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사무실 집기를 경주현장에 실어다주고 울산으로 넘어가 본의 아니게 노숙자로 전락했다.
후배랑 둘이 술을 마시다가 녀석의 맛이 가는 바람에 졸지에 내가...
중부지방의 서해안에서 출발해, 동해와 남해를 거치고 지리산 자락을 관통해 돌아왔으니 거의 전국일주 수준이 되어버렸다.
완전히 파김치가 되었지만 운동은 어떻게든 채워야 될텐데...
대전-통영 고속도로를 올라오는 동안에도 경치좋고 코스좋은데서 달리기를 해 볼 생각이 간절했지만 씻을 곳이 마땅찮아 그냥 패스~
전주에 도착해서는 점심 먹고 한의원 들렀다가 아중리 저수지로 직빵.
부부마라톤대회에서 진행을 떠맡게 되었기에 일요일날 예정됐던 장거리훈련을 땡겨서 하게 된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오후4시, 아직은 햇살이 쨍쨍하지만 더이상 기다렸다가는 끝나는 시간에 해가 저물어 어두워지면 부담스러울 것 같아 런닝을 시작한다.
저수지 뚝방에서 제전 종점까지 왕복8Km구간을 4회 왕복하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32Km가 완성되지만 그게 쬐끔...%$#^&
중간에 적당히 타협하며 뜀박질을 멈출 수가 있기 때문에 ...
3회를 왕복하게 되면 중도포기 가능성도 줄고 교통상 위험도도 낮아질 것 같아 머리를 굴린 끝에 ... 계획 완성!
첫 회, 뚝방에서 제전저수지까지 올라가 길의 끝까지, 편도 6Km, 왕복 12Km구간을 뛰고
2회와 3회에선 제전종점까지 왕복8Km 표준구간.
그리고 마지막엔 사연많은 무덤까지 왕복 2Km를 쿨링다운.
첫 회에서 저수지 구간을 지날땐 그늘이 드리워 달릴만 했는데 상류집을 지난 뒤부턴 따가울 정도로 햇살이 내려쬔다. 그나마 갈때는 등지고 가니까 괜찮은데 내려올 때가 걱정된다.
제전 저수지 뚝방을 지나 비포장으로 된 길의 끝까지 갔더니 묵방산으로 오르는 임도가 말끔히 단장되어 있다.
잠시 임도를 올라가다가 ... 정신이 번쩍!
내가 지금 장거리 달리기 중인데, 왜 산행을 하려고?
제전저수지 뚝방으로 되돌아 나오는 도중, 발 앞에서 커다란 뱀이 스르르~
에구 놀래라!
여기가 겁나게 위험한 곳이구나!
그나마 다시 올 계획이 없어서 다행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해가 낮아지고 그늘진 곳이 많아져 여건은 좋아진다.
하지만 2회 후반에는 상당한 수준으로 타협심이 용솟음치는데...이걸 어째!
'이번회까지만 뛰어도 이미 20Km니까 일요일날 대회를 뛰는 사람들에 비해 결코 짧은 건 아니잖아?'
'이제까지 뛴 것은 본게임이 아니고 다음회에 뛸 지속주페이스를 위한 몸만들기, 맞지? 그러니까 이번회에서 멈추면 훈련은 엉망이 되는거야!'
다행히 정의(?)가 승리해 런닝은 계속된다.
① 19:14 (5'06", 4'50", 4'43", 4'34") + [10:22, 9:52]
18:31 (4'33", 4'40", 4'34", 4'42")
② 19:17 (4'49", 4'50", 4'46", 4'50")
19:22
③ 17:41 (4'21", 4'18", 4'37", 4'24")
16:09 (4'03", 4'10", 3'57", 3'57")
@ 11:47 (2Km쿨링다운)
[총 2:22:20 / 30Km]
예전에 표준코스 4회전을 무급수 무보급으로 마쳤던 것에 비하면 다소 낮아진 강도지만 평일 오후에 혼자서 맨주먹으로 뛴것치곤 만족스럽다.
만일에 20Km만 뛰고 멈췄더라면 얼마나 허전했을까?
3회전 8Km구간의 평균속도가 4'14"대로 계산되는데 여러가지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