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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데이즈] 김은희 - 시놉시스
3일 Three Days
◆ 기획의도
1. 사선(死線)에서..
이른 아침, 세종로 1번지, 청와대로 출근하던 경호관들에게 문자가 왔다.
문자를 따라, 청와대 인근 모처에 도착한 경호관들은
이유도 모른 채, 버스에 탑승했고, 핸드폰은 압수당했다.
왜, 어디로 향하는지 전혀 모른 채, 그들이 몇 십 시간의 비행을 거쳐
도착한 곳은 이라크의 아르빌 이었다.
2004년, 12월 8일 실시된 코드명 ‘동방계획’
대한민국의 원수가 전시상황인 위험지역,
이라크 아르빌의 자이툰 부대를 전격 방문한 극비작전이었다.
그들은 동방계획의 선발대로 미리 자이툰 부대에서 위험요소들을 차단하는
임무를 받았던 것이다.
모든 행사가 기밀이고,
그렇기에 혈관에 흐르는 피에도 보안이 새겨져 있다는 직업.
대한민국의 국가원수를 지키며, 살아있는 방패가 되어야만 하는 그들.
365일중, 집에 들어갈 수 있는 날은 100여일 남짓.
집에서 나올때도 “다녀올게” 라는 말을 아낄 수 밖에 없는
국가안보의 최전선에 서서, 대통령을 지키는 경호관들의 숨겨진 내면을
세밀하게 그려보고자 한다.
2. Three Days
1865년, 4월 14일 밤 10시 13분.
존 윌크스 부스, 포드극장에서 연극 관람 중이던
에이브래함 링컨 대통령을 저격.
1963년, 11월 22일 낮 12시 30분.
리 하비 오스왈드, 미국 텍사스 주 댈라스시 델리광장에서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암살.
1981년, 3월 30일, 오후 2시 25분.
존 힝클리, 워싱턴 힐튼 호텔을 나서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게
6발의 총격을 발사.
1981년, 10월 6일.
이집트 포병 연대소속 장병 6인, 수도 카이로에서 개최된 ‘욤 키푸르 전쟁’
8주년 기념식에서 사열도중, 안와르 엘 사다트 대통령 암살.
1995년 11월 4일 오후 2시.
유태인 과격분자 이갈 아미르, 텔아비브에서 열린 중동평화회담 지지 집회에 참석중인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 저격.
세상을 바꾼 순간들이 있다.
단 1초만 되돌릴 수 있었어도, 죽음을 모면할 수 있었던 대통령들이 있다.
일국의 지도자들의 생과 사는 많은 의미를 가진다.
누가, 왜, 무슨 이유로 위험을 무릅쓰고 그들을 죽였는가..
이 드라마 역시 누군가의 대통령 저격 사건으로 시작된다.
3박 4일의 일정으로 전용별장에 내려간 대통령.
밤 낚시 도중, 울려퍼진 세 발의 총성.
그리고 이후 3일동안 사라진 대통령을 찾고, 저격세력들을 막아야 한다.
3일. 72시간.. 4320분.
그 안에 누군가는 반드시 대통령을 죽여야만 하고,
대통령은 정적들을 제거해야 하며,
경호관은 대통령을 지켜야만 한다.
3일이라는 한정된 시간 속에, 일국의 국가원수를 지켜야만 하는 경호관의
이야기를 긴장감있게 그리려 한다.
3. 원칙을 지키는 사람들..
경호관들은 죽어야 할 때, 죽지 못할까봐 두려워 한다.
그렇기에 365일 죽음을 받아들이는 훈련을 한다.
경호관의 원칙은 대통령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대통령이 설령 몇 십명을 죽인 살인마라 할지라도..
대신 죽을 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경호관은 대통령 대신 기꺼이 죽음을 당해야 한다.
국민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을 지키는 것이 대의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쉬워 보이지만, 쉽지 않은 그들의 원칙.
그렇기 때문에 흔들리기도 하고, 더 쉬운 길을 생각해 보지만,
결국엔.. 돌아올 수 밖에 없는 사람들..
경호관으로서 대통령을 지키는 태경.
경찰로써 죄진 놈들은 잡아넣으려는 보원.
경호실 법무팀으로 저격범들을 잡으려는 차영.
그리고... 조국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국민들 앞에서 한 선서를 지키려는
대통령..
그들을 통해 포기하지 않은 1퍼센트가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꿔나간다는 정의를 보여주고자 한다.
◆ 출연인물
1. 바람소리도 놓치지 않는다. 경호실 선발대 한태경 (30대 초반)
애국가만 들으면 가슴이 찡해지고,
태극기를 향해 경례를 하면 기어이 눈가가 시뻘개 지곤 하는 남자.
안중근과 유관순을 아버지 다음으로 존경하는 남자.
못 말리는 애국심을 가진 이 남자는 청와대 경호관 3년차, 한태경이다.
경호관 중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짐승 같은 감과 징글징글한 집념으로
후진이라곤 없는 에너자이저. 자신이 감이 옳다고 판단되면 누구 말도 듣지 않고 무조건 밀어 붙이기에 ‘꼴통’이라는 별명이 있다.
얄밉게도 대게.. 태경의 감이 옳고, 심지어 사격과 무술 등
모든 훈련과 테스트에서 항상 상위 1%를 유지하기에 ‘괴물’로도 통한다.
어렸을 적엔 몸이 약해 아버지의 걱정을 샀었다.
어머니가 세 살 때 세상을 떠나고, 태경마저 잔병치레가 잦자
아버지는 이런 태경을 데리고 직접 태권도장을 찾았다.
경제학과 교수로 아무리 바쁜 일정이 있더라도,
태경과 함께 태권도를 하는 날은 잊어본 적이 없던 다정한 아버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자,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던 아버지가
늦은 밤, 세상이 끝난 것처럼 우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었다.
어렸을 적 일이라 그 이유는 알지 못했지만, 그 날 태경은 다짐했다.
이젠 자신이 아버지를 지켜드려야 겠다고.
그만큼 강한 남자가 되고 싶다고.
이후 타고난 승부욕으로 태권도 청소년 국가대표까지 지냈고,
너무 건강해진 탓에 넘치는 힘과 정의감을 주체 못 하고 오지라퍼가 되기도 했다.
대책 없이 소매치기를 쫓고, 자살하는 사람 살리겠다고 강물에 뛰어들고,
왕따 학생 구하려다 10대 1로 싸움이 붙는 등
죽을 뻔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누군가를 지키고, 보호하는 걸 천직이라고 생각하며 자란 태경은
자연스럽게 청와대 경호실의 경호관이 되었고, 한 번도 흔들려 본적이 없었다.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진..
이동휘 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청와대 경제 수석으로 일하게 된 아버지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이다.
대통령의 행사 도중이었다.
결국.. 태경은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켜 드리지 못했다.
하나뿐인 가족마저 잃어버린 슬픔을 채 추스르기도 전,
단순 교통사고 인 줄 알았던 아버지의 죽음에 이동휘 대통령이,
그리고 아직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음모가 숨겨져 있다는 걸 알게 되고..
태경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게 된다.
“나는 왜... 대통령을 지켜야 하는가.
대통령은.. 내 목숨을 걸고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가.”
태경은 아직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경호관으로서의 본능으로,
위험에 처한 대통령을 지켜 내기 위해 쉼 없이 뛰고 달린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만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기에...
2. 서조분소 순경 윤보원 (20대 중반, 여)
“세상에 작은 일은 없다. 모든 사건은 작은 불씨에서 시작되므로..”
“영식이 할머니! 제발 밑장 좀 그만빼요. 나가리 나가리!!”
작은 농촌 마을 서조리. 역시나 아주 작은 서조분소 당직실에서는
오늘도 치열(?)한 화투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잔뜩 흥분해 나가리를 외치는 앳띤 얼굴의 그녀는.. 나름 경찰이다.
마을에서 유일한 경찰인지라 시시때때로 농사일을 돕는 것은 기본!
집 나간 암소 찾기, 고추 서리범 잡기, 농기계 고치기 등등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짠~하고 나타나는
서조리의 홍반장, 아니 윤반장이 보원이다.
보원과 치는 화투가 세상에서 제일 재미지다는 외로운 시골 노인네들을
상대로 가끔 잔돈푼 잃어주는 것도 그녀의 일이다.
그녀의 전적은 화려하다.
이혼한 부모님 대신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를 고생시키기 싫어서
중학교 때부터 시작한 알바가 지금까지 무려 50여가지.
신문 배달, 마트 계산원, 호프집 서빙, 텔레마케터, 예식장 도우미, 하객 대행, 놀이공원 코끼리 인형, 신문 배달은 물론. 상자 접기, 봉투 붙이기, 십자수 놓기, 종이학 접기 등등 각종 부업까지 섭렵했다. 매년 2월이면 입학식과 졸업식 장에서 즉석 사진을 찍어주고 꽃을 파느라 정작 자신의 졸업식 사진은 없을 정도다.
그녀의 심장은 뜨겁다.
경찰이 되기 전부터 집어넣은 잡범들만 한 트럭.
성추행범, 소매치기, 학교 폭력범들을 친히 주먹으로 응징해 경찰서로 인도했다.
동네 비행 청소년들은 그녀를 ‘청수여고 피바다’라 불렀고,
아직까지도 그녀를 마주치면 기겁하며 도망가기 바쁘다.
그런 그녀가 경찰이 된 건 어쩌면 운명 같은 일.
작은 시골마을로 발령 받았지만,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
세상에 작은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작은 마음가짐이 있을 뿐..
두 대의 차량이 도로를 위험하게 질주 중이라는 사소한 신고에도,
화투판을 엎고 서둘러 제일 먼저 출동한 것도 그 때문이다.
막상 출동해 보니 상황은 심각했다. 추격전을 벌인 흔적이 역력한 현장엔,
차 한대가 가드레일을 박고 멈춰 있었고, 다 죽어 가던 운전자는 뒷좌석에 있는 노란 서류봉투를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정신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상부로 넘어간 이 사건이 유야무야 마무리 되는 걸 목도한다.
사망한 운전자가 보원에게 당부했던 노란 서류 봉투가 사라진 것은 물론
단순 졸음운전으로 급히 케이스 종료가 된 것이다.
윤반장 윤보원이 이 일을 그냥 넘길 리 없다!
결국 서울까지 올라가 사망한 운전자 한준석의 아들, 한태경을 만나게 되고
태경과 함께 진실을 파헤칠수록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간다.
실타래처럼 엉킨 사건 속에서 보원이 잡고 있는 것은 겨우 작은 실마리 뿐,
하지만 모든 일은 작은 불씨에서부터 시작된다.
사소한 일이란 없다!
결코, 포기도 없다!
3. 조국은 비즈니스다, 대한민국 대통령 이동휘 (50대 중반)
“여러분! 저는 신이 아닙니다.
보리빵 네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여러분 모두를 먹여 살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분들에게 튼튼한 일자리를 드릴 수는 있습니다!”
대선 후보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연설을 하던 시절,
경제 대통령을 강조하던 동휘의 단골 멘트였다.
타고난 달변가에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 젊고 스마트한 이미지 까지..
동휘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늘 이기는 삶이었다.
찢어지게 가난한 시골에서 가진 것 없이 태어났지만, 천부적인 자질도 함께 물려받았다. 타고난 능력을 담보로 치열하게 위를 향해 오르고 또 올랐고, 이기고
또 이겨냈다.
