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다카 본선(日高本線)의 남아있는 구간 완주를 마치고 토마코마이(苫小牧)역으로 돌아온 여기. 이제 특급열차 호쿠토(北斗)에 올라 종점인 하코다테(函館)역까지 달려갈 준비를 마칩니다.
시라오이(白老)역을 지나 이번에 도착한 정차역은 노보리베츠(登別)역. 노보리베츠는 홋카이도 내에서 온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를만한, 유명한 온천관광지이지요. 삿포로에서 특급열차로 1시간 10분~20분 가량이 걸릴 정도로 거리가 있긴 하지만... 뭐 후쿠오카(福岡)에서 유후인(由布院)이나 벳푸(別府) 가는것보다는 가깝지 않나...? 하여튼 한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입니다.
인구 44,000명의 노보리베츠시(登別市)에 위치한 노보리베츠역. 도시 이름이자 역명인 노보리베츠는 아이누어로 색이 짙은 강이라는 뜻의 'nupur-pet'에서 유래하였는데요. 온천의 석회 성분이 강에 흘러들어 색이 탁해지는 모습을 보고 그런 이름이 붙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노보리베츠역이 도시의 중심부에 있는 역은 아니어서 노보리베츠시의 중심 시가지에는 두정거장 뒤의 역인 호로베츠(幌別)역이 자리잡고 있어요. 그래도 노보리베츠 온천에 가려면 이 역이 가장 가까우므로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이 구간을 지나는 특급열차 호쿠토와 스즈란(すずらん)이 정차하고 있습니다.
2면 3선의 노보리베츠역 승강장. 역사와 접해 있는 1번홈에 당역 출발 무로란(室蘭)행 보통열차가 정차중인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급열차 호쿠토가 출발하고 3분 뒤에 발차 예정으로 되어있네요.
다음으로 정차한 역은 히가시무로란(東室蘭)역.
홋카이도의 대표 공업도시로 알려진 인구 75,000명의 무로란시의 동부에 위치한 히가시무로란역은 역명을 여러번 바꾼 적이 있었는데요. '모'로란(室蘭)(1892) → 와니시(輪西)(1897) → 히가시와니시(東輪西)(1928) → 히가시무로란(東室蘭)(1931) 순서라고 합니다. 일설에 의하면 히가시와니시(ひがしわにし)라는 이전 역명이 '동쪽은 서쪽(東は西)'이라는 뜻으로 들려서 헷갈린다고 지금 이름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도 있네요.
쌍섬식 승강장 구조의 히가시무로란역. 바다로 튀어나오는 반도에 위치한 무로란시 시가지 방면으로 들어가는 무로란 본선(室蘭本線)의 지선이 이 역에서부터 분기되고 있기도 한데요. 반도의 끝에서 철길이 다른 곳으로 나아가기는 어려우므로 지선은 무로란(室蘭)역에서 끝나고, 원래의 본선은 히가시무로란역에서 방향을 틀어 오샤만베(長万部) 방면으로 나아갑니다.
하지만 정작 전철화가 되어있는건 지선 쪽이고 히가시무로란역 이후의 무로란 본선 구간은 전부 비전철화 구간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까 노보리베츠역에서 보았던 737계 '전동차'가 괜히 무로란행으로 되어있는것이 아님.
무로란 본선 지선이 분기되는 지점. 특급 호쿠토는 이제 전선이 없는 구간을 달리기 시작합니다.
다테몬베츠(伊達紋別), 토야(洞爺)역을 지나 무로란 본선의 기점인 오샤만베(長万部)역에 도착했습니다.
(이미 지나갔지만 토야역은 토야 호(洞爺湖)라고 해서 중간에 큰 섬이 있어 마치 도넛 모양으로 생긴 유명한 호수가 있는 곳이지요.)
인구 4,800명의 오샤만베 정(長万部町)의 중심역인 오샤만베역. 아이누어에서 유래한 지명답게 특이한 어감의 이름인 것 같네요.
무로란 본선은 이곳 오샤만베역에서 끝나고, 열차는 이제 하코다테 본선(函館本線) 구간에 합류하게 됩니다.
