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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22년 만에 합의 이혼, 탤런트 고두심
“혼자 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어요”
가장 한국적인 이미지의 배우로 사랑을 받고 있는 탤런트 고두심(47). 그녀가 결혼 22년 만에 합의 이혼한 것으로 밝혀져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TV와 CF 등 꾸준한 활동으로 늘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고두심의 이혼은 남편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어쩔 수 없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져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이혼 발표 후 일체 인터뷰를 거부하고 있는 고두심의 결혼생활을 되짚어 본다.
의외의 소식이었다. 지난 76년에 결혼한 고두심, 김지홍 부부가 4월 초순, 22년 동안 쌓아온 부부의 인연을 접고, 남남으로 돌아섰다는 보도는 많은 사람들에게 ‘뜻밖의 소식’이었다. 단아하면서도 고집스러운 모습의 연기자로 인정받고 있는 탤런트 고두심의 이혼은 이혼 자체보다 그에 얽힌 이야기에 대해 더 많은 호기심을 갖게 했다. 그것은 오랜 시간 동안 브라운관을 통해 본 그녀의 모습에서 아무도 사생활에서의 어려움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드라마에서 고두심은 다부져 보이는 맏며느리의 모습과 어려운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전통적인 우리시대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 주었고, 이런 드라마 속에서의 모습은 은연중에 주관이 뚜렷하고, 매사 분명한 성격의 그녀를 예상케 했다. 그리고 그런 예상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그녀를 오랫동안 만나온 한 방송 기자는 “그녀의 성격을 볼 때 대단히 어려운 결심 끝에 내린 결론일 것”이라며, “어쩔 수 없었던 그녀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혼 발표 직후 수차례 고두심과의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불편한 심기를 충분히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가라앉아 있었다. 그녀는 “아무것도 이야기할 것이 없다, 더이상 인터뷰하고 싶지 않다”며 짧게 말했다. 그 목소리가 얼마나 단호한지 어떤 다른 물음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일체의 인터뷰를 거부하고 있는 고두심은 이혼이 보도된 그날 방송된 KBS <연예가 중계>에서 자신의 이혼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녀가 직접 말하는 이혼 사유는 ‘남편의 사업 실패에 따른 갈등’이 주요인이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던 그녀의 남편 김지홍씨(51)가 두 차례에 걸쳐 사업에 실패하면서 아버지로서, 또 남편으로서의 자신감을 잃어버렸고, 정신적인 부담을 스스로 이겨내지 못해 이혼을 선택하게 됐다는 것이다.
“처음 사업에 실패했을 때는 사업가로서 자신감을 잃어버린 것이었기 때문에 빨리 이겨낼 수 있었어요. 하지만 두 번째 사업에도 실패를 하고 나니 사업가로서, 남자로서, 아버지로서의 자신에게 남아 있던 모든 것에 대한 자신감마저 잃어버렸나 봐요. 남편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저 역시 많이 힘들었죠. 그 사람이 힘들어 할수록 용기를 주면서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주고 싶었는데, 그런 마음까지도 그 사람에게는 커다람 부담감으로 다가왔나 봅니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을 찾기 위해서는 자기가 의지할 수 있는 주변의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나야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자신감 잃은 남편 자유롭게 해주고 싶어
고두심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던 작은 오빠의 밥을 해준다는 핑계로 여고 졸업 한달 만에 ‘서울로의 상경’에 성공한다. 그리고 작은 오빠의 도움으로 무역회사에 취직하게 되고, 72년 MBC 탤런트 공채에 응모, 5기 탤런트로 선발되었다. 하지만 탤런트가 됐다고 해서 바로 톱스타가 되는 건 아니어서 그녀는 회사원과 탤런트 생활을 병행해야 했다. 대사 한마디 없는 단역은 스물다섯 살이던 그녀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 때 그녀 앞에 무뚝뚝한 부산 남자가 나타났다. 바로 김지홍씨였다. 고두심은 지난 93년 모 신문사에 기고한 ‘나의 삶, 나의 생각’이라는 자전적 에세이를 통해 남편과의 만남부터 신혼 때부터 나돌았던 ‘이혼설’에 대해서까지 솔직하게 기술하고 있다.