재신 장학생 출신으로 하버드 경제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거대 다국적 기업의 경제 컨설턴트로 활약했다. 거액의 연봉, 같은 하버드 출신의 부인..
남들은 성공한 그의 삶을 부러워했지만, 그의 야심은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그의 마지막 꿈은 대한민국을 담보로 건 일생일대의 비즈니스.
그렇다 그의 꿈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다.
그리고 그는 국내 재계 1,2위를 다투는 재신 그룹까지 등에 업고서,
결국 세종로 1번지.. 대한민국 권력의 정점, 청와대에 입성한다.
하지만 집권 2년 차인 현재..
자신의 어두운 과거가 발목을 잡았다. 연일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불거지면서
이동휘 정부의 도덕성은 도마에 올랐고,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지지율로 집권 이후 최대의 위기에 몰려 있는데..
그의 곁에는 이제 아무도 남지 않았다.
언론도, 국회도, 여당도 심지어 국민들도 그를 버렸다.
그리고 심지어 그가 숨겨왔던 치욕스런 과거까지 드러나면서
모두들, 그에게 대통령직을 내려놓으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그는 그럴 수 없다. 마지막 한번...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써,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자신의 목숨을 해할 ‘자충수’ 일 지라도..
4. 경호실의 브레인 경호실 기획실 행정법무팀 이차영 (20대 중반)
차갑고 이지적인 외모, 냉철한 판단력과 필요 이상의 말은 하지 않는 시크함.
차분하고 진중하며 책임감이 강하다.
검도장 관장인 아버지와 줄줄이 오빠 셋에 막내딸로,
어려서부터 남자들과 지내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아버지와 오빠들을 따라다니다 보니 못하는 운동이 없게 되었고,
자연스레 진로에 대한 관심사도 보통의 여자들보다 폭이 넓어졌다.
오빠를 따라 육사에 진학하고 싶었으나, 시험 날 컨디션 난조로 낙방.
이후 법학과에 진학해 다양한 진로를 고민하던 중 경호관이라는 직업을 알게 된다.
사명감을 가지고 무언가 하나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것도,
안정적인 공무원이라는 것도 매력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체력 하나는 자신 있었기에 별 무리 없이 체력 훈련도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경호관에 합격해 선발대로 훈련을 받다 보니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컸다. 책임감 하나로 이 악물고 버티던 중 사격 훈련 중에 오발사고를 일으킨 차영. 태경의 빠른 대처가 없었다면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 한 사고였다. 이후 차영은 훈련 때마다 잦은 실수가 이어졌고.. 급기야 이 일이 자신에게 맞는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태경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국 수행팀 업무를 고사하게 된 차영.
오히려 자신을 말렸던 태경을 보면서 내린 결론이었다.
한여름 태양처럼 한 없이 밝고 강한 사람. 돈키호테처럼 앞만 보고 돌진하는 사람.
0.0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통령을 향해 날아드는 총알을 대신 맞을 수 있는 사람..
태경 같은 사람이 수행팀에 어울리는 성격이었다. 태경과 다르게 행동보다는 이성이 먼저 발동하는 차영은 미련 없이 자신에게 더 어울리는 행정 법무팀으로 옮긴다. 그리고, 대통령 경호의 밑그림을 기획하는 업무에 만족하고 있다. 법학 전공도 활용 할 수 있고, 차분하게 행사를 분석하고 미리 문제점을 막는 일에 대해 성취감이 크다. 멀리멀리 돌아 드디어 자신의 자리를 찾은 기분이다.
그러던 중 벌어진 대통령 계란 투척 사건.
사건을 조사하면 할수록 점차 그 사건에 의문을 갖게 된다.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끝도 없이 펼쳐지는 비밀들..
누구 하나, 결코 자기 자신도 믿을 수 없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차영은 거대한 밑그림을 그려 나간다.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위험에 빠진 태경을 돕기 위해..
5. 권력의 2인자, 청와대 비서실장 신규진 (40대 중후반)
평범한 집에서 태어난 타고난 노력파.
‘넌 안돼’라는 소리를 수없이 들었지만, 코피 터지게 공부하면서 결국 그가 이루고자 하는 일들을 이뤄왔다.
바득바득 노력해서 꿈의 대학이라는 하버드에 입성했고, 졸업생 행사 때 동휘를 만났다. 규진의 인생을 뿌리채 흔들어 버린 동휘 와의 만남... 그 이후 규진은 무너졌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길 수 없는 천재가 동휘였던 것이다.
머리 뿐만 아니라, 세련된 매너, 자신에게는 없는 카리스마를 가진 동휘를
질투하면서도 동경했고, 좌절하면서도 그의 곁을 떠날 수 없었다.
그렇게 그와 함께 한 10년.. 동휘가 대통령이 되자, 규진도 자연스럽게 비서실장이 되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를 보좌했다.
만년 2인자 소리를 들었지만.. 참고 참았다.
그런데, 동휘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집권 2년차에 접어들 즈음..
동휘가 점점 변해감을 느꼈다.
떨어지는 지지율 때문에? 언론들의 비난 때문에?
이유야 어찌되었든, 규진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동휘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무슨 계획을 준비 중인지.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단 한번에 해결할 묘책을 위해,
그의 머릿 속에선 지금 새로운 플랜이 펼쳐지고 있다.
그의 인생을 다시 한번 바꿀 수 있는 플랜이...
6. 경호실장 함봉수 (40대 후반)
육사 출신 소령으로 복무하던 중 동해로 침투한 간첩 소탕 작전에 투입,
당시 사건으로 많은 부대원들을 잃고 회의감에 빠져 자진 전역했다.
하지만 나라를 위해 일했던 자부심만은 저버릴 수 없어
국가 원수를 지키는 청와대 경호실로 들어왔고,
이후 타고난 리더쉽과 명석한 두뇌, 빠른 판단으로
경호관으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인 경호실장이 되었다.
투철한 애국심과 강인한 정신력으로
20년이 넘는 동안 대통령을 지켜 온 경호실의 살아 있는 전설.
태경을 비롯한 후배들에겐 경호관으로서 가야 할 길의 나침반이자,
어떠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굳건한 멘토이다.
가슴 한 켠엔 과거 부대원들을 잃었던 아픈 상처를 아직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쳤으므로
그들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았노라, 자랑스러운 죽음이었노라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적어도 배후에 도사린 무서운 진실을 알기 전까지는..
◆ 줄거리
2014년 2월 5일, 오후 9시 30분, 대통령 전용별장 청수대 인근.
칠흑 같이 어두운 숲 속.
번쩍이는 섬광과 거칠게 쏟아지는 빗줄기 사이로 어둠을 뚫고 숨가쁘게
달려가는 한 남자가 있다.
컹컹! 멀리서 탐색 견들의 흥분한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한 무리의 구둣발 소리가 바짝 남자의 뒤를 쫓는다.
절박하게 숲 속을 달려가는 남자의 위로
다시 한 번 번쩍! 섬광이 명멸하고...
그제야 보여 지는 얼굴, 태경이다.
청와대 경호실 경호관 한태경.
3년 전 경호실에 들어와, 365일 내내 대통령을 보호하며 대통령을 대신해서
죽기 위해 살아왔던 그가..
지금은 대통령 살해 혐의로 쫓기고 있다!
..
...
....
......
2014년 2월 2일, 장례식장
3일전, 상복을 입은 태경은 아버지 한준석의 영정사진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경제학과 교수였던 준석은 이동휘 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몇 달 전부터
비서실 경제수석으로 재직중이였다가, 일주일 전 휴가 중 일어난 교통사고로
결국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러나 태경은 계속되는 대통령 행사 때문에 혼수상태에 빠진 아버지의 병상도, 아버지의 마지막도 함께할 수 없었다.
엄마가 돌아가신 뒤, 유일한 가족으로써 태경의 옆을 항상 함께 하셨던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든 태경앞에 어떤 여자가 찾아온다.
앳띤 얼굴이지만 눈빛만은 날카로운 인상의 보원(20대 후반, 여).
보원이 건넨 명함엔 서조분소 순경 윤보원이라고 적혀있다.
보원은 아버지가 왜 연고도 없는 곳을 간 건지, 요즘 불안해 보이진 않았는지를
묻는데.. 아버지 사건 담당도 아닌 분이 그건 왜 묻냐는 태경의 말에
보원은 의외의 이야기를 꺼낸다.
“관할서 교통조사계는 아버님 사건을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했더군요”
“아닙니까?”
“....혹시 건네받으신 유류품 중에 노란 서류봉투 없었나요?”
분명 자신이 차 안에서 봤던 서류봉투가 증거물 목록에선 사라져 있었다며,
아버지에 대해 무언가 생각나면 연락 달라며 장례식장을 떠나는 보원.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이는 태경이었다.
아버지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에 경황이 없어서 도대체 아버지가 왜 그곳에
갔는지 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서조리에서 청주방면 00번 국도.
그 근처에 아버지의 친구도 찾아갈만한 친척도 없다.
왜.. 아버지는 그곳에서 사고가 난 걸까..
아버지의 죽음에 일말의 의심을 가지는 태경.
아버지의 시신을 화장하고 어머니의 납골당에 함께 모신 뒤,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오자 태경의 의심은 확실해진다.
거실 책장이며 서랍들이 모두 열려있고, 물건들이 뒤죽박죽이다.
누군가 뭔가를 찾아 집안을 뒤진 흔적들..
불현 듯 보원이 한 말이 떠오른다.
“저는 아버님이 단순 사고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태경은 서재를 정리하며 없어진 물건들을 확인하기 시작하다가, 컴퓨터의 최근 열어본 파일 목록을 살펴보는데.. 실행시간이 불과 몇 시간 전인 파일을 발견한다.
경로는 USB... 누군가 집에 침입해 이 파일을 열어 본 것이다.
파일 제목을 뚫어져라 보는 태경.
‘극비문서 98호’다.
아파트 경비실에 CCTV를 확인한 결과,
수상해 보이는 건장한 체격의 중년 남성을 발견한다.
주차장 CCTV로 남자의 차량번호를 확인하고 남자의 신원확인에 들어간 태경.
의문의 남자는 양대호. 육군 본부 대령 출신이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 이 사람은 아버지가 왜 죽었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당장, 이 사람을 찾아야 한다!
그날 새벽, 결국 양대호의 집을 찾아오는 태경.
그런데, 누군가 양대호의 집에서 나가는 수상한 그림자(이하 안경남이라 칭함)의 뒷모습을 본다.
뭐지? 불길한 생각에 현관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서는데
훅- 코 끝을 스치는 피비린내..
거실 한 쪽엔 양대호가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었다.
놀라서 달려간 태경에게 양대호는 한 마디를 남기고 죽는다.
“.. 2월 5일.. 대통령이 죽습니다..”
D-DAY... 2월 5일 오전 9시 대통령 전용별장, 청수대
대통령 전용 별장 청수대는 대통령을 맞을 준비로 분주하다.
2월 5일, 대통령이 3박4일의 공식 휴가 일정으로 청수대에 내려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경호실과 주둔 부대, 수도경비단과 기무사, 특전사 등 천여명의 경호 인력들로 구성된 바람소리도 놓치지 않는다는 철벽의 경호시스템이 갖춰지는 사이 대통령을 태운 헬기가 청수대로 착륙하고, 수행부장 유건우의 경호를 받으며
이동휘 대통령이 내려선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무표정한 눈빛이다.
젊고 패기만만한 경제 전문가 동휘는 부자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70프로가 넘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대통령에 취임했다.
