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티 국’의 ‘우파라반나’라는 외동딸이자 아름다운 소녀는 좋은 청년과 결혼하여 딸을 낳고 행복한 삶을 살았으나, 그녀의 친정아버지가 젊은 나이로 병이 들어 세상을 떠나자, 그녀의 친정어머니는 남편을 잃은 외로움과 육체적인 욕정을 다스리지 못하여 딸 우파라반나의 남편인 사위와 몸을 섞고 말았습니다.
그 후 그들의 삿된 관계는 밤낮을 잊은 듯 식을 줄을 몰랐고, 그 당연한 결과로 그들의 관계를 엿봤던 하녀가 그 사실을 어렵사리 우파라반나에 알렸으며, 그렇게 제 남편과 어머니의 용서하지 못할 간통을 확인한 우파라반나는 욕정에 눈이 먼 그들의 배신에 대한 분노와 절망감을 삭이지 못해 반미치광이가 되다시피 하여, 갓 난 딸조차도 버려둔 채 정처 없이 행복했던 집과 그들을 떠났습니다.
그 후 음식은커녕 물조차 마시지 못한 채 잠조차 제대로 자지 못하면서 마치 걸인이자 미친 여인처럼 갈팡질팡 울며불며 ‘베나레스 성’을 지나던 중, 그녀의 겉모습과는 달리 그녀의 감춰진 선한 성품과 아름다움을 발견한 베나레스 성의 큰 상인이었던 독신자가 그녀를 설득하여 아내로 맞아들였습니다.
그렇게 얼마 동안의 세월이 흐른 뒤, 그녀의 남편이 사업상 ‘아반티 국’으로 가게 되면서 그녀의 불행은 다시 시작되었으니, 그때의 아반티 국은 온통 축제 중이었으므로 그런 사람들의 흥청거림 속을 거닐던 우파라반나의 남편은 화려하게 차려입은 채 재잘거리는 한 무리의 이름다운 소녀들을 보았는데, 그 속에는 지난날 우파라반나가 어머니와 남편의 배신을 견디지 못하여 버리고 떠나온 우파라반나의 성숙해진 딸이 섞여 있었습니다.
그 어린 소녀가 아내가 낳았던 딸이었음을 알 리가 없던 그는 그 소녀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소녀의 아버지를 찾아가 그때의 풍습대로 많은 돈을 주고, 그 소녀를 후처(後妻)로 맞아들인 다음 베나레스로 데리고 와서, 그때의 풍습으로는 아내에게 속이지 않아도 될 일이었지만, 그래도 아내를 아꼈던 그였기에 아내를 속이며 두 집 살림을 하였으나, 얼마 못 가 아내였던 우파라반나는 남편이 어린 첩을 두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그러나 우파라반나는 남편의 외도를 애써 참으면서 그녀를 불러들이게 하여 한 집에 살았습니다.
그런 어느 날 우파라반나는 그녀와 한방에 마주 앉아 뜨개질하면서 그녀의 어린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듣던 중, 그녀가 자기 자신이 낳았던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므로, ‘이 무슨 기구한 삶인가? 과거에는 나를 낳은 친어머니와 같이 한 남편을 모셨는데, 이제는 내가 낳은 딸과 같이 한 남편을 모시는 꼴이 되다니!’라고 한탄하면서, 또다시 집을 떠나 방황하다가 ‘라자그리하 성’에 도착하여 웃음과 몸을 파는 기녀(妓女)로서의 삶을 시작했습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미모를 탐내던 많은 남자가 몰려들었으므로, 어느덧 그녀는 그녀를 탐내는 남자들이 아무리 강한 권력과 많은 재산을 가졌다 할지라도 그녀와 쉽게 가까이할 수 없는 신분이 되어 갖가지 향락과 만족을 다 채우며 살던 신분이 되었습니다.
그런 어느 날, 그날도 그녀를 중심으로 술에 취해 즐기던 많은 남자 중의 한 권력자가 탁발하기 위해 그들의 곁을 지나던 ‘목갈라나’를 바라보면서, 그녀에게 ‘네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부처님의 제자인 저 목갈라나만은 유혹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아냥거리자, 발끈한 그녀는 곧바로 목갈라나에 접근하여 갖가지 교태를 다 부리며 유혹했으나, 목갈라나는 조금도 동요치 않았으며, 그런데도 집요하게 그녀가 매달리자 목갈라나는 자비롭고도 엄격한 목소리로 가르침을 베풀었습니다.
“여인이여, 그대는 그대의 전생에 많은 여인의 사내들을 가로채며 살았던 악업의 대가로, 이생에도 여인으로 태어나 그대를 낳았던 어머니와 그대가 낳았던 딸에게 남편을 빼앗기며 살아야 했음을 알아야 하나니, 그런데도 그대는 뉘우치지 않고 또다시 다른 여인들의 사내들을 유혹하여 그들의 삶은 물론 그들의 가정까지도 파괴하고 있음이니, 지금 이생에 쌓는 악업의 대가로 삶을 바꿔가며 세세생생 갚아야 할 그 업보는 또 어찌 감당하려는가?”
“!.......”
“지금 그대의 몸은 해골과 등뼈 등등을 중심으로 살과 근육과 지방과 핏줄과 내장 덩어리일 뿐으로서, 그대의 내장 안에는 언제나 음식물과 똥오줌 등으로 가득 차 있고, 그런 몸의 아홉 개 등등의 구멍으로는 온갖 불순물들이 그치지 않고 드나드는 가죽 부대에 불과할 뿐인 것을, 그대는 어찌하여 그런 그대의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여 영원이 즐겁고 편안하며 자유로운 삶을 살다가 부처님이 되려 하지 않고, 음탕하고도 사악한 색기만을 내뿜으며 세세생생을 고통스럽게 살려고 하는 것인가?”
