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신을 되찾았을 때 그녀는 이미 숨을 거두고 있었다
이번엔 그렇게 지켜주고 싶었건만 나를 위해 그 고귀한 생명을 바쳐주었다
그 언젠가의 소중한 약속을 위해
억겁의 시간과 무한의 공간을 지나 그녀를 찾아왔건만
죽음은 또다시 갈라놓고야 말았다.
아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아무 것도 모르고 있던 내가 운명의 소용돌이에 빠져 들어갔던 기억을...
되돌아본다면 2년 전 어느 날
눈부시게도 화창했던 날에 벌어졌던
그 화려했던 대관식으로부터
나를 둘러 싼 모든 일들은 시작되고 있었다
[ 팬드래건 대성당 ]
대주교: 이에, 본 대주교는 우리를 창조하신 프라이오스님께 리처드 팬드래건이 팬드래건 왕국의 새로운 국왕이 될 것을 확인 받으려 합니다. 글로스터 공작 리처드 팬드래건. 그대는 남해와 북쪽의 설권까지 포함한 팬드래건 전 영토의 주인이 될 마음의 준비가 되 있는가?
리처드: 모든 것은 신의 뜻대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대주교: 그대는 왕국이 풍요로운 대지로, 누구도 굶주리지 않고 질병을 퍼지는 일이 없이 생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겠는가?
리처드: 아름다운 대지와 투명한 대기를 위해, 자연을 거스르는 일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주교: 그대는 팬드래건 영토 구석구석 왕의 영화를 비추어 백성들을 구제하고, 고통받는 사람이 없도록 만들겠는가?
리처드: 신의 가호와 함께 모든 이들은 신의 대리인이자 왕국의 수호자인 보호를 받을 것입니다.
대주교: 그대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선과 악을 정당히 구별해 내어 옳은 일만을 실현할 수 있겠는가?
리처드: 물들지 않은 맑은 눈과 고요한 마음으로 부정한 것을 파하고 정의를 구현할 것입니다.
대주교: 그대는 왕국이 위기에 닥쳤을 때는 그대의 한 목숨을 희생할 지라도 왕국의 안녕을 지킬 각오가 되어있는가?
리처드: 왕국의 지도자이자 동시의 수호자로서 언제라도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대주교: 이 왕관은 신의 권능을 상징하며, 소유자가 팬드래건 왕국의 국왕임을 증명하는 신물입니다. 그대 리처드 팬드래건에게 이 왕관을 수여하노니.
대주교: 이로서 팬드래건에 새로운 국왕이 탄생하셨습니다.
리처드: 팬드래건 왕국에 영광이 함께 하기를...
대주교: 팬드래건 왕국에 영광이 함께 하기를...
(순 뻥쟁이..리처드...--+)
[ 팬드래거 서부 ]
엘리: 아아..
메리/코델: !!
코델: 엘리자베스님, 괜찮으세요? 어디 다치신 곳은 없나요?
메리: 칫, 여러 가지로 속을 썩이는군
엘리: ......
코델: 뭐라구요! 왕녀님에게 그게 무슨 말버릇이에요?
메리: 내가 뭐 틀린 말했냐! 이런데서 고생하고 있는게 도대체 누구 때문인데!
메리: 정체 모를 수녀할멈 말만 듣고 이런 곳으로 덜컥 출발할 생각을 한 게 누구야! 그때 좀더 말렸어야 했는데...쯧
코델: 그럼 그때 뭐 다른 방법이라도 있었나요? 메리님도 별 불평 안 했잖아요. 이제 와서 심통이람
메리: 뭐라구! 이젠 못하는 말이 없구나, 코델리아!
코델: 자, 메리님의 말은 신경 쓰지 마시고 어서 일어나세요
엘리: 번번히 미안하구나, 코델리아 그리고 메리...
메리: 흥, 그만 두셔, 이제 징징거리는 소리 듣는 것도 질색이니... 그나저나 빨이 이곳을 빠져나갈... 응?...
코델: 갑자기 왜 그러세요?
메리: 이런 망할, 추적자다!
코델: 에...? 추적자가... 어..어..어떻게 하죠, 엘리자베스님?
엘리: 어떻게 여기까지..
메리: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어서샤른호스트란 사람과 만나기로 한 장소로 떠나자
[ 용자의 무덤,샤른 호스트의 침실 ]
샤른: 누구야?
에밀: 주인님, 일어나셨습니까
샤른: 아아, 조금전에
에밀: 그럼 잠깐 들어가겠습니다
샤른: (지금 내방에 들어와서 말을 건 사람은에밀, 나의 집사다. 내 아버지가 젊은 시절에 만나서 그를 집사로 맞아들였다고 한다. 나이는 제법 있을 것 같은데 겉모습만 봐서는 나보다 최소한 20살 이상 많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에밀: 엘리자베스 왕녀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맞으러 나가셔야죠
샤른: 엘리자베스?
에밀: 설마 잊고 계신 겁니까?
샤른: 설마... 하지만 잠이 덜깨서 그런지 생각나지는 않는군, 정리해서 설명해 주지 않겠나?
에밀: ...예
샤른: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고 약간 끌었다는 건에밀리오가 기분이 나쁘다는 뜻이다. 흠... 엘리자베스 팬드래건이 중요한 인물이었나?)
에밀: 엘리자베스는 얼마전에 사망한 선왕 윌리엄의 장녀로 두 남동생들이 실종된 현재는 원래 팬드래건 왕가의 정식 왕위 계승자입니다. 윌리엄의 동생인 리처드는 그녀가 여자라는 이유로 자신이 왕위를 계승했죠. 그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그녀는 지금 숨어있던 성지에서 나와 이리로 오고 있는 것입니다
샤른: 흠... 여기오면 무슨 수가 생기기라도 한다는 건가?
에밀: ...주인님께 부탁을 하러 오는 것이지요
샤른: 뭘? 내가? 난 왕녀님은 별 취미없어
에밀: ...왕자님. 가끔은 자신의 신분과 위치를 자각하시는 것이...
샤른: (그래, 난 현재 팬드래건 왕위 계승권을 갖고 있는 콘웰가
의 유일한 생존자 클라우제비츠 팬드래건. 그것이 나의 다른 모습이다. 순수한 왕가의 혈통이 아닌, 이민족인 한족의 피가 섞인 나로서는 어렸을 때부터 차별을 받아왔다. 그 때문에 나는 '순수한 혈통의 왕자' 인척 해야 했으며, 이것은 내 속에 잠겨 있던 '샤른 호스트'라는 또 다른 인격이 표출되게 한 계기가 되었었다.)
샤른: 또 그 소리인가,에밀리오.
에밀: 죄송합니다. 하지만 지금 왕자님은...
샤른: 됐어, 그만 알겠으니까.
