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전에...
세상에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내 마음대로 되어서인지, 어쨓튼 서울에 올라와 일을 시작한지도 7월 초로부터 한달 여가 된다. 여러 사정상 집 전체가 이사를 하진 못하구 본인만 서울에 와서 오피스텔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주로 금요일 호후에 대전에 갔다가 월요일 새벽에 상경하여 출근하니 별 어려움은 없다. 어차피 대전에 있을 때도 점심과 저녁은 밖에서 해결 하였으니 아침 식사만 별도로 해결하면 된다. 기왕에 혼자 있으니 차제에 아침 시간을 여유있게 써야겟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눈을 뜨면 여전히 다섯시 반 경이다. 수 십년간 이 시간에 일어 났다. 다만 출근하기까지의 시간 활용이 문제였다. 때론 즉시 출근했고, 때론 신문과 티브이를 보며 늦장을 부리다 출근했고, 때론 운동을 했고, 때론 공부를 했다. 여기선 망서림 없이 산에 다니는 것으로 결정을 했다.
장마가 끝나고 날씨가 덮다. 이른 시간이지만 산에 오르다 보면 땀이 많이 난다. 숙소 아래 나무를 보니 잔바람에 나무가지가 가볍게 흔들리는 것을보니 오늘은 좀 시원할 듯하다.
산 입구에 도착하기 전에 있는 어느 2층 사무실이다. 이 이른 시간에 언제나 불이 켜져 있고 사람이 일을 하고 있다. 무슨 일을 하는 사람들인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일찍 일을 시작 하는 것을보면 보통사람은 아닐 것이다.
사는 동안 필자도 거의 언제나 점심약속이 있고, 때론 저녁약속을 따불로 하기도 했으며, 수시로 조찬(아침과 조찬, 점심과 오찬, 저녁과 정찬의 차이: 목적된 주제를 갖고 회의를 겸해서 만나는 경우는 조찬...이라고 함) 약속도 했으나 (물론 지금은 아침 시간을 철저히 개인시간으로 씀), 저렇게도 언제나 일찍 일을 시작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현충사 옆의 이수교차로 부근의 등산로 입구다. 깨끗하게 단장된 정자가 보인다. 전해오는 얘기가 있다. 과년한 딸을 둔 아버지는 매일 아침 도시락을 싸갖고 세상을 주유하며 사위감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다녀도 마음에 드는 사위감은 어디에도 없었다. 건강하면 포악했고, 건실하면 너무 돈이 없고, 모든게 훌륭하면 부모가 문제가 있고...
이래저래 시간은 가고 과년한 딸은 서른 살이 가까워지고... 어느날 딸이 아비에게 말 한다. " 아버지, 세상을 많이 돌아 다니셨는데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을 보셨습니까? " 라는 질문을 한다. 아비 왈 "세상에 그런 곳이 어디 있는냐, 물이 좋으면 정자가 나쁘고 정자가 좋으면 물이 안좋은 것 아니냐?" - 사위감도 마찬가지 아니냐는 딸의 뜻을 알아들은 아비는 그 중 모자라다고 생각이 되던 사위감과 딸을 혼인시켰으나 그들은 검은 머리 대머리가 될 때까지 행복하게 잘 살더라나...
세상사 마찬가지다. 이 세상 존재하는 어느 누구도 완벽한 사람은 없다. 좋은 점과 나쁜점의 차이는 언제나 종이 한 장 차이다. 큰 차이가 있어 보여도 사실은 51% 이냐, 49% 이냐의 차이 뿐이다. 다만 좋은 점을 많이 보면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고, 나쁜점을 유심히 보면 그 사람은 매사 나쁜사람이 되는 것이다. 어느 한 쪽이 좋으면 어느 한 쪽은 나쁜거고, 밝은 빛이 있기에 어둠이 있는 것이다.
현충원의 정문 외에도 위 안내판을 볼 때 네 군데의 출입구가 별도로 더 있는 듯하다. 필자는 사당동 쪽 개방문까지 1.7 킬로메터 지점까지 다녀온다. 왕복이니 약 3.4 킬로미터의 산길을 매일 아침(거의) 다녀온다.
현충원과 동작동 쪽에서 사당동 쪽으로 가다 보면 급한 경사지가 도로변에 나타난다. 지나다 보면 까마득하며 아찔하다. 이 팻말의 아래가 그 쯤이 되는 듯하다.
산에 오르는 입구의 좌측 옹벽 옆에 쇠 말뚝 같은 것이 박혀있다. 흔히 일본인이 한국산하의 정기를 끊기 위해 전국 명산에 쇠말뚝을 박았다고 했는데 이건 그런 것은 아니고,'어스 앙카' 라고 부르는 말뚝이다. 반대쪽(왼쪽, 도로반대편) 땅 속에 긴 줄을 박아 마찰력 등을 이용해 무너지지 않도록 한 것이다.
