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낯가림이 없이 주변 사람에게 잘 안겨 있거나 잘 논다면 엄마는 잠시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다. 하지만 아이가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의 얼굴만 봐도 고개를 돌리거나 울음을 터뜨린다면 엄마는 오롯이 혼자서 아이를 돌봐야 한다. 엄마만 찾고 타인을 경계하는 아이, 어떻게 돌봐야 할지 정리했다.
신생아는 태어나서 몇 주일이 지나면 본능적으로 엄마의 존재를 안다. 보통 4주 정도 지나면 엄마의 냄새를 느끼고 고개를 돌린다. 이후 생후 6~7개월이 되면 낯선 사람들과의 접촉에 불안해하는 낯가림이 시작된다. 낯가림은 아이가 다른 세상에 갖는 두려움과 공포라고 할 수 있다. 2~6세는 상상력이 증가하는 시기로 새로운 공포 대상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무서운 괴물이나 동물이 위협할까 봐 두려워하기도 하고 꿈이나 TV의 내용을 실제 상황으로 알고 무서워하기도 한다. 이처럼 아이가 낯선 타인을 기억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것은 아이의 뇌가 발달해 사람을 기억하며 사고의 체계가 잡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므로 낯가림을 부정적으로 보기보다는 발달 단계의 일부분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
애착이 형성됐다는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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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가림은 엄마와 아이 사이에 애착이 생겼다는 증거로 정상적인 정서 발달의 표현이다. 애착은 아이가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느끼는 강한 감정적 유대 관계를 뜻한다. 낯가림은 자신에게 중요한 엄마와 엄마가 아닌 사람을 구별하고 엄마와 애착을 형성하기 시작했다는 표시로 이해하자. 아이들은 애착이 형성된 대상에 가까이 다가가고 근접해 있고 싶은 욕구를 느끼며 애착 대상과 분리될 때 강하게 저항하기도 한다. 반면 낯을 가리지 않는 아이도 있다. 엄마와 애착이 생기기 이전에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서 아이를 양육했다면 낯가림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자폐 증상을 보이거나 지능이 떨어지는 아이에게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엄마와 아이가 충분한 시간을 함께 지냈는지 살펴보고 9개월까지 낯가림을 하지 않는다면 발달을 체크해보는 것이 좋다. 이처럼 애착은 아이의 다른 발달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는데 출생 후 1년 이내에 맺는 애착 형성의 결과가 지적, 정서적 안정성과 대인 관계에 중요한 기초가 된다. |
애착의 발달 단계 생후 2~3개월은 특정 대상을 구별하지 않고 모든 대상에게 애착을 보이는 단계로 울기나 잡기를 통해 타인과 상호작용을 계속 유지하려 한다. 본격적인 애착이 형성되는 6개월까지는 친숙한 사람과 친숙하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기 시작한다. 이 단계에서 아이는 친숙한 사람이 가까이 있을 때 웃거나 옹알이를 하고 멀어지면 우는 행동을 보인다. 7개월~3세는 특정 대상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시기다. 운동 능력의 발달로 적극적으로 애착 대상에게 접근하고 애착 대상과 떨어질 때는 분리불안을 나타낸다. 애착 대상인 엄마에게서 떨어질 때 나타내는 불안 반응인 불리불안은 10~12개월에 절정에 다다르다가 2세가 되면 서서히 사라진다. 따라서 3세 이후가 되면 아이는 엄마의 행동을 예상하고 이해한다. 예를 들어 엄마가 아침에 설거지를 끝내고 쓰레기를 버리러 잠깐 집을 비우고 나갈 때 엄마와 분리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다릴 줄 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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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 접촉할 기회가 없거나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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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가림의 원인은 애착 형성에 의한 것이지만 어릴 때 엄마와 오랫동안 떨어져서 자란 아이에게서도 생길 수 있으며 아이의 기본적인 욕구인 수유, 수면, 기저귀 갈기에 즉시 대처하지 못했을 때 아이가 타인에 불안해하거나 낯을 가리기도 한다. 반면 하루 종일 엄마와 지내는 아이도 낯가림이 나타난다. 엄마와 충분히 떨어질 수 있는 나이인 3세 정도 아이가 엄마의 치맛자락을 붙들고 다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보통 가족이 많지 않은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하루 종일 엄마와 지내면서 다른 사람들과 접촉이 단절되어 낯선 사람을 보면 공포심을 갖고 낯가림을 한다.
