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진 | 추락후기 (부제: 아름다운 비행) 빌라길 첫 피치는 지난 봄 어센더 걸고 올라간 곳인데도, 이선호 선배님이 꼼꼼하게 장비를 챙겨주신 프렌드를 달기 시작하니 어느덧 마음에는 '준 on-sight의 설레임'이 가득했어요. 그 약 10분간의 설레임때문에 이 높은 곳까지 배낭 이고 지고 올라와 줄을 걸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추락은 생각보다 눈깜짝할 새에 -약간 허무하게- 일어났는데, 밑에서 현산선배가 든든하게 빌레이 보아주시는걸 보니 이상하게(?) 오히려 추락 후에 더 자신감이 생겨났어요. 좀 엽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추락해서 매달리자마자 든 생각은 "흠... 연진아. 확보물 설치는 합격이다."였는데, 짧지만 거꾸로 본 세상이 그렇게 아름다울수가 없어서 좀 더 그렇게 매달려있고 싶을정도였어요.
그런데 집에 돌아와 아무리 내려보고, 돌아보고, 뒤집어 보아도 몸에 티끌만한 멍 하나 안 들고 깨끗하게 추락했으니 그것만도 정말 감사해야할 일인것 같아요. 비록 겉은 팔꿈치 밑이랑 등짝으로 직~ 긁었지만... ^^; (약국가서 7000원이라는 거금을 들이고 '메디폼'이란걸 사서 한 통 다 붙였는데, 3일동안 샤워하지 말래요.ㅜ.ㅜ 그리고 바지에 구멍이 뻥~ 뚫여있는것 있죠? 이래저래 돈 드는 추락이었습니다.)
아무튼 이 후기를 빌어 밑에서 빌레이 봐주신 현산선배, 꼼꼼하게 지도편달해주신 이선호선배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P.S.:일요일 아침에 도선사 버스를 타면서 시주할 *00원짜리 동전을 찾다가, 왠지 그 날 아침에 평소보다 많이 시주했어요. 제가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멍 하나 안 생긴것이 이것과 관련 있을수 있지 않을까요? | | |
sh | 삼복보다 더 뜨거운 클라이밍.
진이, 길 이름은 '건양길'일세.
그런데 빌라길 첫 피치 선등하다 긁힌 '상처'가 어떨지 걱정되네. 1, 2주일 후면 낫겠지만, 복중에 긴 팔 입고 다녀야 하니, 참! 우리가 보기엔 멋있었지만, 남이 보면 많이 걱정할 것 같아. 활기차고 과감한 선등자의 모습...발에 줄만 안 걸렸으면 아무 일 없었을텐데. 진짜 선등하고 진짜 추락하는 real climber의 모습을 보았어. 알다시피, 추락하는 클라이머 만이 날개를 달게 된다... 마치 내가 선등하는듯한 스릴과 자부심을 느꼈네.
구조 대장님 말로는 건양길 크럭스가 첫 볼트 우측의 .10b라고 했는데, 일요일에 우리가 여러번 한 중앙 처음 부분은 그 이상 될 것처럼 보였어. 나도 너무 부담스러워 피했던 곳인데, 연진이가 발홀드 찾아 가쁜하게 올라서서 놀라고 말았네. .10b 홀드는 오히려 찾기 쉬웠지. 덕분에 나도 공부 많이 했어. 처음에, 연진이가 중앙에서 스타트하여 올라가려면 도저히 안 될 것 같다. ' 천재적인 사람이나 될 거다'라고 했는데 말이야. 발홀드 찾는 능력이 정말 많이 늘은 것 같아.
현산씨는 서로의 동작을 보고 "한번 딛으면 딛은 곳에서 발가락을 움직이지 않는다. 서둘러서 체중을 이동하지 않는다..." 등을 절감했다고 했고... 제일 처음 올라갈 때는 아무거나 딛고 기막히게 잘 올라가서 보는 사람이 어이가 없을 정도였어. 알다시피 다음부터는 조그만 더 침착하게 발 홀드 두 세 개 미리 찾고, 좌우 체중이동 한 후 일어서고, 돛단 배 처럼 지그재그로 가는 느낌만 살리면, 이젠 순풍에 돛단 배 처럼 순항할 것 같아 보이네.
상률이는 갑자기 "엄지 발가락으로 바위를 꽉 누르니, 그냥 스미어링 한다는 느낌으로 할 때보다 훨씬 낫다"고 본인이 찾은 발쓰기에 대한 '깨달음'을 말했고, 그 다음부터는 기막히게 잘 올라갔습니다. 드디어 상률이 신발에 신통력이 붙기 시작하는 것 같아 보는 사람도 기쁘더구만.... 어떻게 갑자기 그 육중한 몸을 발로 쭉쭉 밀어 올리며 상큼하게 가는지!? 상률이도 아주 쬐끔만 더 좌우 이동에 신경쓰고 발홀드만 미리 찾고 가면 이젠 역시 돛단 배... (알지? 히피 히피 세이크 hip-ey hip-ey shake...)
