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은건지는 모르겠지만 제 기억속의 서울세계불꽃축제때에는 비가 오지 않았습니다. 신종플루나 북핵문제로 행사를 건너뛴적은 있어도 비가 온적은 없는것 같네요. 불꽃축제의 행운이 저에게도 생겼습니다.
이벤트 당첨되어 받은 불꽃좌석권. 중간고사 끝난 여조카랑 함께 가다
운이 좋게도 한화데이즈 라는 한화블로그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서 불꽃 좌석을 받게 되었습니다. 좌석에 앉아서 보는 돈주고도 살 수 없는 기회이죠. 하지만 사진을 찍을려면 63빌딩을 배경으로 해야 그림이 좀 멋지게 나오기에 여의도가 아닌 강 건너인 이수한강지구에서 사진을 찍어야 잘 나오기에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까 했습니다
그런데 10월 주말에는 다들 약속들이 있네요. 잠시 쉬고 있는 사촌동생에게 전화해도 약속이 있다고 하고 외숙모, 외삼촌도 못가신다고 하고 어머니도 등산약속있다고 해서 못간다고하고.. 좀 황당스럽더군요. 아니 이런 좋은 기회를 왜 다들 마다하지? 마다한다기 보다는 불꽃축제 하기 3일전에 전화를 했으니 다들 선약이 있었던 거네요.
그러다 중간고사 영어와 수학을 망친 중1 여조카가 생각났습니다. 집중력이 없고 까불거리기나 하고 약속도 안지키는 여조카.그런 여조카의 성적에 한소리 했습니다. 앞으로의 5년이 니 인생의 반을 결정할 수 있다는 협박어린 말을 툭하고 모르게 내 뱉었습니다.
사실 그게 맞는 말이지만 그 말이 협박조로 말한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는데 조카가 얼굴이 굳어지는것을 보니 더 마음이 아프네요. 뭐 겨울방학때 삼촌이 영어 수학을 챙겨주겠다고 달랬는데요. 혹시나 하고 전화로 불꽃축제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번 주 토요일날 불꽃축제 하는데 명당자리인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어 갈래" "응 나 불꽃축제 보고 싶어 오전에 친구 생일 잔치 있어서 거기 갔다가 가면 안될까?"
신뢰성이 좀 없는 조카라서 반신반의 했습니다. 정 안되면 나 혼자라도 가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워낙 약속을 잘 안지키고 나중에 약속 안지켰다고 화를 내면 그때서야 약속이 생각난다면서 미안한 표정을 짓습니다. 주의력 때문인지 뭘 잘 까먹네요
그래서 50%만 믿었습니다. 금요일 밤에 다시 확인하고 토요일 오후 4시에 독산역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군것질거리와 음료수와 카메라, 삼각대등을 챙기고 토요일 오후 4시가 되길 기다리는데 아주 정확하게 조카가 전철역으로 왔습니다. 신기했습니다. 아니 니가 약속을 칼 같이 지키네. 어디 놀러간다고 하면 항상 찡찡한 얼굴로 짜증내면서 출발하던 모습은 없었습니다.
오후 5시가 넘은 5호선 여의나루역은 엄청난 사람의 물결로 넘실거렸습니다. 이것도 하나의 눈요기꺼리네요. 대부분 젊은 남녀들이 많이 보입니다. 20대는 삶 자체가 불꽃같이 활활 타는 열정이 가득한 나이대 이기도 하죠
잔디위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돗자리를 깔아 놓고 휴식과 음식섭취를 하고 있습니다. 조카가 생일잔치에서 스파게티를 먹었다고 하는데 저녁에 춥고 배가 고플것 같아서 행상하는 아주머니에게서 김밥 한줄을 샀습니다. 맥주와 기타 필요한 것을 챙겼습니다. 김밥은 생각보다 저렴해서 놀랬고 맥주는 예상대로 비싼 가격을 받더군요.
행사장을 가는데 한화솔라체험존이 있어서 잠시 들렸습니다. 한화가 신성장사업으로 '태양광'사업에 진출했는데 그 태양광 전기발전에 대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 입니다.
포토존, 솔라카레이싱,사진액자 인화서비스, 무료로 팝콘과 차도 주고 다양한 이벤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다리 밑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네요. 좌석권을 받은 후 약 30분을 기다린후 불꽃좌석이 있는 곳에 들어 갔습니다.
강건너편은 사진찍기에는 여의도보다 좋습니다. 그 이유는 63빌딩이라는 듬직한 병품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행사를 할때 는 강건너까지 음악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그냥 펑펑 터지는 소리만 들리죠. 그래서 무슨 음악이 나오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여의도에서는 이런 대형 스피커가 있어서 음악와 함께 불꽃을 들을 수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불꽃이 막 터지는것 같지만 음악에 맞춰서 춤을 추듯 터집니다. 다 연출을 하는 것이죠
행사가 시작될려면 2시간이나 남았는데 자리가 텅텅 비었네요. 긴 기다림을 달래준것은 '무한도전'이었습니다. 조카가 무한도전 광팬인데 제 안드로이드폰을 주니 TV시청을 했고 전 카메라 세팅에 들어갔습니다.
바로 옆에는 SBS라디오 공개방송을 하고 있던데 붐이 진행을 하네요. 그리고 아이돌 가수들이 계속 나왔는데 무시했습니다. 하지만 조카랑 나 둘다 좋아하는 교집합인 '아이유'의 노래소리에 가서 보고 올까? 하는 갈등이 생겼습니다. 가서 보고오면 자리 뺕길것 같고 그렇다고 조카만 가서 보고 오라고 했다가 길 잃으면 안되고 참 난감하네요.
