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축령산]
산행지
축령산(높이 621.6m) 전남 장성군 서삼면, 전북 고창군 고수면소재
산행코스
장성 서삼 추암리 괴정마을(09:43)-춘원 임종국 조림공적비(10:15)-축령산 정상(10:41)-우물터 갈림길(11:16)-들독재(12:03)-금곡 영화마을(12:17),중식-휴양림 임도-우물터(13:37)-헬기장,임종국선생 수목장(13:51)-임도-춘원 임종국 조림공적비(14:08)-괴정마을(14:35) 4시간52분(09:43-14:35)
산행기
울창한 편백나무와 삼나무로 조림되어 있어 최적의 삼림욕장으로 불리는 축령산에서 몸과 마음을 그윽한 피톤치드 숲 향기의 청량함과 상쾌함에 마음껏 취해보자.
우리나라의 조림 왕으로 널리 알려진 춘원 임종국 선생과 마을 주민이 힘을 모아 손수 조림한 축령산 자연 휴양림이 있는 산 이름은 전남 장성에서는 축령산이라 부르고, 전북 고창에서는 문수사라는 고찰이 자리 잡고 있어 문수산이라 별칭을 하고 있는 유별한 산이기도 하다.
호남고속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를 연결하는 담양-고창 간 장성물류 톨게이트를 빠져 나와 장성군 서삼면 추암리 괴정마을로 들어온 뒤 축령산 자연휴양림 입구 무료 주차장에 차를 두며 산행은 시작하는데 축령산 정상이 바로 올려다 보인다.
'백련동'이라는 가든 간판 앞에 힘센 근육을 드러내며 양팔을 벌리고 서 있는 남성의 조각상과 눈길을 마주친다.
길가 노랗게 피어난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아스팔트길을 따르다 장승과 축령산 안내도가 있는 곳에는 차량을 통제하기 위해 빨간 재킷을 입은 세 사람이 임도를 지켜 서 있으며 지도 한 장을 건네받는다.
이곳에서 휴양림까지 2km, 금곡 영화마을까지 4km라는 커다란 이정표가 전광판 옆에 있으며 우측으로 보이는 비포장 길(간이 화장실 방향)은 하산할 때 날머리로 정해 놓고 포장길을 따라 그대로 직진한다.
여기저기에는 별장 같은 멋진 집과 암자가 있으며 주차장에서 20분 뒤 커다란 바위가 있는 임도부터 흙길로 바뀌고 8분 후에는 넓은 임도3거리 고갯길이 나온다.
우측 잔디광장에는 축령산에 나무를 심고 가꾸는데 일생을 바친 '춘원 임종국 조림 공적비'가 세워져 있으며 마침 오늘 이곳에서 '장성편백 자유의 숲' 조성사업 기공식을 하기 위해 플래카드가 걸려있는데 관계자 몇 명이 행사 준비를 하고 있다.
차단기가 있는 콘크리트길 내리막 방향은 축령산 정상을 오르지 않고 곧장 금곡 영화마을로 가는 임도이며 공적비 뒤편의 임도는 들머리에서 보았던 차량 통제소 우측 비포장과 만나는 임도다.
축령산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는 묘 3기가 있는 편백나무 숲 산길로 접어들어야 하기 때문에 임도를 벗어난다.
곧게 하늘로 치솟은 편백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상쾌한 공기가 깊어가는 숨결을 타고 폐에 깊숙이 스며드니 공중에 뜬 기분처럼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정상 봉우리가 보이는 능선에서 이슬비가 내려 우의를 착용하고 공적비가 있는 임도를 벗어난 지 25분 후 통신중계탑과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넓은 축령산 정상에 발길이 닿는데 금곡 영화마을 방향에 이정표(금곡영화마을 4.34km, 임종국기념비 0.56km)가 있으며 기둥에는 '장성 축령산 621m'라 적힌 나무판자가 걸려있다.
정상 제일 높은 지역에는 삼각점과 전북 전일상호신용금고의 후원으로 전북산악회에서 세운 스테인리스 사각 기둥이 서 있다.
원래 표시는 닳아 없어지고 매직펜으로 '영산기맥 문수산 621.6'이라 쓰여 있으며 '칠성 2.3km, 백연 1.2km'라고 기둥 아래쪽에 표시되어 있다.
그리고 기둥 앞에는 '한백산악회'에서 세운 낡은 철제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 방향을 안내하고 있다.
과일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금곡 영화마을로 부드러운 흙길 능선을 따라 크고 작은 봉우리를 오르내리는데 전북 고창과 전남 장성의 경계를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정상에서 24분을 더 걷다 휴양림 임도의 우물터에서 올라오는 갈림길 이정표를 만나는데 '축령산 1.02km, 우물터 0.76km, 금곡영화마을 3.32km'라 적혀 있고 아주머니 한 분이 우산을 받쳐 들고 우물터 방향에서 올라오고 있다.
멈출 줄 모르며 내리는 이슬비는 결국 저 건너 산안개를 불러들이고 시야를 가로막고 있는데 맑은 날이면 병풍산 등 주변의 산줄기 풍경이 사방으로 조망될 텐데 아쉽다.
빗길 내리막에서 엉덩방아를 한 번 찧고 간혹 바위지대와 산죽을 통과하다 우측으로 조성된 편백나무와 삼나무의 울창한 수림지대는 특별한 만남처럼 이국적인 경치로 다가온다.