하지만 취임 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지지율은 10프로대로 추락했다.
자고 일어나면 대통령 관련 비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무능력한 대통령, 사리사욕에 눈이 먼 대통령, 탐욕정부..
그의 2년은 비난으로 가득 찼고, 대통령 비자금과 관련된 특검수사까지 시작됐다.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 나간 시장 행사에서는 되려 계란까지 맞는 수모를 겪었다.
몰릴대로 몰려 외로운 섬처럼 변한 대통령의..
3박4일간의 공식 휴가가 시작됐다.
본관 건물에 도착한 수행팀과 동휘.
수행부장이 눈짓을 하자, 이하 수행팀이 건물의 문을 닫는다.
외부와 차단이 되자... 그제서야 낮게 수행부장에게 묻는 대통령.
“계획대로 진행 중인가요?”
대통령의 질문에 무겁게 대답하는 수행부장.
“정말.. 그렇게 하셔야 겠습니까?”
수행팀을 가만히 바라보는 대통령..
“앞으로 3일.. 그 때까지만 내 뜻에 따라 주세요.”
의자에 깊게 몸을 내맡기는 대통령의 눈빛에는 그 누구도 모를 일생일대의
의지가 담겨 있다.
2월 5일 오전 10시, 서조리 인근의 한 국도.
대통령 전용 별장인 청수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서조리 인근의 한 국도.
국도변에 설치된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11월 28일 발생한 교통사고의 목격자를 찾습니다
연락처 : 서조분소 윤보원 순경 000-0000-0000>
가만히 현수막을 올려다보고 있는 경찰 제복 차림의 보원.
열흘 전, 청주에서 서조리 방면 국도로 차 두 대가 위험하게 질주 중이라는 무전이 보원에게 떨어졌다. 마침 인근에 있던 보원이 현장으로 출동하던 중이었는데..
가까운 곳에서 들리는 엄청난 충돌음. “쾅!! 끼익!!!”
다급하게 현장으로 달려가자, 처참하게 찌그러진 차 안에서 거의 숨이 끊어져 가는 남자가 있었다. 바로 태경의 아버지, 한준석 이었다.
“노란.. 서류봉투.. 봉투를 노릴 겁니다.. ”
하지만, 준석의 사건은 관할서 교통조사계에 의해 단순 사고사로 결론이 났고,
증거물 목록에는 피해자가 말했던 노란 서류 봉투는 있지도 않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보원은 결국 준석의 장례식장까지 찾아가 태경을 만났던 것이다.
현재 보원이 가지고 있는 목격자 증언은 하나 뿐이다.
동네 주민인 할머니가 교통사고 당시 빠르게 질주하는 차량을 봤다는 것이다.
하지만, 번호판도, 운전자도 어떤 확실한 증거도 없다.
그저 되게 크고 시꺼먼 차, 그리고 차 뒤에 나비 그림이 그려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 증언으로는 재수사를 시작할 수 없다.
그렇기에 보원은 계속해서 다른 증거들을 찾으러 다닌다.
이 사건엔.. 분명히 뭔가가 있다!
2월 5일 오후 5시 청와대.
양대호 살해 사건의 목격자로 조사를 마친 태경.
양대호의 집에서 마지막으로 나온 사람이 골목 CCTV에 찍혔을 테니 당장 수배해 보라며 증언 하고 나오자 마자, 청와대로 향했다.
2월 20일, 대통령이 죽는다는 양대호의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려 보안팀장에게
보고하려고 했던 것. 하지만 대통령의 휴가로 모두 자리를 비운 상태.
대신 재래시장 계란 투척 건을 조사 중이던 차영이 태경을 맞는다.
차영은 태경과는 경호관 동기로, 고된 훈련을 함께 했지만
1년 전 경호실 법무팀으로 보직을 옮겼다. 사격 훈련 중 일어난 오발사고
때문이었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는 법이라고 태경이 만류해 보아도
차영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더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차분하고 분석적인 성격으로, 지금은 법무팀 에이스로 불리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 벌어진 계란 투척 사건을 조사해 봤는데.. 수상한 점이 발견됐어.”
며칠 전, 대통령은 떨어지는 지지율을 되돌리기 위해 재래시장 방문 행사를 가졌고, 그 때 어떤 노숙자가 대통령에게 계란을 투척했다. 법무팀인 차영이 그 사건을 조사해보니, 누군가 노숙자에게 계란 투척을 사주하며 돈을 줬다는 것이다.
배후 세력이 있다는 얘기에 놀라는 태경.
대체 누가, 왜??
차영은 태경을 법무팀 사무실로 데려가 한 뉴스 영상을 보여준다.
시장으로 수행팀과 함께 들어서고 있는 대통령.
순간 노숙자가 나타난 듯 카메라가 흔들리고,
주변이 소란스러워 지는 틈을 타 한 남자가 대통령과 악수를 한다.
“이 사람이 계란 투척을 지시했대. 그 사이를 틈타서 대통령에게 악수를 하면서 쪽지를 전달했어. 얼굴만으론 신원 확인이 불가능해. 왜 이런 짓을 했는지, 조사해봐야 할 것 같아. 혹시 현장에서 이 사람 못 봤어?”
차영의 설명을 들으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태경.
화면 속,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는 남자는.. 태경이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누군지 알아.. 이름 양대호, 육본 소속 퇴역대령이야.
오늘 새벽.. 대통령이 2월 5일에 죽는다는 말을 남기고, 살해당했어.”
2월 5일 오후 5시 20분, 청수대.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는 본관의 외곽 경호를 서고 있는 경호팀에게
경호팀 전용 무전망으로 수행부장 유건우의 무전이 들어온다.
“차량번호 서울 나 8911 비표 확인 없이 통과시켜”
이례적이긴 하지만 이전에도 몇 번 있던 일이다.
여당대표나 대기업 총수들과 이런 식으로 비밀리에 만남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비바람 속에서도 운전석에 앉은 수행과장 임건영이 눈에 띈다.
차 안에 탄 손님은 수행팀 외에는 그 누구도 볼 수가 없다.
2월 5일 오후 5시 30분, 청와대.
양대호가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쪽지를 확인해 보는 태경.
<전 작은 슈퍼를 운영하는 시민입니다. 골목 상권을 살려 주십시오.>
겨우 이 쪽지 하나를 전달하려고 계란까지 던지면서 생쑈를 벌였을 리 없다.
쪽지를 뚫어져라 보던 태경은, 쪽지 제일 하단 쪽에 마치 돈 계산을 한 듯 휘갈긴 1250+2005=1807 이란 글씨에 주목한다.
불현 듯 뭔가가 생각난 태경. 다급히 재래시장 당시의 음어집을 구해본다.
1250은 ‘행사현장’이란 음어.
2005은 ‘예정’란 음어.
1807은.. ‘암살’ 이다!
양대호는 대통령에게 암살 위험을 알리려고 했던 것이다!
차영에게는 양대호 사건 수사를 검토해 달라고 부탁하고
청수대로 직접 내려가는 태경.
양대호는 왜 경찰이나 청와대에 알리지 않고 직접 대통령에게 쪽지를 전달한 걸까,
양대호와 아버지는 무슨 관계인 걸까,
양대호를 죽인 범인의 정체는 누구며
그리고.. 극비문서 98호는 대체 무엇일까.
수많은 의문 속에서 확실한 것은 오로지 날카로운 감 뿐이다.
무언가, 거대한 위험이 닥쳐오고 있다.
2월 5일 오후 7시 25분, 청수대 인근.
보원은 제방 도로를 확인하러 가는 도중, 어떤 차와 부딪칠 뻔 한다.
재신 텔레콤 탑차다. 그 차에 탄 두 사람 중 한명은 양대호를 죽인 안경남이다.
긴장한 시선으로 보원을 보는 두 사람이 어딘지 수상해 보였지만, 잡아넣을 만큼 딱히 이상할 것도 없는 상황. 신분증을 확인하고 탑차를 보내 준 후..
뭔가 이상한 감에 뒤를 돌아본다.
멀어져 가는 재신텔레콤 탑차의 뒷문에 새겨진 재신 텔레콤 로고. 삼각형 두 개가 겹쳐져 있는 그 모습이 마치... 나비처럼 보인다!!
한준석 수석 교통사고 때, 수상한 차량을 목격한 할머니가 차에 나비가 그려졌다는
증언을 한 게 떠오르는 보원.
다급히 순찰차에 올라타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 탑차 뒤를 맹렬히 쫓아간다!
그러던 중, 국도 일각에 세워진 탑차를 발견하지만, 차 안은 비워져 있는 상태.
랜턴을 들고 사방을 비추며 운전자를 찾아 나서는데..
산길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곤 걸음을 멈춘다.
전봇대 저 위에.. 무언가가 있다..
이를 악물고 재신 텔레콤 중계기가 설치된 전봇대를 기어 올라가 보는데
중계기 아래, 검고 커다란 물체에서 ‘째깍째깍째깍’ 물체에서 불길한 초침소리가 들린다. 빠르게 줄어드는 카운트다운.
3초...2초...1초... 결국 제로세팅이 되는데..
‘설마... 폭탄?!!’ 보원, 놀라서 바라보는 순간..
검은 물체는 마치 전기가 오른 듯, 파지직 하얀 불꽃을 내면서 폭파(?)하고,
그 충격으로 전봇대에서 떨어지는 보원.
‘뭐지? 폭탄이.. 아니었어?? 그럼 저건 뭐지?’
2월 5일 오후 8시 정각 서조리 산길.
전봇대를 중심으로 순식간에 보이지 않는 강한 전자파가 퍼지면서
하나둘씩 꺼지기 시작하는 가로등 불빛들.
반딧불처럼 가가호호 불이 켜져 있던 서조리 마을의 불들도 하나둘씩 꺼지고..
텔레비전의 전원도 꺼진다.
국도를 달리던 자동차, 순간 시동이 꺼져버린다.
핸드폰으로 통화하던 사람들, 통화도 끊어져 버린다.
전봇대를 중심으로 삽시간에 어둠에 휩싸이기 시작하는 서조리.
그리고 질주하는 어둠이 향하는 곳은.. 대통령이 있는 곳, 청수대다.
2월 5일 오후 8시 정각 청수대.
초소 옆 메인 CP에 이곳저곳의 대원들로부터 무전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한다.
“15초소! 주변지역 정전상황 발생!”
“그늘집. 인근지역 정전상황 발생!”
삽시간에 어둠에 휩싸여 버리는 청수대.
파바박 나가버리는 CCTV, 모든 무전들이 치지직 불통이 되기 시작한다.
모든 전자기기들이 먹통이 된 상황. 비상이다!!! CP가 제 구실을 할 수가 없다.
순간..
“탕!!‘ ’탕!!!”
청수대 부지 내에 울리는 총성.
비바람 속을 뚫고, 너른 호수를 울린다.
그리고 그런 청수대 위로 ‘탕!!!’ 다시 한 번 총성이 울린다.
2월 5일 오후 8시 10분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인 청수대.
갑작스러운 정전, 그리고 총성..
저격을 당한 곳은 대통령이 밤낚시 중이던 낚시터, 그늘집이었다.
대통령을 수행하던 수행부장 포함 수행팀이 모두 사망했다.
원샷 원킬. 모두 정확히 이마를 저격당했다. 그런데..
총성은 세 발. 시신은 두 구. 하나의 시신이 없다.
대통령이 사라진 것이다.
폭죽처럼 쏘아 올려 진 섬광탄에 대낮처럼 밝아지는 청수대 곳곳.
