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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의 변신
허 열 웅
특별함은 평범의 젖을 먹고 자라고 속된 것은 신령스러움이 탄생한다. 아주 작은 것에서 큰 것이 나온다. 얼마 전 서울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있었다. 유서에 ‘죽는다는 것이 생각하는 것만큼 비합리적인 일은 아니다’며 “정신적 귀족이 되고 싶었지만 생존을 결정하는 하는 것은 전두엽 색깔이 아닌 수저색깔이었다”고 남겼다. 이 서울대생 자살사건을 계기로 인터넷에서는 “수저 계급론”이라는 단어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수저 계급론에 따르면 부모가 물려준 재산 등급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로 나눈다는 것이다.
2015 년은 ‘흙수저론’ 이 풍미했던 한 해였다.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많은 젊은이가 기회의 불평등에 좌절하며 없는 집안에 태어난 불운을 한탄했다. 누군가는 스스로를 ‘7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등 7가지를 포기)’라 자조했고, 누군가는 절규처럼 ‘헬 조선’(지옥 같은 한국)을 외쳤다. 한 번 약자는 평생 약자라는 신분 고착화의 절망 담론이 우리 사회를 휩쓸었다. 한편 기성세대는 청년세대를 향해 헝그리정신이 없다고 개탄한다. 그러나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꾸짖는 것은 청년들에게 도움도, 위로도 되지 않는다. 흙수저가, 약자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기성세대의 책무다.
역사적으로 보면 강이 아닌 개천에서도 위대한 인물이 많이 나오는 경우를 본다. 공자, 예수, 마호메트도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으며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 일본 전국시대를 끝내고 천하를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천출이었다. 우리나라의 정주영 회장이나 김대중 대통령도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 낳다. “자네가 불행한 것은 환경 탓이 아니네, 그렇다고 능력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자네에게는 그저 용기가 부족한 것뿐이야.” 오스트리아 심리학자 알프레도 아들러(1870~1937)의 사상을 대화체로 풀어 쓴 책의 표지에 있는 말이다. 일본의 기시미로 이치로 와 고가 후미타게가 공동으로 엮어낸 ‘미움 받을 용기’는 지난해 말 출간 이후 80만부 이상 팔리면서 1년이 넘도록 베스트셀러 1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세계적인 부호 마쓰시다 고노스케의 이야기다. 그는 ‘내쇼날’ 상표의 창업자이자 570개의 산하 기업과 종업원 3만 명을 거느렸던 대기업의 총수였다. 그는 아버지의 파산으로 초등학교 4학년을 중퇴하고 자전거점포 종업원이 되어 밤이면 어머니가 보고 싶어 눈물 흘리던 울보 소년이었다. 어느 날 한 직원이 마쓰시다 회장에게 물었다.
‘회장님은 어떻게 하여 이처럼 큰 성공을 하셨습니까?’
마쓰다 회장은 ‘나는 세 가지 하늘의 은혜를 입고 태어났다고 대답을 했다.’ 그 세 가지 큰 은혜란, ①가난한 것 ②허약한 것 ③ 못 배운 것이라 했다. 그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란 직원이 ‘이 세상의 불행을 모두 갖고 태어나셨는데 오히려 하늘의 은혜라고 하시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라고 정색을 하며 다시 묻자, 회장은 젊은이의 어깨를 두드리며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나는 가난 속에 태어났기 때문에 부지런히 일하지 않고서는 잘 살 수 없다는 진리를 깨달았다네, 또 약하게 태어난 덕분에 건강의 소중함을 일찍 깨달아 몸을 아끼고 건강에 힘써 지금 90살이 넘었어도 겨울철에도 냉수마찰을 한다네, 또 초등학교 4학년을 중퇴했기 때문에 항상 이 세상 모든 사람을 나의 스승으로 받들어 배우는 데 노력해서 많은 지식과 상식을 얻었다네, 이러한 불행한 환경이 나를 이 만큼 성공시켜주기 위해 하늘이 준 시련이라 생각되어 열심히 자기훈련을 하고 노력하여 누구보다 값지고 훌륭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믿네.”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론이 횡행하는 시대에 기시미로 이치로는 아들러 심리학을 인용하여 개인의 행복을 위해선 환경이나 능력이 아니라 ‘용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주관적 행복론을 펼친다.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금수저를 부러워하느니, 마음만 잘 먹으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설파한다. 나도 충청도 청양 첩첩 산골 가난한 농부에게서 흙수저를 물고 태어나 대전의 중학교에 입학하고 보니 금수저, 은수저가 대부분이었다. 시골뜨기 출신성분을 폄하하는 텃세와 가난을 탓하기보다는 이를 극복해야한다는 용기가 필요했다. 고등학교시절부터 가정교사를 해가며 난관을 극복하여 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지나간 내 생애 중에 어느 때 보다 용기가 더 필요했던 경우는 승진시험 때였다. 지방에서 오래근무를 했기에 승진후보자 서열에서 늦을 수밖에 없었다. 그 무렵 경제기획원 등 중앙부처에서 공무원보다 급료가 많은 투자기관으로 이적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나보다 나이가 많게는 7~8년 정도 어린 경쟁자들과 시험을 봐야했다. 2급 승진정원 25명의 5배수인 125명이 응시하는 것이 법 규정이었다. 125명 중 내가 두 번째로 나이가 많았으므로 젊은 직원들은 나를 경쟁대상자로 조차 보지 않고 무시당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용기와 노력이 필요했다. 우선 독서실에 나가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 2백여 명의 독서실 사람들 중에는 고시생을 비롯하여 세무사, 법무사, 공인중개사 시험에 응모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었다. 내 입장에서는 이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의식을 갖고 마지막에 자리에서 일어나야한다는 결심을 했다. 새벽 2시가 넘어서야 몇 사람만 남아 있었다. 그 시간까지 버티기 위해 열 잔이 넘는 커피, 옥상에 올라가 달빛아래 체조를 수없이 하며 ‘나는 해 낼 수 있다’는 외침을 반복했다. 이런 노력과 용기로 6개월 후 좋은 성적으로 합격하여 흙수저도 금수저나 은수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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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많은 의미 주는 좋은 글 감상합니다.
감사합니다
멋지고 건강한 한 해가 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