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아가는 이야기 -75
(경주 황리단길에서 )
거의 달포 전에 경주동대병원의 동기생 문상 길에 친구들과 합류하기로 한 시간이 두어 시간이나 남아 요즘 방송을 자주 타는 황리단길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최근에 최부자집 풍수를 확인하려 거퍼 두번을 다녀왔다. 우리가 예전에는 내남사거리라는 왕복 2차선 도로와 연접해서 미추왕릉과 천마총이 있는 돌담 옆으로 올망졸망한 한옥집들을 개조하고 리모델링하여 옛날식으로 복원된 거리다.
외지사람들이 추억이 깃던 경주를 다시 찾겠금 하는 기발한 아이디어의 거리였다. 서울에서 먼저 경리단길이 유행을 타고 인사동이나 전주 한옥촌 같은 옛 동네들이 복고의 열풍을 타고 외국인은 말할 것 도 없고, 내국인들의 볼거리로 인기를 끌자 경주도 같은 바람을 타고 관광명소가 되었다. 60.70.80세대로 학교를 다닌 사람은 거의 죄다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다. 전두환 시절 교복자유화가 되기 전에는 목에는 흰색 카라를 대고 검은색에 단추가 다섯개 달린 일본군복처럼 생긴 교복뿐이었다.
백발이 성글어진 연배들에게 이 교복은 진한 향수가 배어있다. 이런 교복을 빌려주는 가게도 여러 곳이고 흑백사진을 찍어주는 사진관도 여기저기 있었다. 고풍스레 어울리는 한복들이 유별스럽지 않게 느껴지며 고분공원 안에도 첨성대 앞길에도 삼삼오오 분위기를 살려줬다.
경주가 문화재만을 보여주는 데서 문화콘텐츠를 즐기는 곳으로 탈바꿈하는 것 같아 흐뭇했다. 지난해 로마나 피렌체도 가봤지만 경주도 그들에게 기죽을 일 없다싶다. 호젓한 대릉원도 한바퀴 돌아보았다. 이런 아이템은 세계에 없을 거다.
연이어지는 교천마을도 색다른 운치가 있었다. 어디에서 팬치마킹하였는지 경주최씨 만석군 집 앞의 김밥가게는 두줄만 한정판매 한다는 데도 길다란 줄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제 관광이라는 개념도 사고를 전환할 때가 되었다 .그런 관점에서 경주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보여주는 관광, 지나가는 관광에서 즐기는 관광으로 경주가 거듭나고 있는 듯하다.
여지껏 고도라는 이유로 재산상의 불이익을 숱하게 받아왔지만 이제 이런 바람을 잘만 활용하면 베니스 못지않은 세계 유명관광지가 될 거라 믿는다..
그런데 국적없는 이름에 문제가 있다. 황리단길이 도대체 무엇인가.
용산의 이태원은 홍대앞 거리와 함께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있는데, 이태원 중에서도 육군중앙경리단이 있는 거리가 술집이나 카페가 많아서 외국인들에게 특별히 인기가 있어 그로 인해 경리단길이 유명하게 되었다 한다. 그게 왜 황리단길로 이어졌나 의심스럽다 . 누군가 처음 이름을 지은이가 있을테지만 이는 국적없는 짓이다.
경주에 황오동 황남동이라는 지명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황제가 없었다. 더욱이 신라는 물론이다.
일본은 왕을 천황이라 하니 식민지시대에 지었는지는 몰라도 왕이 우리에겐 더 친숙하다.
신라왕이 동해바다에 있는 문무왕릉을 참배하러 가는 추령고개를 넘어 기림사로 연결되는 길을 요근래 왕의길이라 이름하여 참 신신한 이미지를 각인시켜주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어찌 이정도의 수준인지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둘래길의 유행을 타고 제주도 울래길을 비롯하여 부산의 갈맷길 해파랑길 해안누리길 남해바라길 등 기발한 이름들이 얼마든지 있다. 왕릉길 경주고분길 서라벌옛길 경주 옛추억의 길 등 어울리는 이름을 공모하면 얼마든지 좋은 이름을 지을 수 있을텐데 아쉽기 그지 없다. 교촌은 최부자 길 만석꾼길 요석공주길 등이 어떨까 싶고.
들리는 소문으로는 위치가 좋은데는 땅값이 평당 천만원을 호가한다하니 반가운 일이다. 경주 지진으로 못살 곳으로 지칭되어 실망스러웠는데 내고향 경주가 은근히 좋아지고 있다.
기분좋은 일이다.
첫댓글 선배님 잘 읽었습니다. 황리단길 왠지 그렇습니다. 왕릉길을 추천합니다.
경주시장에게 건의해보시지요
카페지기의 막강한 귄한으로 ㅎ
이카페에서 보았는데
경주시장은 자기의 공약이라며 고교평준화를 밀어붙이는 가 본데, 하향평준화가 될건데 과연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어요
포철고랑
학성고가 얼마나 잘되는지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좋으련만....
@유승 선배님 고맙습니다. 평준화의 이유로 인구유출을 들고 있더군요. 평준화된다면 인구유출은 더욱 가속화 될것입니다. 학력은 하향평균화되어 경주 교육은 황폐화될 것입니다. 이는 시장이 할 수 있는 권한도 아닙니다. 진정 경주를 위한다면 바로잡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