모든 문을 급히 폐쇄하는 경비단,
강한 조명을 켠 탐색선에 올라 호수 곳곳을 살피는 대테러팀,
시커먼 물속으로 뛰어들어 호수 바닥까지 샅샅이 뒤지는 다이버 요원들,
수십 개의 후래쉬 불빛을 반짝이며 어두운 숲 속을 수색하는 경호원들까지..
모두 대통령을 찾고 있다, 그게 시신일 지라도..
2월 5일 오후 8시 20분 청수대 CP
어둠에 휩싸였던 CP에 하나둘씩 불이 켜진다.
검측팀이 예비로 가지고 온 백열등을 연결한 것이다.
대체된 백열등의 강한 불빛 아래, 경호실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모여
급히 상황을 파악한다.
“청수대가 위치한 서조리 대부분이 모두 정전이 됐고,
자동차, 무전기 등 모든 전자 장비들까지 마비됐습니다.
EMP탄에 당한 것 같습니다.”
* EMP(electromagnetic pulse bomb)
전자기 펄스 폭탄. 고공에서 순식간에 강력한 전자기파를 방출, 마이크로칩, 반도체, 회로망 등 모든 종류의 전자기기를 파괴, 전력을 무력화 시킨다.
EMP탄과 죽은 수행팀들의 몸에서 나온 탄환.. 산속에서 발견된 비트.
모든 증거들이 북한을 가리킨다.
북측이 남측 대통령을 시해했다면,
당장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어야 할 만큼 시급한 문제다.
모두들 안색이 더욱 굳어지는데..
그 때 청수대에 도착한 태경은 CP로 뛰어들어온다.
“대통령께선 어떻게 됐습니까? 정말.. 저격이 성공한 겁니까?”
대체 그걸 니가 어떻게 아냐는 듯 의아한 눈빛의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태경은 지금까지 자신이 보고 들은 얘기를 들려준다.
대통령에게 암살 위험을 알리려던 양대호를 죽인 범인을 추적해야 한다.
그가 이 사건을 일으킨 배후세력일 확률이 높다고 이야기 하는데..
들려오는 헬기소리.
청와대 비서실장 규진과 차영이 함께 청수대로 내려온 것이다.
양대호 사건을 수사하던 차영이 수상한 점을 비서실장에게 보고했고,
그 덕분에 이 사건을 알게된 규진이 차영과 함께 내려온 것이다.
그리고 차영은 양대호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와 있었던 일들을 얘기한다.
“그 날 양대호의 집 골목에 설치된 CCTV화면을 확인해 봤는데..
그 집에 출입한 사람은 두 사람..
한 명은 양대호, 다른 한 명은.. 한태경 경호관 이었습니다.
그 외엔, 아무도 찍히지 않았어요.”
놀라는 태경.
그럴 리가 없다. 분명.. 어떤 남자가 집에서 나오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하지만 양대호가 집에서 가져간 USB도 나오지 않았고,
심지어 태경의 집에 양대호가 왔다 간 것도 CCTV에 찍히지 않았다고
얘기하는 차영.
“현재 담당형사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는 사람은..
한태경 경호관입니다. 저격범들과 한패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형사들에게 인계하기 전.. 한태경 경호관을 격리조치 해서 조사해 봐야 합니다.”
태경... 아버지의 장례식때부터 꿈틀거리던 불안감이 점점 커져간다.
뭔가.. 일이 잘못 되고 있다.
누군가.. 사건을 조작하고 있다!
2월 5일 오후 8시 20분 서조리 인근 국도.
전봇대 밑으로 추락했던 보원은 사람들의 두런거리는 소리에 눈을 뜬다.
EMP탄을 수거 중인 남자들.. 바로 재신텔레콤 탑차의 운전사와 안경남..
보원, 그런 모습을 바라보다가 그들의 범행을 보고하고 지원 세력을 부르기
위해, 다급히 서조분소로 돌아가는데..
보원이 사라진 수풀.
안경남, 바닥에 떨어진 무언가를 주워 가만히 바라본다.
<서조분소, 순경 윤보원>
전봇대에서 추락하던 도중 떨어진 보원의 신분증이다!
2월 5일, 오후 8시 22분, 청수대 일각
꼼짝 없이 대통령 저격범과 한패로 몰려, 차영과 함께 조사실로 가던 태경은 생각한다. 누군가, 나에게 누명을 씌우려 하고 있다.
태경이 누명을 벗으려면 대통령을 실제 저격한 범인을 잡는 수 밖에 없다.
그러면, 대통령의 저격사건도.. 그리고.. 아버지가 죽은 이유도 밝혀질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왜 어떤 방법으로 대통령을 저격한 것인가..
그렇게 생각에 잠기던 태경은 경호관 숙소와 낚시터 사이에 놓여진 테니스 코트의 펜스 문이 열렸다 닫힌 흔적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는다.
“누군가 이 문을 열었어. 이 문만 열린다면.. 경호관 숙소에서 낚시터까지,
곧장 직가시 포인트가 연결 돼!
내부에.. 배신자가 있었어. 저격은 내부에서 일어난 거야!”
2월 5일 오후 9시 20분 경호실장 숙소
경호실장 함봉수의 숙소로 들이닥친 태경.
경호실장에게 독대를 청하고 단 둘이 앉아 자신의 추리를 얘기한다.
“비트는 위장이었습니다. 저격은 그 곳에서 일어나지 않았어요!”
“7시 방향에 낚시터를 저격할 수 있는 직가시 지점은 302지점 밖에 없어”
“경호관 숙소도 7시 방향에 있습니다”
“경호관 숙소는 직가시 포인트가 아냐”
“테니스 코트 펜스 문이 열려진 흔적이 있어요. 그 문만 열린다면.. 경호관 숙소에서 그늘집 까지 곧장 저격이 가능한 직가시 포인트가 생깁니다. 사건 당시 경호관 숙소에 있던 사람들을 극비리에 조사해 봐야 합니다.”
고개를 젓는 봉수. 경호실에 배신자가 있을리 없다.
그리고, 지금까지 태경의 추리를 입증할 증거도 없다.
“만약 정말 숙소내부에 저격수가 있었다면, 벌써 총을 없애 버렸을 거다.
호수에 던져버리면 깨끗이 지워져.. 지금 와서 뭘 알아낼 수 있다는 거야?”
말문이 막히는 태경, 머리를 굴려본다.
“뭐라도 남아 있을 겁니다. 작은 증거라도...”
그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귀에 익은 소리.
작지만.. 점점 선명하게 들려오는 소리는.. 빠르게 흘러가는 초침소리다.
태경... 천천히 시선을 돌려서 어딘가를 바라본다.
침대 머리맡에 놓여 있는 봉수의 가방이다. 태경.. 그 가방안에서 러시아제 군용
손목시계를 발견한다.
“EMP탄이 터지면.. 모든 전자장비들이 마비됩니다. 무전기, 자동차, 핸드폰,
형광등 그리고.... 시계.
그런 EMP공격에 대비해서, 러시아에서 개발된 시계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평소에.. EMP탄에 관심이 많으셨습니까?
아니면.. EMP공격이 있을 거라는 걸.. 미리 알고 계셨던 건가요?”
서로를 바라보는 봉수와 태경. 두 사람 사이에 찰나의 정적이 흐른다.
서로의 시선엔 불신과 경악..그리고 견제가 숨어있다.
EMP 공격을 알고 있었다면, 저격범들과 한패고..
그렇다면... 대통령을 저격한 건.. 바로 경호실장이다!
“하나만 여쭤보겠습니다.. 우리 아버지 죽음도 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겁니까?
극비문서 98호가 도대체 뭡니까?”
굳은 얼굴로 태경을 바라보던 봉수는 순간, 권총을 꺼내들어 태경을 향해 발사한다.
“탕! 탕!!”
청수대에 다시 한 번 울리는 총성 소리.
놀란 차영과 보안팀이 봉수의 방으로 뛰어 들어 온다.
열려진 창문.. 태경은 이미 창 밖 어둠 속으로 사라진 후다.
봉수는 스스로 자신의 다리에 쏜 총상을 지혈하며, 달려온 보안팀에게 외친다.
“한태경.. 그 놈이 저격범과 한 패였어. 날 죽이려고 했네.
곧장 수배 내려. 여차하면.. 그 자리에서 발포해도 좋다.”
2014년 2월 5일 오후 9시 30분, 산길
함봉수의 방 창문에서 뛰어내린 후 도주하기 시작하는 태경.
....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걸까.
아버지도.. 양대호도.. 동료들도.. 그리고 아직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대통령까지..
대체, 왜.. 이런 일을 벌인 것일까.
천천히 차가운 이성이 돌아오기 시작한 태경,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내부에 적이 있었다. 이제부턴 아무도 믿을 수 없다.
오로지 날카로운 감과 빠른 발에 의지해 스스로 진실을 밝히고야 말겠다!
2월 5일 오후10시, 서조분소
서조분소로 돌아온 보원.
서조분소 역시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무전도, 차량도 먹통이다.
유선 전화를 들어 관할서에 지원을 요청하려고 하는데.. 유선전화마저 끊겨버린다.
그리고 창밖에 세워진 재신텔레콤 탑차....
권총에 소음기를 끼우면서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 안경남.
보원, 죽음의 공포와 싸우며, 천신만고 끝에 건물에서 탈출을 꾀하는 순간,
누군가 자신의 입을 막고 끌어당긴다.
바로 태경이다.
아버지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찾아온 태경은 보원을 통해
안경남 일행이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과 연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자신의 목숨 역시 위험하다는 걸 알게 된다.
태경과 보원이 가진 건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의지뿐이지만,
안경남 일행에겐 강력한 살상무기와 지원세력이 있다.
그들이 원하는 건 단 하나.. 태경과 보원의 목숨이다.
태경의 아버지가 죽었을 때처럼, 그들의 목숨도 경각에 다다르는데...
같은 시간, 청수대. 시커먼 호수 수면을 박차고 올라오는 다이버.
탐색선을 향해 힘차게 외친다.
“찾았습니다!! 대통령의 시신을 찾았어요!!”
대통령의 시신을 확인하기 위해 그늘집에 모인 함봉수와 신규진, 그리고 차영과 간부들.. 초조하게 대통령의 시신을 기다리는데..
탐색선이 실어 온 바디백 지퍼를 내리자, 그 안에 있는 건..
대통령이 아니다...!!
< 이후 50시간의 이야기>
이마 정중앙을 관통한 총상.
대통령과 똑같은 복장을 하고 있지만, 얼굴은 전혀 다른 시신.
이어 그 사람의 신원이 청수대 골프장 정원수를 관리하는 조경사라는 것이 밝혀지며 사람들은 패닉에 빠진다.
여러 가지 상황으로 미뤄, 대통령은 수행팀의 도움을 받아, 조경사를 대역으로
내세우고 비밀리에 청수대를 빠져나갔다는 걸 유추하는 사람들.
대통령이 도착 한 뒤, 청수대를 빠져나간 차량은 비표없이 통과한 8911차량이 유일하다. 그 차를.. 대통령을 빨리 찾아야 한다.
저격 세력이 대통령이 살아있다는 걸 안 순간,
대통령은 다시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외부에 이 사건을 알려선 안 된다. 전용별장에 있는 3박4일간은 언론에게도
숨길 수 있다. 우리가, 가장 먼저 대통령을 찾아내야 한다!!
극비리에 대통령 수색 작업을 외부로 확대해 나가는 경호팀.
