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도 한강 노벨상 수상 기념 문학강연회
2024년 11월 9일 현진건학교에서, ‘글은 왜 쓰는가’를 주제로
한국 최초로, 아시아 여성 최초로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전국 곳곳에 축하 현수막이 나부끼고, 책 전시회가 열리고, 소설집 구입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런 중에 대구에서는 ‘한강 노벨상 수상 기념 문학강연회’가 개최되었다.
강연회는 지난 11월 9일 오후 6시 대구 중구 관덕정길 28 현진건학교에서 열렸다. 강사는 ‘현진건 평전’을 저술한 바 있는 정만진 소설가, 주제는 “글은 왜 쓰는가 - <소년이 온다>를 중심으로”였다.
정 소설가는 강연 서두에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을 성취했다는 노벨문학상 심사위원회 발표문을 인용하면서 “한강 작가가 수상을 한 이유 세 가지가 그 안에 들어 있다”고 밝혔다.
첫째, 역사의 트라우마에 맞섰다는 것이다. <소년이 온다>를 중심으로 말하면, 수상 이유에 거론된 역사의 트라우마는 ‘5‧18’을 뜻한다. 1980년 한국에서는 민주주의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인류 역사의 발전을 거역하는 군사쿠데타가 일어나 수많은 시민을 학살했다. 그 자체가 역사의 트라우마이고, 한강 소설가는 문학으로 거기에 맞섰다는 평가다.
둘째, ‘5‧18’ 와중에 살아남은 사람들 중에는 정신적 육체적 후유증을 이겨낼 수 없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도 많았다. 살아 있으되 죽음보다 못하다도 여기며 평생을 고통스럽게 견디고 있는 피해자들도 많다. 한강 소설은 인간삶의 그 연약함, 그러면서도 강인한 항쟁력을 문학으로 잘 형상화했다는 평가다.
셋째, 트라우마를 소설에 담으면서 한강 작가는 아주 적절한 시적 문장을 채용함으로써 독자들에게 강렬한 독후감을 남겼다는 평가다. 지나간 트라우마를 고발하는 데 멈춘 종전의 글들을 뛰어넘는 경지를 한강 작가가 보여주었다.
정 소설가는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말의 우려스러운 움직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역사 왜곡” 운운은 소설을 문학작품으로 볼 줄 모르고 정치선전문으로 여기는 반문화적 태도 때문이고, “출판사 로비” 운운은 세계 만방의 비웃음을 살 저급한 인식의 자기폭로라면서, “나라와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자중해야 할 것이며, 정부는 그런 행위자들을 처벌해야 마땅하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번역의 승리”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우수한 번역이 필요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본 작품의 수준이 전제되고 그 다음이 번역이라는 사실을 생각할 때 '번역의 승리' 운운은 한강 소설은 물론 한국문학 전체를 폄훼하는 잘못된 인식이며, ‘4‧3’과 ‘5‧18’을 문학적으로 뛰어나게 형상화해낸 점을 높이 평가한 노벨문학상 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의도적 모르쇠 행위”라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정 소설가는 “글은 왜 쓰는가”라는 자문자답을 통해 “한강 작가를 비롯해 글 쓰는 사람은 누구나 주제를 통해 사회공동체 발전에 기여하고자 붓을 든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구성과 문체를 적절하게 구사한다. 그 모든 것이 성공을 거두면 수작이 탄생된다.”면서 “소설을 읽고 감상하고 즐기기 위해서는 주제가 담고 있는 세계관, 주제를 잘 형상화하기 위해 작가가 의도적으로 조직한 구성과 면밀하게 선택한 문체를 집중해서 살펴야 한다”라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현진건학교는 제2차, 제3차 ‘한강 노벨상 수상 기념 문학강연회’도 준비하고 있다. 제2차 강연회는 “글은 어떻게 쓰는가 - ‘작별하지 않는다’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제3차 강연회는 “문학은 사람에게 무엇인가 - ‘채식주의자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열린다. 11월 23일과 12월 7일 각각 오후 6시, 장소는 현진건학교 강의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