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제87회]일진일퇴 오공과 마왕
오공은 요정의 몸에서 날아내려
두 요정보다 백여보 앞서가서는
몸을 번뜩여서 작은 요괴로 둔갑했다
여우가죽 모자를 쓰고 범가죽 치마를 올려
졸라 잡아매고서 두놈의 요괴를 쫒아갔다.
"여보시요, 거기 가시는 분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요."
의해룡이 돌아다 봤다...
"누구야?"
"헤에 형님도, 자기집 사람도 몰라보시네."
"우리집엔 너 같은 게 없어."
"왜 없어요? 잘 보시구려."
"처음보는 얼굴이야!"...
"물론 그럴테지요. 만난 적이 없는 데 당연합니다.
난 바깥일을 맡아보고 있으니까요."
"바깥일을 맡아 한다면 못 보았을 수도 있지.
그런데 넌 어딜 가느냐?"
"대왕님께서 형님들에게 노마님을 모셔오라고 하셨지요?
그리고 손행자를 잡을 수 있도록 오시는 길에
황금승을 가져오라고 말씀드리라고 했지요.
그런데 대왕님께서는 형님들이 걸음이 느리고 게으르다며
대사를 그르쳐서는 안되니, 저를 보내
형님들을 재촉하라고 하셨습니다."
"아, 그래?"
요정들은 오공이 비밀을 다 알고 있는지라, 오공을 한 집안 사람으로
알고 더는 의심하지 않았다. 셋은 함께 달렸다.
단숨에 팔, 구리정도를 달려갔을 때 오공이 말했다.
"더 빨리 가요, 그런데 얼마쯤 왔을까?"
"십 오육리쯤 왔을 거야."
"앞으로 얼마나 남았어요?"
의해룡은 손가락으로 앞을 가르키며 말했다.
"저기 검은 숲이 바로 거기야."
오공은 머리를 들어 멀지 않은 곳에 숲이 있는 것을 보고
그 곳에 늙은 요괴가 있으리라 짐작했다.
오공은 가던 길을 뚝 멈춰서서
요정들을 앞세워 놓고 여의봉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달려나가며 두 요괴를 쳐서 숨통을 끊어놓고
두 시체의 다리를 끌어다가 풀숲에 넣고
털 하나를 뽑아 선기를 불어넣어
파산호롤 둔갑시키고 자신은 의해룡으로 둔갑새서
노마님을 모시러 압룡동으로 달려갔다.
얼마뒤 숲에 당도하니 숲속에 집이 있고 두짝의 돌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오공은 함부로 뛰어 들수가 없어서 밖에서 외쳤다.
"문열어! 문열어!"
문지기 여자요정이 놀라서 문을 빼꼼히 열고 물었다.
"어디서 오셨어요?"
"난 평정산 연화동의 대왕님 심부름으로 노마님을 뫼시러 왔다.
"네 그러세요? 들어오세요."
오공이 안내를 받아 돌대문 아래까지 가서 올려다보니
정면 가운데에 늙은 여자 요괴하나가 높이 앉아있었다.
새하얀 귀밑머리 풀어헤치고 두 눈동자 별처럼 반짝인다/
주름진 얼굴은 발그레 윤기돌고 이는 빠져도 마음만은 굳세다/
머리에 하얀 비단수건 두르고 두 귀에 금귀고리 달았다/
손오공은 그 꼴을 보고는 안에 들어갈 생각은 않고
문 밖에서 낯을 싸쥐고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물론 늙은 요괴가 겁나서 우는 것은 아니었다.
그까짓 여귀 따위에 겁을 먹을 오공이 아니려니와
설사 겁이 나도 울지는 않을 그였다.
부글부글 끓는 기름가마 속에서 칠일 씩이나 있어도 운 일이 없는데
하물녀 지금 요괴를 때려잡고 보물까지 빼앗을 지금 왜 울까?
오직 삼장이 경 가지러 가느라 고생하는 것이
가련해서 눈물을 흘린 것이다'
오공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고명한 수단을 써서 요정으로 둔감을 했다지만
저 늙은 요괴를 속이려면 말을 해야겠는데
이렇게 꼿꼿이 서서 말해서는 안되고, 반드시
머리를 조아려서 인사를 한 다음에 말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데 그렇게 하기는 싫다. 난 하늘까지 휘저은 영웅이다.
지금까지 서천의 부처님고 남해의 관음보살, 그리고 양계산에서
나를 구해준 스승님 이외에는 누구에게도 절을 한 적이 없어.
그 분들을 위해서라면 오장육부가 썩고 삼모칠공이 없어지도록
충성을 다하겠지만, 불경 한권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내가 이런 늙은 요괴앞에 무릅을 끓는다는 말이야?
그렇다고 무릅끓고 절 하지 않으면 눈치를 챌 것이다. 아아!"
일이 이지경에 이르러 오공은 "스승을 생각해서 져준다" 라는
생각으로 안으로 들어가 늙은 요괴앞에서
무릅을 끓과 머리를 숙였다.
"노마님, 절을 받으십시요."
"아유1 인사성이 밝기도 하지. 어서 일어나렴."