아직 어둠이 채 걷히지는 않았지만 초입새에 피어 있는 이름 모를 꽃이 눈길은 끈다.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길게 있어 아열대부터 한대지방에 이르는 다양한 종류의 들꽃들이 우리 산하에 피어 있어 이들의 이름을 모두 알기는 매우 어렵다. 궁금증이 유달리 많은 필자도 관계된 여러권의 책자를 사 보았으나 결국은 포기하고 말았다. 궂이 필자가 저 꽃의 이름이나 특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사회정의구현이나 남북통일을 시키는데 있어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으리라 생각해서이다.
현충원 외곽의 담장이다. 현충원의 아침 운동 코스는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 정문이나 별도의 문을 통해 현충원 안에 들어가는 운동하는 방법과 저렇게 담장을 끼고 도는 방법이 있다. 필자는 후자를 택하여 아침마다 이 길을 돈다. 숙소 지하에 헬스와 골프연습장이 있어 무료이용이 가능하지만 이 곳을 택한것은 기왕에 아침의 맑은공기와 건강, 그리고 호국영령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현충원 가까운 곳에서 빌어보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군부대와 주요시설에 쓰여 있는 접근금지등의(↑) 표시는 아주 익숙하지만 (↓) 부분의 "무아 : 無我" 라는 글씨는 낮설기만 하다. 그러나 이곳은 조국과 민족을 위해 나 자신을 초개와 같이 던져 산화한 젊은이들의 집이 아닌가. "無我" 라....
시금치라는 풀이다. 이 이름이 전국적으로 통용이 되는건지, 필자가 자란 충청도 일부지역에서만 불리웠던 이름인지는 모른다. 다만 한 동네 사는 기라성같은 선배, 형들(초등학교 중, 고급학년)이 그렇다면 그건 시금치인 것이다. 이 풀을 뜯어 입에 넣고 씹으면 신 맛이 난다. 아, 신맛이 나서 시금치인가보다 라고 생각했는데 어느날 이 시금치 때문에 혼란이 시작 됐다.
초등 몇 학년 자연책인가에 '시금치'라는 것이 자주 나오기 시작했다. 비타민 뭔가가 많고 뭔가가 좋다는 그런 말이었다 . 사실 필자가 사는 마을엔 정식 시금치 농사를 짓지 않다보니 시금치의 구경조차도 못하고 그저 저 위의 시금치를 말하는 줄 알았는데 저 풀의 가치가 책에 나올, 그 정도의 풀이라는 것이 늘 날 헷갈리게 했다. 나중에보니 저건 그냥 풀에 불과했고 김밥에 넣어먹는 나물 시금치가 따로 있다는 것을 깨닫긴 했지만...
아까 지나갈 때만해도 딱 한 송이가 피어 있었는데 돌아 올 때 보니 한 송이가 더 피어 있다. 난, 저 나팔꽃을 보면 시상 (詩想) 이 떠오른다. " 아빠가 매어 놓은 새끼 줄 따라..." , "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 마는 나팔꽃 같은..."
출발지에서 1.7 키로미터 떨어진 후문이다. 이 잡설 코너 146번 글에 " 동작동 국립묘지 터 " 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거기에 나오는 '금계포란' 과 '배산임수' 의 꼭대기 부분에 가까운 정수리 쯤의 위치인 듯하다.
안으로 들어서면 저렇게 나무가 우거져 있다.
한 생명의 꽃을 차마 피워보기도 전에 젊디나 젊은 목숨을 던져 산화된, 이 곳에 묻힌 수 많은 순국선열들은 무슨 안타까움이 그리도 많아 담쟁이 넝쿨이 되어 저렇듯 칭칭이도 나무를 감아 대는지...
산을 내려오다 숙소(아크로 리버) 인 오피스텔이 보이는 저 근처에서 언제나처럼 전화를 한다. "아주머니, 콩나물 해장국 하나요..."
언제나처럼 콩나물 해장국은 저렇게 대기하고 있으며 앞의 T.V 에서는 언제나 아침 7시 뉴스가 흐른다. 뉴스가 식사와 함께 끝나며, 길 건너편에 있는 숙소에 들어와 샤워를 하고 상쾌한 마음으로 출근준비를 한다.
첫댓글 중국에 함께하지 못해 미안 합니다. 건강하게 좋은 추억 많이 가져 오십시요.
예. 함께 못가 못내 아쉬웠습니다.
이번에는 포크레인=백호우로 퍼 갑니다..ㅋㅋ
오랜만입니다. 가을 정어가 살이 올랐답니다.
서울생활에 잘 적응하고 제가 좋와하는 아침운동을 하신다니 더욱 반갑네요..
장단장님의 정기가 그렇게 이끌은 것 같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