사실은 하코다테 본선도 삿포로(札幌)와 이어지는 노선이었지요... 오타루(小樽), 삿포로를 거쳐 아사히카와(旭川)역까지 구간이 전부 하코다테 본선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몇편 전에선가 이야기했듯 연선 인구의 차이가 커서 특급 호쿠토는 하코다테 본선 경유 내륙 루트 대신 치토세선(千歳線)-무로란 본선 경유 바닷가 루트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뭐 미래에 홋카이도 신칸센(北海道新幹線)이 지금 종점인 신하코다테호쿠토(新函館北斗)역에서 삿포로역까지 연장되면 오샤만베역을 지나 위에 언급한 내륙 루트를 따라가도록 노선이 지어질 예정입니다. 예정하기로는 2030년쯤 말이지요.
무로란 본선의 토마코마이역을 지나면서부터 특급 호쿠토는 쭉 홋카이도의 남쪽 해안선을 따라 달려오고 있습니다. 해안선이 일직선이면 선로도 쭉 일직선으로... 해안선이 우치우라 만(内浦湾)을 원형으로 둘러싸고 있을 때에는 선로도 동그랗게 돌아서 가는 선형을 보여주고 있네요.
호쿠토의 다음 정차역은 야쿠모(八雲)역입니다.
인구 14,700명. 일본 전체에서 유일하게 동해와 태평양을 동시에 접하고 있는 지자체인 야쿠모 정(八雲町)의 중심역인 야쿠모역.
거기에 지도로 야쿠모 정의 위치를 보면 전혀 그럴것같지 않은데, 야쿠모역은 홋카이도 내에서 가장 서쪽에 위치해 있는 역이라고 합니다. 왜냐면 이 역보다 서쪽에 있던 역들은 다 없어졌거든요...
토마코마이역을 출발해 약 2시간... 야쿠모역을 오전 11시 27분에 출발하는 호쿠토. 종점 하코다테역까지는 1시간쯤만 더 가면 됩니다.
지금 호쿠토가 달리는 방향으로 오른쪽 창문에는 농경지와 산의 풍경이,
왼쪽 창문으로는 바다의 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더 멀리 보면 또 육지가 보이기는 한데... 아까 이야기했듯 우치우라 만(内浦湾)을 육지가 원형으로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그 반대편의 땅이 보이는 것이에요. 그것도 불과 1시간 전에 열차를 타고 지나고 있던 땅이 말이지요.
이어서 창밖으로 보이는 것은 해발 1,131m짜리 화산인 홋카이도코마가타케 산(北海道駒ヶ岳)입니다. 후지산과 비슷한 풍경을 보여준다 하여 지역 이름을 앞에 붙인 오시마후지(渡島富士)라는 별칭이 있는 홋카이도코마가타케산은 후지산과는 다르게 정상부분이 많이 깎여나가있는것 같은 모습인데요. 그도 그럴것이 이 산은 활화산으로서 2000년에도 작은 규모의 분화가 발생하였고 정상의 화구 부분은 여전히 출입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전히 진행방향 왼쪽으로는 바다가 펼쳐져 있습니다. 해안을 따라 크게 C자 모양으로 돌아서 온 특급 호쿠토.
이번에 정차한 역은 모리(森)역. 모리역은 인구 13,700명이 살고 있으며 위에서 본 홋카이도코마가타케 산 바로 옆에 자리잡고 있는 모리 정(森町)의 중심역으로 다름이 아니라 제가 2017년 일본철도 여행때 와본 가장 북쪽의 역이기도 합니다.
모리역에서는 작은 오징어몸통에 밥을 채워넣은 요리, 이카메시(いかめし)를 넣은 도시락을 에키벤으로서 팔고 있습니다. 가격은 현재 880엔이라고 하니 몇년전에 비해 약간 오르긴 했는데... 어쨌든 에키벤 중에서는 꽤나 유명하고 인기가 있는 상품이지요.
모리역을 출발한 열차는 이제 드디어 해안을 벗어납니다.
