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화 <시 감상 이순자 시집 4회> 가족 유통기한
가족 유통기한
몇 년 전부터 무슨 연유인지 어머니가 그립지 않다.
돌아가신 지 십 년이 훌쩍 넘어 그런가
그렇게 애달피 그리던 어머니가
생전 모습보다 화장장에서 본 뼛조각들로만 기억된다
이젠 이 세상에 없고
아무 기별 없다고
어머니 어디 있냐고 자꾸만 내게 되묻는다
두 달 전부터 어머니가 꿈에 보인다
이른 새벽, 백자 같은 한복 떨쳐입고
일가친척들과 함께
이제는 남보다 보기 힘든
형제들과 조카들까지 다 모아놓고
끝없이 펼쳐진 음식 앞에 서서
어머니, 환하게 웃고 있다
우리 어렸을 때는
누룽지 한 조각 끓이고 끓여
양껏 늘려 나눠 먹었는데
각자 솔가를 이뤄 나눔은 멀어지고
만남도 느려지고
모두의 관심이었던 형제 안위도 점점 흐려져
자신의 둥지만 생각하게 된 지금
안타까웠나 보다
사랑하는 내 새끼들
오순도순 모아놓고
한 상 차려 먹이고 싶었나 보다
명절 다가오니
온갖 솜씨 부려 우리 부르고 싶었나 보다
섣달 그믐밤
그믐달 타고 오시려나
정월 초하루 신새벽
초승달 타고 오시려나
* 제가 찍은 사진에 시를 차례로 한 연씩 붙였습니다.
* 위 사진은 88화 산문 낮달(2020 01 08)에 이미 사용한 사진입니다.
시에 어울릴 것 같아 다시 사용하였습니다.
첫댓글 가족관계에 유통기한이 어디있으랴—-다만 이기적인 인간이 편의에 따라 자의적으로 망각의 습성을 변명할 뿐이 아닐까?——-
오랜만입니다. 더운 여름 잘 지내셨나요?
맞아요! 없지요,
다만 점점 흐려지다가 이제는 내가 외로워서 인지는 몰라도 엄마가 그립습니다. 요새는 엄마 생각이 많이 나네요.
형의 글은 댓글은 안달아도 모두 잘 보고 있습나 활발한 활동에 경의르 표합니다 내내 건강하소서———
1연의 사진의 앙상한 가지가 마치 '--- 무슨 연유인지 어머니가 그립지 않다. 돌아가신 지 십 년이 훌쩍 넘어 그런가---'를
2연의 사진의 촘촘해진 가지가 '---이제는 남보다 보기 힘든 형제들과 조카들까지 다 모아놓고 --- 어머니, 환하게 웃고 있다' 를
3연의 사진의 왕성한 솔 가지가 '모두의 관심이었던 형제 안위도 점점 흐려져 자신의 둥지만 생각하게 된 지금'을
4연의 사진의 굵직한 가로등이 '섣달 그믐밤 그믐달 타고 오시려나 정월 초하루 신새벽 초승달 타고 오시려나'
오시는 길 환하게 밝혀주실 것만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