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백야로 밤 10시가 되어도 밖은 훤하기만 합니다.
날씨는 추워서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자야할 형편입니다.
왜 그런가 했더니 밤새 토닥토닥 빗방울이 떨어졌네요.
그래도 아침이 되자, 날이 맑게 갰습니다.
여행에는 날씨가 크게 한몫하는데 이번 여행에서도 행운이 늘 함께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운하의 도시입니다.
먼 옛날 온통 늪지대인 이곳을 - 원래는 스웨덴 땅-러시아 표트르 대제가 암스테르담을 본떠 운하도시로 만들었습니다.
표트르 대제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유럽의 여러 도시를 방문했답니다.

그때가 바로 약 300년 전입니다.
64개의 운하로 이루어진 도시답게 곳곳에 물이 흐르고
그리하여 13개의 욜고 닫을 수 있는 도개교, 365개의 작은 다리가 있답니다.

버스 안에서 본 뱃머리등대의 모습.
뱃머리등대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5월 9일 전승기념일과 5월 27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생일 날에는 예외라고 하네요.

강을 따라 늘어서 있는 건물 중 첫번째 건물이 에르미타쥐 박물관,
겨울궁전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여행 마지막 날 방문한다네요.
세계 3대 박물관 중의 하나....^^
오늘의 목적지는 여름궁전 안에 있는 분수정원....
여름궁전이 자리한 곳은 페테르고프....페테르는 베드로, 고프는 작은 읍이라는 뜻입니다.
호텔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있어요.
포트르 대제가 베르사이유 궁전을 모방하여 만든 것이 여름 궁전입니다.
이 여름 궁전은 귀족도 들어갈 수 없으며 오직 황제와 황족만 들어갈 수 있었던 곳인데
지금은 누구가 구경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습니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재빨리 모여 애국가와 아리랑을 연주합니다.
잔돈을 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이 사람들....
이곳에 가장 많이 오는 사람들은 주로 중국인들이라는데 중국인들을 위해 이들은 중국 국가와 무엇을 연주할까,
문득 그것에 궁금해집니다.

여름궁전은 여러 개의 건물로 이루어졌는데
꼭대기에 날개 달린 쌍사자 형상을 지닌 이곳이 메인 건물인 듯합니다.
여름 궁전 내부를 보지 않는 이유는,
보다 화려하고 장식물과 보물이 몇 배가 많이 있는 겨울 궁전을 보는 것으로 대신하기 위해서입니다.
둘 다 보면 좋겠지만...어차피 비슷비슷할 테니까요.

오늘은 오로지 분수정원만....이것만 보는 데도 한 시간 이상이 걸리겠어요.

여름 궁전은 표트르 대제가 파티 장소로 사용하기 위해서 머물렀던 장소로 핀란드만 해변가에 위치하고 있어요.
공사가 마무리 되는 데까지 150년이 걸렸다니 그 규모가 어떠한지 짐작하실 수 있겠죠.
건물보다는 분수 정원이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답니다.

새벽까지도 내리던 비는 내리지 않고
하늘은 맑고 날씨는 선선해, 겉옷을 껴입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분수정원의 분수 쇼를 기다리고 있는 관중들...
위, 아래, 옆 빼곡하게 들어차 있습니다.

황금 동상들은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인물들인데,
진짜로 황금을 입힌 것이라고 하네요.
황금을 입히기 위해 수은과 금을 합해 바른 후
불에 태워 수은을 녹여버리는 과정을 거쳤는데 이때 작업을 한 사람들은 수은 중독으로 모두 죽었답니다.

한 사람 또는 몇몇 사람의 놀이와 눈요기 등을 위해 죽어간 사람들....
300년 전 이 도시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운하를 파고, 강물을 끌어들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을까요?

280여 년 전에 만든 140개의 분수를 보기 위해
세계에서 모인 사람들, 저 속에 저도 있는 것입니다.

드디어 첫 번째 분수가 올라가는 순간.....
사람들이 손뼉을 치고....

음악에 맞춰 분수가 노래를 합니다.
가운데 있는 동상이 이 분수정원의 메인입니다.
삼손이 사자 입을 찢고 있는 형상...
삼손은 바로 러시아를 상징하는 것이고, 사자는.....음 누구일까요? 어느 나라일까요? 생각이 안 납니다.

이 분수 정원이 유명한 것은 그 시절 그 때의 분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에요.
기계의 힘을 빌려 화려한 모습을 뽐내는 현대의 분수가 아니고
그 시절 기술로 분수를 끌어올린다는 것인데.....
그래서 그런지 그다지 화려한 퍼포먼스는 없었어요.
300년 전과 똑같은 모습의 분수를 본다는 감격이랄까, 뭐 그런 정도였지요.

이 도시...
그러니까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장점은 인공적으로 별로 꾸미지를 않는다는 거예요,
가능한 한 자연 그대로를 보존한다는 것...
이곳 분수 정원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게 자연 그대로입니다.


