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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극장에서 아이스퀼로스 작, 김창화 역, 이윤택 대본, 김소희·김미숙·이승헌 공동연출의 <오레스테스 3부작>을 보고
공연명 <오레스테스3부작> 중 1부 <아가멤논>
공연단테 연희단거리패
원작 아이스퀼로스
번역 김창화
대본 이윤택
공동연출 김소희·김미숙·이승헌
공연기간 2013년6월6일~6월30일
공연장소 혜화동 게릴라극장
관람일시 6월6일 20시, 6월14일 16시
게릴라극장의 해외 극 페스티벌 희랍극 1, 우리극연구소 20주년 기념공연, 아이스퀼로스 원작, 김창화 번역, 이윤택 대본, 김소희·김미숙·이승헌 공동연출의 <오레스테스 3부작> 중 제1부 <아가멤논>을 6월6일, 2부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3부 <자비로운 여신들>을 6월14일, 양일에 관람했다.
아이스킬로스(Αἰσχύλος Aiskhúlos, Aischylos, Æschylus Aeschylus BC 524~BC456)는 아테나이에서 서쪽으로 떨어진 엘레우시스(오늘날의 엘레프시나)에서 귀족인 에우포리온(고대 그리스어: Εὐφορίων Euphoríōn)의 아들로 태어났다. 페르시아 전쟁에서 마라톤 전투와 살라미스 해전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원전 471년에서 기원전 469년 사이에 히에론 왕의 초청으로 시켈리아 섬의 쉬라쿠사이로 여행하여 그 곳에서 비극 《페르시아인들》을 공연하고, 사튀로스 극을 포함 약 90편의 비극을 쓴 것으로 전해지지만 현존하는 작품은 일곱 편뿐이다. 그는 아테나이를 떠나 시켈리아의 겔라에서 살다가 그 곳에서 70세로 기원전 456년에 세상을 떠났다.
작품으로는 <페르시아인들>, <테바이를 공격한 일곱 장수><탄원하는 여인들>, <결박된 프로메테우스>-사티로스극, <오레스테스> 3부작, <피네우스(Phineus)>, <포트니아이의 글라우코스(Glaukos Potnieus)>, <라이오스(Laios)>, <오이디푸스(Oidipus)>, <스핑크스(Sphinx)>: 사튀로스극, <아이귑토스의 아들들(Aigyptioi)>,<다나오스의 딸들(Danaides)>, <아뮈모네(Amymone)>,<불을 붙이는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Pyrkaieus)>,<프로테우스(Proteus)>: 사튀로스극 등이 남아있다.
아이스퀼로스의 ‘오레스테스 3부작’은 <아가멤논>,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코에포로이)>, 그리고 <자비로운 여신들>이다. 이 작품은 트로이 전쟁의 주역 인 그리스군의 총사령관 아가멤논의 죽음, 그리고 그의 아들 오레스테스의 복수를 둘러싼 이야기가 소재다. 그리스 신화에서 미케네의 왕 아트레우스는 동생 티에스테스와의 불화로 인해 격분한 나머지, 조카들을 죽여서 자기 동생에게 먹이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러서 대대로 저주를 받는 신세가 된다.
아트레우스의 아들인 <아가멤논>은 트로이 전쟁 당시 그리스 군의 총사령 관 으로 병력을 이끌고 전장으로 향한다. 중도에 그는 아르테미스 여신의 분노를 사고, 여신을 달래기 위해 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친다. 남편의 행위에 격분한 클레테메스트라는 이에 대한 복수를 계획하고, 티에스테스의 또 다른 아들 아이기스토스와 밀통하며 남편을 없애려는 흉계를 꾸민다.
<오레스테스 3부작>의 1부 <아가멤논>은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그리스 군의 영웅<아가멤논> 은 아내 클레테메스트라와 그녀의 정부 아이기스토스의 손에 암살당하고, 아이기스토스가 미케네의 새로운 지배자가 된다.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코에포로이)>은 타국에 머물던 아가멤논의 아들 오레스테스가 이 비극적인 소식을 듣고 고향을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버지의 무덤을 찾은 오레스테스는 제사를 지내기 위해 찾아온 여인들 사이에서 누이 엘렉트라를 알아본다. 남매는 부친의 무덤 앞에서 복수를 하기로 맹세한다. 궁전을 찾아간 오레스테스는 왕위를 빼앗은 아이기스토스를 먼저 죽이고, 나중에는 아버지에 대한 의무를 지키기 위해 친어머니인 클레테메스트라까지도 처단한다.