복중에 인수 바위를 한 우리 네 사람이 약간 <더위 먹은 거> 아닌가? 더위 먹어서 정신없이 가다보니 이상하게 슬랩이 잘 된 거 아닌가? 슬랩 등반하기 아주 나쁜 날씨인데도, 다들 신기하게 나름대로 슬랩 감각을 스스로 발견한 하루였습니다. 앞으로 더운 날에 더위 먹은 상태로 등반해야 하나? 결국, 뜨거운 열기를 Red Mango의 시원한 맛으로 식혀야 했습니다 | | |
백기민 | 이선호 선배님 더운 날씨에 건강은 어떠하신지요? 저도 어제 선인봉에서 레이백 자세와 볼트따기 교육을 받았습니다. 교장 선생님이 직접 레이백 등반 시범을 보여 주셨는데 등반이 이렇게 우아할 수 있는지 모든 교육생들이 놀랐습니다. 저는 힘의 분산과 집중이 기업 경영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암벽 등반에서도 중요한 요체임을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어 습니다. 어느덧 3주간의 교육이 끝나고 이번 주에는 인수봉 등반을 합니다. 인수봉 정상에서 인사 드리겠습니다. | | |
sh | 기민씨 반갑군요. 등반하는 모습 보러, 기민 씨 조의 뒤를 쫒아가고 싶군요. (팀 사정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이제 등반이 무엇인지 많이 보고 깨달았으니, 전과는 다를 것 같군요. 개인적인 질문도 정선생께 많이 묻고, 등반의 뿌리를 깊이 탐색해보기 바랍니다. | | |
백기민 | 예, 알겠습니다. | | |
조인산 | 연진이가 나 보고싶었나? 자꾸 내 이름이 나오네..ㅋㅋㅋ 모두들 안녕 하시지요? 후기를 읽다보면 제가 등반하고 있는듯한 착각이 드네요.. 올해는 바위한번 만져보지 못하게 생겼어요.. 본격적인 탱고레슨으로.. 평일이고 주말이고 탱고와 함께 살아야 합니다... 이선배님 건강 잘챙기시고요 산에 가게되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연진아 담에 니가 줄걸어줄거지? 안등즐등!!! | | |
최길성 | 산에 한두번 갈것도 아니니 괜히 오버하지말구 안전한 산행하세요. 도를 닦고 내공을 쌓으면 훗날 가파른 벽에서 멋진 오름짓을 펼칠때가 옵니다. 이번주는 설악으로 휴가를 가니 얼굴보기 힘들것 같고 갔다와서 자일 함 묶죠. 얼마나 늘었는지 바위길에 함 빠져봅시다. "경송"은 기억은 하오만 찐하게 오른것 같지 않아서 가물가물하오....-..- 그럼 | | |
최길성 | 너무 더운날에는 음료를 물만 준비하지말고 게토레이나 포카리를 준비하세요 탈수/탈진에 대비하는 성분...뭐더라? 암튼 거시기가 함유되어 있답니다. 아는사람은 다알아요...무엇보다도 짧게 자주 쉬어주고 몸의 열을 식혀주는게 중요해요(모자착용) | | |
정연진 | @@백기민선배: 교육 재미있으신가요? 그런데 교육 사진 속에서 선배는 왜 한번도 안 보여요? 좀 찍혀보세요! @인산선배: 요즘도 Tango o nada가면 계시나요? 조만간 친구들이랑 홍대앞에 갈때 꼭 들려서 선배님 환상의 스텝을 보고파요! @길성아: 내 걱정 많이 했나보네...(*^^*찡~) 나도 이번 계기로 좀 더 살살(?) 즐길께~ 그리구 "경송"이 왜 안 찐했어! 그때 너 첫피치 선등한 것도 기억나는데...? (아니었나?) 빨리 표범 잡아야지 어딜 가? | | |
김현산 | 난 추락먹으면서 웃는사람 처음 봤습니다. 뒤로 거꾸로 떨어지면서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활짝 미소지으면서 떨어지더군요. 대단한 연진이었습니다. 후등하면서도 발발발 떠는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 못할...또한 잘 설치된 프렌드(SLCD)가 그렇게 추락을 잘 잡아주는지 새삼 놀랐습니다. 연진아! 팔하고 등에 입은 찰과상 괜찮은건가? 마지막 먹은 레드망고 요구르트아이스크림은 정말 맛있었다. 언제 가족과 함께 가려고.. | | |
sh | 인산이, 반갑네. 우리 모두, 그리고 나도, 인산이, 현산이... 하면서 '인산'이란 이름이 맴도는 걸 어쩔 수 없더라구. 플로어에서 탱고 스텝을 밟든, 바위에서 황주처럼 월츠를 추든, 스텝 밟고 재미있게 지내기는 다 마찬가지? 본격적으로 전문강사 활동을 하는 모양이니, 축하하네...부럽기도 하고. 건강하고 돈도 많이 벌기 바라네. 바위는 얼마 동안 지금처럼 그냥 잊고 지내는 것이 낫지 않은가? 그러나 혹시, 가끔 바위가 생각나면, 같이 그저 '재미로' 등반하세. 그리고 바위 위에서의 '탱고' 스텝을 보여 주게. | | |
정연진 | @현산선배: 그 날 저때문에 많이 놀라셨죠. 죄송~ ㅠ_ㅠ 그리구, 저 그때 웃은거 아니구요~ 거꾸로 떨어지면서 볼살이 지구중력 방향으로 밀려서 그렇게 보인걸거예요. (집에서 무표정으로 거울 보다가 양 볼을 동시에 위로 밀어보시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갈것임) 이번 주 인수봉 오실거죠? 지난번 연습했으니까 미끌미끌한 슬랩 한번 올라가 봐야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