애착의 대상에 따라 낯가림이 생길 수 있다 애착 대상은 엄마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아빠, 형제, 대리 양육자 등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 그 대상이 된다. 요즘처럼 아이가 여러 사람 손에 양육될 경우 부모와 얼마나 안정된 애착을 형성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빠가 무섭게 양육하면 아이가 낯을 가리기도 한다. 잘못된 행동을 하거나 실수할 때 그 자리에서 매를 들어 혼을 내면 아이는 공포심이 커진다. 이럴 때는 아이와 친해질 수 있도록 아빠가 아이와 많은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함께 놀아주고 안아주면서 스킨십을 통해 아빠와 애착을 형성하도록 한다. |
아이 기질과의 연관성 기질은 유전적 성향이 강한데 보통 다루기 쉬운 아이, 까다로운 아이, 천천히 반응하는 아이로 분류할 수 있다. 까다로운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아이를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회성에 중점을 두고 키우기보다 아이 위주로 키우는 경향이 많다. 일상적인 활동이 불규칙하고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기 때문에 낯선 사람을 보면 부정적 반응을 보인다. 천천히 반응하는 아이도 마찬가지다. 비활동적이고 환경적 자극에 쉽게 반응하지 않는 경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 다른 기질의 아이들보다 낯가림이 심하다. |
분리불안 낯가림은 분리불안과도 관계가 있어 애착과 분리불안을 함께 보는 견해도 많다. 분리불안은 아이가 태어나 제일 먼저 느끼는 공포이며 엄마가 혼자 나가려고 하면 떨어지지 않으려 하고 잠에서 깨면 가장 먼저 엄마를 찾는 것을 분리불안이라고 한다. 3~4세가 되면 엄마와 잠시 떨어져 있는 것에 적응하기 시작해 엄마가 잠시 시야에서 사라져도 다른 곳에 있다는 믿음이 생기면서 분리불안이 감소하고 점점 엄마와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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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안정된 애착을 형성한 아이는 양육자의 이미지를 모든 사람들의 이미지로 일반화하기 때문에 타인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이렇게 애착이 형성되면 낯가림도 덜하다. 우선 아이가 배고플 때 우유를 주고 놀아주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으로 애착 형성 목욕하는 시간은 아이가 엄마의 사랑을 느끼며 신체적으로 감각 자극을 받아 긍정적 감정을 갖는 데 도움이 된다. 목욕할 때 엄마가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는 비록 아이가 잘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마음으로 전달된다. 따라서 아이와 목욕할 때, 우유를 줄 때, 기저귀를 갈아줄 때 등의 일상을 통해 애착을 형성할 수 있다. |
눈 맞춤으로 상호 관계 유지 아이는 엄마의 눈길을 사람의 신호로 생각한다. 자폐아나 반응성 애착장애아는 눈 맞춤을 회피하는데 이는 눈 맞춤이 애착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단서다. 아이와 노래를 부르면서 눈을 맞추고, 우유를 먹일 때도 눈을 맞추면 아이는 자연스러운 눈 맞춤을 통해 안정되고 편안한 엄마의 사랑을 느낀다. |
부모의 일관된 태도 엄마도 어느 날은 기분이 좋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엄마의 기분이 아이에게 영향을 준다면 아이의 성장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엄마의 기분에 따라 아이를 따뜻하게 대하기도 하고,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기도 한다면 아이는 엄마의 마음을 파악할 수 없어 혼란스럽다. 엄마의 감정이 평온해야 아이가 엄마를 필요로 할 때 반응해줄 수 있고, 신뢰감이 쌓여 애착을 만들어갈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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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가림이 심한 아이는 환경에 압도당해 공포감을 느끼기 때문에 자신이 환경을 잘 다룰 수 있고 환경이 즐겁고 자신에게 우호적이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보연아동가족상담센터 이보연 소장은 “우선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믿고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필요합니다. 놀이를 할 때도 엄마가 지나치게 앞서서 해준다거나 도와주는 일은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도 100% 도와주기보다 90% 도와주고 10%는 스스로 하게 해 자신이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도록 해줍니다”라고 설명한다. |
체계적으로 타인과 접촉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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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가림이 심한 아이는 타인과 관계 맺는 데 충분한 시간과 신체적, 심리적 거리가 필요하다. 갑자기 낯선 사람이 자신을 만지거나 말을 걸면 아이는 공포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먼저 아이가 그 사람이 안전하다는 느낌을 가질 때까지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무리한 접촉을 시도하지 않는다.
