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007 시리즈에서 첩보원 제임스 본드는 ‘살인 면허’라는 것이 있다.
임무 수행을 위해선 상부의 허락을 일일이 받을 필요 없이 자신의 단독적인 판단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이다.
픽션이라 좀 오버한 면허라는 인상은 있지만, 본드에게 맡겨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매우 필요한 면허가
아닐 수 없다.
주님의 일을 맡은 사역자들에겐 과연 어떤 면허가 필요할까?
능력과 자격은 다르다.
어떤 사람이 노래를 잘 한다고 해서 그가 무조건 가수인 것은 아니다.
가수로서의 자격을 갖추기 전까지는 말이다.
운전면허증 없이도 운전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의 능력만 믿고 운전을 하다간 법에 걸리게 된다.
그렇다면, 찬양을 인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다 인도자로의 자격이 있는 것일까?
평신도도 설교를 할 수 있고, 실제로 평신도가 목사의 인정 하에 회중에게 설교를 하는 교회들도 있다.
그러면, 그 평신도는 목사와 동등할까?
무엇이 사역자를 사역자 되게 하는가?
사역자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사역자로서 승인을 받는 것일까?
사역을 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면허’는 무엇일까?
신학이나 음대 학위가 있으면 사역 면허를 갖춘 것일까?
만약, 신학이나 음대 학위가 없으면 ‘불법 사역자’ 인 것일까?
요즘 사역자들을 보면 다들 ‘사역 면허’를 따기 위해 열심인 것 같다.
다른 사역자들과 회중들이 안심할 수 있는 공인된 면허를 갖추기 위해서 말이다.
거기에 비하면 때론 내 모습이 운전 면허도 없이 운전하는 사람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영화를 보다보면 급박한 위기 상황 속에선 ‘무면허, 비전문가’ 주인공들이 활약할 때가 많다.
‘면허자와 전문가’들이 다 죽었거나 하는 상황 속에서 말이다.
그러면, 나는 정말로 위급 상황에 투입되는 무면허 사역자일까?
바울도 평생 ‘무면허 사도’라는 논쟁 속에서 사역해야 했다.
당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도의 면허를 그는 가지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수님을 친히 육체로 뵙지 못했고, 예수님께서 그를 12사도에 직접 뽑으신 적도 없다.
오히려, 그는 교회의 최초의 핍박자들 중의 하나였다.
바울이 가말리엘이란 당대 최고의 스승에게 사사 받은 뛰어난 청년 바리새인이었지만,
그것이 사도의 면허는 아니었다.
예루살렘 교회의 열두 사도들로부터 사도로 임명된 적도 없다.
바울은 그의 대부분의 서신서를 자신의 사도됨에 대해 확실히 선포하면서 시작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종 바울은 사도로 부르심을 받아
하나님의 복음을 위하여 택정함을 입었으니(롬 1:1)“
“하나님의 뜻을 따라 그리스도 예수의 사도로 부르심을 입은 바울과 및 형제 소스데네는(고전 1:1)“
“하나님의 뜻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예수의 사도 된 바울과 및 형제 디모데는(고후 1:1)“
하지만, 위 말씀들을 잘 읽어보면 특별한 사도 면허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저 부르심을 받았고 하나님의 뜻으로 사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다른 구체적인 사도된 증거가 나타나 있지 않다.
누구에게 안수를 받아서, 어느 학교를 졸업했기에,
어떤 단체에서 임명을 받았기에 사도가 되었다고 쓰고 있지 않다.
그의 사도됨은 어떤 사람에게서 얻고 인정받은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으로부터라고 기록하고 있다.
“사람들에게서 난 것도 아니요 사람으로 말미암은 것도 아니요
오직 예수 그리스도와 및 죽은 자 가운데서 그리스도를 살리신
하나님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도된 바울은(갈 1:1)“
결국 바울의 서신서 서두에 나오는 고백들을 종합해 볼 때 그는 자신의 사역 면허가 오직 ‘자신이
하나님의 뜻에 따라 부르심을 받았다는 확증’이라고 담대히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역 면허 중 하나는 결국 자신의 믿음이다.
겉으론 아무 증거가 없을지라도 주님께서 나를 부르셨다는 증거,
그 내적인 확신이 바울에겐 사역 면허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