(에밀리오가 왕자로서의 의무 어쩌고 나올 때는 진지하게 말한다
는 의미다. 가만히 따르는 것이 좋지)
에밀: 엘리자베스 왕녀님은 지금 이곳 용자의 무덤으로 오고 있는데 제가 얻은 정보에 의하면 리처드의 부하들이 그녀들의 뒤를 추적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녀들이 올 길목으로 가서 마중을 나가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샤른: 흠...좋아 가도록 하지
에밀: 잠시만요 주인님. 혹시 전투하는 법에 대해서 잊으신 것 아니겠죠?
샤른: 물론 잊었지
에밀: ...그럼 잠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한참 후...>
샤른: ...아직도 오래 남았나?
에밀: ...일단은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샤른: 알겠네. 그럼 출발해 볼까
[ 용자의 무덤 근처 ]
에밀: 아마 지금쯤 이근방에 도착하였을 것입니다
샤른: 리처드 숙부의 추격대가 파견되었다면 서둘러야 되겠군
엘리: 루크레치아님 말씀대로라면 이 근처가 용자의 무덤이라는 곳인데...
제인 쇼어: 호호호호! 왕녀님들 어디를 그렇게 급히 가시나요?
알렉스: 어디 무도회라도 가시나보죠?
일렉스: 드레스 차림에 칼이라니, 정말 어울리지 않네요
메리: 흥! 벌써 여기까지 따라오다니! 이건 다 언니가 늦장을 피워서 그래!
코델: 아니, 그게 무슨 말슴이세요! 왕녀님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셨다고요!
에밀: 자, 앞쪽에 보이는 다리를 건넌다면 건너 쪽 언덕으로 건너 갈수 있습니다. 왕녀님들은 아마 그 정도쯤 도착 하셨을 것입니다
[ 용자의 무덤,샤른호스트의 서재 ]
샤른:에밀리오, 그러니까 자네는 나보고 아가씨들 뒤치닥거리를 하란말인가, 지금?
에밀: 뒤치닥거리가 아니라 왕녀님들의 보호입니다, 주인님
샤른: 그게 그거지 난 여자들을 만나는 것은 좋아하지만 누구를 돌봐주고 그러는 것은 딱 질색이란 말이야
에밀: 한동안 아무도 만나시지 않으셨지 않습니까
샤른: 이게 일종의 '소개'라고 할수 있는건가?
에밀: 말하자면요
샤른: (생각같아서는 좀더 투덜대고는 싶지만, 밖에 아름다운 아가씨들을 세워놓고 가다리게 할 수야 있나. 적당히 넘어가 주자) 좋아 좋아, 밖에서 아가씨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나가볼까
[ 용자의 무덤, 살롱 ]
에밀: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왕녀님들. 정식으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분은 현재 용자의 무덤의 주인인샤른 호스트 님이십니다. 주인님, 팬드래건 왕국의 왕녀 엘리자베스 팬드래건님 이십니다
엘리: 반가워요,샤른호스트경
샤른: 만나뵈게 되서 영광이오, 왕녀님
메리: 난, 메리 팬드래건. 엘리언니의 여동생이자 제 2왕녀다
코델: 전 코델리아 오스틴. 왕녀님의 시녀에요
샤른: 여러분 모두, 용자의 무덤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앞으로 여러분은 이곳에서 지내면서 저와 제 집사에밀리오에게 무술을 비롯한 각종 수련을 받게 됩니다. 자세한건 에밀리오가 설명해 줄겁니다.에밀리오!
에밀: 예, 침실은 충분히 있으니 마음에 드시는 것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기본적으로 식사할 식당과 주방, 서재를 사용하실 수 있고 지금 있는 살롱이나 미술실 등 편의 시설을 마음대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수련은 한 타로를 3번으로 나누어서 받게 됩니다. 수련은 매일 받으므로 한 종류의 수련을 3일식 하시게 되는 것이죠. 수련할 때는 적절히 팀을 나누어 주인님과 제가 여러분을 지도 해드립니다
<그로부터 에밀리오는 약 10분간 설명했다..너무 길어서 반의 반도 못 적었다..성우분은 입도 안 아픈가 -_-;;>
-수련수련수련수련수련수련수련수련수련수련수련수련수련수련-
[ 용자의 무덤 근처 숲 ]
샤른:에밀리오, 거기 있나
에밀: 예
샤른: 다들 슬슬 한번 본격적으로 나서도 될 실력이 되지 않았나?
에밀: 지금 정도라면 한번 테스트 해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사른: 좋았어. 늘 하던 데로 준비해주게. 장소는 레옥스로 하지
에밀: 레옥스라면...지난번에 한번 가신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
샤른: 아아. 약간 잊고 온게 있어서
(그녀들의 수련이 빨리 진행되려면 타로카드가 필요하다. 난 지난번 레옥스 저택에 잠입했을 대 보았던 타로카드를 생각해 냈고, 일단 한번 써보고 싶어서 그곳을 고른 것이었다)
[ 용자의 무덤내. 살롱 ]
샤른: (내가 살롱에 들어갔을 때 그녀들은 모여서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들을 보자니 갑자기 호기심이 일어났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볼까?)
샤른: (내가 살롱 문가에 있는걸 몰랐던 그녀들은 계속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다지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그녀들의 말은 내 귀에 '들려왔다')
메리: 지겨워, 지겹다구 언제까지 계속 수련만 해야해?
엘리: 메리. 여기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니
메리: 이런 수련 같은건 성지에서도 얼마든지 하고 있었다구 언
니! 뭐 언니야 안했는지는 몰라도. 그가 정말로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라면 왜 아직 아무것도 안하는 거지?
코델: 파이를 먹기위해서는 충분히 익혀야 된답니다, 메리 왕녀
님.샤른 호스트 씨는 때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요?
메리: 흥... 넌 우리를 파이에 비유해버리는 구나, 코델리아. 그렇게 따지면 언니랑 같이 가려면 10년은 걸리겠네?
코델: 메리왕녀님, 말씀이 지나치세요! 엘리자베스 왕녀님이 얼
마나 열심히 수업받고 있는데!
샤른: 재료에 따라서 덜 익은 파이도 맛있답니다
메리: 뭐에요, 당신! 도둑고양이처럼!
샤른: 도둑고양이가 아니라, 도둑입니다만
엘리: 언제부터 거기 계셨던거죠,샤른 호스트경?
샤른: 이크, 그렇게 무서운 얼굴 하지 말라고요, 왕녀님. 난 파이얘기 들은 죄 밖에 없으니까
코델: 맞아요.샤른 호스트 씨가 들어오는 건 제가 봤거든요
메리: 그럼 그렇다고 얘기를 해햐지 코델리아!
샤른: 아아. 저 때문에 그러시는 거라면 사과드립니다
메리: 흥!
엘리: 그런데, 무슨 할말이 있으신가요,샤른 호스트경?
샤른: 아아, 다른게 아니라, 여러분들께서 지금까지 수련한 결과를 한번 시험해 볼 생각입니다
엘리: 시험이라고요?
코델: 재미있겠다!
메리: 흥, 내가 왜 시험을 봐야해?
샤른: 한번쯤은 배운 것들을 실전에서 사용해 보는 것이 좋으니까요
엘리: 어떤 시험이죠,샤른호스트 경?
