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8일 – 성주간 목요일, 주님 만찬 성목요일
교회의 달력인 전례력에서 보시듯이 오늘은 두 가지 전례를 거행합니다. 하지만 이 두 전례는 하나의 상황에서 나왔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유대인들의 파스카 축제 때에 하시는 식사를 통해서 지극히 거룩한 성체성사와 이 지고한 성사를 교회 안에서 영속적으로 거행하기 위해 필요한 봉사자를 세우시는 성품성사를 제정하신 것입니다. 최후의 만찬을 통해 빵과 포도주를 당신의 살과 피로 변화시키시고, 다음날 십자가의 제사를 통해 이를 완성하시는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과 행동으로 이 예식을 계속 행하도록 분부하신 것입니다. 따라서 교회는 주님의 이 분부에 따라 지금까지 미사를 통해 성체와 성혈을 축성하여 신자들에게 영혼과 양식으로 영하게 하였고, 성직자들을 양성하고 그들에게 사제 직무를 맡기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전 세계의 모든 주교좌성당에서 주교와 사제들이 모여서 사제가 되었을 때의 서약을 새롭게 갱신합니다. 그래서 오늘이 사제들의 생일이라고 부릅니다. 이 사제들은 주님의 가르침을 따라 살며 자신과 신자들의 성화를 위해 평생을 헌신할 것을 약속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주님께로부터 얻은 이 직무와 품위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하고 남은 생애 동안 주님의 종이며 교회의 봉사자로 살아갈 결심을 다시 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신자분들의 기도를 많이 부탁하는 날입니다.
성유는 예비신자 성유, 축성(크리스마) 성유, 병자성사 성유가 있는데 교회의 관습에 따라 병자성사 성유를 감사기도 전에, 예비신자 성유와 축성 성유는 영성체 후 기도 다음에 축성합니다. 미사 후에 이 성유들은 사제들에게 분배되어 한 해 동안 본당에서 여러 가지 성사를 집전할 때 사용하게 됩니다. 예비신자 성유는 예비신자들의 선발과 세례 예식에, 축성 성유는 세례성사와 견진성사 그리고 성품성사 때에, 마지막으로 병자성사 성유는 병자성사 때에 사용하게 됩니다.
저녁에 이루어지는 주님 만찬 미사는 말 그대로 최후의 만찬을 재현하는 것으로, 특히 성체성사를 제정하시는 주님에 대해 기억하며, 성체성사의 의미와 신비를 새롭게 기억하고, 거룩하게 영성체를 하는 것이 주요 전례의 의미입니다. 우리 성당에서는 오늘 전례와 영성체에서 두 가지를 신자분들에게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오늘 미사 중의 영성체는 커다란 제병을 쪼개어 양형영성체로 해 드립니다. 즉, 하나의 빵을 쪼개어 나누어 드린다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한 식구임을 알려줍니다. 하나의 공동체 안에 속해 있음을 알리는 것입니다. 한 아버지의 자녀들이며 형제자매임을 알리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영성체로 교회 안에서 서로 깊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합니다. 또한 양형영성체를 통해서 예수님께서 겪으신 수난을 깊이 묵상합니다. 맨 몸으로 피를 흘리시면서 우리를 위해 수고수난하신 그분의 사랑에 다시 한 번 우리의 영을 집중하면서, 우리가 죄를 이겨내고 부질없는 것에 마음을 두지 않도록 새롭게 각성하는 것입니다. 영성체 시간이 오래 걸려도 이렇게 양형영성체를 하면서 우리의 영성을 함양하도록 합시다.
미사는 강복으로 마치지 않고 즉시 예수님의 수난을 준비합니다. 성체는 수난 감실이 설치된 소성당으로 모셔져서 전통에 따라 모든 구역이 순서대로 한 시간 동안 성체조배를 밤을 새워 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겟세마니 동산에서 체포되기 직전에 잠자고 있던 제자들에게 한 시간도 깨어서 같이 기도할 수 없느냐고 질책하셨고, 이 말씀은 한 시간의 성체조배를 우리에게 하도록 모티브를 제공하였습니다. 또한 매달 첫 목요일에 거행하는 성시간이 바로 예수님과 함께 세상 구원을 위해 고통받으며 기도하시는 예수님과 일치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특별히 수난을 눈에 앞두신 고통받으시는 예수님과 함께 경건하게 성체 앞에서 기도하는 시간을 갖도록 합니다. 성삼일의 첫날입니다. 모두 주님과 깊이 일치하도록 합시다.
“사실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여러분은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적마다 주님의 죽음을 전하는 것입니다.”(1코린 11,26)
(비전동성당 주임신부 정연혁 베드로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