“…그 남자와 나는 참으로 뜨겁게 사랑했다. 내가 살던 역촌동과 그 옆의 서오릉에서 남의 눈을 피해가며 우리는 만남을 계속했다. 그가 부산집에 다녀올 때는 서울역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워 부산으로 내려가는 밤열차를 타고 기차가 교행되는 역까지 내려가 그의 품에 안기기도 했다. 열애 끝에 시작된 꿈같은 신혼 시절은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작은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세계를 품안에 넣고 싶어했고, 끊임없이 미국과 유럽 세계를 동경했다.”
그녀의 남편 김지홍씨는 아내 고두심이 결혼 이후 활발한 활동을 하게 된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아내를 사랑했기에 녹화가 있는 날이면 직접 녹화장까지 데려다 주는 자상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남편과 살면서 다툼이 있었다면 그것은 늘 개화된 땅으로 떠나고 싶어하는 그이와 그것을 막으려는 내 고집의 충돌 때문이었다’라는 구절에서 이들 부부가 이혼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약간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녀가 말했던 ‘연이은 사업 실패’와 함께 ‘서로 다른 가치관’도 주요한 원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유난히 효녀로 소문난 고두심은 가족과, 어릴 때부터 꿈꾸어왔던 연기자로서의 자신을 버릴 수 없었다. 이러한 것들은 이들 부부가 가끔씩 언성을 높이는 요인이었고, 급기야는 신혼시절, 3년 동안이나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이별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처음으로 두 사람 사이의 ‘불화설’이 기사화되기도 했다.
고두심씨는 언제나 남편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더 넓은 곳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남편을 아내로서 함께 하기보다는 늙은 부모님과 떨어지는 것 때문에, 연기자로서의 자신을 버릴 수 없어 아내로서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시간을 떨어져 있어야 했던 결혼 생활이 이혼의 원인이 되었음을 그는 알고 있다. 어찌 보면 두 사람 모두 자신들의 욕심을 버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엎친데덮친 격으로 김지홍씨는 두 번에 걸쳐 사업 실패를 겪게 되고 아내에게 모든 경제적인 책임을 떠넘겨야 하는 정신적인 부담감까지 안게 되었다. “남편은 참으로 힘들어했어요. 무엇을 시작하기도 어려운 나이에 경제적으로는 부인의 도움을 받는 무능력한 남자라는 사실에 무척이나 괴로워했던 거죠.”
남편 김지홍씨는 그녀에게 자신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얘기를 했고, 그녀는 그 방법이 그에게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짊어져야 할 짐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편을 놔줘야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어찌 보면 벌써 오래 전에 그랬어야 했는데…. 제 욕심 때문에 남편을 힘들게 한 것 같아 미안할 뿐이에요.”
서류상의 이혼에 앞서 이들 부부는 이미 몇년 동안이나 별거의 시간을 가졌다. 어쩌면 그녀는 시간을 벌어보고 싶었을지 모른다. 때문에 서로 떨어져 있으며, 부부의 정과 자식들에 대한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고자 별거를 시도한 것은 아니었을까. 고두심은 “결국 이혼을 하게 됐지만, ‘남남’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서로 좋은 감정으로 서로를 위해 선택한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좋은 친구로 만날 수 있을 거예요.”라고 자신의 심경에 대해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미국에서 공부 중인 맏딸 홍(19)과 중학교 1학년인 막내 아들 정환이(13)는 모두 고두심이 맡을 것이라고 한다. “늘 엄마인 저를 이해해주었던 두 아이들에게도 미안할 뿐이에요. 부족한 엄마였거든요.”
막내 아들과 친정어머니와 함께 평창동 자택에서 살고 있는 그녀는 MBC <전원일기>와 SBS 주말 드라마 <사랑해, 사랑해>에서 모두 맏며느리 역으로 출연 중이다. 쉽게 치유되지 않을 이혼의 아픔이 한동안 그녀를 따라다니겠지만, 그녀를 아끼는 팬들의 따뜻한 위로가 아픔을 이겨낼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