샤른: 가볍게 몸풀기 정도죠. 오늘밤에 커티스의 작은 마을인 레옥스의 영주저택에 갔다오면 됩니다
코델: 갔다가 오기만 하면 되요?
샤른: 아니오, 지난번에 그 집에 놓고 온 것이 있어서 가지러 가는 것이랍니다. 꼬마아가씨.
메리: 도둑질과 다른 점이 뭐야?
샤른: 잊고 온 것을 가지러 가겠다고 알려주는 것이죠. (경고장--;;)
에밀: 주인님, 실례하겠습니다.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주인님
샤른: 그런가. 시간은?
에밀: 내일 새벽 2시입니다.
메리: 둘이서만 속닥거릴거에요, 정말?
에밀: 오늘 저녁 11시에 이곳을 출발하여 커티스 국경지대의 레옥스 마을로 갑니다. 정각 새벽 2시에 영주 집무실을 잠입, 귀환하는 것이 작전의 목표입니다.
샤른: 경비는?
에밀: 영주 자체 병사들과 용병들 정도 그리고 팬드래건 성기사 몇명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엘리: 팬드래건 성기사와도 싸워야 하나요? 도둑질을 하지 위해서?
샤른: 제가 가르쳐 드린대로만 하면 아무도 다치는 일 없이 일을 할수 있습니다, 왕녀님.
코델: 질문! 잊고온 물건이라는건 뭔가요?
샤른: 아주, 중요한 것이랍니다.
[ 레옥스 남작 저택 ]
영주: 허허...이거 큰일이군샤른 호스트란 녀석이 또다시 우리집을 노리다니!
집사: 영주님! 손님이 찾아 오셨습니다.
영주: 뭐라고! 혹시, 그 도둑녀석의 끄나풀은 아닐까?
집사: 빨강머리의 여기사님이신데 팬드래건 성기사단이라고 하십니다.
영주: 그래? 성기사단이라면 믿을 만 하겠지. 들어오라고 해라.
집사: 영주님이 들어오시랍니다.
캐서린: 안녕하십니까? 영주님. 성기사 캐서린이라고 합니다. 이근방에서 순시하던 도중 영주님 저택에 협박장이 날아 왔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 왔습니다.
영주: 오오...성기사단장 캐빈경은 아직 정정하시오?
캐서린: 예. 아직 젊으신 걸요 그보다 협박장의 주인은 그 소문의 괴도...
영주: 그렇소... 오래전부터 악명을 떨치던 그 괴도샤른호스트가 틀림없소! 지난번에도 우리집을 엉망으로 만들더니...
캐서린: 약속된 날짜는 오늘이지요?
영주: 그렇소. 그래서 그렇지 않아도 노심초사하던 중이었소.
캐서린: 제가 오늘밤동안 이곳에서 밤새워 지켜드리겠습니다.
민간인을 괴롭히는 괴도 따위는 용서할 수 없죠!
영주:샤른 호스트란 녀석이 우리집마저 노리다니... 어쨌든 당신만 믿겠소이다.
캐서린: 자! 그 도둑녀석은 반드시 올 것이다! 모두 정신들 똑바로 차려라!
샤른: 이곳이 바로 레옥스 남작의 저택이다.
엘리: 그런데, 그 잊고 온 물건이란...
샤른: 자자! 그런 이야기는 끝난 다음에 하고 일단 녀석들을 물리치자고!
메리: 흥! 내가 그럴줄 알았지!
코델: 그런데, 그 성기사는 어쩌죠?
샤른: 그 문제는 걱정하지말고 이 기회에 각자 실정 경험이나 쌓으라고! 참고로 내가 도와주면 좋겠지만 그렇게되면 너희들 수행에 도움이 안될 테니 가능하면 스스로 해결하도록!
메리: 호호호! 싸우지 않는 이유도 정말 가지가지군.
샤른: 위쪽의 문 근처로만 가면 방안으로 갈 수 있으니 그곳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도록!
[ 용자의 무덤, 서재 ]
(성기사의 방해를 뚫고 레옥스 저택에 무사히 다녀온 우리는 서재에 모여서 오늘의 전리품을 검색했다. 왕녀들은 이런 일에 익숙하지 않아서 약간은 어리둥절한 모습이었지만, 난 개의치 않고에밀리오와 일을 진행했다.
그때, 호기심이 많은 듯한 코델리아가 정리된 물품 중에서 타로카드에 흥미를 가졌는지 집어들고 물어봤다.)
코델: 이게 뭐에요,샤른호스트?
샤른: 정확히 말해서 '타로 카드'라고 부르지요
메리: 겨우 카드한장 얻으려고 이 고생을 했단 말이야?
에밀: '겨우 카드 한 장'이 아닙니다. 왕녀님 이 카드는 전 세계에 22장이 존재한다는 타로 카드 중 한 장으로서 마력이 봉인되어 있는 것입니다.
엘리: 마력이라고요? 카드안에?
에밀: 예, 타로 카드마다 독특한 마력과 힘이 봉인되어 있으며 카드를 갖고 수련하게 되면 카드의 영향을 받아서 그 능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주인님은 여러분들이 수련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카드를 받으러 간 것입니다.
엘리: 어머 고마워요,샤른 호스트경
샤른: 무슨 말이야,에밀리오? 카드는 거기 있길래 가져 왔을 뿐이라구. 그나마도 왕녀님이 직접 가져오지 않았나, 수련은 왕녀님들이 하는거지, 내가 하는건가.
엘리: 그랬나요...
메리: 흥, 우린 당신 도움 없이도 잘할수 있다구
코델: 스스로 하게끔 하는 선생님이 실력있는 거잖아요, 메리
왕녀님?
메리: 코델리아, 네가 뭘안다고
엘리: 아니, 코델리아 말도 일리있어, 메리
메리: 언니는 아직도 현실을 직시할줄 모르는 군. 저사람이 아
무 힘도 없는 우리를 그렇게 까지 생각해 줄 것 같아?
샤른: (본인을 앞에 놘두고 저런 소리를 하다니, 정말 대단한
성격이군.)
엘리: 저는 먼저 들어가 쉬겠어요. 오늘은 좀 피곤하군요.
메리: 나는 먼저 가겠어.
에밀: 방은 덥혀 놓았습니다. 목욕물도 받아놓았으니, 편히 쉬
십시오.
엘리: 고마워요,에밀리오
샤른: (이런 일을 처음해서 그런지 약간은 다들 피곤한 기색
이다. 모두 나가고 나도 갈려고 일어서는데 코델리아가 다시
살롱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인다)
코델: 저기,샤른호스트?
샤른: 왜그러죠, 코델리아?
코델: 아까 가기 전에 레옥스 저택에서 잊고 온 아주, 중요한
물건이라는 것은 혹시 타로 카드 아니었어요?
샤른: (이런, 이 꼬마는... 어떻게 대답한다?)
샤른: 그렇다면?
코델: 헤헷, 역시 내 추측이 맞았어. 그럼~!
