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써놓고 자판을 두들기며 글을 썼다지웠다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제목이 제대로 달린건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야말로 촌극 한 편에 불과한 일이 이미 네이버 뉴스 톱에 올랐고 청와대와 장관들까지 국가 핵심들이 시위 학생들을 비난하고 나서고 리플은 이미 3천을 향해 달린다. 역시 구국의 영웅 건사마, 대한국민의 사랑을 온 몸으로 듬뿍 받으시는구나. 오르가즘 느끼시는 거 아닐랑가 모르겠다 쩝쩝..
민족의 명문사학;; 고려대가 이틀 후면(내일일 수도 있겠다 글이 언제 끝나려나) 개교 백주년을 맞는다. 수년간뚝딱거리며 심시티에 열중해온 학교 캠퍼스는 백주념기념관 완공을 끝으로 간만에 공사장 먼지 날리지 않는 쾌적함을 되찾았다. 새로 480억을 들여 지었다는 백주년 기념관은 고급 화강암으로 두른 외벽이 일곱색으로 변하는 조명을 받아 오늘 밤도 뽀대나게 비추고 있을 것이고, 췌에강 삼성 회장님 건사마께서는 삼섬 이름으로 스폰해서 그 건물 멋지게(라고 쓰고 '돈지랄리스틱'하게라고 읽는다) 지어주고 그 댓가로 고려대에서 명예'철학'박사학위를 선물로 받았다.
이게 그 말많은 100주년기념관 건물..돈지랄이다.-_-
문제는 무지몽매한 일부 학생들의 난동으로 뽀대가 줄줄 흐르는 인촌기념관 대강당이 아닌 후미진(이 표현도 정확하지 않을듯. 총장실은 화장실만도 전면 대리석에 최고급 변기 기타 등등 해서 1억이 넘는다) 총장실로 쫓겨나 조촐하게 480억에 대한 반대급부를 이행받았다는 것이니.. 난세속에 구국의 영웅이신 건사마께서 심기는 쪼끔 많이 뒤틀리셨을지 모르겠다.
사실 여기까지는 돈으로 학위 사려다가 쪽당하는 가벼운 해프닝으로 치부하고 있었는데 상황이 가벼운 해프닝이 아니게 됐다. 미스터 피쉬(Mr. 魚)의 간곡함에 눈물이 절절 배어나오는 것 같은 사죄문스런 사과문에 부총장 이하 처장단님들께서 단체로 '책임을 통감'하며 사표 제출하고 집단 사퇴로 달려버리신 것. 개교 100주년이라는 영광스럽디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귀빈석에 앉아 만면에 웃을을 활짝 띠고 역사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을 분들께서 일개 기업인의 심기를 뒤틀리게 한 죄로 집단 사퇴라니..(하는 김에 미스터 피쉬께서도 함께 하시지 왜?) 여기서부터 해프닝은 코미디가 되는건가??
2000년에도 무려 전대통령 영삼옹께서 고대에 특강하러 오셨다가 학생들의 저지로 학교에 못들어가고 몇시간을 배회하다가 돌아갔던 적이 있으니 고려대에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이때 차 안에서 소변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영삼옹은 '내가 민주화운동 하면서 쫓겨다닐때는 이보다 더 한 일도 많았는데 뭘' 이라는 제갈량의 출사표 뺨치는 각오와 기개로 우유팩에 용변을 해결하신 적이 있다.. 진정으로 살아있는 개그의 신이시다.-_-) 오히려 그때는 학교측에서 유감표명 이상의 행동도 없었고 역시 고대생-_-乃! 이라는 분위기로 꽤나 통쾌해 하신 분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되는데..
일개 기업인-이 아니라 말하실 분이 전 국민중 3천만은 되겠지-의 밸이 꼴리시니 바닥까지 설설 기는 꼴이 정년 '명문대'라 자부하는 이름 꼭대기에 올라앉으신 분들의 자존심의 현주소라는거로군. 이래서야 산만한 덩치에 건빵 몇 개 얻어먹자고 재롱부리고 드러눕는 에버랜드 싸파리 곰돌이들과 다를게 뭐 있냐는 말이다(그러고보니 에버랜드도 삼성이지). 일본 전국시대였다면 할복이라도 한다고 설쳤을지 모를 일이다. 쯧쯧..
건사마가 '성공한' 기업인인 것은 맞을게다. 어쨌든 삼성은 조류를 잘 탔으며 그를 타고 이미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고 그러한 성공 경영의 중심에는 건사마가 있었다. 분명 그는 탁월한 감각을 지닌 경영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가 '훌륭한' 기업인인지에 대해서는 회의가 들 수밖에 없다. 무노조경영이라는(요새는 칭송이 자자한) 경영방식을 위하여 많은 노동자가 탄압당하고 인권을 침해당했으며 많은 하청업체들이 그들의 이윤을 높이기 위하여 노예처럼 부려지고 있다. 자본력을 앞세운 시장질서파괴가 이제는 삼성이 진출하는 분야마다 자행되고 있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벗뜨 이런 삼성에 대한 고전적인(그러면서 또한 현재진행형인) 비판은 '그래도 삼성이 우리 나라 경제를 떠받친다'느니 '삼성이 망하면 우리도 망한다'느니 하는 집단세뇌라도 걸린듯한 반론에 묻혀버리기 일쑤다.
이미 혐의가 명명백백한 전환사채 통한 변칙상속이라든가 계열사간 주식 초과보유등의 불법에 대해서는 다 알면서도 그에 법의 칼을 들이대지 못한다. 뭐 실제로 삼성은 그런 힘이 있으며 덕분이 이미 이 나라에서 삼성(과 건사마일족)은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불가사리같은 존재 아닌가.
Republic of Korea의 ex-president를 욕보여도 꿈쩍 않는 사람들이(현직 대통령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박통전통때가 아니라면 말이다) Republic of SAMSUNG의 오너에게는 필요 이상으로 설설 기면서 자비를 구한다. 학교와 재단의 사람들은 피눈물로 사죄하고, 그 사과의 결의를 보이기 위해 가차 없이 제 목을 자르며 제발 우리를 어엿븨여겨 스폰 끊어지는 일 없이 계속 용돈좀 쥐어주십사 재롱을 부리고 있고, 시위학생들을 비난하며 처벌을 요구하는 동문들은 이후 혹여나 삼성 취업에 있어서 고대출신이 불이익을 받을까 전전긍긍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그렇게도 소중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고대의 명예가(사실은 학벌이) 단순히 돈 얼마에 재벌의 이름표로 팔려가는(그것도 '철학'박사학위가 말이다) 것에 대해서는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듯 보인다. 명문사학을 보는건지 명문취업학원을 보는건지 도통 그 마인드를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삼성을 옹호하는 것도. 삼성을 비판하는 것도 자유다. 그러나 이번 일에서 드러나는 학교측의 지나친 저자세와 정부-청와대-네티즌들의 일방적인 비난일색 여론을 보자니 삼성공화국의 신화를 또다시 보는 것 같아서 맘이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이런 신화가 계속되는 한 삼성에 대한 정당한 비판, 돈으로 학위를 파는(문과대 모 철학교수님은 그 자리에 참석하라는 학교의 공문을 받고 좌절감에 30분동안 학생들에게 한을 털어놓으셨다한다) 학교당국에 대한 비판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저 학생들도 삼성 들어오고 싶으니까 저러겠지요'라며 웃음지었다는 건사마의 자뻑모드는 풀릴 날이 오지 않을 것 같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