사실 하코다테 본선의 모리(森)-오누마(大沼) 사이 구간은 홋카이도코마가타케 산을 사이에 두고 산의 서쪽으로 비교적 일직선으로 질러가는 본선과 산의 동쪽으로 해안가를 돌아서 가는 우회 지선(사와라 지선(砂原支線))이 별도로 나눠져 있는데... 우회하는 노선은 원래 급구배를 피해 가기 위해 만든 것이었지만 지금은 엔진 성능이 좋아져서 특급열차들은 그냥 본선으로만 다닌다고 하네요. 하지만 사와라 지선에도 역들이 몇개 있어서 보통 열차가 하루 몇번 다니고 있기도 합니다.
서쪽에서 바라보는 홋카이도코마가타케의 모습.
다음으로는 오누마코엔(大沼公園)역에 정차하였습니다. 오누마코엔, 즉 오누마 공원은 오누마(大沼) 호수와 코누마(小沼) 호수 등의 명승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관광시설들이 모여있는 호수공원 내지 습지공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하코다테에서 특급열차로 30분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있어 하코다테와 묶어서 둘러보는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창문이 깨끗하지 않아 영 별로지만... 코누마 호수 옆을 선로가 지나가기에 사진을 몇장 촬영해 보았습니다.
호수를 배경으로 담아본 홋카이도코마가타케 산.
다음은 신하코다테호쿠토(新函館北斗)역. 홋카이도 신칸센의 현 종점이기도 한 바로 그 역입니다.
하코다테시(函館市)와 인접한 호쿠토시(北斗市)에 위치해 있는 이 역은 원래 오시마오노(渡島大野)라는 역명을 가지고 있다가 신칸센이 들어오게 되며 좀더 지역을 대표할수 있는 역명으로 바꾸고자 하였으나... 역의 주 수요처인 하코다테시 측이 원하는 '신하코다테역'과 역의 소재지인 호쿠토시 측이 원하는 '호쿠토역'을 홋카이도청의 중재에 따라 그대로 이어붙여 지금의 신하코다테호쿠토 라는 역명이 결정됩니다.
재래선 승강장과 나란히 지어져 있는 홋카이도 신칸센의 승강장. 이곳에서 열차를 타면 곧바로 도쿄(東京)로 갈수도 있겠지요. 좀 많이 비싸겠지만...
신하코다테호쿠토역의 재래선 승강장. 선로가 중간에 끊겨있는 1번홈은 하코다테역과 신하코다테호쿠토역을 왕복하는 셔틀열차, 하코다테라이너(はこだてライナー) 전용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신칸센 역도 지났고, 이제 정말 종점 하코다테역이 코앞이네요.
하코다테역에 도착하기 직전 정차하는 마지막 역, 하코다테역의 바로 다음역이기도 한 고료카쿠(五稜郭)역입니다.
고료카쿠(五稜郭)는 하코다테 시내에 위치해 있는 오각별 ☆ 모양의 요새로, 일본식 성이 아닌 유럽식 요새의 양식을 본따 1866년에 지어졌으며 지금은 바로 앞에 타워 전망대도 만들어져 있어 높은 곳에서부터 오각형 요새의 풍경을 감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사실 그냥 집 안에서 위성 지도만 켜도 멋진 모양의 별이 보입니다ㅋㅋㅋ 세상 참 좋아졌다...
과거엔 JR 홋카이도의 노선(에사시선(江差線))이었으나 신칸센 개통 이후 별도의 제3섹터 사철로 떨어져 나간 도난 이사리비 철도(道南いさりび鉄道)의 노선이 고료카쿠역을 기점으로 하고 있습니다. 실제 운행은 모든 열차가 고료카쿠역을 지나 하코다테역까지 드나들고 있지만요.
덤으로 도난 이사리비 철도는 현재 홋카이도 내에 존재하는 유일한 사철로 알려져 있지요. 홋카이도에서 사철 만들어서 장사하기... 절레절레
이제 특급 호쿠토는 하코다테역 북쪽, 수많은 선로들이 펼쳐져 있는 차량기지의 옆을 지나 마지막 역인 하코다테역에 도착하게 됩니다.
이번 편은 사진이 40몇장이라... 애매하게 많아서 2편으로 나눌까 했는데 그럴라니까 더 애매해져서 그냥 하나로 올렸네요ㅠㅠ 어쨌든 하코다테 당일치기. 귀국 전 마지막 날의 왠지 김빠지는 피날레를 다음 편부터 이어나가보도록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