오공은 속으로 기뻤다..
"옳지 일이 멋지게 되는데..ㅎㅎ
"그대는 어디서 왔는고?"
"평정산 연화동에 두분 대왕님의 심부름으로 왔습니다.
노마님께 당나라 중의 고기를 잡수러 오시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오시는 김에 손행자를 잡게
황금승을 가지고 오시가 하셨습니다."
늙은 요괴는 이 소리를 듣고 매우 기뻐했다.
"참으로 효성이 지극한 아이들이로구나..."
늙은 요괴는 곧 가마를 준비시켰다.
그러나 오공은 속으로 욕을 했다.
"흥 더러워 요괴도 가마를 타나?"
두마리의 계집 요괴가 뒷채에서 향기로운 등나무 가마를 떠메고
나와서 문밖에 놓고 푸른 비단 휘장을 드리웠다.
늙은 요괴가 집에서 나와 가마에 앉으니까 그뒤로
소녀요괴들이 화장함과 경대를 받들고 손수건과 향합을 들고
좌우에 늘어섰다.
늙은 요괴가 내다보고 손을 저었다.
"너희들은 왜 나왔느냐?
내가 다른데도 아니고 아들네 집에 가는데
시중드는 사람이 없을까 근심이 되느냐?
도리어 너희들이 가면 시끄러워지니 모두 집에 들어가서
문이나 잘 닫고 집이나 지켜라!"
그 말에 소녀요정들이 다 들어가고 두 여자 요정만 남아서
가마를 메었다. 늙은 요괴가 밖을 내다보며
오공에게 물었다.
"심부름온 너는 이름이 뭐냐?"
오공은 급히 대답했다.
"저 사람은 파산호고 저는 의해룡입니다."
"너희들은 앞장서서 길을 안내해라."
오공은 속이 메스꺼웠다.
"재수가 없군 해치우기 전까지는 영락없이
이년의 종노릇을 하게 생겼군."
그러나 거역할 수 없는 일이라 앞장서서 큰 소리로 길을 열었다.
오륙리 가양 갔을까. 오공은 길 옆의 바위에 걸터앉았다.
가마꾼이 뒤이어 이르자 오공이 그들에게 권했다.
"너희들도 어깨가 아플테니 잠깐 쉬어가는데 어때?"
오공의 계책을 알리없는 두 요정은 곧 가마를 내려놓고 쉬었다.
그러자 오공은 가마뒤로 가서 가슴털을 하나 뽑아
큼직한 기름떡을 한 만들어 뜯어먹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가마꾼이 물었다.
"장관님 뭘 먹어요?"
"말하기가 거북해, 이렇게 멀리까지 와서 노마님을 모셔가는데
아무런 보답도 없단말이야. 배가 고프니 어쩌겠나?
그래서 가지고 있던 떡을 먹는 것인데
내가 다 먹은 다음에 가기로 하자."
"우리도 먹게 좀 주세요."
"그럼 이리와, 우린 다 한집안인데 내것 네것 가릴게 뭐있어?"
자기들의 운명을 알리없는 요정들은 오공의 옆으로 와서
떡을 집어 먹으려했다. 그러자 오공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여의봉을 쓱 꺼내어 한년의 머리를 탁치니 그년은 그자리에서
숨통이 끊어지고 또 한년은 여의봉에 스치더니 "아이고! 아이고!"
하며 죽는 소리를 내질렀다.
그 소리를 듣고 늙은 요괴가 가마에서 목을 내밀었다.
그 순간 오공이 재빨리 뛰어가서 머리를 한대 내리쳤다.
그랬더니 대가리에 구멍이 펑 나면서 뇌수가 쏟아져 나오고
피가 쿨쿨 쏟아졌다. 가마에서 끌어내보니
꼬리가 아홉개 달린 여우였다.
"ㅉㅉㅉ 망할놈의 짐숭, 뭐 노마님이시라고?
네 년이 노마님이면 난 상태조할아버지다."
오공운 황금승을 찾아내어 소매속에 넣었다.
"이 고양한 마물아! 제아무리 솜씨가 대단하다고 해도
보물 세개를 네게 빼았겼으니 어쩌지 못하겠지."
오공은 기뻐하며 털 두개를 뽑아 파산호와 의해룡으로 둔갑시키고
다시 두개를 더 뽑아 가마꾼으로 만들고 자기는 늙은 노모로 둔갑하여
가마안에 들어앉아 둔갑한 가짜 졸개들에게 메고 가게 했다.
잠시뒤에 연화동에 도착했다.
오공이 털로 둔갑시킨 요정은 앞서가서 외쳤다.
"문열어라, 빨리 문열어!"
문지기 요정이 문을 열고 물었다.
"여 파산호 의행룡이 돌아왔느냐?"
"응! 지금 돌아오는 길이야"
"노마님은?
오공의 가슴털이 둔갑한 요괴가
가마를 가리키면서 말햇다.
"저 가마속에 계시는 분이야."
"잠깐 기다려라 안에 들어가 전갈을 하고 올테니."