“!”
“그러니 그대는 더 이상 그대의 몸과 마음을 함부로 사용하며 악업을 쌓지 말고, 그대의 몸과 마음을 바르게 다스려 선하게 삶으로서, 영원이 즐겁고 편안하며 자유로운 삶을 살다가 언젠가는 부처님이 되어야 할 것이니라.”
“......”
“......”
“높으신 분이시여, 목갈라나시여, 이제야 저는 알았사옵니다.”
“......”
“제가, 이 어리석은 제가, 결국은 덧없을 제 몸과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였기에, 역시 덧없을 갖가지 욕심을 부려 사람들을 해치고 배신하면서 고통뿐인 사바세계의 윤회를 거듭해 왔다는 것을 이제 알았습니다.”
“......”
“그러므로 정작 다스려야 할 대상은 제 몸과 마음인데, 다른 이들을 탓하고 원망하면서 결국 저 자신은 물론 다른 이들까지도 점점 더 심한 지옥으로 끌고 들어왔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
“그러므로 높으신 분이시여, 성자님이시여. 그 가르치셨음을 다시 되새겨 실천하게 해주시어 지금 이 고통뿐인 윤회의 사슬에서 벗어나 영원이 자유로운 삶을 살게 하소서.”
“......”
그리하여 목갈라나가 그녀를 부처님께 인도하여 부처님의 가르치심을 받게 하자, 우파라반나는 모든 재산을 정리하여 헐벗고 굶주리는 이들에게 나눠준 다음 부처님께 귀의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랬던 우파라반나는 그녀가 출가한 후에도 그녀가 전생에 지었던 악업의 갚음은 계속되었는데, 어느 날 그녀가 숲속에서 수행하던 중 그녀를 탐내던 그녀의 사촌 오빠에게 성폭행당하는 등등으로 수행의 어려움을 겪는 갖가지 고통이 거듭되었으며,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그녀는 그런 사실들을 부처님과 수행승들에게 거짓 없이 고백하였으므로, 부처님께서는 여성 수행승들이 숲 등 외진 곳에서 홀로 머무는 것을 금지하신 후, 각국의 왕들에게 청하여 여성 수행승들을 보호할 방법을 찾으라고 하셨습니다.
그 후 그녀는 용서받지 못할 불교 교단의 배신자였던 ‘제바닷타’를 제도하려다가, 오히려 그에게 목숨을 잃는 것을 마지막으로 전생에 지었던 악업들을 다 갚은 후에야 성불의 길로 들어섰는데, 그녀가 자기 자신이 쌓았던 업보를 갚아가면서 깨달음으로 향하던 그녀의 수행 자세는 많은 수행승과 불교 신자들의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업보(業報)란 악한 삶에는 불행이 따르고 선한 삶에는 행복이 따른다는, 즉 자기가 지은 대로 그 대가를 받게 된다는 뜻으로서, 업(業)은 생각과 말과 행동을 뜻하고, 보(報)는 그 행동에 뒤따르는 결과를 뜻합니다.
그런데 위의 법칙을 이해할 수 없는 경우로서, 어떤 이는 사악하여 사람들을 해치면서도 항상 넉넉하게 살고, 어떤 이는 선하여 사람들을 위하면서 사는데도 항상 부족한 삶을 사는 경우인데, 그것에 대해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악업(惡業)과 선업(善業)에는 반드시 그 대가가 따르나니, 만약 지금 생에 그 대가를 받지 못한다면 다음 생에, 다음 생에 그 대가를 받지 못한다면 그다음 다음 생을 통하여 반드시 받게 될 것이니, 설령 악업과 선업의 대가가 그때그때 없을지라도, 항상 선업을 쌓으며 살아야 할 것이니라.”
그러나 위와 같은 악업과 선업의 대가를 다음 생에, 다음 생에 받지 못한다면 그다음 다음 생을 통하여 반드시 받게 될 것이라는 3세 윤회설(三世輪回說)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왜냐하면 ‘현생을 사는 나는 물론 전생과 내생의 그 어떤 환경과 입장의 몸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참된 자기일 수가 없느니라.’라고 하신, 공(空)이라는 가르침과 반대된다고 할 수 있는 가르치심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현세를 사는 모든 삶들이 다 태어나고 죽으며, 모든 만물 역시 다 생기고 부서지면서 한 시 아니, 단 일 초도 한 가지 모습으로 있을 수 없기에, 보고 듣고 맡고 맛보고 느끼면서 확인할 수 있는 안팎의 것들이 다 참된 자기 자신이 아니기에 참된 자기가 아닌 공과 같은 상태라고 하신 것이지만, 그러나 세상사 모든 생명체나 것들이 결국은 텅 빈 허망한 것이라는 것을 아는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지금의 나라는 몸과 마음이 상대나 것들을 해치거나 부시는 등등의 악한 일을 저질러 적을 만들지 않아야 편안하고, 편안해야 몸과 마음이 맑고 건강해져 나는 물론 세상의 있는 그대로를 잘 살필 수 있어서 나는 물론 이 세상이 모두 다 허망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인즉, 그래서 선과 악이 있고 선과 악의 대가가 있다고 하시면서, 결국엔 선과 악도 삼세 윤회설에마저도 집착하지 않고 참된 자기 자신을 찾게 하시기 위한 수많은 가르치심 중의 한 가지임을 명심하심은 물론, 현세의 몸과 마음이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의 애물단지라 할지라도 이 몸과 마음이야말로 영원할 수 있는 삶으로 향할 수 있는 도구라는 것을 명심하시면서 현재의 몸과 마음 역시 소중히 하시어 세세생생의 윤회에서 벗어나셔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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