그리고 민심안정을 위해, 총성은 오발사고였다는 공문을 주변 경찰서와 언론에 돌리는데..
한편, 차영은 의무팀장에게서 수상한 얘기를 듣게된다.
경호실장이 입은 총상 주변에 화상 자국이 있다는 것이다.
그건 총알이 발사될 때 뜨거워진 총구에 의해 생기는 화상으로, 피부에 닿도록
아주 근접한 거리에서 쏘았을 때만 생긴다.
때문에 주로 자살한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상처..
태경이 쏜 게 아니라, 경호실장이 태경을 함정에 빠트리려 스스로 자신의 다리에 쏘았을 확률이 높다!!
봉수를 의심하기 시작하는 차영. 그러나 아직 확증은 없다.
집요하게 자신들을 쫓는 재신 탑차를 피해, 구사일생 목숨을 구한 태경과 보원.
하지만, 운전하던 20대남도 죽고 탑차는 불타 버렸다. 모든 증거도 증인도 사라진 상태. 태경의 아버지가 어떻게 죽었는지.. 극비 문서 98호는 무엇인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아버지의 죽음부터 실타래를 푼다면, 이 모든 걸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도대체 아버지는 무슨 목적으로 어딜 다녀오다가 사고가 난 걸까...
그런 태경에게 보원이 묻는다.
“한 가지, 확인할 게 있어요. 저 사람들은 이상한 폭탄을 터뜨렸어요
그 이후로 핸드폰도 자동차도 무전기도 다 먹통이 됐습니다.
그런 폭탄 얘길 들어본 적이 있어요. EMP탄...
수류탄도 아니고 그런 전문적인 폭탄을 가지고 왔다면, 분명히 목적이 있을 꺼에요.. 청수대에서 총성이 들렸다고 했어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죠?‘
태경.. 모든 걸 얘기할 수 없다. 그도 역시 혈관에 보안이 흐른다는 경호관인 것이다. 게다가 태경은 지금 모든 누명을 쓴 상태다. 진범을 찾아내는 게 가장 급선무다. 결국 보원에게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일단 태경의 아버지인 한준석 사건의
수사 기록을 찾기로 하는 두 사람.
늦은 밤, 관할서에 몰래 잠입하는 태경과 보원.
경찰서 사내 전산프로그램인 킥스를 이용해, 한준석 사건 파일을 찾아보는데..
사건 현장을 찍은 사진들.. 피투성이가 된 아버지와 처참하게 찢겨진 차체 사진에 태경은 자신도 모르게 눈가가 뜨거워진다. 그러던 중 뭔가를 보고 놀라는 태경.
아버지의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유류품 중에 경호관들이 갖고 다니는 음어집이 있었던 것이다.
경호관들끼리 사용하는 음어는 2개월 단위로 바뀌는데, 50개 정도의 음어를 모두 기억하지 못하는 신입 경호관들이 상관들 몰래, 작게 프린트해서 갖고 다니던 음어집.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음어집은 2개월 전에 사용하던 음어집이었다.
게다가 음어집 한 켠에 적혀진 낙서.. 그건 바로 태경의 필체다!
바로 태경이 갖고 다니던 음어집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아버지에게 있어선 안되는 물건이다. 그건 태경이 과거에 대통령에게 직접 건넸던 음어집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순간, 들려오는 무전을 듣게 되는 두 사람.
“긴급수배자. 청와대 한태경 경호관. 30대 초반, 검은 양복...”
삽시간에 얼굴이 굳는 보원. 태경을 바라본다. 대치하는 두 사람.
“당신 뭐야...”
“아닙니다.. 난 누명을 쓴 거에요.”
조사해 보면 나올 꺼 아니냐며 몸싸움을 하는 두 사람.
그러나, 결국 태경은 도주하고.. 보원은 경찰서에 남는다.
보원은 모든 게 혼란스럽다. 오늘 저녁.. 8시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지?
경찰서에서 도주한 태경은 그 음어집에 대해서 회상한다.
2개월 전, 청주역 행사 때, 근접수행팀이었던 태경.
잠시 대기실에서 대통령과 단 둘이 있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무전할 때, 날 뭐라고 부릅니까?”
대통령의 장난스러운 말에 태경은 난감하게 대답했다.
그..건.. 그러다가 음어집까지 대통령에게 들키는 태경.
원래 음어집을 몸에 지니는 건, 금지돼 있기에 더욱 안절부절 못하는 태경을 보고
대통령은 그 음어집은 자기가 기념으로 보관하겠다며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라고
얘기했었다.
태경은 그때 대통령에게 넘겼던 음어집이 왜 아버지에게 있는 거지? 혼란스러워 하다가.. 문득 양대호가 대통령에게 건넸던 쪽지가 생각난다.
‘1250’ ‘2005’ ‘1807’
음어들은 2개월마다 틀려진다. 시장 행사때의 음어집이 아니라, 아버지가 갖고 있던.. 대통령에게 건냈던 음어집에서 그 숫자들을 다시 한 번 찾기 시작하는 태경.
그러자 의외의 해독이 나온다. 양대호가 대통령에게 넘겼던 쪽지는 암살을 경고한게 아니라, 청주역에서 열한시 반에 출발하는 막차의 좌석 번호 였던 것.
대통령은 청수대를 빠져나와 비밀리에 청주역에서 누군갈 만나고자 했던 것이다!
그때, 청수대 CP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휴가중이었던 수행3팀 팀장이다.
저격으로 사망한 수행부장이 죽기 전, 휴가중인 수행3팀에게 극비리에 임무를 맡긴 것이다.
대통령이 수행과장과 개인적인 외출을 하신다. 청주역 막차시간에 맞춰, 4번 게이트에서 대기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을 비밀리에 빠져나가게는 했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수행부장이
극비리에 다른 수행팀과 대통령 일행을 만나게 하려고 했던 것.
드디어 청수대를 빠져나간 대통령의 행선지가 밝혀졌다!
그곳으로 향하는 청수대 경호팀!
그리고.. 뒤에 남은 봉수는 은밀하게 안경남에게 전화를 건다.
“대통령이 있는 곳이 밝혀졌다...”
한편, 보원은 태경이 왜 수배를 당했는지에 대해 알아보다가, 태경의 결백을 밑게되면서, 한준석 사건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한다.
당시, 교통조사계를 협박하기 시작하는 보원.
“경찰이 증거물을 은폐하는 거, 아주 죄질이 나쁜 겁니다. 두달 후에 형수님 출산하신다면서요? 애기 태어나면서부터 분유값 없어서 손가락 빨게 하실겁니까?
자꾸 이렇게 나오시면.. 확 꼰질러 버리겠습니다!”
그제서야 입을 여는 교통조사계. 당시 사건을 빨리 정리하라는 외압이 있었고,
경찰청에서 나왔다고 밝힌 사내들이 와서 유류품을 확인하고 갔다.
그런데.. 이 사건만 그런게 아니다. 그 사내들이 또 다른 사건의 유류품들도 모두 압수해갔다. 관내에서 벌어진 화재 사건이다.
보원.. 도대체 뭐지? 화재사건에 관심을 가지게 되던 중, 화재현장에서 발견된
세명의 시신의 신원을 듣고 놀란다.
‘박영민, 46세. 전 국정원 국장.’
‘이영철 50세. 전 재경부 고위공무원’
‘임진원 45세. 전 주미대사관 직원’
사망한 사람들이 모두 예전에 굵직굵직한 기관에서 일하던 고위공무원들이다.
그런 화재사건에 대해 조사하다가 보원의 감이 발동한다.
세 달전부터 이 곳을 빌려서 모종의 일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람들.
한준석은 이곳에서 극비문서 98호를 건네받았다.
그리고 그 날, 한준석도 이곳의 전직 공무원들도 모두 살해당한 것이다.
청주역. 4번 게이트에서는 막차가 출발 1분을 앞두고 있다.
대통령과 만나기로 예정된 기차 칸에서 대통령을 기다리던 수행팀과 합류하는
윤재팀. 그러나 이곳에도 대통령은 오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그때, 기차 출발 시간이 다가오자, 수행팀과 윤재팀은 일단 내부와 기차역을 나눠서 수색하기로 한다.
다른 기차칸에는 역시 쪽지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올라탄 태경이 있다.
양대호가 전달한 음어 쪽지에서 가리킨 좌석을 향해 가던 중, 윤재팀이 아닌,
다른 수행팀과 마주치는 태경. 그리고 태경은 수행팀을 통해, 아직 대통령이 살아있다는 걸 알게 된다. 대통령이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니..
그러나 아직 태경에 대한 수배령을 듣지 못한 수행팀. 자기도 윤재팀과 함께 왔다고 둘러대고는, 아슬아슬하게 그들을 지나친다.
그리고 다른 기차칸에는 역시 대통령을 노리는 안경남이 있다.
기차칸 안에서 대통령을 찾고 있는 태경.
양대호가 전달한 음어 쪽지에서 가리킨 좌석은 바로 영화칸.
어두운 영화칸안, 대통령에게 전달된 그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을 찾아내는데..
“당신 누굽니까? 대통령과는 무슨 관계입니까?” 추궁하는 태경에게
그 사람은 불쾌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당신도 대통령이 보내서 온 사람입니까? 난 대통령을 만날 생각이 없습니다.”
태경은 그 사람의 신분을 알고 난 뒤, 놀란다.
그는 바로 이동휘 대통령의 비리를 캐고 있던 특검팀 검사다.
검사는 모종의 일로 지방에 갔다가 서울로 올라가던 중이었다며, 이런 식으로 수사에 외압을 넣는다고 해서 결과 발표를 늦춰줄 순 없다며 단호히 말한다.
일전에 한준석 교수가 2월 8일로 수사결과를 늦춰 달라고 했다는 것.
태경은 자신의 아버지가 검사를 찾아 갔었다는 말에 더욱 혼란스럽고,
혹시 아버지가 와서 ‘극비문서 98호’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느냐고 묻는데..
검사는 태경을 보다가 대통령도 한준석 교수도 자신들이 한 더러운 일을 덮으려고
했다. 난 내가 수사한대로 정직하게 수사결과를 발표할거라며 차갑게 얘기한다.
우리 아버지가? 대통령이 더러운 짓을 했다고? 도대체 그게 뭐지?
혼란스러워하던 태경은 윤재와 경호관들을 마주치게 되고.. 기차 안에서 그들의 추적을 받다가 잠시 정차한 역에서 내려 그들의 추적을 따돌리지만,
기민하게 움직인 경호관들의 무전을 받은 경찰에 의해 체포된다.
경호관들의 차량이 도착할 때까지 주변 경찰서에 감금되는 태경.
서울역, 특검 검사가 막차를 타고 도착하자마자, 긴급 기자회견을 가진다.
96년 동해에서 발발한 여우비 작전과 관련된 비리사항이 밝혀진 것이다.
96년 10월, 동해 쪽으로 넘어온 십여명의 무장공비와 국군사이에 교전이 있었다.
그 와중에 민간인 사상자까지 나온 최악의 사건.
그런데, 이 사건의 배후에 이동휘가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 다국적기업의 경제 컨설턴트로 일하던 동휘의 실체는 바로 경제저격수 였다. 그런 동휘가 대형 군수산업체, 팔콘과 관련을 맺고 있었는데
팔콘이 우리 군에 차세대 미사일을 판매하려 시도했지만, 난관에 부딪치자, 묘수를 떠올린 것이다. 바로 북한 고위층와 접선해서, 그들에게 일부러
특전단을 내려보내 달라고 요청했던 것.