묘지가 많은 낮은 곳까지 내려오다 안개에 파묻힌 흙집 기와 팬션이 보이기 시작하고 우물터 갈림길로부터 47분 후 고창 은사리와 장성 금곡마을의 경계인 들독재 임도에 내려선다.
지나온 축령산 산릉을 돌아보지만 안개에 감춰져 있으며 이곳 이정표에는 '문수사 2.25km, 축령산 3.45km, 금곡영화마을 0.89km'라고 적혀있다.
콘크리트길을 따라 금곡 영화마을 쪽으로 걷다 고개 바로 아래 보이는 세심원 건물 전체가 하얗고 빨간 매화꽃으로 울긋불긋 단장한 그야말로 봄소식을 전하는 내 고향의 풍경으로 다가와 정겹기만 하다.
곡선 길 넓은 임도를 따라 금곡 영화마을로 내려와 1960년대 마을 풍광을 간직하고 있는 우물터와 초가집 그리고 돌담길과 층층의 다락논은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하는 옛 시절로 되돌리고 만다.
금곡마을은 '태백산맥' '내 마음의 풍금' '침향' '만남의 광장' '오른손 왼손' '왕초' '전선에서 온 편지' 등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했던 마을로 유명하며 마을 입구 당산나무와 장승은 금곡마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찾는 이들에게 구수한 옛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것 같다.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는 20여 가구의 평화로운 농촌 마을은 인심이 후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태백산맥' 영화 촬영 장소 동판이 세워져 있는 모정에 앉아 김밥으로 요기를 달래고 다시 초가 우물터로 올라가 임종국 기념비(공적비)가 있는 휴양림 방향으로 발길을 향하는데 기념비까지는 3.92km라 이정표에 적혀있다.
빨간 벽돌 슬래브집인 화엄사 분원 건물 앞으로 이어지는 콘크리트 포장 길은 곧 비포장으로 바뀌며 서서히 고도를 높이는 경사의 연속으로 영화마을로 내려오는 사람들과 사뭇 숨소리가 달라진다.
영화마을에서 0.5km 떨어진 곳에 이정표를 만나고 좌우측으로 조림된 아름드리 편백과 삼나무 숲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 부드럽게 이어지는 발걸음은 일상에서 지친 심신을 가다듬고 새로운 힘을 얻는 삶의 활력소요 맑은 샘물이 되고 있다.
편백나무와 삼나무의 어울림 속에 편백나무는 잎이 납작한 반면 삼나무는 뾰족한 것 외에는 나무 몸통이 거의 흡사해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쉽게 분간할 수 없다.
포장과 비포장 길이 번갈아가며 힘에 부치도록 가파르다가 내리막이 주어지고 평탄한 길에서는 다시 피톤치드 숲 향에 취해 상쾌한 기분에 빠져든다.
금곡 영화마을을 출발한지 54분 뒤 갈림길 이정표(임종국기념비 2.14km, 금곡영화마을 1.78km, 금곡마을입구 1.56km)를 만나 기념비 방향으로 계속 진행한다.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영화마을부터 비가 그치더니 안개가 사라지고 주변의 산세가 모습을 드러낸다.
휴양림 임도를 걷다 넓은 우물터에 도착하는데 축령산으로 오르는 이정표(1.57km)가 있으며 임종국기념비까지 0.84km가 남아있다.
우물터를 지나 기념비 방향으로 가다 곧 2005년11월 평생 동안 땀과 열정으로 나무를 심고 가꾸어 우리나라 최고의 편백과 삼나무숲을 조성한 후 타계한 춘원 임종국 선생의 느티나무 수목장이 100여 미터 떨어진 헬기장 옆에 위치하고 있어 잠시 들러보지 않을 수 없다.
둔덕처럼 생긴 언덕 위에 너른 헬기장이 있으며 그 건너편 공터 작은 느티나무 아래 고인을 모셔 놓은 수목장을 바라보며 잠시 고개 숙인다.
수목장에서 나와 다시 기념비 방향으로 가는 휴양림 임도에 하늘을 찌를 듯 거침없이 쭉쭉 뻗어 오른 편백나무와 삼나무의 위용이 참으로 대단하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부정과 그름에 굴하지 아니하고 올 곧게 처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시위라도 하듯 한 치 구부림 없이 수직으로 곧게 뻗어있다.
이들은 흙으로 다시 돌아가는 그날까지 평생을 변함없이 곧게 살아갈 것이다.
우물터에서 20분 뒤 오전에 만났던 '춘원 임종국 조림공적비'가 있는 임도 3거리 고개에 도착하여 지금까지 기다란 타원형 모양의 등산코스를 따라 한 바퀴 돌았음을 실감한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코스는 공적비 뒤편으로 연결된 임도를 따라 걷다 5분 뒤 만나는 갈림길 이정표(임종국기념비 0.36km, 대덕마을 3.32km, 추암마을 1.7km)에서 추암마을 방향의 우측으로 꺾어 내려가다 축령산을 뒤돌아보니 통신중계탑이 눈에 띈다.
계속되는 내리막길 공적비에서 30분을 내려오니 간이 화장실과 제2주차장이 나오며 차량 출입 통제소가 바로 앞이다.
승용차가 있는 제1주차장으로 내려와 편백나무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맑고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킨 5시간 동안 축령산의 힘찬 기운을 가득 채우고 집으로 향하며 산림청에서 이곳 축령산 편백나무 숲을 '22세기 후손에게 물려 줄 숲'으로 지정한 반면 2000년에 열린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도 당연히 우수상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0 산행 사진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