<자비로운 여신들>에서 오레스테스는 법정에서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어머니를 죽인 행위가 논란의 핵심이 되고, 배심원의 투표에서는 의견이 반반으로 갈렸지만, 재판장인 아테나 여신이 아폴론의 의견에 동조해 무죄를 선언함으로써, 오레스테스는 결국 복수의 여신들의 위협에서 벗어난다. 복수의 여신들은 격분하지만, 결국 지혜의 여신에게 설득되어 아테네를 수호하는 <자비로운 여신들>이 되기로 맹세한다는 내용이다.
아이스퀼로스의 <오레스테스 3부작>은 현대극에 큰 영향을 끼쳤다. 장 폴 사르트르의 희곡 <파리 떼(1943)>와 유진 오닐의 희곡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1931)>는 그의 작품의 현대적인 변형이라 할 수 있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완결편인 <죽음의 성물>은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을 인용하기도 했다.
아이스퀼로스는 일찍이 자신의 작품을 “호메로스 잔칫상의 빵 한 조각”이라고 했지만, 지나친 겸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게릴라극장의 무대는 커다란 성문과 그리스신전의 기둥 하나만 상징적으로 세워놓았다.
1부는 성문 앞에 잔뜩 쌓아둔 종이상자 속에서 노숙자 모습의 사나이가 꿈틀대며 일어서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노숙자는 물병에서 몇 방울의 물을 꺼내 세수를 하고, 이를 닦더니 그 물을 꿀꺽 삼킨다. 객석에서는 폭소가 나오며, 노숙자니까 그러나보다 하고 생각하는 눈치다. 그러자 노숙자는 자신을 성문지기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객석에 앉아있던 백발의 남성 3인도 합세를 한다. 젊은이들은 10년간의 트로이와의 전쟁에 모두 끌려가고, 남은 사람은 백발의 시민이자 코러스뿐이리라는 연출의 혜안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이들은 아가멤논의 아우 메넬라오스의 부인 헬렌을,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유혹을 해, 트로이로 데려간 일로, 그리스 동맹군이 트로이를 정벌하러 가게 된 역사적 사실을 노래와 해설로 객석에 전한다. 그리고 아가멤논 왕의 비 클레테메스트라가 등장한다. 원작에 음탕과 탐욕으로 빚어져 피둥피둥 살찐 모습과는 달리, 초저녁별처럼 어여쁜 왕비가 등장해 남편에 대한 증오심을 내비친다. 자신이 낳은 딸 이피게니아를 출항의 제물로 바쳐 죽도록 한 증오심이다. 또한 클레테미스트라는 코러스에게 아가멤논의 승전을 알린다, 코러스는 이 수륙만리나 떨어진 곳의 사실을 어찌 아느냐고 묻지만, 왕비는 자신은 아노라는 대답을 하며 퇴장한다. 코라스는 반신반의하는 표정이다. 그때 먼지투성이의 전령이 등장해 승전보를 전한다. 코러스는 환호한다. 책임을 다한 전령이 기절을 하니 모두 합세해 그를 들고 퇴장한다. 드디어 아가멤논이 개선장군처럼 입성을 한다. 만리를 달려 온 왕답게 비옷처럼 생긴 검정색 의상에 터부룩한 수염이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클레테메스트라가 치렁치렁한 붉은색 맨틀피스를 길게 끌고 입술연지도 같은 색으로 바르고 등장해 아가멤논을 환영한다. 그녀는 왕 앞에 꿇어앉아 머리를 깊이 조아리고 환영의사를 피력한다. 그런데 아가멤논 왕의 뒤로 수레에 올라선 반라의 젊은 여인의 모습에 눈이 쏠린다. 여인은 요염하기 그지없고 색정적이기도 하다. 아가멤논은 전리품이라고 소개한다. 클레테메스트라는 질투심을 감추고 카펫처럼 바닥에 깐 자신의 긴 맨틀피스를 밟고 입성을 하도록 아가멤논에게 권한다. 아가멤논은 붉은 카펫을 밟고 성문 안으로 들어간다.