두대왕은 전갈을 받고 급히 향을 피운 탁자를 준비시키고
밖으로 나와 맞이했다. 오공은 매우 기뻣다.
"아니고 고맙다. 내가 대접받을 차례가 되었구나.
아까는 늙은 요괴를 꾀느라 그에게 한번 절을 했지만
지금은 내가 늙은 요괴로 둔갑했으니 저것들의 어미가 됐지뭐냐.
그러니 절을 네번이나 받게 되었구나.
이것들이 요괴라서 그런 예절을 잘 몰라
네번까지는 절을 하지 않을지도 몰라.
그래도 저 두놈을 속여 절을 받게 됬으니
아니고 고소하다 고소해! "
가마에서 내린 오공은 옷을 털고 네게의 털을 몸에 거두었다.
그리고는 문지기 요정에게 빈 가마를 문안으로 메고 가게 하고
자기는 그 뒤에서 얼굴에 웃음을 띠고 하느적 거리면서
늙은 요괴의 흉내를 내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모든 요괴들이 하나같이 무릅을 끓고 영접했다.
금방 풍악이 울렸다.
박산향로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헤치고
정전으로 나아가 남쪽을 향해 앉으니 두 대왕이
그 앞에 나와 무릅을 끓고 절을했다.
"어머님, 기력이 만강하시옵니까?"
"얘들아 그만 일어나거라."
대들보에 매달려 있던 팔계가 그 꼴을 보고 있다가
하하하 하고 웃자 오정이 쳐다보았다.
"형 여간 아닌데 매달려 있는 주제에 웃고있다니."
"동생 내가 웃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단 말이야."
"뭐요?"
"어미가 오면 우릴 금방 쪄서 먹을 줄 알았는데
이봐 저건 어미가 아니라 그야"
"그 라니?"
"허허! 필마온이 왔다."
"어떻게 필마온인지 알아?"
"허리를 구부려 "애들아 그만 일어나거라" 말을 했을떼
몸 뒤에 꼬리가 몽그작거렸어, 난 높은 곳에 매달렸으니
더 잘보인단 말이야."
"잠자코 있어 뭐라 하는지 들어보자고"
오공은 한 가운데 앉아서 물었다.
"애들아, 무슨일로 나를 오라고 했느냐?"
"어머님, 오랫동안 인사도 올리지 못하고 자식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항상 죄송하기 그지없습니다.
오늘 아침에 동생이 동녘땅의 당나라 중을 잡았지요.
그래서 우리끼리만 먹어서는 안될 일이라 어머님을 모셔다가
이 놈을 쪄 함께 장수의 약으로 먹으려고 합니다."
"애들아 나는 당나라 중의 고기를 먹고싶지 않다.
듣자하니 저팔계라던가? 하는 놈의 귓밥이 별미라던데
우선 그걸 베어서 술안주나 만들어 주려므나"
팔계는 이소리를 듣더니 대들보 위에서 당황을 했다.
"벼락을 맞을 고양한 놈이다. 이놈아! 넌 내 귓밥을 베러 왔구나!
내가 큰 소리라도 친다면 좋지 않을걸."
이 멍청이가 큰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오공의 변신한 비밀이
그만 폭로될 뻔 했는데 그 아슬아슬한 순간에 산을 순시하던 요괴와
문지기 요정들이 급히 뛰어들어왔다.
"대왕님, 큰일이 났습니다. 손행자가 노마님을 살해하고
노마님으로 둔갑해서 이곳으로 왔습니다."
대왕은 보고를 듣고 급히 칠성검을 잡고 오공에게 정면으로 대들었다.
오공은 번개같이 몸을 버득였다. 그러자 별안간 동굴 전체가
불빛으로 이글거렸다. 그 틈에 오공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것은 모이면 형체를 이루고 흩어지면 기체가 된다는
이치를 바탕으로 한 술법이었다. 이걸 보자 금각은 혼이 빠지고
다른 요정들도 두려워서 벌벌 떨었다.
금각은 죽어가는 소리를 했다.
"아우, 당나라 중과 오정 팔계와 말을 손행자에게 돌려주어
제 갈길을 가게 하는게 좋겠어, 그리고 우리는 손을 떼자."
"형, 무슨소리를 하나? 내가 적지않은 고생을 겪고 계책을 써서
그 중들을 잡아 왔는데 형은 손행자의 속임수가 그리도 무서워?
칼을 무서워하는 사람을 어찌 대장부라 하겠어?
너무 겁내지 말고 내 말좀 들어요.
손행자의 신통력이 굉장하다는 것은 나도 들었지만
난 그와 잠깐 만났을 뿐 아직 겨루어 보지도 못했어,
난 우선 투구와 갑옷을 입고 그와 삼합을 겨루어 보겠어.
그래서 놈이 지면 당나라 중을 우리가 먹고
내가 지면 그때가서 돌려주지요."
"아우의 말이 옳아."
금각은 졸개들에게 갑옷과 투구를 가져오게했다.
드디어 마왕과 한판 붙게된 손오공, 과연
삼장일행이 이 난관을 어찌 벗어날 것인지...
흥미진진한 다음 편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