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끝이로군......』
『자네를 죽이려고 한것...... 미안하네. 한낮 인간이라 생각했던 카이젤이란 자의 염원이 너무 강했네. 하지만
라이샤의 일격으로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지. 고맙네.』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는 저의 복수를 한 것일 뿐......"
창조주는 쓸쓸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라이샤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하고 있었지만 그의 속에
서는 피눈물이 흐르고 있을 터였다. 창조주는 아무말없이 그의 어깨에 손을 얹어주었다. 라이샤는 그것만으로
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긴 쉼호홉을 끝낸 라이샤가 말했다.
"지금부터라도 일그러진 이 세상을 제대로 잡아주시기 바랍니다."
『물론이네. 이제는 내 친구도 돌아왔으니 더욱 더 제대로 스스로 다스리겠네. 그러고 보니 이 땅과 크리니추
이더스가 지키던 땅이 사라졌군. 자네 혹시 창조주흉내를 내고픈 마음은 없나?』
라이샤가 창조주흉내라는 말에 피식 웃었다. 그는 공손히 사양하며 말했다.
"창조주흉내란 자리는 저에게 너무 맞지 않습니다. 저는 아버지처럼 세라핌에게 잡혀 살고픈 마음은 없거든
요. 이런 일이 저보다는 제 동생이 더욱 잘할 것입니다. 제 동생을 시키십시오."
『자네의 뜻이 그렇다면...... 그럼 우리는 돌아가네. 너무 죄책감을 느끼진 말게나.』
라이샤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
"전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라이샤와 창조주가 무슨 말을 나누었는지 그들에게는 상관없었다. 단지 이 지겹고 지루한 싸움이 끝났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엄청난 기쁨이었다.
이유도 모른체 서로를 미워하고 증오하였던 마음이 카이젤이란 존재가 사라지면서 사라졌다. 모두들 기뻐하며
환호성을 지르지만 라이샤만이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 그래?"
라이샤의 동생...... 마이샤가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라이샤를 바라보고 있었다. 라이샤는 웃어주며 그의 어
깨에 손을 얹혔다.
"창조주님이 너를 이 땅과 크리니추이더스가 다스리던 땅의 창조주흉내꾼으로 임명하셨다. 이제 너는 창조주
흉내의 일로 매우 바빠질 것이니 어서 빨리 린화를 만나 결혼하도록 해. 지금 안간다면 너는 무척이나 슬퍼할 거야."
마이샤는 라이샤의 말이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지금이 아니면 린화와 결혼 할 수 없다는 말에 몸을 움직였다.
꼭 린화와 결혼하고 싶다는 욕망은 강하게 일지 않았지만 왠지 지금 가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할 것 같다는 느
낌을 받았기에 어쩔 수 없이 마이샤는 몸을 빨리 움직였다.
라이샤는 천천히 걷다가 퉁가리와 나미를 바라보고 말했다.
"나 라이샤는...... 너희 둘을 부부로써 인정하노라."
퉁가리와 나미의 얼굴이 동시에 붉어지더니 소리치기 시작했다.
"무, 무슨 소리야앗~~~!!!!"
"라, 라이샤님~! 대, 대체 그게 무슨......!!!!!"
"하하하~~~~!!! 서로 좋아하는 녀석들이 마음을 숨겨봤자 상대만 피곤하게 만들뿐이야. 이제는 내가 허락하니
너희들은 부부가 되도록 해."
라이샤는 윙크를 보내주며 나미로부터 날아오는 모든 엄폐물(?)들을 피했다. 라이샤는 자이커를 바라보더니
한소리 하였다.
"동물을 사랑해라. 동물을 사랑해라. 차별하지 말아라. 이게 너에게 해줄 모든 말이다, 자이커."
"......"
"너무 힘에 연연하지 말아라, 너무 힘에 연연하지 말아라. 이게 너에게 들려줄 말이야, 젠스."
"......"
고개숙인 젠스와 자이커를 바라보던 라이샤는 자신의 뒤로 날아오는 거대한 돌덩이를 살짝 피하며 소리쳤다.
"이 세상에는 전혀 쓸모없는 존재는 없으니, 우리들은 모두를 사랑하고 모든 것들을 아끼고 스스로를 연마하
는데 너무 힘쓰지 말며 복수에 너무 연연해서도 안될것이다! 모든 것은 자신의 아끼고 사랑하는 데서 일어나
고 끝이 나는것. 이 모든 것을 알고 제대로 행해! 나보다 바보같은 녀석들아~!!!"
마이샤와 린화, 퉁가리와 나미의 축복받은 결혼식이 끝났다. 린화는 꽤나 행복한것 같았다. 자신이 그토록 바
래왔던 상대와 결혼한것이 그녀에게는 너무 기쁜 것 같았다. 하지만 결혼은 지옥이라 생각하던 마이샤는 울상
을 짓고 있었다. 퉁가리와 나미는 서로 얼굴을 붉히고 서로를 바라보지 못하고 있었다. 오랜 친구였던 그들이
결혼한 사실이 실감나지 않는 것 같았다.
결혼 후에 라이샤는 사라졌다. 그가 어디로 갔는지 어디에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아마 그도 신
이니 쉽게 죽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민트와 닮은 상대를 찾아 해매는 지도......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