아이가 활동에 몰두할 수 있도록 돕는다 즐거움과 흥분은 불안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므로 타인이 왔을 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함께 놀이 활동에 참여해 아이가 서서히 불안을 줄이도록 하며 이완된 상태에서 조금씩 다가서도록 한다.
단짝을 초대한다 많은 수의 집단보다 한 쌍의 모자(모녀)를 집으로 초대한다. 엄마들끼리 중간 중간 이야기를 나누고 상대방의 놀이에 조언도 하면서 놀이로 상호작용을 하는 방법으로 접근한다. 그렇게 점차 신체적인 거리감을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불 그네 놀이(엄마와 친구 엄마가 양쪽에서 이불을 잡고 흔들어주기)나 이불 배 놀이(친구 엄마가 이불 끌고 가기), 손가마 태워주기 등으로 타인과 점차 신체적으로 익숙해지는 놀이로 유도한다. 친구와 함께 큰 종이에 손가락 그림 그리기도 자연스러운 신체 접촉을 유도해낼 수 있다.
너무 오랜 시간 타인과 어울리지 않는다 타인과 함께하는 시간은 30분에서 1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낯가림이 심한 아이는 타인과 너무 오래 있으면 불안을 다루는 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므로 더 쉽게 지치고 사람을 더 싫어하게 된다. 따라서 견딜 수 있을 만큼 머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아이를 사람들 틈으로 떠밀지 않는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자연스럽게 융화될 수 있도록 한다. 엄마가 아이를 떼어놓으려는 시도가 많으면 안 된다. 화장실에 갈 때도 아이에게 “엄마 지금 화장실에 갈 건데 같이 갈래?” 하는 식으로 물어보는 것이 좋다. 낯선 사람을 보고 불안해할 때 아이가 달라붙으면 안아주고 “처음 보는 사람이라서 낯설구나”라고 말하며 아이 앞에서 아이가 낯가림이 심하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지 않도록 한다. 무엇보다 아이에게 편해질 때까지 엄마 옆에 있을 수 있다고 말해준다. 손님 대접을 하러 부엌에 갈 때도 아이에게 “같이 가고 싶니?” 하고 물어보고, 아이에게 할 일을 주어 아이가 낯선 사람에 대한 불안에서 자신을 심리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손님들 앞에서 아이가 손님 대접을 위해 도와준 일들을 자랑하는 것도 좋다. |
아빠와의 놀이 시간을 늘린다 아빠와 둘만의 놀이 시간을 갖는다. 활동적인 신체 놀이를 즐기는 방법이 좋다. 아이를 살짝 공중에 들어 올리고 받는 놀이, 목마 태우기 등도 아이에게 긴장감과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며 아빠와 외출을 자주 하는 것도 좋다. |
감각 놀이를 즐긴다 여러 가지 얼굴 표정 짓기, 페이스 페인팅, 핑거 페인팅, 점토, 진흙 놀이 등의 감각 놀이를 즐기는 것도 필요하다. 상대방 손에 로션 발라주기, 물감 묻히기 등도 좋다. 담요로 아이를 둘둘 말아 김밥 말아주기, 처음에는 약하게 안았다가 점차 세게 안고, 다시 약하게 안기 등의 놀이 등이 신체 접촉, 압박에 대한 과민성을 감소시켜줄 수 있다. |
* 참고한 책: <아동학개론>(학지사), <내 아이의 속마음을 척척 읽어내는 어린아이 심리학>(팜파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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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이민경 도움말: 이보연(이보연아동가족상담센터 소장) 모델: 원하윤 자료출처: 앙쥬 | | | | | |
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