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raise me up.mp3
<요셉 신부님이십니다>
저에게는 오래되어 색깔이 누렇게 바랜 특별한 스크랩 한 장이 있습니다.
지난 날, 제 앞으로 많은 기업들의 홍보물이 배달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한 업체의 월간 사보를 뒤적이다가 우연히 눈에 띈 시(詩)가 마음에 들어 오려 둔 것으로 근 40년 가까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인연(因緣)이라는 건, 살다 보면 수많은 사람들과, 혹은 사물들과 자의(自意)든 타의(他意)든 맺게 되고, 또 어떤 연유로 인해 끊어 버리거나 저절로 끊어지거나 하기 마련이지요.
그런데 유독, 그 무엇과는 인연을 끊지 못하고 오래오래 마음속에 묻어 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랑한다거나 소중히 여기거나, 아니면 단지 효용가치에 의해 계속 인연을 유지하는 게 여기에 해당되겠지요.
사전에 의하면 인연이라 함은 첫 째, 사물들 사이에 서로서로 맺어지는 관계. 둘 째, 연분. 셋 째, 내력. 넷 째, 불교에서 결과를 나타내는 직접적인 원인인 인(因)과 간접적인 원인인 연(緣)을 말합니다.
넷 째의 경우, 열매를 예로 들어 그 씨(種子)는 인(因)이며 인간의 노력과 자연조건, 거름 따위는 연(緣)이라는 겁니다.
따라서 나와 관련된 인연은 바로 나의 지나 온 발자취이며, 훗날 평가의 척도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사소한 인연이라도 소홀이 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겠습니다.
아름다운 인연을 많이 맺을수록 그 만큼 풍족하고 아름다운 삶을 누린 것이 아닐런지요.
아무튼 그 한 조각의 스크랩은 그 동안 제 책상 위 유리판 밑에서, 책장에서, 때로는 책갈피 속에서 지금 까지 저와 인연을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당시 경기도 이천군 대월면 초지리 대월중학교 서무과에 근무하던 김 학성님의 '도장을 찍으며'라는 시가 바로 그 것입니다.
거기에는 작열하는 태양과, 그 아래 모래 벌판위에 홀로 선 사람이 삽화로 그려져 있습니다.
저는 그 시인이 누구인지 애당초 몰랐으며, 더 이상 알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시가 왠지 제 마음을 그린 것 같아 가슴에 닿았답니다.
시는 발표된 순간부터 작가의 것이 아니라 독자의 것이라지만 평론가도, 시인도 아닌 주제에 제가 이 시를 놓고 이렇쿵 저렇쿵 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성난 파도위에 홀로 떠있는 돛단배의 처절함, 사랑하는 이의 가슴에 '한 점'으로 라도 남고 싶은 간절한 소망.
아! 이래서 좋은 시는 너무 슬퍼 아름답고, 너무 아름다워 슬픈 가 봅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더 시 속에 내가 빠져 들어가고, 내 속에 시가 자리하고 있음을 느끼기에 아마 저는 그 분과의 인연을 끊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한번 쯤 찾아 가 소주잔이라도 나누고 싶은 충동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그대로 가슴 속에 묻어 두기로 했답니다.
그 또한 아름다운 인연일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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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요셉신부님의 환송식을 치른 후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가 오래 전 이야기를 또 꺼냈습니다.
저보다 며칠 먼저 김제에 오시고, 가톨릭 교인이 되도록 이끌어 주시고 세례를 주신 신부님, 본명까지 택해 주신 특별한 신부님이시기에 많은 의지가 되었고, 가능한 오래 모실 수 있기를 바랬는데 너무도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