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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득 2만달러, 행복지수 2만달러? | ||||||||||||||||||||||||||||||
백두대간 산 뭉개 시멘트 캐내면 국민소득 올라간다 백두대간 한 가운데 자리잡은 산에서 석회석을 캐내 시멘트를 만드는 공장이 있다. 시멘트 제조업의 특성상 이 공장이 어느정도 분진과 같은 오염물질을 내보내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은 불가피하다. 또한 시멘트 생산량에 비례해 산이 깎여 나가고, 우리나라의 석회석 매장량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과 이에 기초한 현행 경제성장 지표는 시멘트 생산과 같은 다양한 경제활동에 부수되는 환경오염과 이에 따른 국민 피해는 무시한다. 기업회계라면 당연히 고정자산 감소로 분류될 지하자원 감소도 계산에 넣지 않는다. 그러나보니 결국 환경오염을 많이 시킬수록, 석회석 자원을 빨리 고갈시킬수록 경제성장률 수치는 높아지고 국민소득은 증대되는 것이다. 이는 유조선 기름 유출과 같은 대형 환경오염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정화 작업을 위해 막대한 비용이 지출되면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때보다 경제성장률이 올라가는 상황까지 이어진다. 지난 7일 서울 정동 배재학술지원센터에서는 이처럼 지디피를 중심으로 한 현행 ‘국민계정체계(SNA)’의 한계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환경단체인 환경정의 주최로 열렸다. 사실 이 주제는 이미 오래 전에 제기된 것으로, 환경운동진영에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에 토론회를 연 것은 어떤 연유일까?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은 “경기불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우리 사회의 최고 목표가 된 경제성장을 나타내는 지표인 지디피와 경제성장률에 대한 문제의식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며 “이와 같은 경제성장 이데올로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열번이고 백번이고 도끼질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에서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토론회에서 이정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국민소득 2만달러’를 국정 목표로 내세우고 경제성장률 높이기에 매달리고 있으나, 우리가 경제성장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물질적 풍요일 뿐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은 아니다”며 “이처럼 경제성장이 국민의 행복을 증진하지 못한다면 이는 경제성장에 투입된 막대한 자원이 낭비되거나 비효율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중요한 것은 2만 달러라는 숫자를 목표로 한 맹목적 경제성장이 아니라 국민 각자의 행복을 고려하는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환경보전과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경제성장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속가능성과 녹색지디피’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한 김종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기획조정팀장은 “성장지상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지속가능발전’이라는 개념이 전 세계적으로 지지기반을 확보하고 있지만, 문제는 이를 측정해 보여줄 지표가 없다는 것”이라며 “지디피와 같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여러 지표를 개발해 적절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경제 성장과 환경과의 상충관계를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도 제기됐다.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천재의 영역에 있던 것들이 빠르게 인재의 영역으로 넘어오고 있는 것에서도 나타나듯, 우리 사회의 사회·환경문제 관리능력의 증대는 경제성장과 직접 관련이 있고, 수명과 교육, 건강 등 행복의 요소 또한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증대와 강한 연관성이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유철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의 주장이 그것이다. 유 교수는 “환경 문제에 대한 접근은 따라서 소득분배 문제와 직접 연관된다”며 “이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환경운동은 사치재로 몰리기 쉽다”고 주장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