출이 지역 안에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체계적으로 준비할 구심점도 필요하다. 여수시가 중심이 되고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여수 미래산업 준비기획단’을 꾸려 중장기 산업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어떤 산업을 키울 것인지부터 기업 유치와 연구개발, 인력 양성, 산업단지 조성까지 하나의 계획으로 연결해야 한다.
특히 전남대학교의 화공 분야 연구역량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석유화학과 소재산업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교수와 연구진이 산업 현장과 보다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여수산단의 사업 재편과 신산업 발굴에 함께 참여해야 한다. 산업전환을 행정이나 기업만의 과제로 둘 것이 아니라 지역의 대학과 전문가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필요하다면 새로운 산업단지 부지도 준비해야 한다. 기존 석유화학산업과 첨단소재, 반도체 소재·부품, 수산식품, 에너지산업 등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산업구조를 넓혀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청년들이 여수에서 일하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규모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시민들의 눈높이도 달라졌다. 정보와 미디어의 발달로 다른 도시의 변화와 성과를 실시간으로 접한다. 이제 시민들은 무엇을 하겠다는 말보다 실제로 무엇을 바꿨는지를 묻고 있다.
정치도 결과로 답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기업과 대학을 하나의 방향으로 묶고 그것을 실제 사업과 투자, 일자리로 만들어내야 한다.
여수에는 산업단지와 항만, 수산자원, 대학과 전문인력이 있다. 부족한 것이 아니라 아직 충분히 연결하지 못한 것이다. 이제 여수의 힘을 하나로 모아 새로운 산업지도를 그려야 한다.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와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 지금 여수 정치가 보여줘야 할 역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우리가 그리는 새로운 산업지도가 여수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