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무슨, 혼자서 밥이나 잘 차려먹고 다니면 다행이지 뭐... 라고 심드렁하게 말하던 20대의 저는 어느덧 30대에 가장 큰 인생의 중대사,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무던한 성격(이라고 쓰지만 세상 가장 예민한 고슴도치 같은 사람)인척 하면서도 감정의 기복이 제일 심한 저와 달리 예비 신랑은 조용히 여기저기 돌아다니는걸 좋아하는 분이라 연애를 시작한 이래로 단기간 여행을 종종 다니곤 했습니다. 벌써 3년을 넘게 같이 다니다 보니 이제는 아! 하면 예~를 외칠 수 있는 든든한 여행 메이트가 되었답니다. 어느덧 같은 30대를 달리고 있는 저희 둘이 펼치는 지독한 사람 냄새 나는 방방곡곡 여행기, 살포시 들어주지 않으시렵니까?
나노 단위로 세워야 하는 앞날이 걱정될 땐, 재인폭포
재인폭포에 가자고 한건 바로 예비 신랑이었습니다. 날씨가 유난히 좋은 11월 첫째주 일요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저를 깨우더니 재인폭포에 가야한다면서 주섬주섬 옷을 입혔죠. 사실 딱히 거절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예랑이의 말대로 날씨는 너무 좋았고, 이대로 소중한 일요일을 보내게 되면 왠지 손해보는것 같았기 때문이에요. 서울에서 약 1시간 30분 가량을 달리면 도착하는 경기도 연천 소재의 재인폭포는 한탄강 줄기를 따라 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급 당일치기 여행으로 떠난 이유는 나노 단위로 세워야 하는 앞날에 부담감을 느끼는 절 보고 정한 예랑이의 추천 여행지이기도 했습니다. 게으른 성격인 저에게 나노 단위로 준비해야 하는 결혼은 생각보다 부담감이 엄청커 주말에는 아무것도 못할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었어요. 시원한 폭포 소리라도 들으면 고민이 한번에 쑤욱- 하고 날라갈지도 모른다는 말에 졸래졸래 따라갔습니다.
재인폭포가 손꼽히는 명소가 된건 바로 지질명소 이기 때문인데요.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으뜸 지질명소로 꼽힙니다. 수량이 많을수록 폭포 소리는 굉장히 웅장하여 소리를 한 번 듣고 있으면 속이 뻥 뚫리는데요. 대규모의 현무암질 용암이 분출돼 형성한 용암호가 이후에 냉각하여 하천의 풍화 및 침식 작용까지 더해져 폭포가 생겼다고 해요. 물론 현재까지도 풍화와 침식 작용이 이어져 폭포의 위치가 꾸준하게 이동하고 있다고 하네요.
재인폭포의 또 다른 재미는 바로 이 다리에 있답니다. 명소를 보기 위해서는 거침없는 용기가 필요한 법. 흔들다리처럼 보이는 이 다리를 건너면 폭포를 구경할 수 있는데요. 사실 말이 그렇지 아주 튼튼해서 걱정 없이 건널 수 있답니다. 이 다리를 건너면서 결혼을 준비 하는 이 과정이 멀리서 보면 흔들다리지만 가까이서 보면 아주 단단해보일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남의 이야기에 흔들리지말고, 서로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차근차근 해내는 것. 그 마음이면 충분히 잘 살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두 손 꼭잡고 걸었네요.
사실 재인폭포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답니다. 다만 해지기 전, 대략 오후 5시 이전에 도착해야 아래로 직접 내려가 볼 수 있는 허가가 나기에 오전에 일찍 가서 즐기는걸 추천해요. 아쉬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기에 폭포를 보고 가볍게 산책하듯이 산책길을 따라 걸으면서 단풍 구경을 하면서 나왔답니다. 인근에는 맛있는 푸드트럭도 있으니 감상을 마친다음에 오붓하게 어묵꼬치를 드셔보는걸 추천합니다. 고민이 많았던 한 주의 끝에서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건 정말 돈으로도 바꾸기 힘들다는걸 다시 한 번 깨달아봅니다. 어쨌든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결혼 준비가 시작되었습니다. 간간히 복잡한 마음이 들겠지만, 여행으로 단단해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