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덩이에게 / 김유인
복덩이야 안녕? 잘 지내고 있니? 요즘은 인터넷 시대라 편지를 잘 안 쓰는데 모처럼 너에게 편지 한 통 쓰고 싶어. 지난 달부터 중간고사 시험을 보려고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 너에게 안부 전화를 하지 못했네. 늘 영상통화로 웃음을 주고받으며 대화했는데 이렇게 혼자 앉아서 글을 쓰니 우리 가족이 떠올라 왠지 내 심장이 더 빨리 뛰고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하더라. 보고 싶어.
한국에는 지금 가을이라 좀 쌀쌀해졌어. 이런 날은 옛날에 엄마가 자주 만들어 준 해산물 샤브샤브를 먹고 싶네. 너 기억나니? 샤브샤브 먹을 때마다 니가 항상 생선알만 골라서 먹었지. 나도 먹고 싶었는데 엄마가 너는 동생이라 많이 먹어야 키가 클 수 있다고 양보해주라고 하셨어. 억울하게 나는 언니이지만 너보다 키가 훨씬 작더라. 몸집이 큰 사람은 너인데 맛난 것 있으면 항상 내가 덜 먹었어. 그러니까 아빠가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너에게 복덩이라는 별명을 불러주었지. 언니 타령을 누가 들어줄까나. 그 행복한 밥상이 너무 그립다.
지금도 꾸준히 일기장을 쓰고 있니? 너는 엄마 말을 잘 들으니까 빠짐없이 잘 쓸 것 같아. 나는 한국에 올 때부터 일기장을 아예 안 썼어. 귀찮아서 안 쓰는 것이 아니라 앉아서 쓰려고 하면 이상하게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도저히 쓸 수가 없었지. 왜 그러는지 알지? 그런 거야. 일기노트만 보면 엄마가 보고 싶어서 코끝이 찡하더라.
나중에 언니처럼 멀리 시집가지 말고 가까운 곳에서 결혼해라. 그래야 엄마 아빠를 자주 보러 갈 수 있지. 언니는 여기에서 어떻게 살아도 괜찮은데 엄마 아빠가 외롭게 사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 내 마음이 너무 아파서 그래. 통화할 때마다 엄마가 "딸들이 이젠 다 컸으니 시집도 가고, 회사도 다니니 늙은이만 집에 있네. 무엇으로 웃어야 되나. 입맛도 없고"하고 한숨을 내셨더라. 딸로서 이럴 때는 엄마 아빠에게 맛있는 음식이나 과일을 갖다 드리고 이야기도 많이 하고 즐겁게 해 드려야 하는데...
이제는 베트남 괜찮지? 여기는 코로나가 아직도 심해서 비행기표를 쉽게 예약할 수 없네. 여기는 집 밖에 나가면 꼭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해야 되. 그래도 불안하거든. 언제나 우리 식구들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앞날이 막막하다. 가족이 그리워도 참을 수밖에 없어.
고향을 떠나서 여러 가지 걱정했는데 부모님 곁에 우리 복덩이가 있어서 마음이 든든해. 멀리에 있지만 항상 우리 식구들이 생각나. 시험을 치르고 나면 자주 전화할게. 복덩이도 건강 잘 챙겨라. 우리부모님도 잘 모시고. 고맙고 사랑해 내 동생 복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