군비확충을 노리던 군부대의 일부 고위층마저도 이를 눈감았던 것이다.
그래서 남파된 무장 공비들을 잡기 위해 여우비 작전이 실시됐고 그 와중에
몇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사망한 한준석 교수는 그 작전에 직접 북한 고위층에 비자금을 건넸고
박영민, 46세. 전 국정원 국장, 이영철 50세. 전 재경부 고위공무원
임진원 45세. 전 주미대사관 직원, 양대호 46세, 전 육군 본부 대령이 모두 이일에 가담했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대한민국은 혼란의 도가니에 빠진다.
경찰서에 감금된 태경은 이 뉴스를 보고 경악한다.
사라진 대통령도.. 죽은 아버지도.. 모두 정말. 저 더러운 과거를 덮으려고 극비리에 모종의 일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인가? 혼란스러워 하는 태경.
그때, 담당 경찰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또 다른 경찰 한명이 태경에게 다가온다. 제가 인계하겠다면서 태경을 경찰서 밖으로 빼돌리는 그림자..
바로 보원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냐?
보원, 태경과 함께 도주하다가 태경을 향해 묻는다.
‘아버지와 사이가 어땠어요?’
‘그게 무슨 소립니까?’
보원은 당시 화재현장에 있던 공무원들의 뒷조사를 해봤는데, 모두들 하나같이
이혼, 별거 등 가족들과 사이가 나빠졌다. 바로 96년 이후에...
그들은 특검의 수사 결과처럼 여우비 작전의 중추 역할을 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그 사건에 어쩔 수 없이 가담했지만, 이후 죄책감에 시달려 힘들어 했던 사람들이다.
태경.. 문득.. 늦은 밤, 울고 있던 아버지가 생각난다.
‘다 내 실수였어.. 내가 모두 책임져야 해...’
그랬었나.. 그때 그 사건에 관련이 있었던 아버지는.. 그 죄책감에 십수년을
매일같이 힘들어 했었다.
보원은 화재현장 사건을 얘기하면서 자신의 추리를 얘기한다.
죽은 한준석, 양대호를 비롯한 사람들은 여우비 작전의 실체를 외부에 알리려고 한 사람들이다.
한준석 수석이 죽은 이유는 바로 그 극비문서 98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여우비 작전의 공모자들이 아니라, 내부고발자들이었던 것이다.
그럼, 진짜 그 작전을 주도한 세력들.. 아버지를 죽인 사람들이 누구냐?
그건 모른다. 진짜 주동자들은 극비문서 98호안에 적혀 있었을 테지만, 극비문서 98호는 이미 사라졌다. 하지만 한 사람은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사라진 이동휘 대통령이다.
도대체 대통령은 어디로 향한 것인가?
그때, 태경의 머릿속을 섬광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뭔가....
보원에게 지도를 갖다 달라고 한다.
8911차량이 청수대를 나선 건 일곱시 반. 청수대를 나와서 청주역까지 가는
길을 살펴보는데, 보원이 반대의견을 얘기한다.
그날 비가 와서 제방 도로가 막혀 있었다. 그렇다면 국도를 이용 했을텐데..
이동 예상 경로를 보다가.. 놀라는 태경과 보원.
청수대에서 미리 나왔더라도 구불구불한 국도를 이용했다면..
EMP의 반경 안에 들었을 수 있다.
차량도 핸드폰도 불통이 되어 버리는 EMP. 결국 도보를 이용했거나,
지나가는 차를 탔거나.. 다른 방법을 이용했을 것이다.
한편 청수대에서도 긴급회의가 계속되고 있다.
특검팀의 수사발표로 수세에 몰린 청와대. 청와대 홍보실에 총리실에, 기자단에
여당관계자들에 다들 벌집을 쑤신 듯, 계속 대통령을 찾고 있다.
대통령 저격사건을 알려야 할지 말지 빨리 결론을 내려야만 하는 상황이다..
청주역에도 나타나지 않은 대통령..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그때, 청와대 상황실을 이용한 규진, 위성사진으로 사라진 8911차량을 찾아낸다.
그곳으로 급파되는 경호실 인력들.
보원은 그 지역으론 콜택시가 아니면 택시가 거의 지나다니지 않는다.
그곳에서 청주역으로 가는 가장 가까운 방법은... 30분에 한 번씩 다니는 버스일
확률이 크다. 하다가.. 얼굴이 굳는 보원.
버스... EMP 때문에 서조리 근처에 여러 사고들이 발생했었다.
그 중 하나는 3중 추돌된 승용차들을 보지 못하고 달려오던 버스가,
들이받고, 산길로 추락한 사건.. 만약 그 버스에 대통령이 타고 있었다면?
당시 순찰차 요원들을 통해 사건의 부상자들이 서른 명 정도 발생했고,
다들 각기 다른 병원으로 분산됐다.
그 중에 대통령이 있을 확률이 크다.
살인자들이 대통령을 먼저 찾기 전에.. 태경이 먼저 찾아야 한다.
자신의 누명을 벗고,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서...
아버지가 96년 무장공비 사건과 관련이 있는 지도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그를 만난다면 나는 경호관으로서 그를 지킬 수 있을까?
그를 위해 목숨을 던질 수 있을까?
아버지의 죽음과 이동휘 대통령은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96년 사건에서 이동휘 대통령은 어떤 역할을 한 것인가?
수십명을 죽인 살인자가 아니라는 증거는 없다.
태경이 머뭇거릴 때.. 보원이 얘기한다.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잠시.. 내가 머뭇거리는 그 사이.. 후회 할 수도 있는 일이
생긴다.. 그런 보원의 눈빛은 흐려진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하고, 할머니 손에서 자란 보원.
천성은 밝고 경쾌하지만, 부모의 부재로 사춘기 열병을 심하게 앓았다.
그 누구의 얘기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하고 싶은 대로 살다 보니, 어느 새 ‘일진’이라 불리고 있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그렇게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지내던 어느 날...
텔레비전을 보는데, 화면 하단에 Rh-A형 피를 급히 구한다는 문구를 봤다.
나와 같은 혈액형의 누군가가 아프구나... 가볼까? 귀찮다... 나 말고 누구라도 가겠지... 그런 생각에 잠이 들었다가, 다음날...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혹시나 싶어, 아직도 피가 필요하냐고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답변은 간단했다.
“아뇨.. 그 환자는 이미 사망했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전화를 끊었다. 됐어.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하루 종일 다른 생각을 해보려고 했다.
그 사람은 그냥 재수 없어서 죽은 거야. 난.. 상관없어...
그러나 자기도 모르게, 그 병원 장례식장으로 향하고 말았다.
7살도 안 된 꼬마였다. 홀로 손자를 키우던 할머니의 울음소리가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아무것도 무서울 것 없이 살아왔던 그녀는 순간,
누군가에게 망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내가 죽였다. 내 무관심이...
그날 이후... 죽은 아이가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선택을 해야만 했다.
죄책감에 빠져, 겁쟁이처럼 살 것이냐. 아니면, 정정당당하게 맞설 것이냐..
천성이 밝고 긍정적이었던 보원은 후자를 선택한다.
더 이상 아무것도 관심 없이, 닥치는 대로 살고 싶진 않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 흐릿했던 그녀의 삶이 점차 선명해졌다. 꿈이 생긴 것이다.
누군가를 돕기 위한 일을 하겠다. 경찰이.. 되겠다!
깡도 악다구니도 뜀박질도 싸움질도 운동과 관련된 건 뭐든 잘하는 그녀였다.
어렵지 않게 경찰이 됐고, 서조리 분소로 발령받으면서 서조리 쌈닭이 탄생했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누가 전화를 하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보원.
싸움이 나는 곳이면 어디든 출몰한다 해서, 쌈닭 소리를 들었고,
무슨 불편사항이 있으면 뚝딱뚝딱 고친다고 해서, 윤반장 소리도 들었다.
모든 일은 작은 불씨부터 시작된다. 무관심이 가장 나쁜 적이다.
그리고... 인생에서 머뭇거릴 틈은 없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움직여야 한다.
그때... 청수대 인근의 한 병원.
겨우 뜬 눈으로 정신을 차리는 누군가.
주변을 둘러보면 병원이다.
아직 온전치 않은 정신을 애써 바로 잡아 보려는 남자..
바로 이동휘다!
그런 동휘가 있는 병실을 향해 권총을 지닌 안경남이 다가서고 있다.
“날 위해 죽어줄 수 있겠습니까?”
자신이 살기 위해, 동휘는 자신을 지키는 경호관들에게 가차 없이 죽음을 명한 뒤
위험에서 도주한다.
그는 살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났다. 한 번도 가지고 싶은걸 가져 본 적이 없었기에 그의 열정은 더욱 뜨거웠다. 천부적인 머리와 능력을 가진 그는 재신 장학생으로 하버드 경제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거대 다국적 기업의 경제 컨설턴트로 활약했다. 말이 좋아 경제 컨설턴트지, 세계은행과 미 국무부, 국방부등 기관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제 저격수였다. 그의 말 한마디에 자원을 가진 개발도상국들이 사지로 몰렸지만, 목적을 향해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그에게 도덕과 윤리 따윈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빽도 연줄도 없이 능력만으로 여기까지 올라온 동휘는 앞만 보고 달릴 수 밖에 없었지만.. 마음 한 구석은 언제나 무거웠다. 연봉이 높아질수록, 자신의 지위가 높아질수록, 그 죄책감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런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은 재신그룹 윤형신 회장이었다. 당시 재계순위 20위권을 맴돌던 재신그룹은 대한민국을 담보로 1,2권을 향해 도약하려 했고, 미국회도
움직인다는 팔콘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팔콘과 밀접한 관계가 있던 동휘를 이용하기로 한 윤형신회장은 동휘에게 접근하고, 여우비 작전을 제안한다. 동휘는 말도 안된다며 거절하지만, 윤형신 회장은 설득은 집요했다.
어차피 흔해 빠진 무장공비 사건으로만 처리 될 거다. 하지만 그 여파는 크다.
팔콘은 폐기할 수 밖에 없는 무기를 팔 수 있고, 대한민국 군부는 군비를 확충할 수 있다. 게다가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 선진국들은 남북 관계가 악화될수록 더 좋아한다. 재신 그룹은 이 사건을 주도한 대가로 미국 국내의 이권 산업을 갖는다. 모두가 해피한 일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느냐. 원래 정치에 뜻이 있는 걸 알고 있다. 한국으로 돌아와 정계에 입문해라. 우리가 최고의 자리에 앉혀주겠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한마디.
“어차피 지금까지 해온 일이나, 이번 일이나 비슷합니다. 물론 틀린 게 있죠.
이번 일만 성사시킨다면.. 더 이상 양심을 팔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고민하던 동휘는 결국, 재신 그룹의 여우비 작전에 동의하게 된다.
그 일은 동휘에게 하고 싶지 않은 일에서의 탈출구이자,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는 비상구였던 것이다.
결국, 동휘는 팔콘과 재신을 연결시켜 주었고, 팔콘의 대표로서 재신 그룹, 대한민국 군부, 국정원 사람들과 만난다. 그 자리에서 알게 된 중국 남경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한준석.
온화한 경제학과 교수로만 보이는 준석의 실체는 알고 보면 국정원 비밀 요원이었다. 그런 준석은 상부의 명령에 의해, 무슨 일에 쓰이는 지도 모를 돈 가방을 연변으로 가서 북한 군부의 강경파인 인민무력부의 리정규에게 넘긴다. 그 순간.. 강경파쪽에 속한 인민무력부 정찰대 10명이 남한으로 넘어온 것이다.