뒤에 처진 요염한 여인은 바로 카산드라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태양과 예언 및 광명·의술·궁술·음악·시를 주관하는 신 아폴론의 애인이기도 했다. 카산드라는 아가멤논의 죽음을 예언하면서 성안으로 들어간다. 코러스는 믿지 않지만, 배경 막에 아가멤논의 괴로워하는 모습이 천의 눌림 자국으로 나타나고 비명이 들린다. 잠시 후 도끼를 손에 든 피투성이 모습의 클레테메스트라가 성문 밖으로 뛰어나온다. 그녀의 끔찍한 모습에 객석에서는 충격으로 눈을 뚱그렇게 뜨고 숨소리 하나 없이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을 한다.
클레테메스트라는 코러스에게, 아가멤논의 죽음은 자신의 딸 이피게니아를 죽인 대가를 치른 것이라는 변명과 함께, 제신의 왕 제우스의 뜻이라고 전한다. 코러스는 믿지를 않고 항의한다. 그러자 그녀의 젊고 매력적인 간부 아이기스토스가 등장한다. 아가멤논의 대를 이어 아이기스토스가 왕좌에 오르리라는 것을 코러스에게 선포하듯 전한다. 코러스가 왕자 오레스테스의 귀향을 염원하는 장면에서 <오레스테스 3부작>의 1부가 끝이 난다.
2부는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이다. 무녀들의 춤과 노래로 연극이 시작된다. 엘렉트라가 등장해 아가멤논의 무덤 앞에 선다. 무녀들이 그녀를 맞이한다. 그녀는 무녀들에게 오라비인 오레스테스가 돌아와 아버지 아가멤논의 원수를 갚아주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한다. 엘렉트라는 무덤 앞에서 자기의 머리칼과 똑같은 잘린 머리칼을 발견하고, 오레스테스가 돌아왔음을 알아차린다.
엘렉트라가 환호를 지르려 하자, 오레스테스가 뒤에서 나타나 그녀의 잎을 막는다. 뒤돌아보고 오라비임을 확인한 엘렉트라는 오라비에게 매달린다.
남매가 결렬한 포옹을 하고, 무녀들이 다가와 오레스테스에게 향후 그의 동태를 묻는다. 오레스테스는 복수를 외치며 엘렉트라와 무녀들과 헤어진다. 오레스테스가 마스크를 쓰고 전령인 듯 성문 앞에서 외친다. 역시 종이박스 속에서 문지기가 꿈틀대며 일어서 오레스테스를 맞는다. 오레스테스를 전령으로 안 문지기는 성안에 전령이 온 것을 알린다. 클레테메스트라가 성 밖으로 나온다. 오레스테스의 유골함을 전달받은 클레테메스트라는 비통해 하며, 전령을 성안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배경의 휘장에서 얼굴 눌림 자국을 통해 클레테메스트라의 비명과 그녀의 죽음이 객석에 전해진다. 잠시 후 마스크를 벗은 오레스테스가 피묻은 얼굴과 손을 펼쳐 보이며 성문 밖으로 뛰어나온다. 기다리고 있던 무녀들이 그에게 다가가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천인공노할 죄악을 저질렀다고 욕설을 퍼 붇는다. 오레스테스는 아폴론의 예언을 따랐을 뿐이라고 부르짖는데서 2부가 끝이 난다.
3부는 <자비로운 여신들>이다. 성문과 신탁을 출연자들이 무대좌우로 이동시켜 아폴론의 신탁이 되고, 아테네 법정장면이 되기도 한다.
도입에 아폴론을 찾아간 오레스테스에게 아폴론은 정당성과 명예를 지킬 것을 주지시키고, 아테네로 돌아가라고 명한다.
장면이 바뀌면 클레테메스트라가 휘장 밖으로 칼에 찔린 상반신을 노출해, 오레스테스가 자신의 가슴에 칼을 찌른 것을 내보고, 그녀의 원통함을 무녀들에게 호소한다.
무녀들이 아폴론에게 항의한다. 자신을 낳은 어미를 어찌 죽일 수 있느냐고.