그냥 참았습니다. 조금만 참으면 불꽃을 명당자리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요
하늘엔 헬리캠이 떠 있는데 저 카메라를 보고 조카가 고개를 숙입니다. 자의식이 강해졌는지 언제부터 카메라를 피하더라고요. 이 날 불꽃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 한장 찍어줄려고 했는데 한사코 싫다고 하네요 헬리캠이 자신을 찍는다면서 초상권 어쩌고 하길래 걱정말라고 했습니다. 너 머리통만 보인다고 달랬죠
무한도전의 '무한상사'편을 낄낄거리면서 보는 조카랑 닭을 뜯으면서 생맥주를 한사발 들이키니 풍류가 따로 없습니다. 다만 너무 많이 마시면 사진 찍는 것도 힘들어지고 화장실 문제도 있기에 작은 캔 하나만 먹었습니다. 약간의 취기아래 저녁빛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둠의 장막이 서서히 등장을 하자 드디어 김범수 전 아나운서의 멘트와 함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고 축포가 터졌습니다.
일본 특유의 세심한 연출력이 좋았던 일본팀
일본팀은 아주 리듬감이 좋았습니다. 클래식음악과 팝송들을 섞으면서 연출을 했는데 소근거리는 불꽃도 있고 축포같은 거대한 불꽃, 사진에 좋은 불꽃과 스마일 불꽃등 다양한 표현력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사람들은 조용하고 작은 불꽃보다 거대한 불꽃을 좋아하죠. 그 거대한 크기에 와~~~ 소리가 동시에 터집니다.
불꽃들은 각가지 색깔로 무장했는데 사진찍기에는 일본팀이 가장 좋았습니다. 화려함은 한국 한화를 따라올 수 없지만 사진 찍기에 좋은 불꽃들이 많고 연달아 쏘는 것도 적었습니다. 불꽃사진은 연달아 불꽃이 터지면 노출 오버가 되어서 보기에는 좋지만 사진에는 좋지 못합니다.
포르투칼팀은 3나라중에 가장 별로였습니다. 사회자인 김범수 전 아나운서도 인정했고 조카도 저도 인정한 부분입니다. 그 이유는 펑펑 크게 터지는 불꽃이 많지 않았습니다. 올드팝을 배경으로 터지는데 색도 위 사진처럼 단색이 많았고요.
좀 조용하고 잔잔했습니다. 오히려 올드팝이 듣기 더 좋았는데 조카에게 물어보니 하나도 모르겠다고 하네요. 그럴수 밖에 없는게 70,80년대 히트 팝송이 나오네요. 마이클잭슨, 조지마이클, 건스앤로지드등의 노래가 나오네요
2011년 서울세계불꽃축제 포르투칼팀 하이라이트
2011년 서울세계불꽃축제 포르투칼팀 풀버젼
그리고 한국 한화팀이 나왔습니다. 한화팀은 초반에 시선을 확 잡아냅니다. 그냥 첫발부터 기관총으로하늘에 총을 쏘듯 엄청난 물량공세로 넋을 놓게 하죠. 다른팀보다 표현력도 좋고 연출력도 좋은데 성우의 음성도 나오고 불새도 날아다닙니다
불새가 나올때는 저도 눈이 커질정도로 놀랬습니다. 하늘에 무선조정으로 나는 비둘기 3마리가 나는데 작년에도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전 처음 보는 관경이라서 셔터를 연신 눌렀네요. 물론 사진에는 가로로 지나가는 빛으로만 나오죠 불새도 놀랐지만 불새에 불꽃을 매달아서 불을 붙이고 나는 모습은 장관이네요. 누구 아이디어인지 박수를 쳐줍니다.
한화팀은 가요와 팝송, 클래식등 다양한 곡과 물량공세로 눈을 아주 즐겁게 했습니다. 또한 가요가 나오다보니 시민들에게 더 큰 호응을 받기도 했고요. 궁금한것은 한화의 표현력이나 연출력등은 상당히 수준인데 세계 불꽃축제 대회에서 입상이나 그런 경력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제 기억으로는 이 '서울세계불꽃축제' 초창기는 3개국 이상 참여해서 심사를 하기도 하고 1등 수상국가를 뽑기도 했는데 요즘은 안하더라고요. 그런것 하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점수를 주자면 홈 어드벤테이지가 있는 한화가 1위고 근소한 차이로 일본 그리고 포르투칼이 3위입니다.
조카에게 KBS와 MBC방송국을 보여주면서 이곳이 방송국이라고 설명도 해주고 무한도전 광팬이라 박명수가 사는 고급 오피스텔 건물도 보여줬습니다.
'아 맞다 여기서 노홍철이 홍카로 택배 배달한 곳이네'하고 좋아하네요. 시험 못봤다고 잔소리를 했는데 그래도 불꽃 보고 맑게 웃는 조카를 보니 천상 아이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불꽃처럼 밝은 학창시절이 되었으면 하네요. 친구도 많이 사귀고 놀기도 많이 놀고 싶은 나이. 공부스트레스가 많은 나이. 그래도 이렇게 멋진 불꽃쇼 보고 그 스트레스 풀었으면 합니다. 내가 찍은 불꽃사진을 카카오톡으로 보내주었더니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기 바쁘네요.
동영상도 링크해서 보내줘야겠습니다. 카카오톡으로 조카가 시험 못봐서 속상했는데 불꽃보고 우울증 날렸다고 하네요. 불꽃보다 더 밝은 메세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