그런데 다음날 뉴스를 보고 놀라는 동휘. 단순한 무장 공비 사건이 아니라, 총격전이 벌어져, 민간인 및 군인들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재신그룹과 군수산업체가 원하던 것처럼 남북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되는데..
동휘, 재신 그룹에게 따지듯 묻는데, 태연하게 대답하는 윤형신 회장.
넘어온 군인들 사이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그건 우리로써도 계산 밖의 일이었다.
동휘.. 불길한 생각이 든다..
“정말입니까?... 정말 계산 밖의 일이었습니까?”
그렇다. 정말 계산 밖의 일이었다. 우릴 믿어 달라. 지금 여기서 빠지겠다는 거냐?
동휘, 갈등한다. 자기가 지금까지 달려온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 자신이 원하는 길이 눈앞에 있는데 그 길을 포기할 순 없었다.
동휘, 그들을 믿고, 그들과 손을 잡는다.
그리고 재신과 함께 승승장구. 대통령에 임명되는데..
자신이 그렇게 원하던 길을 걷게 된 바로 그때, 경호관들의 무술시범날..
초대된 경호관들의 가족들 중, 태경의 아버지인 한준석 교수를 만나게 된다.
그와의 만남을 통해 알게된 과거, 96년의 진실...
연변에서 리정규에게 돈가방을 건넨 준석.
돈가방을 건넨 뒤, 돌아가려다가.. 도대체 무슨 일로 이런 거액을 넘겼는지,
호기심이 생긴 준석. 리정규의 전화 통화를 엿듣게 되는데..
“병력을 파견해라. 기억해라. 반드시 총격이 있어야 한다.”
놀란 준석, 뛰어 들어가 리정규를 통해 진실을 듣는다.
그냥 무장공비 사건으로 끝나 봤자, 이슈가 되지 않는다면서
재신그룹과 군수산업체 쪽에서 총격전을 직접 지시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당시 사망한 사상자들의 숫자 역시 왜곡 되었다.
총격전 당시, 민간인들의 피해가 더욱 막심했던 것이다.
준석 역시 그때의 충격으로 국정원을 그만 둔 뒤, 민간인으로 돌아가 홀로 이 사건을 밝히기 위해서 노력한 것이다.
분노한 동휘!! 재신그룹의 윤형신 회장을 호출하는데, 늙은 윤형신 회장을 대신해
찾아온 사람은 당시 20대 중반이었다가, 이제는 장성해 윤형신을 대신해 그룹을 이끌고 있는 윤도진 사장이다. 그런 도진은 비웃듯 웃으며 얘기한다.
난 그때 어렸고, 아무것도 몰랐다. 하지만 내 눈에도 그게 보였다.
그때, 대통령께선 진실을 눈치 채고 있었다. 하지만 당신 마음속에서 거짓을 원했던 거다.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 한 거다.
동휘, 더욱 자괴감이 커진다. 맞다. 그때, 자기는 모른 척 한 거다. 조금 더 조사를 해봤다면..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자신의 야망을 위해... 죽어 간 사람들을 모른 척 한 것이다.
게다가 동휘는 윤도진 사장이 또 다시 끔찍한 일을 준비 중이란 걸 눈치 채고
이번에도 똑같은 갈등의 지점에 선다.
그리고... 이번엔 다른 결정을 내렸다. 그는 예전의 경제 저격수가 아니라, 이 나라의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과거, 96년 사건에 본의 아니게 연루됐던 한준석 교수에게 동휘는 경제수석 자리를 제안했다. 하지만, 이번 경제수석은 다른 수석들과 틀릴 것이다.
함께 과거의 죄를 씻자. 폭주하는 재신 그룹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준비하자.
극비리에 한준석을 시켜, 재신 그룹을 압박할 법안을 준비하는 동휘.
그러나 이 사실을 안 재신. 더 이상 우리말을 듣지 않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
검찰과 언론을 이용해, 동휘의 비리 사실들을 하나둘씩 까발리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휘가 그만두지 않자,
96년 사건에서 재신과 주동자들을 쏙 빼고, 오히려 동휘가 주범인 듯한 증거들을 동휘의 비리사실을 수사중이던 특검팀에 흘린다. 탄핵을 시키려는 의도였다.
동휘는 이런 재신 측의 움직임을 간파하고, 여우비 작전을 주도한 게 재신이라는 걸 알고 있는 국정원, 군부, 재신그룹의 내부고발자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재신을 막으려면 동휘는 대통령직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내가 살려면 상대방을 죽여야만 하는 일생 일대의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특검의 수사 결과 발표 날짜 전에 96년 사건의 실제 자료들을 모아 발표하려는 동휘와 준석. 그러기 위해서 특검팀 검사를 만나기 위한 약속을 잡기 시작하는데..
그러나 극비자료를 가지고 오던 준석이 교통사고로 죽고, 내부 고발자들이 모여 작업 중이던 아지트에 화재가 나서, 모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동휘는 이 모든 사실이 탄로 났음을 알게 된다. 모든 게 끝인가.. 그저 이렇게 힘없이 탄핵을 당해, 물러나야 하나... 그런 어지러운 생각에 빠져서 시장 행사를 갔다. 그런데, 화재 사건으로 죽은 줄 알았던 양대호가 살아서 자신의 앞으로 다가왔다. 연락책이던 준석이 죽자, 양대호가 직접 움직인 것이다.
그런 그가 음어집을 이용해서 전달해 준 쪽지.... 약속 장소를 알려주는 쪽지다.
그렇다면 사라진 극비 서류를 양대호가 손에 넣었다는 것이다.
일말의 희망을 품고, 예정된 청수대 행사를 내려온 대통령. 위험을 알리며 만류하는 수행 부장에게 그 누구에게도 극비로 하고, 수행 과장만 데리고 약속 장소인 청주역으로 향하던 중, 그가 탄 자동차 역시 EMP에 당하면서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설마 대통령이 이런 곳에서 사고를 당했을 꺼라고 생각지 못한 의료진들에 의해 지방병원 응급실에 누워있다가 깨어난 것이다.
어두운 응급실 안. 눈을 뜬 대통령의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는 텔레비전 뉴스 속보다. 특검팀에서 발표한 긴급 기자회견 내용들이다.
재신그룹이 원한 왜곡된 내용들..
동휘는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북한 강경파와 접촉해 민간인과 군인들 몇 십명을 죽이고도 태연하게 대통령직에 오른 파렴치한이 되버렸다.
일어나 보려고 하지만, 몸이 말을 안 듣는다.
그때, 응급실로 들어서는 어두운 그림자. 바로 안경남이다.
목숨이 경각에 달한 바로 그 순간..
때마침 달려온 태경과 보원에 의해, 앰뷸런스 차를 타고 도주에 성공하는 세 사람.
눈을 뜬 동휘에게 태경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묻는다.
하지만 대통령은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한 나라의 대통령.. 대한민국 국가 원수지만.. 재신그룹의 꼭두각시 노릇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대통령으로써.. 차마.. 미안하다는 말 조차 꺼낼 수 없었다.
그가 재신그룹을 단죄하는 것만이 태경에 대한, 그리고 죽은 준석과 내부고발자들..그리고 96년 당시 사망한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진실한 사죄였다.
태경이 얘기하기 전부터 경호실장에 대해 의심을 했던 동휘였다.
경호실장 뿐만이 아니라, 청와대 내부에는 재신그룹이 심은 첩자들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그만큼 십여년 동안 재신그룹의 힘은 강해져 왔던 것이다.
그래서 극비로 준석을 통해 일을 추진 하던 동휘였다.
생각에 잠기던 동휘는 비서실장 신규진을 믿어보기로 했다.
하버드 후배로써 미국에 있을때도, 정계에 진출했을 때도 성심성의껏 자신을 밀어줬던 규진이었다.
차영을 통해 규진에게 연락하는 태경과 동휘.
그런 규진은 자신이 경호실장을 막을테니, 청수대로 돌아와라.
앰뷸런스를 타고 청수대로 향하는 동휘와 태경.
보원은 뒤에 남아 경찰에 안경남을 신고하기로 하는데...
이때, 전화를 끊고 난 규진은 손안에 든 뭔가를 바라본다.
바로 준석이 갖고 있다 사라진 ‘극비 문서 98호’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극비문서군요”
규진 돌아서서 보면 바로 재신그룹 회장실.
봉수를 의심하는 차영이 규진에게 보고했고, 규진은 봉수를 통해, 저격 세력이 재신그룹임을 알게 됐다. 그리고 재신그룹을 찾아온 것이다.
여긴 왜 온거냐고 묻는 윤도진 사장에게 규진은 대답한다.
“만약, 내가 당신들을 신고할 생각이었다면 경찰청으로 갔을 꺼다.. ”
그렇다. 만년 2인자. 태양에 가려진 달로 십 몇 년을 살았던 규진에게도 욕망이 있었던 것이다. 재신그룹에게 제안하는 규진.
“대통령만 사라지면.. 내가 1인자로 올라갈 수 있게 해 주겠습니까?
입을 다무는 것 외에도 더 큰 선물이 있습니다”
결국, 규진의 배신으로 청수대 인근에서 위기에 처하게 되는 동휘 일행.
그러나 뒤늦게 대통령의 진심을 알게된 봉수가 대통령을 대신해서 죽음을 선택하며
그 덕에 동휘와 태경은 무사히 외부로 빠져나온다.
청와대로 돌아온 규진은 긴급 기자회견을 갖는다.
청수대에서 대통령에게 연락을 받았다.
대통령은 현재 모처에서 안정을 취하고 계신다.
그리고 규진은 기자들을 향해 얘기한다.
“이동휘 대통령께선 96년 당시 사건에 대한 특검팀의 발표를 모두 인정한다.”
술렁거리는 장내.
생각이 정리되는 데로 청와대로 돌아와 합당한 처벌을 기다리겠다고 하셨다는 규진의 기자회견은 또 다시 대서특필되고...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은 발칵 뒤집어진다.
여야는 너나할 것 없이 긴급회동을 가진 뒤, 대통령을 성토하는 연설문을 발표한다. 아무리 대통령이 면책특권을 가지고 있다해도 이건 살인을 교사한 것이다.
탄핵의 충분한 이유가 된다.
게다가 여론마저도 싸늘하게 등을 돌린다.
파도파도 비리뿐인 대통령. 자신의 출세와 권력을 위해 미국 군수산업체와 손잡은
나쁜 놈.. 사형을 시켜야 한다!! 당장 탄핵시켜라! 인터넷과 SNS 역시
난리가 난다..
특검팀은 일단 탄핵이 먼저다. 탄핵이 되면 민간인으로 돌아오는 이동휘를 구치소에 수감한 뒤, 재판을 진행하겠다..
태경과 모처로 이동한 동휘...
봉수의 희생으로 목숨을 부지했지만... 모든 걸 잃었다.
대통령은 죽일놈이 되었고, 태경은 대통령을 저격하려고 했던 저격범으로 몰렸다.
지금, 청와대로 돌아갈 순 없다. 돌아가 봤자, 손발만 묶였다가 탄행을 당한 뒤
누명을 쓸 것이고, 태경은 곧바로 경찰서로 끌려갈 것이다.
동휘와 태경은 서로를 바라본다.
