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박수근의 <굴비>
지난 주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 박수근 회고전에 다녀왔다. 많은 그림 중에 1962년 작 <굴비> 정물화에 담긴 사연은 애틋했다.
궁핍한 살림이었기에 명절에
은사나 지인에게 변변한 선물을 할 수 없었던 박수근은 실물대신 그림을 그려 보냈다.
갓 구운 굴비는 노릇노릇해
젓가락으로 떼어 갓 지은 쌀밥에
얹어 먹으면 짭쪼름하고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박수근의 딸 박인숙 씨는
아버지를 회고하며 가난한 화가의 삶이 어떠 했는지 들려줬다.
"아버지의 그림이 팔리면 어머니는 쌀을 사 왔어요. 딱 그날 하루만 쌀밥을 해 먹고
나머지 쌀은 다락에 넣어 두고
죽을 쑤어 먹었지요."
1962년작 <굴비 >는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이 반도화랑 직원이었던 시절 작가의 부인 김복순에게 결혼 선물로 받은
것이었다.
박 씨는 이 그림을 1970년 2만5천원에 팔았다가 2002년 양구에 박수근미술관이 개관한 후 1만배가 오른 가격인 2억5천만원에 되사서 기증했다.
박수근은 화강암 마티에른 기법 그림처럼 마음도 따뜻했다.동화책을 사 줄 수 없었던 아이들을 위해 직접 그린 그림에 글을 써서 <바보온달과 평강공주>같은 책을 만들어 주었다.
아이들이 쓰던 몽당연필을 볼펜 깍지에 끼워 스케치할 때 쓰고
다 쓴 물감의 튜브를 모아 엿장수가 오는 날 엿으로 바꾸었다.
매일 아침 6시면 일어나 마당을 쓸고 그림을 그릴 준비를 했다는
성실한 가장이자 화가였다.
박수근은 떠났다. 팔리지 않아 수제비를 먹어야 했는데
그의 그림은 이제 수십억 비싼 값으로 팔린다.
살아있는 동안 그림이 잘 팔려
넉넉하게 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비싼 값으로 거래되는
그의 그림을 보면 한편 씁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