가운데를 중심으로 오른쪽이 윗공원, 왼쪽이 아랫공원인데
주로 숲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다른 건물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가운데 운하를 쭉 따라 걸어나가면 핀란드만과 맞닥뜨립니다.

윗공원을 거닐다 만난 분수의 모습....

숲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이합니다.
쓰레기 부스러기 하나 없는 깨끗한 길과 초록 숲이 싱그럽습니다.

핀란드 만의 모습.....
이 바다를 쭉 따라 가면 핀란드에 도착할 수 있겠죠?

물도 깨끗하고
오리와 새들이 노는 동물들의 천국입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관광객 수입이 1조원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놀라운 것은 옛것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것...
관광객을 끌어들이려고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고
오로지 옛모습으로 승부를 한다는 것....
우리나라가 배웠으면 하는 부분입니다.
가끔 서울 북촌이나 서촌을 가보면 옛모습은 기가 팍 죽어있고
새로운 것들이 판을 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새 것, 새로운 것, 번쩍이는 것을 좋아하는지요.
사람들은 왜 그렇게 옛것을 보존하지 않고, 뭔가 현대적인 것을 첨가하려고 하는지요.

도시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전철...
아주 낡은 것을 보니 아마도 백년은 넘었을 듯....
우리나라의 마을 버스 같은 역할을 하는 듯했습니다.
손님은 별로 없었지만, 늘 그렇게 달리는 작은 기차 안에는 차장도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칠이 벗겨진 곳에 번쩍번쩍 칠도 새로 하고 그럴 겁니다.
근데 여기 그대로입니다. 벗겨진 그대로, 찌그러진 그대로....
그 모습이 참 자연스러워 좋습니다.

점심을 먹은 곳...
운하 옆에 위치하고 있는 고풍스러운 식당입니다.

이게 샐러드라네요.
감자를 으깨서 섞은 것...
러시아 음식은 자랑할 게 하나도 없답니다.
짜고 단순하고....

이건 스프....
기름이 둥둥 떠있지만 맛은 의외로 좋습니다.

이게 메인이라는데 도대체 뭐하자는 건지....
감자와 고기를 갈아 만든 것...,.샐러드랑 뭐가 다른 거지?

체리맛이 나는 아이스크림, 엄청나게 달다는 곳 빼고는 특별한 맛은 없어요.
러시아는 아이스크림이 맛있는데?
분수정원 곳곳에 놓인 가판대에서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었지만 루블만 취급한다고 하여
그림의 떡이 되고 말았지요.
꼭 길거리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을 사 먹어 보리라....
이제 에스토니아로 넘어갈 시간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코스가 죽음의 코스...
무려 7시간이나 걸립니다.ㅠㅠ

국경에서 출국심사 받고
다시 입국심사 받고...
무려 한 시간이나 걸렸는데 이건 아주 약과랍니다.

국경을 넘으니 에스토니아 쪽에 있는 멋진 성....

에스토니아는 (발트3국은) 산이 없고 평평판 들과 초록 숲만 있답니다.

들판을 수놓은 이름모를 꽃들
이름모를 풀들...
가끔 아주 가끔 보이는 옥수수밭...
그렇게 달려 달려
드디어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에 도착했습니다. 왠지 느낌이 좋습니다.
러시아와는 다른 분위기...
음식도 좀 낫고...

오랜만에 야채가 들어간 샐러드를 먹고...

껍질콩과 감자가 듬뿍 들어간 돼지고기도 먹고...

바나나를 갈아만든 요상한 후식도 먹었지요.
호텔도 꽤 마음에 듭니다.
이름모를 화가의 작품이 줄줄이 걸려 있는 호텔 복도의 풍경도 독특했고요.

호텔 마당에 설치되어 있는 동상도 맘에 듭니다.
이 남자는 무엇 때문에 화가 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즐겁습니다.
오랜 버스 여행으로 좀 지칠 법도 한데
나는....여전히 이렇게 신나게 여행기를 쓰고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발트 3국을 거닐 수 있게 되어서지요.
조금만 기다리시면,
멋진 도시탈린의 모습 보여드릴게요.
지금 시각, 오전 2시 48분....
대낮같이 환한 저녁 11시에 깊은 잠이 들어 피곤은 싸악 날아간 상태입니다.^^
첫댓글 하늘과 정원잔디 색이 잘 어우러저 분수의 시원함을 더합니다.
화난남자 고마워요.^^
잘 먹고 잘 구경하고 있습니다. 레몬이와 복길이는 잘 있는지....
@바람숲 오늘 인천 다녀 왔는데 근영이 어제부터와서 벌써 레몬이와 친해진듯 침대 옆에서 잠자고 있어요.^^
화난 거 아니에요. 멋져보일라고 애쓰는 중입니다.
일부러 근육도 막 보이고... 그걸 몰라주시다니.
ㅋㅋ
음, 그럼 (팔근육에라도 앉아야겠군.)
김샘과 같이 가셨군요.
예, 편한 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