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 만세운동 천안 아우내장터 순대촌 변신
유관순(柳寬順·1902∼20) 열사가 목이 터져라 만세를 불렀던 천안 아우내장터가 ‘순대촌’으로 변신했다. 30여 개나 되는 순댓집이 들어섰고, 업소마다 하루 300~400명이나 되는 손님이 전국에서 몰려오고 있다.
지난 12일 충남 천안시 병천면 병천리 아우내(병천)장터. 아직도 1, 6일 5일장이 활발하게 서는 곳으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던 뜨거운 함성이 메아리치는 듯했다. 그러나 지금은 역사의 현장보다는 순대촌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곳이다.
시장 밖 상록리조트로 향하는 길 양편의 순대촌에 들어서자, 크고 작은 간판이 어지럽게 내걸려 있었고, 평일임에도 일대 식당엔 어느 곳이나 손님이 꽉 들어차 있었다. 고급 승용차를 타고 온 중년부터 삼삼오오 친구들끼리 짝을 지어 시내버스에서 내리는 노인에 이르기까지 손님도 각양각색이었다.
병천순대의 역사는 5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60년대 초 아우내장터에서 원조격인 ‘충남집’(주인 이정애)과 ‘청화집’(이경란)이 장이 설 때마다 상인과 손님들에게 국밥을 말아 판 것이 시초라고 전해진다. 이후 몇 집이 더 생겨 5~6개의 식당이 영업을 했다. 그러다가 90년대 초반 순댓집이 급격히 늘어났다.
“경부고속도로 목천IC에서 10여분이면 올 수 있어 교통이 편리합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시설 기관이 들어섰고, 이들에 의해 입 소문이 퍼진 것이죠.”
사실 순대촌에서 자동차로 30분 이내 거리의 큰 기관만 대충 들어도 독립기념관을 비롯해 한나라당 중앙연수원, 새마을금고 연수원, 복지농도원 등이 있다. 또 상록, 우정, 그랜드, TGV 골프장이 들어서 있는 등 유동인구가 매우 많은 곳으로 꼽힌다.
충남집의 둘째 아들이자 ‘자매집’ 주인인 오호재(42)씨는 “초기에는 한나라당연수원에서 시식회를 열고 언론에 보도자료를 보내는 등 홍보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최근엔 수도권전철이 천안까지 연장 개통되면서 손님이 더욱 늘었다. 노인들이 전철을 공짜로 타는 혜택을 이용, 수도권에서 천안까지 와서 순대 국밥으로 점심을 먹고 바람을 쐬다 돌아가는 것이다.
아우내순대 종업원 김명완(37)씨는 “노인만 하루 수십 명에 이른다”며 “덕분에 점심 때에는 문 밖까지 줄을 설 정도로 손님이 많다”고 웃음 지었다.
하지만 병천순대의 이런 인기는 단순히 지정학적 위치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싸고 맛이 좋기에 가능한 일이다. 먹음직스런 순대와 머릿고기를 듬뿍 얹은 순대 한 접시가 6000원이며 국밥이 4000원이다. 또 순대는 일반 생각과 달리 ‘웰빙음식’이라는 것이 김길연(37·명가현모)씨의 설명이다. 병천순대는 선지에 배추, 양배추, 생강, 양파 등 20종쯤 되는 야채를 고루 섞은 뒤 푹 삶아 만들어 담백하고 고소하다는 것.
‘병천시장순대’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이철환(67·서울시 구로구)씨는 “냄새가 없는 데다 구수하고 담백한 맛에 반해 혼자서도 자주 온다”며 “여기 오는 것이 큰 낙”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선 냉동순대를 공급하는 프랜차이즈 형태의 공장형 대형 순댓집도 생겨났다. ㈜병천아우내식품, 나삶식품, 오가피순대 등은 전국에 각각 50~180개의 체인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천순대협의회’ 손상기(53) 회장은 “저마다 싸면서도 맛있는 ‘명품순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입지여건도 좋아 순대촌으로 더욱 번성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순대촌이 전국적인 ‘명소‘로 떠오르자, 천안시는 총 36억원을 들여 2007년까지 병천4거리~유관순사당 간 약 3㎞ 구간에 만세운동 상징부조물 설치, 순대촌 간판 및 보도 정비 등의 사업을 추진 중이다. 임경환(50) 천안시 문화관광담당관은 “아우내 만세운동 및 유관순 열사 유적지와 순대촌 등을 연계해 훌륭한 관광지로 가꿔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임도혁기자 / 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