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최인철, 21세기북스, 2021
우리의 모든 정신 활동은 진공 상태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맥락과 가정하에서 일어난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어떤 관점과 기준 그리고 일련의 가정을 염두에 두고 본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가 어떤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간혹 어떤 사람이 자신은 어떤 프레임의 지배도 받지 않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본다고 주장하는데, 그 주장은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 프레임은 우리가 무엇을 '보는지',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그 모든 과정을 특졍한 방향으로 유도하고,
결국 특정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모든 정신 과정을 프레임이 '선택적'으로 제약하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프레임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처음부터 전혀 보지 못하는 대상과,
고려조차 하지 못하는 선택지가 존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보게 하는 프레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처음부터 보지 못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보게 하는 프레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처음부터 찾지 못한다. 27~28
어떤 상황에 처하기 전에는 보지 못하던 것들이 이후의 맥락에서는 보이게 마련이다.
역지사지의 심정이란, 다름 아닌 상대의 맥락을 이해해주는 것이다. 33
프레임은 대상에 대한 정의다. 따라서 프레임을 바꾼다는 것은 대상에 대한 정의를 바꾼다는 의미다. 35
*당사자를 어떤 존재로 정의하는 가에 따라 지원 방식이 달라집니다.
당사자를 어떤 '프레임'으로 보는 가에 따라 그의 존재가 달리 다가옵니다.
노인들이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사는 존재들이다.
젊은이들은 그런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프레임으로 세상을 살면, 매 순간 순산이 중요해진다.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희생하는 일이 어리석게 느껴진다.
(...) 노인들은 자신의 기분을 나쁘게 만드는 사람들과는 굳이 어울리지 않으려고 한다.
미움받을 용기 따위는 애초부터 필요하지 않다. 36
어떤 사람은 자신의 업무를 '직업(job)'이라고 정의하고,
어떤 이는 '커리어(career)'라고 정의하고,
또 어떤 이는 '소명(calling)'이라고 정의한다.
이는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자신의 일을 소명이라고 규정하는 사람이 직업이나 커리어라고 규정하는 사람보다
훨씬 성과가 좋을 뿐 아니라 행복감도 강하게 경험한다. 37
대상에 대한 정의가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프레임은 정의다'라는 말은 필연적으로 '프레임은 단어다'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 대상을 지칭할 때 어떤 단어를 사용하느냐는 단순한 어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그 대상에 대한 프레임을 결정하는 중요한 행위다. 38
* 요업공학과에서 무기재료공학과로, 사회사업학과에서 사회복지학과로.
사망보험과 생명보험, 빈곤국가와 개발도상국...
5월 1일은 노동절일까 근로자의날일까.
어려운 이웃을 '신고'해야 할까, '의뢰'해야 할까.
'신고'한다면 이제 어려운 이웃은 우리 사회의 위험한 존재이고,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존재가 되고 만다.
도봉구청과 성동구청이 '신고'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지역사회 약자를 어떤 존재로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어떤 이슈이든 '전면적'이라는 말보다는 '단계적'이라는 말에 안심한다.
급격한 변화에 대해 본능적으로 불안과 불확실성을 느끼기 때문이다. 48
우리 눈에는 보고 싶은 것이 보인다.
욕망은 아주 강력한 프레임이다. 63
우리는 많은 고정관념의 프레임에 갇혀 있다.
인종, 성, 나이, 국가, 사회적 지위, 옷차림, 외모, 학력 등이 만들어내는 고정관념에서
자유롭기가 쉽지 않다.66
사람들은 흔히 프레임을 '마음가짐' 정도로만 생각한다.
그래서 좋은 프레임을 갖추기 위해서는 좋은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나 프레임은 결심의 대상이라기보다 '설계'의 대상이다.
프레임 개선 작업은 나의 언어와 은유, 가정과 전제, 단어와 질문, 경험과 맥락 등을 점검한 후에
더 나은 것으로 설계하고 시공하는 작업을 요한다. 66
상위 프레임에서는 Why(왜)'를 묻지만
하위 프레임에서는 'How(어떻게)'를 묻는다는 점이다.
상위 프레임은 왜 이 일이 필요한지 그 이유와 의미, 목표를 묻는다.
비전을 묻고 이상을 세운다. 그러나 하위 프레임에서는
그 일을 하기가 쉬운지 어려운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등 구체적인 절차부터 묻는다.
그래서 궁극적인 목표나 큰 그림을 놓치고 항상 주변의 이슈들을 좇느라 에너지를 허비하고 만다.
(...) 상위 수준의 프레임이야말로 우리가 죽는 순간까지 견지해야 할 삶의 태도이며,
자손에게 물려줘야 할 가장 위대한 유산이다.
자녀들이 의미 중심의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도록 한다면,
거액의 재산을 남겨주지 않아도 험한 세상을 거뜬히 이기고도 남을 만큼 훌륭한 유산을 물려주는 것과 다름없다. 7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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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 선생님 놀랍습니다.
인용문을 보고 궁금해서 찾아보니 많은 예시가 나오네요.
제가 알고 믿고있는 것,
그동안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어떻게 질문하는가, 어떤 말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상황이 되네요.
진실 선생님 읽은 뒤 이야기 들려주세요.
책 이야기만큼 반갑고 즐거운 이야기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