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정성근 교수 전시작 중에서. 편집 : 장한기)
“정성근 교수의 사진적 변천과 사진사상”
(글 : 사진평론가 장한기)
본질보다 더 본질 같은 이미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디지털 매체 시대에 사진의 원 본성을 해체하지 않고 현대인이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그 삶의 영역을 확장해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했다는 정성근 교수의 금번 사진전은, 관념에 물든 시대에 깨어있는 사진가들에게 비판정신을 가미한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두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사진계에서 사진학 교수로 제직하면서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사진학 교수라면 사진작품활동을 하는 것은 기본적인 것으로 생각되나, 실질적으로 교수직과 사진창작활동을 병행한다는 것은 이원화 되어있다. 이럴 테면 사진의 이론과 지식을 제자들에게 전수 한다는 것과, 스스로 작가가 되어 작품활동을 한다는 것은, 그 에너지가 두 배 이상으로 소요됨은 물론, 이론적 지식을 전수시킨다는 것과 창작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가 알고 있는 사진학 교수들 중에, 지식의 전달과 창작활동을 병행하며, 지속적으로 두 분야를 평행을 이루며 활동하는 교수는 불과 손꼽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정성근 교수의 경우는 두 분야 중 어느 쪽도 소홀함이 없는, 이론과 실기를 병행하는 것으로 평판이 나 있다. 필자가 처음 정성근교수를 만난 것은 1990년대 초반 서울 태평로의 동방플라자빌딩(현 삼성생명 빌딩)2층 미술관에서 추진한 패션사진전에서였다. 당시 필자는 삼성본관 10층에서 산업현장의 주자로 뛰고 있으면서 한창 사진에 흥미를 가지고 사진서적을 통독하며 작품활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 무렵 정성근교수는 30대 후반의 젊은 나이로, 이미 그의 첫 개인전을 상업사진과 연계한 패션사진전을 열었다. 특히 당시의 패션사진전은 스튜디오의 인공광을 활용한 라이팅 기법과 인물의 조화를 응용한 컬러풀한 전시로 기억된다. 그 후 2~3회를 연속하여 매년 패션사진전을 열었으며, 그 다음 주제로는 인물사진에 포커스를 맞추어, 세상의 아름다움의 대명사로 통하는 누드사진으로 카메라를 옮겨갔다. 이 또한 2~3회를 연속하여 전시하였으며, 상업사진에서 인물사진으로 분위기를 굳히는가 싶더니, 다시 피사체를 자연과 호흡하는 대지의 이미지로 옮겨갔다. 그 사진전이 2007년에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개최한 요세미티의 사색전이었다.
요세미티의 사색전은 당시의 창작 형태와는 다르게 디지털을 접목한 현대화 된 툴을 적용한 새로운 기법의 이미지를 선 보였다. 이전 까지만 하더라도 정교수의 사진전은 필름을 사용한 직접적인 화법으로 리얼리티한 면을 보여 왔으나, 자연풍경을 주제로 한 요세미티의 사색전을 전환점으로 작가의 사진적 시각은 인간과 자연을 접목한 심상적인 사진으로 발전되었다. 특히 현대 사진에서 강조되고 있는, “무엇을 찍느냐” 보다는 “어떻게 찍느냐” 는데 초점이 맞추어졌다. 근래에 와서는 필자가 강조하는 사진사상 중에, 사진에도 철학과 심리학을 접목한 사진전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데 동조한 분위기가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이러한 사진 사상에 시동을 건 것이 바로 정성근 교수의 요세미티의 사색전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 연후 2009년도의 년말년시를 보내며, 다시 한 번 세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 준 사진전이 “OUT DOOR”전 이었다. OUT DOOR전은 세상 모든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에서 빗겨간, 현대인의 생활속 사소한 부분들을 들춰내어 작품화 한 것으로써, 예술작품의 대상은 반드시 화려한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상기시켜준 계기가 되었다. 그 후 다시 반년이 지난 시점에서 그의 10번째 전시가 준비되었다. 2010년 5월 7일부터 5월 28일까지 강남 신사동 소재 “아트 앤 드림 갤러리”의 초대전으로, “심안의 빛” 이란 주제의 사진전이 근작으로 화려하게 오픈되었다. 이 사진들은 캐나다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촬영한 풍경사진으로써 “요세미티의 사색” 이후 정성근 교수가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지금까지 인간이 보고 듣고 느껴왔던 대상들의 한계를 극복한 마음의 눈으로 본 영상을 작품화 한 것이었다.
또한 그해 여름인 2010. 9. 21. 에는 경기도 양평군 전수리에 위치한 북한강변의 와(瓦) 갤러리에서 한 달간의 일정으로 정성근 교수의 초대전이 열렸다. 이 전시에서 정성근 교수의 요청으로 축사를 하게 된 필자는 시대적 변천이 사진과 미술의 한계를 구분할 수 없는 혼합의 시대로 치닫고 있음을 피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경향은 정성근 교수의 전시가 확고한 인식을 심어주었다. 디지털 창작에서는 사진과 미술의 구분은 그 소재의 원본이 사진작품에서 추출해 온 것이냐, 아니면 페인팅으로 채색한 것이냐가 다를 뿐, 회화의 이미지로 융합 표출한다는 점에서 그 공통점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정성근 교수는 이번 전시를 “주관적인 관점에서 투영된 피사체를 타인과의 교감을 통해 보편적으로 공유되는 의미를 찾고자 한다는 소감을 피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