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코스 : 윗양명-부도골고개-2봉~8봉-돈내미재
구봉산-바람재-삼거리-윗양명(소요:4시간)
달리는 창밖 산에는 옅은 붉은색깔로 물들기 시작하고
여문 나락이 무거워 고개를 숙인 벼들이 천연색으로
수놓은 국토의 멋은 가관이었다.
정많은 악우들이 떡이며 과일이며 빚은 술이며
한상 가득한 안주를 마련해와 나눔의 시간을 가졌다.
김순국님을 비롯한 악우님들의 성의에 감사를 드린다.
49명의 악우들이 도착한 진안 윗양명에는 11시 태양의
따가운 햇살이 올망졸망한 9개 봉우리에 반사되어
장관을 이루고 꿈을 꾸듯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산의 세상으로 가는 길은 가혹하리 만큼 가파르다.
명산일수록 초입이 어렵나보다.
한참을 급경사 길을 따라 올랐는데 재미가 솔솔든다.
한바탕 땀을 쏟자 정상 컨디션이 돌아오고
제법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히며 산의 음성을 듣는다.
모든 욕망의 지꺼기를 내 속에서 떨쳐 버리고 솔잎새
자연의 소리, 들꽃들의 소리를 듣는다.
산은 절대로 속임수를 쓰지 않는다.
그래서 산을 오르는 것은 정직한 행위라 여긴다.
모진 눈바람이 몰아쳐도 언제나 산은 제위치에서
모든것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못난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이나 산은 자기 힘으로
올라야 한다는 것을 가르켜 준다.
삶의 향기가 있어 가까이 하고 싶은 친구가 있듯이
구봉산 첫 봉우리도 그랬다.
작은 산봉우리에서 깨닫는 멋과 향기.
그러나 산은 올랐으면 반드시 내려와야 한다.
2봉에 올랐다 3봉에 오르고 또다시 내려오고.....
스릴이 넘치는 산행은 계속된다.
길은 산허리를 따라 길게 드리워져 있고
정해진 길을 벗어 나면 자연은 엄벌을 가한다.
산은 나를 보고 정도를 걸으라 말한다.
5봉을 지나자 산의 참 멋이 보였고.
어머니 품속 같은 포근함을 맛보았다.
내 욕심을 죄다 버려 보려하지만 쉽게 되지 않는다.
욕심을 버리면 신선이 되겠지만 내겐 그런 자격에
미달되고 세속에 물든 한갓 인간에 불과한가 보다.
4봉 그리고 5봉을 오르며 내려다 본 산아래의 모습.
멀리 무릉도원의 환상적인 파노라마가 펼쳐져 보이는
산정상에 서면 모든 것이 작게만 보이고
내가 존재한다는 그것 만으로 감격에 겨워했다.
전국에서 온 6개 산악회가 동시다발로 오르자니
많은 악우들로 인하여 길이 막힌다.
속세의 차가 막히는 것과 같은 지루한 지체가 이어지고
느림의 자유를 만끽한다. 급히 오르느라 보지 못했던
작은 돌과 이름모를 꽃들로 눈 맛이 너무 좋다.
바위와 나무와 풀이 만들어 내는 멋을 향유 했다.
기운이 쇠퇴한 나뭇잎도 인생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하려는지 울긋불긋한 엽록체로 탈바꿈을 시작했다.
멀잖아 차가운 대지를 향해 가진것을 모두 버릴
준비를 하고 있는 숭고한 모습 앞에 잠시 숙연해 본다.
9봉을 제외한 8개의 봉우리가 어깨를 맞된 친구처럼
늠늠하고 풍채가 있게 하늘을 향해 형제애를 자랑한다.
하늘이 열리자 정상인 9봉이 반갑게 반긴다.
역시 정상은 오른자만의 전유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넉넉하고 감동을 주는 내 친구와 같은 구봉산과 어울려
하룻날의 향연을 나누었다.
작은 욕심을 안고 내려서는 하산길은 너무 가파르고
습기가 많아 미끄럽다.
억센 밧줄에 몸을 싣고 성급하게 내려오다 몇번이고
엉덩방아를 찧곤 했다.
어두운 숲속에 가려 다랴며 머루며 어얼름이 구미를
당기는 것도 마다하고 하산은 계속했다.
하산이 끝난 지점에 농장이 있었는데 인삼과
익어가는 감들이 주홍빛 가을색으로 다가와
풍요로운 결실을 내보이고 있었다.
아름다운 산골마을에서 순박한 사람들과 어울려
하산주를 나누고 석양이 지자 긴 산그림자 드리우는
9봉산을 뒤로했다.
아름다운 인연과 감흥에 겨워 강흥순 홍보부장님이
구수한 족발 안주와 대병 맥주를 한상 찬조했다.
감사를 드린다.
어둠속으로 잠길 아름다운 구봉산 !
눈감으면 산이 어른거린다.
첫댓글 무한 산악회를 위해서 끝까지 수고해 주세요 우린 가끔씩 들리는 나그네 그들이 있기에 우린 편하게 산행하지요
정말 멋진 산이었습니다. 안내 해 주신 산행대장님 수고하셨습니다.
국장님글 정말가슴에 와닿네요 어쩜그렇게풍부한감성을잘표현했는지....수고많고 고맙습니다.
구봉을 포기하고 열봉을 산행했다고 우겼거더요 사진속 주인공들 역시 무한의 인물들 입니다요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