내가 어떻게 되는 건 상관없다.. 하지만 이미 먼저 죽은 사람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 청수대의 수행팀, 화재현장의 내부고발자들, 양대호 대령, 그리고.. 태경의 아버지..
재신그룹을 처단하기 위해선 동휘는 대통령이어야 하고, 태경은 그렇기에 그를
지키기로 하고.. 동휘는 태경을 믿게 되면서 그 누구도 몰랐던 비밀을 털어놓는다.
“모든 증거가 사라진 건 아닙니다. 96년 사건에 대해.... 증인이 한명 남아있어요”
도대체 누가...?
바로 돈가방을 건네받았던 북측 인사.. 재신그룹이 직접 전화해서 총격을 명령했던 사람... 바로 인민무력부의 리철규다.
북한에 있을 그 사람을 어떻게?
아니.. 그 사람은 중국에 있다.
한 달전부터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던 기사가 하나 있었다.
북한에서 탈북한 탈북자 열 몇 명이 중국 공안에게 붙잡혀 억류중이라는 것이다.
민간 단체에선 탈북자들을 하루라도 빨리 한국으로 돌려보내라고 주장했고
한국 정부와 중국 정부는 민감한 탈북자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기사..
동휘는 얘기한다. 바로 그 탈북자들 중 한 명이 리철규다.
그 사람을 한국으로 데리고 올 수 있다면, 이 모든 상황을 밝힐 수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이미 우리나라로 오고 있는 중이다.
중국에 공식일정으로 방문한 동휘의 부인인 현경...
영부인이 자신의 전용기에 리철규를 태워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규진도 알고 있다!
규진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된 윤도진.
영부인의 도착시간은 한시간 후.. 서울공항. 그 곳으로 은밀하게 모이기 시작하는 사람들.
서울공항에 도착하는 영부인과 리철규.
청와대 가족경호처의 경호를 받으면서 청와대로 향하려고 하는데..
이를 막으려는 재신그룹측과 동휘, 태경사이에 두뇌싸움이 시작된다.
너무 사건이 쉽게 풀리는 것에 의심을 가지게 된 특검팀 검사.
윗선의 압력으로 수사결과를 발표했지만, 여전히 의심을 가지게 된 그를 이용하는 동휘와 태경. 천신만고 끝에 태경의 계획대로 리철규는 검찰로 향하게 되지만, 동휘는 결국 신분이 드러나게 되면서, 경호팀의 경호를 받으며, 청와대로 돌아오게 된다. 이것은 규진의 계획이었다.
저격 계획을 알고 있었으면서 조경사를 내세워, 자신의 목숨만을 구한 야비한 대통령으로 만들어 놓은 규진.
96년 당시 육사를 졸업한 지휘관으로 동해로 내려온 정찰대와 맞부딪친 부대를 지휘하던 지휘관인 봉수는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자신의 부대원들을 잃고, 그 책임감에 시달리고 있다가, 청와대로 와서 경호실장이 된 인물. 그런데, 96년 사건이 동휘의 명령이었다는 걸 알게되자, 아버지 한준석의 비리를 묻기 위해 가담한 태경과 짜고, 동휘를 저격하려고 했던 장본인이었다고 내부적으론 정리가 된 상태고, 언론에겐 미공개로 처리하기로 결론이 났다. 이런 사실을 외부에 알리면 대통령이 더욱 곤란해 질 꺼란 규진의 뜻에 따르기로 한 것이다.
청와대로 돌아온 동휘는 규진과 마주한다.
이제, 대통령께서 하시는 말씀은 그 누구도 믿지 않을꺼다.
모든 증거가 대통령을 가리키고 있으므로...
게다가 수행팀과 조경사를 죽음으로 내몬 장본인이다.
조용히 탄핵만 기다리고 있어라. 이제 어차피 저격을 할 필요도 없다.
당신은 이제 감방에 갈꺼고, 난 새로운 대통령이 될꺼다.
리철규에게 기대하고 있겠지만, 그런 기대는 버려라.
그 사람은 새로운 삶을 살고자, 대한민국으로 온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구워삶은 방법을 많이 알고 있다.
게다가.. 그 때 당시 재신그룹을 도와 96년 사건을 주도했던 장본인들 중엔
아직도 힘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현재 국정원장도 그 중 한 명..
탈북자로써 삶을 연명하고 싶다면 현명하게 행동하겠지.
무기력하게.. 그런 규진을 바라보는 동휘.
그런 동휘에게 남은 건, 저격범의 누명을 쓰고 도주중인 태경과
힘없는 서조리 경찰 보원 뿐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 모든 사건을 뒤집을 만한 힘이 없다.
동휘는 청와대, 깊고 깊은 외로운 집무실에 앉아 생각에 잠긴다.
여우비 작전의 주동자가 재신그룹임을 밝히고 난 뒤, 대통령직을 사퇴할 생각이었다. 재신그룹을 처단하기 위해선.. 자신은 대통령이여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주동자가 재신그룹이었다고 해도, 그 자신의 죗값은 받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모든 누명을 뒤집어 쓴다면.. 한준석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죽음이 헛되어 진다.
생각에 잠기는 동휘.... 재신그룹을.. 윤도진 사장을 체포할 마지막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이다.
96년 사건 외에도 윤도진이 저지른 또 다른 죄가 있다.
국가 원수를 시해하려고 한 죄.. 바로 국가 내란죄다.
국가 내란죄...
국토를 참절(僭竊)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는 죄(형법 87). 이 죄의 보호법익은 국가의 존립이며, <외환(外患)의 죄>가 국가의 외부로부터 이를 위태롭게 함에 반하여 내란죄는 국가의 내부에서 위태롭게 하는 죄이다.
그러나 청수대 저격상황은 이미 종결된 상태다. 증거들을 찾으려고 해봤자,
이미 자신을 위해 죽은 봉수와 태경이 모든 걸 뒤집어 썼다.
그렇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그 방법은 하나의 모험이 될 것이다. 그리고 동휘는 매우 큰 걸 포기해야만 하는 길이다. 바로 그 자신의 목숨을...
다시 한번 더... 재신 그룹이 동휘를 저격하게 만들면 된다.
대통령의 목숨을 지켜야만 하는 태경은 물론 반대할 것이다. 태경마저도 속일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윤도진 사장도 규진도 속여야 한다. 그리고 윤도진의 손에 동휘가 죽는다면..
길고 길었던 이 싸움은 끝날 것이다.
늦은 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대통령의 눈빛은 가라앉는다.
“당신이 내가 지킬 만 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태경이 대통령을 발견했을 때, 그는 대통령을 지킬 아무 이유가 없었다.
그는 이미 누명을 쓰고 경호실에 쫓기는 몸이었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의 곁에 남기로 결심한다.
십여년 동안, 아버지를 괴롭혔던 기억들..
96년 여우비 사건은 그 당시의 민간인과 군인들만 죽인게 아니었다.
아버지의 인생도 망가뜨려 버렸다.
대통령을 지킨답시고.. 그런 아버지를 지키지 못했다.
그런 아버지를 홀로 죽게 만들었다.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외롭게 죽어간 아버지에 대한 진정한 추모는.. 아버지가 죽기 전에 대통령과 함께 하려던 일을 완성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그 역시도 대통령과 함께 하면서 하나둘씩 진실이 밝혀질 때마다
흔들린다. 대통령을 살리기 위해서, 한명 두명.. 점점 더 희생이 쌓여져만 간다.
일행이 되어 함께 도주하는 보원은 계속해서 그에게 묻는다.
대통령의 목숨 값이 다른 몇십명의 목숨 값과 바꿀 수 있는 것인가?
대통령이 정말 지킬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경호실은 태경을 버렸지만, 태경은 아직 경호관이었고, 경호관은 대통령을
지키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세상에게 버림받은 대통령과 누명을 쓴 경호관, 아무 힘 없는 열혈 여순경이 만났다.
왜곡 된 진실을 밝히려 달려가지만, 그들의 적은 강대하다.
일국의 대통령 따위는 우습게 여길 수 있는 힘.
언론과 모든 시스템을 장악할 수 있는 돈을 가진 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두 번째 날이 밝는다.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외로운 대통령을 돕기 위해 태경과 보원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앞으로 달려 나간다.
그런데 사사건건 위험하다면서 자기보고 뒤로 물러나 있으라는 태경이
보원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 서조리 쌈닭 윤보원입니다.”
“그래도 위험하니까, 여기서 기다리세요.”
“지금 설마 날 여자로 보는 겁니까?”
답답한 듯 보원을 보던 태경, 순식간에 보원을 땅바닥에 메쳐버린다.
“지금 뭐하는 짓이에요!!”
바닥에 눌린 채, 눈을 치켜뜬 보원을 향해 얘기하는 태경.
“남자와 여자는 완력이 다릅니다. 그쪽이 아무리 날고 기는 경찰이라고 해 봤자,
똑같습니다. 여자는 여자, 남자는 남자!“
일어서서 돌아서 걸어가는 태경이 방심한 틈을 타서,
다리를 걸고 넘어뜨리는 보원.
“왕년에 내 손에 아작 난 남자애들이 두 트럭입니다.
청와대 경호관이면, 대통령이나 지키세요. 내 몸은 내가 알아서 지킬테니까!“
이렇게 시작된 기싸움.
생겨먹은 건 틀리지만, 닮은 점은 하나 있다. 지고는 못 참고, 생각보다 주먹이 먼저 나간다. 그렇기에 티격태격, 성격이 맞아본 적이 없다.
“그쪽 먼저 가십시오”“왜요?”
“뒤에 누가 있는 건 불안합니다.”
뒤통수는 가장 취약하기 때문에 뒤에 누가 서 있는 걸 싫어하는 경호관들의 습성이 배인 것이다. 하지만 경호관 말고, 보통 사람도 뒤통수에 누가 있는 건 싫다면서
옥신각신하는 두 사람.
마치, 철창에 가둬진 두 마리 짐승 같다고나 할까...
그러나, 함께 위험을 넘고, 진실에 다가가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는 깊어만 간다.
태경이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알아챈 뒤, 대통령에게 총구를 겨눴을 때도,
보원이 있었기에, 태경은 중심을 잡을 수 있었고..
보원이 주민들의 위험을 모른 척 할 수 없어, 진실을 은폐하려고 할 때도,
태경이 보원을 잡아 주었다.
그리고 점점 알아차린다. 서로가 서로에게 지금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라는 걸..
세상 모두가 거짓으로 가득 찼고, 보원과 태경, 두 사람이 믿을 수 있는 건 상대방 뿐이기 때문이다.
태경의 경호관으로서의 지식과, 필드에서 구른 보원의 동물 같은 직감으로
그들은 3일간 파트너가 되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우리가... 만약 살아남으면....”
죽음의 위기를 앞에 두고.. 보원은 태경에게 얘기한다.
“살아남으면이 아니라, 반드시 살아야 해. 너 죽으면.. 내 손에 한 번 더 죽는다.”
마지막 순간, 서로 쌈박질만 하며 달려오던 두 사람은
서로에게 느끼고 있던 감정을 알아챈다.
그게 너무 늦은 것일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마지막 3일째가 밝는다.
생즉생 사즉사...
목숨을 내놓은 대통령과, 죽음으로 그를 지키려는 경호관의 마지막 하루가
시작된다.
“부디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말고,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지혜와 용기를 주소서. 이 생명 육신이 신의 소용에 의해 쓰여지더라도
오직 한 분의 생명은 지켜주소서”
- 어느 이름없는 경호관의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