아직 다 못적음... 이 대사들은 제 노트에 적혀있죠... 나중에 다 올릴께요...(과연 올릴수 있을까...ㅠ.ㅠ)
나의 이름은 13날개의 루시퍼... 12명의 존귀한 신들을 보필하는 천사의 운명으로 태어났다. 천사에게 있어 날개의 숫자는 권능과 신분의 상징... 두개의 날개를 가지고 태어나는 일반 천사들은 물론 4개의 날개나 6개의 날개를 가지고 모든 천사나 인간들 위에 군림하는 대천사들에게조차도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충성과 경의를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수만의 천사군들 중에서도 유일한 존재였던 13날개의 나는 우리들의 부모와도 같던 주신들로부터 편애에 가까운 사랑을 받게되었으며, 그중에서도 12주신의 정점에 서 계시던 절대신 프라이오스님은 어린시절의 나를 가시는 장소마다 데리고 다니셨다. 그날도 나는 언제나처럼 프라이오스님을 따라 자주가던 어딘가의 장소로 이끌려갔다.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그곳은 13암흑신의 최고의 혼돈의 데이모스님의 신전으로 그땐 아직 천지를 붉게 물들였던 신들의 전쟁이 시작되기 전이었다. 생명의 탄생과 영혼의 존재에 관하여 프라이오스님과 데이모스님은 언제나처럼 격한 토론을 벌이셨고, 지루함에 지친 나는 신전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게 되었다. 그것은 운명이었을까... 처음에 그녀는 조그맣던 나에게는 너무나도 크게 느껴지던 유리병안에서 표정없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녀에게 끌렸던 것일까... 어려서부터 화려하고 아름다운 천사들 틈에서 자라났던 내가, 유리병안에 웅크리고 있던 창백한 소녀에게 넋을 잃었던 것은, 지금도 운명이라는 말로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계속해서 바라보던 나의 시선을 느꼈는지, 표정없던 그녀의 눈동자도 어느샌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알수 없는 액체속에 그녀와 나는 점점 가까이 다가갔고, 차가운 유리를 사이에 두고 우리는 서로의 손을 맞댈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이 첫만남은, 프라이오스님이 돌아가시기위해 나를 데리러 오신것으로 너무도 짧게 끝나고 말았고, 이후 프라이오스님과 데이모스님의 사이는 점차 벌어져, 급기야는 서로 전쟁을 벌이는 사태로 진전되었고 내가 데이모스님의 신전을 찾을 기회는 두번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다. 13날개로 태어난 나는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천사들의 우두머리로 자라났으며 가장 존엄한 천사라는 세라프의 칭호를 받게 되었다. 특히 프라이오스님이 이끄시는 12주신들과 데이모스님이 이끄시는 13악신들과의 싸움이 격화되면서 주신군의 주력인 우리 천사들은 마장기라는 거신들과 함께 암흑신을 믿는 마족들을 상대로 끝없는 살육의 전쟁을 계속해야만 했었다. 13날개의 루시퍼라고 불리우던 나 자신은 6날개를 가졌던 4명의 아크엔젤 즉, 미카엘, 가브리엘, 루리엘, 라파엘들의 보좌를 받으며 9명의 발키리들과 그에 딸린 수만의 천사군들을 지위하여 암흑신의 마족들과 그리마라 불리우던 악마의 화신들을 물리쳐나갔다. 그날도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미카엘들을 이끌고 마족의 어떤 마을들을 습격하여 집들을 불태우고 마족들을 토벌하고 있었다. 저항하는 마을의 전사들은 모두 나의 부하들에게 살해당했으며 살아남은 여자와 어린 아이들은 마을 광장에 끌어내어져 나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그곳에 바로 그녀가 나타났다. 그녀를 처음 바라보던 순간, 나는 그녀가 그때의 소녀임을 본능적으로 느낄수 있었고 서로 뒤엉키는 눈길의 실가닥 속에서 그녀 또한 나를 느끼고 있음에 내 심장의 두근거림을 누를수 없었다. 미카엘은 그녀가 바로 마족들의 여왕인 리리스라고 이야기해주었다. 마족들의 병사를 이끌고 뒤늦게 나타난 그녀는 마을사람들을 구하기 위하여 단신으로 나와의 협상을 제의했던 것이다. 나는 부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을사람들을 풀어주는 조건으로 이 대륙의 최고봉인 헬카이트산 봉우리에서 그녀와의 단독면담을 요구했으며 나의 뜻을 알아채었는지 그녀 또한 이에 동의 하였다.
그리고 악속의 날. 겉으론 양측의 포로 교환을 위한 단독회담이었지만 나는 그녀를 다시 만난다는 생각 외에는 다른 아무런 생각도 할수 없었다. 이윽고 새벽의 짙은 안개사이를 뚫고 그녀가 모습을 나타냈고 우리는 그 오래전 처음 만났을때처럼 아무말 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의 일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단지 기억나는 것은 어느샌가 서로가 입을 맞추고 있었다는것 뿐... 십만천사의 우두머리로 모든 마족을 멸해야 하는 13날개의 천사인 나, 루시퍼와 모든 마족의 여왕으로 13악신의 후계자이자 그리마들의 황제인 벨제브로와 맺어질 운명이었던 그녀, 리리스는 서로의 신분이나 의무를 망각한채 금단의 사랑을 시작하고야 만 것이었다. 그 이후로도 우리는 주변의 시선을 피해 여러차례에 걸쳐 밀회를 거듭했고 서로의 사랑은 점점 깊어만 갔다. 그러나 수만명의 천사를 지위하는 우두머리로 군림하던 나였기에 그녀와 만남으로서의 변화를 모든이에게 속일수는 없었다. 그녀와의 관계를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은 나의 가장 친한 벗이자 4대 천사의 한명인 미카엘이었다. 그는 걱정스런 눈초리로 나를 설득하였으나, 이미 그녀를 나 자신보다 사랑하던 나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렇지만 미카엘은 자신의 힘으로 나를 설득할수 없음을 알자 나에게는 형님과 같은 12주신중 한명이자 어려서부터 나를 보살펴 온 태양신 비스바덴님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프라이오스님을 비롯하여 대부분 엄격하고 어려운 분들이 대부분인 주신들 중에서 비스바덴님은 드물게도 우리 천사나 심지어는 인간들에게도 허물없이 대해 주셨다. 특히 프라이오스님과 함께 유난히 나를 귀여워하시던 비스바덴님은 미카엘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를 찾아와 그녀와 더이상 만나지 말것을 명령하셨다. 비스바덴님의 이야기로는 그녀, 리리스는 이미 약혼자인 벨제브로와의 결혼이 약속된 사이일뿐더러 그녀의 탄생 자체가 벨제브로와의 결합을 통한 강력한 악마 그리마의 탄생을 위한 재물이라는 것이었다. 모든 마족이 그녀에게 경배하는 것은 그녀가 벨제브로와 함께 우리 천사들과 신족을 멸할 마신을 수태하리라는 소망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비스바덴님의 그 이야기는 나에게 오히려 역효과로 작용하고 말았다.
