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대떡' 간판을 단
지짐이집에서 굳이 해물
파전, 정구지전을 찾는
풍경은 부산에서 흔하다. 밀가루가 들어간 지짐이에 익숙하면
녹두 가루가 퍼석하게 느껴질 수 있어서일 것이다. 하지만, 식어서 딱딱하게 굳어 버린 빈대떡을 "살살 녹는다"면서 좋아하는 사람까지 있다. 빈대떡은 아직까지 마니아적인 장르일까.
피란의 흔적이 남아 있는 부평시장에 가면 이북식
먹거리들이 흔한데, 그중에 빈대떡을 빼놓을 수가 없다. '
맷돌빈대떡'. 부평시장통 안에 본점이 있고 시장 밖 부평동 주민센터 근처에 2호점이 있다. 함경북도 청진 출신의 시부모로부터 손맛을 내림한 이경남(56) 사장이 정통을 지키면서도 화려한 변주를 보여 주는 곳이다.
고기빈대떡은 이북식 그대로다. 맷돌로 간 녹두에
돼지고기, 숙주를 반죽해서
무쇠철판에 구워 낸다. 갓 구워 내 따끈할 때, 가장자리가 가슬가슬하게 씹힐 때 먹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돼지기름을 쓰지 않는 것을 빼고는 옛날식이다.
해물빈대떡에는 돼지고기 대신 해물이 들어간다. 부산의 입맛에 맞춘 것이다. 젊은 사람들을 겨냥해서는 치즈까지 넣는다.
토핑하지 않고 반죽 안에 모차렐라치즈를 넣었다. 모양도 흡사
피자다. 이리하여 빈대떡은 명실상부 'Korean Pizza'가 되었다!
파전 열성파들도 실망할 필요가 없다. 녹두파전이 있다! 밀가루가 아닌 녹두 가루 100%. 빈대떡이 부산에 와서 파전으로 거듭난 것이다. 부산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도 않는다. 정구지전,
해물파전도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녹두 가루와 밀가루, 돼지고기와 해물 반죽의 모든 조합이 총출동한 셈이다.
비가 오면 유난히 지짐이가 끌린다. 어릴 적부터 그렇게 먹어서 그렇다. 창가나
우산을 때리는 빗소리, 번철 위에서 전이 지글지글 굽히는 소리가 화음을 이뤄 입속에서 춤을 춘다. 이제 곧 장마다. 변덕스러운 날씨를 핑계로
막걸리 한 사발을 함께 들이켤
친구가 그립다. 빈대떡이건, 파전이건 상관없이.
※부산 중구 부평2길 27(부평동2가). 오리지널 고기빈대떡·해물빈대떡 각각 3천 원. 왕고기빈대떡·해물빈대떡 각각 7천 원. 치즈해물빈대떡·해물파전 각각 1만 원. 정구지전 5천 원. 오전 11시~오전 2시(월요일 오후 3시 개시). 본점 051-242-9992, 2호점 051-244-6459. 글·사진=김승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