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①불편투성이 자전거도로
②형식주의에 빠진 전시행정
③관련 예산 턱없이 부족
④전담 부서·성숙한 시민의식 필요
자전거도로에 대한 천안시의 탁상행정을 넘어선 ‘무관심’도 천안이 자전거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다. 자전거 관련 사업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 과감한 투자 없이는 현상유지에 급급할 수밖에 없어서다.
◇들쭉날쭉한 사업예산=자전거도로 관련 업무는 지난 2000년 초반 국비지원 사무에서 지자체 담당업무로 이관됐고, 시의 관련 예산은 큰 폭으로 낮아졌다.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을 절반씩 부담하던 때는 국비 10억 원이 내려와 자전거도로 관련 사업비가 20억 원이나 확보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업무 이관 후 지자체가 사업비를 전부 부담하면서 천안시의 무관심 속에 예산 확보는 더딘 행보를 보인다.
시가 올해 확보한 관련 예산은 총 3억 원이다. 삼용천 둔치에 산책로를 겸한 자전거도로를 설치하기 위한 것으로 자전거전용도로를 위한 사업비는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 보관대 등 자전거 시설의 유지·보수비를 제외한 관련 예산이 전혀 없었던 것보다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문제는 시가 자전거도로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 없이 예산마저 널을 뛰듯 반영하면서 자전거이용자들의 이동권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전거 보관대 없는 곳 태반=시는 자전거 시설에 대한 투자에도 인색하다.
시가 2005년까지 설치한 자전거 보관대는 목천읍 독립기념관 등 총 13곳에 287대분으로,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천안YMCA가 올 2월 16일부터 39일 동안 천안지역 관공서와 역 등 다중이용시설을 대상으로 벌인 자전거 보관대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보관대가 없는 곳이 절반을 넘었다.
시청과 동남·서북구청을 비롯해 읍·면·동 주민자치센터와 시 산하 사업소 등 50곳 중 무려 30곳에 자전거 보관대가 없었다. 법원과 통계청 등 다른 관공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자전거 보관대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한 각종 설문조사에서 불편사항 및 필요한 부대시설로 빠지지 않고 거론될 만큼 절실하지만, 시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공무원 위한 자전거 시책에는 예산 낭비=중요한 자전거도로에 대한 예산 확보에는 뒷짐을 진 시지만, 공무원 중심의 자전거 이용 활성화 시책에는 적극적인 모습이다.
시는 올해 제1회 추경에 3000만 원의 예산을 편성, 시청 자전거동호회에 가입하는 공무원에게 헬멧과 유니폼 구입비로 1인당 2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70여 명이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유니폼 등을 장만하는 데만 혈세 1400여만 원이 쓰인 셈이다.
시민들이 시의 이런 자전거 이용 활성화 시책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것은 동호회에 가입한 공무원들이 자전거 타기를 얼마나 생활화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다.
2004년 시가 자전거 타기를 활성화한다며 자전거 구매를 원하는 시민 1100명에게 1인당 5만 원씩 총 5500만 원을 지급했다가 보조금을 받아 자전거를 샀더라도 실제 이용 여부는 확인할 수 없자 이듬해 사업을 폐지한 바 있어 더욱 그렇다. /고경호,임정환 기자 (2009.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