그날밤. 그녀를 다시 만난 나는 그녀에게 사실을 캐물었고 결국 모든 사실을 확인할수 있었다. 나는 더이상 지체할수 없었고 그녀와 함께 주신들과 암흑신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어느곳으론가 떠나가기고 결심하였다. 그러나 천사군과 마족의 양쪽세력으로부터 도망가는 길은 생각외로 쉽지 않았다. 우린 서로가 다스리던 부하들을 상대해야 했고 어제까지 충성을 다하던 부하들에게 칼을 들이밀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결국 또다른 운명의 사람을 만나고야 말았다. 그의 이름은 벨제브로. 그리마의 황제로 태어난 사나이. 약혼녀를 잃은 질투심과 나에 대한 증오로 복수심에 불타오르던 그는, 추격대의 선두에 서서 우리를 추격해왔다. 13날개의 천사로 지금까지의 치열한 전투를 통해 작은 상처 하나 입지않았던 나였지만, 벨제브로는 지금까지의 마족들과는 전혀 다른 상대였다. 황혼무렵 시작된 벨제브로의 결투는 밤을 지새고 다음날 새벽까지 계속 되었다. 결국 동이 터올 무렵 나는 벨제브로의 심장에 칼을 꽂을 수 있었지만 그 대가로 나는 5개의 날개가 찢기었고 온 몸은 상처 투성이었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끝은 아니었다. 밤새 계속된 전투때문에 우리 주위는 이미 우리를 쫓아온 천사군과 마족들에게 포위당했고 빈사상태의 나는 천사들에게, 리리스는 마족들에게 각각 사로잡히고 말았다.
13날개의 천사로 신들의 총애를 받으며 천사군과 인간들위에 군림하던 나였지만, 리리스와의 일은 결코 용서받을수 없었다. 프라이오스님의 명령으로 모든 힘을 봉인당한채 감옥에 갇혀 처벌만을 기다리며 갖은 고문에 시달려야만 했다. 하지만 육체적인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녀를 다시 볼수 없다는 생각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는 거의 반미친상태로 되어가고 말았다. 그런 괴로움의 시간을 보내던 어느날... 태양신 비스바덴님이 찾아와 나를 풀어주었고 모든 지위가 회복되었음을 알려주었다.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처분에 의아해 했지만 비스바덴님은 조용히 나를 어떤 언덕으로 데려갔다. 그곳은 예전부터 중요한 마족들을 사로잡아 불태우던 화형장터였다. 나와 비스바덴님이 도착했을때, 얼마전 화형식이 끝난 모양으로 아직 불꽃이 남아있는 재가 날리고 있었다. 바람에 날리는 잿속에서 나는 눈에 익은 장신물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언제나 리리스가 목에 걸고 있던 검은색 보석이 박혀있는 목걸이었다. 비스바덴님은 말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마족들이 데려갔던 그녀가 왜 이곳에서... 나는 혼란과 분노에 비스바덴님에게 사실을 다그쳐 물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을수 있었다. 그녀는 어느날 단신으로 주신들을 찾아온 것이었다. 마족의 여왕이었던 그녀가 원했던 것은 단 하나... 나를 형벌에서 구해주는 댓가로 그녀의 목숨을 주신들에게 맡겼던 것이다.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나의 행동 덕분에 가장 껄끄러웠던 마족과 그리마의 두명의 우두머리를 제거할수 있었던 주신들은 그녀의 희생으로 나의 모든 죄를 용서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용서할수가 없었다. 아니, 그들에 대한 복수심보다 그녀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강하였다. 그녀를... 그녀를 따라 죽고싶은 마음이었지만, 죽음의 두려움보다는 그녀를 그리워하는 이 마음조차 사라질 것이 두려워 괴로워하며 그리워할수 밖에 없었다.
그 이후는 방황의 연속이었다. 되돌아온 천사군 우두머리 자리를 내친채 세상을 방황하였으며 매일밤 그녀와 만나던 헬카이트산 정상에 올라 울부짖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를 만났다. 13악신의 우두머리 혼돈의 데이모스. 어려서 프라이오스님과 만났던 바로 그 암흑신이었다. 또한 그는 그녀의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이기도 하였다. 그는 울고있는 나를 어루만져주었다. 그리고 나를 아들이라 부르며 놀라운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것은 환생이라는 것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분 말씀에 따르면 우리 천사는 물론 인간, 심지어는 신들을 포함하여 영혼을 가진 이들은 모두 저 우주 어딘가에서 탄생하여 여러 차원의 우주에서 전생한다는 이야기었다. 즉, 우리의 육체는 신들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그 안에 담겨진 영혼은 신들조차 알수없는 어디선가 온다는 것이었다. 또 예전에 신들이 살던 고향, 지금의 신들이 이 세계로 오면서 멸망하게 되었지만 그곳의 인간의 영혼 역시, 우주 어디에서간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전생하고 있을 것이라는 말씀이었다. 즉, 누구에게나 육체란 유한한 존재이지만, 영혼은 영원한 존재로, 무한한 시간과 공간을 통해 끝나지 않은 여행을 계속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매개체를 통한다면 영혼은 자신의 기억을 간직한 채,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환생할 수도 있으며, 리리스는 단순히 죽어간것이 아니라 나를 기다려 미래의 어딘가로 환생했다는 이야기였다. 그 매개체는 리리스가 남긴 검은 보석의 목걸이. 그녀는 데이모스를 통해 나에게 소중한 믿음을 남겼다. 그것은 언제, 어딘가에서 다시 태어날 그녀를 따라 나역시 그 불확실하고 무한에 가까운 여행을 떠나, 몇번의 인생을 거듭해서라도 그녀를 다시 찾아주리라는 믿음이었다. 물론 다시 태어나더라도 평생 그녀를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설사 다시 만나더라도 그녀를 기억해내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그녀를 다시 만나고 그녀를 기억해 낼때까지 몇번이라도 아니, 몇천번이라도 다시 태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녀 역시 나를 기다려 언제까지라도 다시 태어나 줄것을 나는 믿는다. 나는 우리의 이 소중한 약속과 믿음을 위해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리고있는 그녀를 찾아 억겁의 시간과 무한의 공간을 향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여행을 떠나왔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녀를 다시 만날수 있었다.
샤: 에밀리오, 아니 비스바덴이라고 해야겠군요. 당신은 왜 이런일을 꾸몄던 겁니까?
비: 역시 각성했군. 루시퍼...! 나는 자네를 수천년동안이나 기다려왔다.
샤: 수천년이라고요?
비: 나는 자네가 사라지기전 데이모스를 만났다는 사실을 듣고 그를 찾아가 자네의 행방을 물었네. 나는 다른 주신들과는 달리 데이모스의 환생이론을 믿고 있었기 때문에 자네가 언젠가는 다시 태어나리라는 것을 믿고 지금까지 기다려 왔네.
샤: 그걸 왜 진작 이야기하지 않았죠? 또 왜 이런일을 벌여서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킨겁니까?
비: 모든 것은 자네를 각성시키기 위해서였네.