아폴론과 무녀들의 아비를 죽인 어미와 어미를 죽인 자식의 죄를 저울질하는 정경이 연출된다.
장면이 바뀌면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광장으로 소개가 되고, 아테나 여신의 재판장면과 극장관객이 아테네 법정 배심원으로 재판에 참여한다. 오레스테스의 변호인으로 아폴론이 등장한다. 죄질을 놓고, 무녀들과 아폴론의 입씨름이 전개된다. 결국 배심원단의 적색, 백색 돌 투표로 오레스테스의 유무죄를 결정하기로 한다. 객석에 적색과 백색의 돌이 쟁반에 가득 담겨 분배된다. 드디어 시민배심원단의 투표석이 다시 쟁반에 담겨 법정으로 되돌아오고, 집계에서 동수로 계산된다. 결정권자인 아테나 여신이 백색 돌을 던져, 오레스테스는 무죄로 결정된다. 무녀들의 빗발치는 항의가 계속되자 아테나 여신은 모든 것은 신의 왕 제우스의 뜻으로 알고, 받아들이도록 권고한다. 그러나 무녀들은 아테네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가 살겠다며 집단행동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나타내려 한다. 아테나 여신은 마녀들에게 시민권과 거주지를 마련해 주고, 어르신 대접을 받도록 해주겠다는 약속으로 무녀의 집단행동을 제지하고, 화해와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대접받는 사회로 만들어 아테네가 세상에서 으뜸가는 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설득한다. 아테나 여신의 발언에 무녀들은 자비로운 여신이 될 것임을 천명하는 장면에서 3부가 끝이 난다.
1부에서는 김소희가 클레테메스트라로 출연해 출중한 그녀의 기량을 다시 한 번 드러내 보인다. 이승헌, 김철영, 이승민이 백발의 코러스 역으로 출연해 역시 탁월한 기량으로 연극을 이끌어 간다. 임현준이 문지기로 출연해 기타연주와 노래로 기량을 발휘하고, 홍민수가 전령 역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염석무가 아가멤논으로 출연해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놓고, 배보람이 카산드라 역으로 남성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황설하가 아이기스토스 역으로 등장해 여운을 남기고 제2부를 기대토록 한다.
2부에서는 김미숙이 무녀들의 우두머리로 등장해 발군의 연기로 임한다. 이승헌이 여장을 한 무녀로 등장해 폭소를 자아내도록 극을 이끈다. 손청강, 김아라나, 서민우, 이성숙이 무녀로 등장해 호연을 보인다. 이재현이 오레스테스로 등장해 열연을 하고, 김아영이 엘렉트라로 출연 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면모를 연기로 부각시킨다. 아폴론과 문지기 역으로 임현준이 출연해 1인2역을 완전히 색다르게 표현해 낸다. 가슴에 칼이 꽂힌 클레테메스트라 역을 김소희가 절묘하게 구현해 내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3부에서는 무녀 겸 코러스로 김미숙, 이승헌, 손청강, 김아라나, 서민우, 김사이가 출연해 기량을 발휘하고, 이재현이 오레스테스로, 김아영이 엘렉트라로, 임현준이 아폴론으로 출연해, 깨끗한 백색 정장과 함께 호연으로 관객의시선을 일신에 집중시킨다. 아테나 여신으로 김태현이 출연해 재판관으로서의 품격 있는 연기를 제대로 발휘해 연극을 마무리한다.
작곡 및 무대감독 옴브레, 무대 김경수, 조명 조인곤, 무대감독 김한솔, 소품 김아라나, 디자인 황유진·손청강, 기획홍보 윤정섭 등 스텝 모두의 기량이 드러나, 아이스퀼로스 원작, 김창화 역, 이윤택 대본, 김소희·김미숙·이승헌 공동연출의 <오레스테스 3부작> 중 1부 <아가멤논>, 2부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그리고 제3부 <자비로운 여신들>을 기억에 길이 남을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게릴라극장과 우리극연구소 20주년 기념공연이기도 한 <오레스테스 3부작>은 원작의 중량감에 비해 감량으로 경쾌하다는 느낌이다.
연극인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에게도 관람을 권한다.
6월6일 1부, 6월14일 2,3부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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