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자전 아름다운 기부 대물림
고액기부자 모임, 아너소사이어티 최초 부자(父子)회원 탄생
류시문 기부자 아들 류원정씨 1억원 기부, 50번째 아너 가입
○ 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이동건?이하 공동모금회)에 아너소사이어티 류시문 기부자(62)의 외아들 류원정씨(26)가 50번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한다. 류원정씨는 9월 29일 오전 10시, 아버지 류시문 기부자와 함께 서울시 중구 정동 사랑의열매 회관을 방문해, 1억 원을 전달하며 1억 원이상 개인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어티 회원가입식을 가진다.
○ 현재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는 류원정씨는 이미 수억원을 기부하고 남은 재산은 기부약정을 통해 평생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아버지 류시문 회장 아래서 돈보다 귀한 것을 물려받았다. 2008년 아너소사이어티 2번째 가입자인 류시문 한맥도시개발 회장의 아들 류원정씨는 아버지의 재산기부로 늦둥이 손자가 걱정된 할머니가 증여한 1억원을 다시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올해로 여든여덟이 된 할머니는 평생을 근검절약하며 자식이 준 용돈과 폐지를 모아 만든 귀한 돈이지만 손자의 이 같은 결정을 존중하며 최종 허락했다. 이로써 류시문 회장의 일가는 대에 걸쳐 의미있는 나눔을 실천하게 되었다. “사람이 사람같은 대학이 일류대학이다”는 류시문 회장의 조언에 따라 일반 대학에 떨어진 후 꽃동네대학에 입학하며 \\'고귀한 나눔\\'을 먼저 배운 류원정씨는 아버지처럼 스스로 자수성가하여 훗날 사회적기업을 경영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버지 류시문 회장은 불편한 귀와 다리 장애를 극복하며 가난을 이기고 자수성가하여 현재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초대 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 류원정씨는 본인이 기부한 1억 원을“저소득 가정의 대학 등록금과 장애인 복지를 위해 쓰고 싶다”며 “현재 학생이라 경제적 사정으로 배움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을 보면 돕고 싶었다. 그리고 장애가 있는 부모님과 친척 중에도 거동이 불편한 분이 있어 장애인 복지에 관심이 많았다. 장애인들이 우리 사회에서 불편함 없이 살 수 있었으면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 한편, 서울 공동모금회에서는 기부자의 뜻에 따라 류원정씨의 기부금을 장애인 복지와 저소득 가정의 대학 등록금지원에 사용할 예정이다. 박성중 사무총장은“ 평생 근검절약을 통해 이뤄온 재산을 기부하고 후대에 기부정신을 유산으로 남기는 류시문 회장 일가의 모습에 진심으로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또한 아버지의 뜻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류원정 기부자에게 격려를 전하며 대를 이은 나눔의 문화가 널리 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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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아! 사랑하는 아들아!
오늘은 참 의미 있는 날이구나. 초창기 아버지가 걸어왔던 ‘아너소사이어티’의 길을 아들인 네가 당당하게 뒤따라 오는 것을 보고, 사실 아버지만 느끼는 감동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그만큼 자기 절제가 필요하고 사회적인 임무도 더욱 커질 것이고, 무엇보다 네가 가지고 있는 능력 이상으로 너에게 기대하는 이웃들이 많이 생길것이고, 그것을 적절히 수습하지 못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너의 딱한 처지이다.
아버지가 선배로서 경험에서 느낀 점이다. 그러나 이것은 명예를 소중하게 여기는 ‘아너소사이어티’ 회원만이 가지는 숙명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처음 네가 할머니께서 주신 돈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했을 때, 사실 아버지는 당황했다. 아버지가 하니까 네가 별 생각 없이 쉽게 하는 것 같아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너의 은사님과 목사님 그리고 선배들과의 의논을 권유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생활의 첫걸음은 밑천이 든든해야된다는 이야기를 하곤하지만, 아버지의 재산은 혈육의 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회적 목적에 의해서 앞으로 쓰여진다를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네가 그런 결정을 했다니 말이다.
그러니까 15년전 네가 초등학교 4학년 시절, 그 당시 유행했던 런닝셔츠를 입고 싶어 하던 너를 데리고 8월 작렬하는 뙤약볕 아래 아침 9시부터 영등포 시장에서 동대문 시장, 백화점, 전문점을 헤매도 찾지 못하고 결국 저녁 6시에나 문정동 로데오 거리에서 그 옷을 마침내 살 수 있었던 일을 너는 기억할 것이다. 우리 부자는 물에 빠졌다 나온 사람처럼 땀에 뒤범벅이 되어 서로 겸연쩍게 웃은 적이 있었지.
그때 붉게 물든 석양노을에 너는 그 런닝셔츠를 흔들며 "아버지 오늘 이거 하나 살려고 저를 이렇게 따라 다니셨어요?"라고 물었지. 그때 아버지는 비록 네가 어리지만 "너의 선택을 존중해 주기 위해서이다"라고 말한적이 있었다. 사실 아버지는 오늘 같은 소중한 날이 있으리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그것도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말이다. 네가 자신을 비우고 이웃을 먼저 섬기는 아너소사이어티 정신을 이어가는 가장 어린 회원이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원정아!
할머니의 고마움을 잊지 말자. 너에게 물려준 그 돈을 생각할 때 아버지는 목이 메인다. 우리가 살고 있었던 연립주택 뒤 빈터에 자꾸만 높아져 가는 폐지가 새벽 잠길 쫓으며 할머니가 모아 온 것임을! 그것은 눈비 찬바람을 뚫고 모아 온 것임을! 어둠속에 찔린 손바닥엔 피가 맺히고 손톱 빠진 손으로 모아온 것임을! 그 폐지를 팔아서 마련한 돈이다. 오늘 너의 이 기부금은..
원정아! 사랑하는 아들아!
할머니의 숭고한 정신과 우리가 지금 이루어가는 "아너소사이어티" 정신은 단순히 가난한 이웃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는 것으로만 생각해서 안 된다. 빈곤을 벗어나게 하는 일은 자유에 관한 일이다. 우리는 그간 인류가 피 흘려 쟁취한 자유를 지키기 위한 위대한 행렬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곤궁한 사람은 자유인이 아니다. 진정한 개인의 자유는 경제적인 안정과 독립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오늘의 이 결정이 우리 사회를 순화시키는 작은 걸음이 되어서 서로 사랑하고, 화합하는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어 가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굳게 믿는다.
아들아, 장한 내 아들아!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이 말을 너에게 꼭 전하고 싶다.
"더 겸손해라, 더 절제해라, 더 근면해라!"
2011.9.29
아직도 세상이 잠든 새벽에 아버지가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