샤: 나를 각성시킨다고요? 단지 그것을 위해 이런 소동을 벌였던 겁니까? 비스바덴...!
비: 자, 어서 너의 한계를 보여다오 루시퍼!!
비: 처음에 프라이오스와 베라모드가 죽었을때는 데이모스와 나는 이제 곧 자네가 환생할수 있을 것이라고 기뻐했네. 우리가 이 세계를 위해, 다른 신들을 배반했던 것은 우리가 이 세계를 사랑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언젠가는 환생할 자네들을 맞아주기 위해서기도 했었네. 하지만 뭔가 이상했네. 지난번에 베라모드가 일으킨 전쟁은 신들이 연합하여 우리의 고향, 아르케를 구하려는 목적이었지만, 결과는 모르겠네. 결국 주신들을 무려 9명이 몰살당했지만, 암흑신은 베라모드 본인 1명만이 희생했을 뿐이네. 암흑신은 본래 13명이었는데, 베라모드가 반란을 일으킬때 데이모스를 따르던 아스킨베룬과 라만, 그리고 유가네아가 희생되었지만, 데이모스와 베라모드를 제외한 9명의 행방이 묘연했네. 더구나 당시 베라모드를 따르던 유스타시아와 디아블로는 오딧세이호에 타지도 않았네. 결국 살아남은 우리 3명의 주신과 데이모스는 나머지 암흑신들의 정보를 수소문하기 시작했지. 그러던 도중, 유스타시아와 디아블로를 탐색하던 데이모스가 실종되었네. 팬드래건의 황태자를 구한다는 구실로, 동방대륙을 탐사하던 나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되었네. 그것을 사라진 암흑신의 대부분이 동방대륙에 살아있을 뿐더러, 그들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게 되었지. 그것은 데이모스로부터 들은 궁극의 그리마 앙그라마이뉴... 우리 주신들이 암흑신과 파괴신들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낸 비장의 병기가 자네의 세라프와 이 아스모데우스였다네. 암흑신들이, 특히 베라모드가 주축이 되어 오래전 부터 만들어오던 그리마가 바로 앙그라마이뉴이네. 하지만 이 앙그라마이뉴 역시, 세라프와 아스모데우스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초능력을 가진 영혼이 아니면 제어할수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았었지. 본래 베라모드는 자신의 벨제부르와 데이모스의 리리스를 결합시켜 앙그라마이뉴를 제어할 존재를 탄생시킬 생각이었지만, 전생의 자네때문에 무산되었던 것이네. 그렇게 되자 모든것이 명확해졌지. 베라모드는 처음부터 우리의 행성 아르케로 돌아갈 마음이 없었던 것이지. 단지 우리 주신들을 몰살시키고 자신의 육체를 포기하는 대신 스스로의 영혼을 앙그라마이뉴로 옮기기 위해 모든 일을 꾸민 것이지.
샤: 그렇지만 베라모드는 환생의 존재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습니까?
비: 모두들 그렇게 알고 있었지만 예전부터 베라모드는 데이모스의 연구에 관심이 많았다네. 그는 데이모스로부터 얻은 카오스 큐브을 이용하여 자신의 영혼을 옮길 생각이었던 거네. 결국 주신들도 인간들도 베라모드의 음모에 이용되었을 뿐이지. 베라모드는 주신이 사라진 세계에 궁극의 마신으로 부활하여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생각이었던 것으로 신의 지위를 포기하고 아르케로 돌아가 평범한 인간이 되는 일 따위는 처음부터 안중에도 없었던거야.
샤: 그렇다면 아직까지 그는 왜 나타나지 않는 것입니까?
비: 궁극의 그리마 앙그라마이뉴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야. 그를 제어할 영혼이 깃들어진다 하더라도 적어도 50년은 성장을 해야 하늘의 마신으로 탄생할수 있는거야. 그동안 그의 수하들인 나머지 암흑신들은 그들의 제국인 투르를 움직여 왕국을 침공했네. 제국령을 손에 넣기 위해 체사레 보르자를 움직였던 것이지. 물론 베라모드가 마신 앙그라마이뉴로 부활하면 어짜피 모든 것이 끝날것이긴 하지만, 그들은 베라모드의 부활이전 나름대로 공을 세우고 싶었던 것이라네.
샤: 그런데 왜 나와 리리스를 끌여들였던 것입니까? 비스바덴...!
비: 자, 어서 너의 한계를 보여다오 루시퍼!!
비: 앙그라마이뉴를 상대할수 있는것은 주신들이 만들었던 아스모데우스뿐이네. 이를 제어할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던 흑태자는 이미 세상을 떠났네. 물론 우리 셋이 힘을 합하면 이렇게 잠시 움직일수는 있지만, 본래 아스모데우스 힘에는 크게 미치지 못할 뿐더러,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한시간 정도... 더구나 가동후 우리는 마장기에 모든 에너지를 빼앗겨 죽을수 밖에 없네. 이정도로는 앙그라마이뉴에게는 대항할수 없네. 그래서 생각해 낸것이 바로 자네 루시퍼를 위해 프라이오스가 만든 초차원 마장기 세라프일세.
샤: 이것을 나를 위해 프라이오스님께서 만드셨다구요?
비: 프라이오스님은 겉모습과는 달리 매우 정이 많은 분이셨네. 특히 어려서부터 손수 키우다시피한 자네를 아꼈기 때문에, 자네만이 제어 할수 있는 강력한 병기를 손수 개발하신 것이지. 아스모데우스가 강력한 힘을 가지고있지만, 제어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강한 정신력을 필요로 한다네. 세라프는 자네와 함께 성장하는 마장기일쎄. 세라프의 조직 하나하나는 자네의 유전자를 모태로 제작된 살아있는 마장기이기때문에, 자네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세라프 역시 강해지네. 프라이오스님은 자네가 죽은 이후에도 결국 그것을 완성하여 용자의 무덤에 봉인 하였다네. 그래서 우리는 앙그라마이뉴의 탄생이전에 자네를 하루라도 빨리 각성시킬 필요가 있었지. 하지만 문제가 생겼네. 본래 내가 처음, 어린 자네를 발견한 것은 지금부터 30여년 전이네. 그는 팬드레건의 젊은 황태자로 어린 나이에 용자의 무덤에 도전해왔지. 나는 첫눈에 그가 자네, 루시퍼가 환생한것을 알아보았지만, 그는 내가 각성시킬 틈도 없이 전쟁에 말려들어 실종되고 말았네. 내가 먼 동방 대륙을 탐색하며, 암흑신들의 흔적을 탐색하며, 그를 발견했을때는 그는 이미 다른 여인과 결혼하여 아들을 낳았더군. 그는 루시퍼로서의 각성에 실패한 인생을 살았던 것이야. 나는 무척 실망하였지만, 순간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지. 그것은 자네가 그 왕자의 아들로 또다시 환생하였다는 사실이였네. 하나의 시공간에 두개이상의 같은 영혼이 존재한다는 것은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리리스를 만나기위한 자네의 영혼의 힘이 그만큼 강했다고나 할까? 하지만 자네를 다시 발견해내기는 했으나 시간이 매우 부족했다네. 그래서 자네도 알다시피, 어려서부터 여러가지 필요한 수련과 교육에 힘썼지만 결정적으로 자네의 각성을 위해서는 리리스가 필요했네. 자네가 환생한것으로 보아 분명 이 세계에는 리리스가 존재한다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리리스를 직접 본적조차 없었기때문에 그녀를 찾아낸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네. 우린 결국 9명의 가능성을 지닌 여자아이를 찾아 우연을 가장한 여러 사건들을 통해 자네와 연결시켜 주었네.
샤: 결국 지금까지 우리는 당신들에게 철저히 이용당한 것이군요. 그 모든것이 당신들이 꾸민 일들이었다니...비스바덴...!
비: 자, 어서 너의 한계를 보여다오 루시퍼!!
샤: 하지만 어떻게 제가 진짜 리리스를 선택할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셨습니까?
비; 분명히 설명할수는 없지만, 자네라면 운명적으로 그녀들 중 진짜 리리스를 발견할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네. 아니 어쩌면, 그들 모두가 리리스였는지도 모르네. 리리스도 자네처럼 언젠가 만날때까지 몇번이라도 다른 인생을 살아왔을 것이고, 그들은 다른 시대뿐 아니라 동시대에 여러명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었으니까. 어쩌면 자네 역시 내가 자네를 발견하였기 때문에 루시퍼로서 자각할수 있었고, 자네 역시 그녀를 선택했기 때문에 그녀가 리리스로 각성했는지도 모르겠네. 분명한것은 자네만이 리리스를 자각시킬수 있었고, 리리스만이 자네를 각성시킬수 있었다는 사실이지.
샤: 하지만 당신들의 목적이 리리스를 통해 저를 각성시키는 것이라면, 왜 아스모데우스를 부활시켰습니까? 더구나 당신들 능력으로 아스모데우스를 제어하는 것은 자살에 가까운 일일텐데.
비: 후후후후... 그것은 자네가 비록 루시퍼로 각성하여 세라프의 주인이 되더라도 현재 자네들의 힘으로는 앙그라마이뉴를 상대할수 없기 때문일쎄. 하지만 세라프는 다른 마장기와는 달리 성장하는 존재..! 강한 상대를 상대하면 할수록 점차 강해지네. 자네가 우리의 아스모데우스를 이길수 있다면, 분명 자네와 세라프역시 한단계 성장할 것이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앙그라마이뉴를 막을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어쨌든 지금보다는 확률이 높아질 것이네.
샤: 비스바덴...!
비: 자, 어서 너의 한계를 보여다오 루시퍼!! 자네가 좀더 강해지지 않는 한은 우리의 모든일은 허사로 돌아가네. 어차피 아스모데우스를 가동한 이상, 우리들은 끝이나 마찬가지야!! 어서... 우리를 초월한 보다 강한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나!!
이곳은...? 아..그래.. 나의 이름은 리리스. 마족의 여왕이며 그리마의 황제인 벨제브로의 아내로 태어난 여자. 그렇지만, 내가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본것은 수많은 날개를 가진 아름다운 한명의 소년이었다. 깊고 깊은 잠에서 깨어나 처음으로 눈을 뜬 나를 호기심으로 가득찬 두개의 반짝이는 눈동자가 바라보고 있었다. 소년은 어느 새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으며 나 또한 그에게 조금이라도 가까이 갈수있도록 애를 쓰고 있었다. 유리를 사이에 두고 조그마한 우리의 손과 손이 맞닿았을때 어쩌면 우리의 운명은 이미 결정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후로 오랫동안 우리는 다시 만날수 없었다. 후에 안 사실이지만 그는 내가 속한 마족과 적대하는 천사의 우두머리로 마족의 여왕이라는 운명을 타고난 나에게는 원수와도 같은 존재였다. 나의 아버지는 암흑신의 우두머리인 데이모스님... 이 세계에 수많은 생명들을 창조하신 분이다. 이분은 이곳 안타리아의 어떤 신들보다도 많은 생명들을 만들어낸 분이시지만, 항상 자신은 그릇을 만들 뿐, 생물의 영혼은 우주 저편에서 날아온다는 이야기를 하시곤 했었다. 나는 아버지 데이모스님이 가장 공들여 만든 생명체로 그분의 말로는 가장 완벽하고 순수한 신체적 특징을 타고 태어났다고 들었다. 하지만 정작 내 자신은 아버지가 날 덜 완벽한 채로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거라고 생각하곤 했는데. 그것은 바로 벨제브로와의 약혼 때문이었다. 벨제브로는 아버지에 필적하는 권력을 소유한 자, 음모의 베라모드라고 불리우는 암흑신에 의해 탄생한 최강의 그리마였다. 그는 이미 내가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자신의 최고의 작품인 벨제브로와 아버지의 최고 걸작인 나의 결혼을 원하고 있었던것 같다. 베라모드는 아버지에게 나와 벨제브로의 결혼을 강요하다시피 하였고 아버지는 이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지만 자신못지 않은 세력을 가지고 공공연히 반기를 들곤하는 베라모드를 다스리기위해 나와 벨제부르의 결혼을 허락한 것이다. 그후로 베라모드는 때때로 벨제브로와 함께 찾아와 나의 상태를 살펴보곤 하였으며, 나는 마족의 여왕으로 추대되어 그들을 이끄는 역활을 맞게되었던 것이다.
마족을 이끌고 12주신의 천사들과 그들을 따르는 신족들을 맞써 싸우던 어느날. 우리 마족의 어떤 마을이 천사들에 의해 공격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으로 달려가게 되었다. 그러나 도착하였을때는 이미 마을은 불타고 있었고 여자들과 아이들만이 마을 광장에 붙잡혀 있었다. 그들만이라도 구하기 위해 나는 단신으로 그들의 우두머리에게 회담을 요구했고 의외로 요구는 받아들여져 그들의 지휘관인 13날개의 천사 루시퍼라 불리우는 인물과 만날수 있었다. 그런데.. 그와 만나기 위해 마을 광장에 들어서는 순간 난 마치 온 몸에 전기가 흐르는 듯한 충격을 느껴야만 했다. 그곳에 바로 그가 있었던 것이다. 내가 눈을 떠 최초로 본 사람, 수많은 날개를 가지고 나를 바라보던 바로 그 소년이 그곳에 서 있었던 것이다. 비록 겉모습은 변하였지만 그 깊이를 알수 없는 눈동자와 아름다운 날개는 내 기억속 그대로였다. 그 역시 나를 알아본듯 놀라는 표정이었으며 우리는 스치는 눈길속에서 수많은 말로도 표현하지 못할 그 어떤 느낌을 공감할수 있었다. 그는 마을 사람들을 풀어주는 조건으로 다른 포로 교환을 위해 그와 내가 단독으로 만날것을 제의하였다. 그리고 난 그의 의도를 곧 알아챌수 있었다. 약속의 날이 오고, 나는 그와의 약속대로 혼자서 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헬카이트의 봉우리를 찾아갔다. 떠오르는 햇살에 새벽안개가 흩어져갈 무렵 나는 헬카이트의 정상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그가 거기있었다. 우리는 서로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을 뿐이다. 단지, 왠지 모를 그리움이 벅차오르며 오래전부터, 그 어린 시절보다 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고 만나고 있었고 사랑해 왔단건만 같다는 느낌이었다. 서로 바라만 보던 우리는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어느새 입맞춤을 시작하게 되었으며 그날부터 절대로 시작하지 말았어야 할 우리의 사랑이 불타오르게 되었다. 그날 이후에도 우리는 계속적인 만남을 지속하였다. 어느사이엔가 나는 그를, 그는 나를 점차 변화시켜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냉혹하고 차가운 성격이었던 그였으나, 나와의 만남을 통해 점차 부드럽게 순화되어갔고 아무 의미없는 삶을 계속해오던 나 역시 그와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나의 변화는 점차 주위사람들에게도 인식되기 시작했다. 특히, 베라모드와 벨제브로는 나의 행동을 의심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벨제브로와의 약혼에 대해 알게된 루시퍼는 나에게 주신과 암흑신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떠나자고 이야기하였다. 이미 돌이킬수 없을 만큼 그를 사랑하던 나는 그를 따라 길을 떠날 수 밖에 없었으며, 그것이 바로 우리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이 되고 말았다.
우리의 일을 알게된 주신들의 천사군과 암흑신들의 마족들은 각기 다른 방향에서 우리를 포위해왔으며 우리는 얼마전까지의 동료들과 싸우지 않으면 안되었다. 특히 벨제브로는 스스로 추적대의 선두에 서서 우리를 뒤따라 왔다. 결국, 그날 황혼 무렵 그는 우리 앞을 막아섰고 루시퍼에게 결투를 신청하였다. 이 결투에서 루시퍼는 그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진 치열한 결투였기에, 그 역시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채 뒤따라온 천사군에게 사로잡혔다. 그리고 나 역시 마족들에게 돌아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암흑신의 신전으로 돌아온 나는 아버지 데이모스님의 명에 의해 신전 구석방에 유폐되는 비교적 가벼운 벌을 받았다. 그러나 벨제브로를 잃은 베라모드는 매일 아버지를 찾아와 나의 처벌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의 요청을 단호히 거부하셨다. 베라모드는 강력히 반발하였지만 아버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런 와중에도 나는 루시퍼의 안위가 걱정되었고 아버지를 통해 그가 감옥에서 고통받으며 곧 처형될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주신 프라이오스와 비스바덴 등이 그의 처형만은 막으려하고 있지만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으려는 대부분의 주신들의 주장으로 사태는 악화되고 있었다. 목숨보다 소중했던 그의 일을 걱정하며 매일을 눈물로 보낼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그런 나를 걱정하며 내 곁에서 위로해 주셨지만 나는 날로 초초해 할 할수밖에 없었다. 며칠째이던가... 아버지는 무엇인가를 결심한 표정으로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것은 아버지가 예전부터 연구해 오시던 환생에 관한 이야기였다. 아버지는 다른 신들과는 달리 그들의 생명창조의 의미를 단지 물리적인 그릇을 만드는 것의 극한지라 생각하셨다. 누구보다 많은 생명을 만들어 내셨던 아버지는 생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영혼이라 믿고 계셨다. 그리고 영혼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차원과 공간을 초월한 그 어딘가에서 깃들여진다고 생각하셨고 이것을 증명하고 제어할 방법을 연구해 오셨던 것이다. 한번 육체를 떠난 영혼은 어떤 차원, 어떤 공간, 어떤 시간에 어떤 모습으로 환생할 지는 아무도 모를 뿐더러 육체에 깃들여 있던 기억은 모두 사라져버리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가 연구한 방법은 주신들이 강력한 초능력으로 시공간을 넘어 아르케에서 안타리아로 워프해 올수 있었던 것 처럼 영혼의 강력한 파장을 최대한 증폭해 낼수 있는 어떠한 특별한 매개체를 통하여 본래의 기억을 간직한채 특정한 장소, 특정한 시간대에 환생할수 있는 방법이었다. 어쩌면 영혼의 워프를 할수 있을것이다. 아버지는 이 방법을 통해 우리가 프라이오스와 베라모드 등이 없어진 이후의 안타리아에서 환생할수 있다면 절대적인 운명의 사슬을 끊고 맺어질수 있으리라고 이야기 하셨다. 물론 영혼의 환생이란 아버지만의 이론으로 한번도 증명된적이 없는 불확실한 방법이었지만, 나에게는 더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아버지를 강하게 믿고 있었기에, 그 길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가 오래 전 내게 선물하셨던 카오스 큐브의 목걸이... 이것이 바로 영혼의 파장을 증폭해 주는 매개체인 것이다. 나는 일단 루시퍼의 의미없는 죽음을 막기위해 이곳 화형장에 섰다. 나의 희생으로 그의 목숨은 구제받을 것이다. 물론 이제 영원히 헤어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아버지를 믿는다. 아버지는 분명히 그를 이끌어 나를 찾아 보내실 것이다. 나는 기다릴 것이다. 그와 만나기까지 몇번의 인생을 거듭하고 억겁의 시간이 필요하더라도 그가 나를 찾아내기를 언제까지라도 기다릴 것이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나는 그녀의 뒤를 따르고 싶었지만 나에겐 할일이 있었고 무엇보다 나대신 희생해준 그녀를 위해서도 나의 운명을 마무리 지어야한다는 사명감때문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현세에서의 일도 도회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아직도 남아있는 왕국의 리처드세력을 몰아내고 투르와의 전쟁을 대비하는 일에 지난 1년을 소비했다. 그리고 얼마전 오랫동안 계속되어진 팬드래건 왕가의 싸움을 종식시키기 위한 상징적인 조치로 버몬트가의 후계자인 엘리자베스 왕녀와의 결혼을 결정하게 되었다. 그녀는 리처드에게 사로잡혔던 이후,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백지상태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리리스와의 기억을 가슴에 품고있는 나로서는 어차피 다른 여자와의 정상적인 사랑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앞으로 백치가 된 엘리자베스를 보살피며 일생을 보내는 것도 나쁘진 않다는 생각이다. 그녀는 리처드에게서 구출된 이후, 팬드래건의 생츄어리로 보내져 정신적인 치료를 받으며 요양생활을 하고 있다. 최근 들은 소식으로는 여전히 말과 웃음을 잃은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며 단지 무엇인가를 그리는 것에만 열중한다고 한다. 전해준 사람 얘기로는 붓으로 그녀의 방 사방에 그림을 그려놓아서 방안에 들어가면 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선 느낌이라고 한다. 지난 세월은 그녀에게도 치유될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겨주었던것 같다. 이미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내가 그녀에게 도움이 될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녀를 보살필 의무가 있다. 왜냐하면 그 모든일은 결국 나때문에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만나기위해 이곳 생츄어리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