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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학명
으름덩굴과 |
Stauntonia hexaphylla |
겨울철 남해안이나 제주도를 여행하다 보면 대문 위나 담장에서 초록 잎을 달고 있는 상록덩굴식물을 볼 수 있다. 바로 ‘멀꿀’이란 식물로 난대지방에서만 자라는 일종의 과일나무다.
멀꿀은 숲속에서는 계곡부나 경사면의 아래쪽 등 수분이 많은 곳에 둥지를 튼다. 따뜻한 봄날이면 잎겨드랑이에 연노랑 꽃을 조롱조롱 피웠다가 곧 열매를 매단다. 처음에는 새알 크기의 초록색 열매였다가 차츰 커져 가을이 되면 굵은 달걀 크기에 이른다. 가을 햇살에 고추가 붉게 익어 가듯 열매는 붉은 보라색으로 익는다. 얇은 껍질을 벗기면 안에는 약간 투명한 백색의 과육이 들어 있고, 까만 씨앗이 사이사이에 수없이 박혀 있다. 씨앗이 너무 많아 혀끝에 거슬리기는 해도 달큼한 맛이 있어서 옛사람들은 당도가 높은 과일로 귀하게 여겼다.
멀꿀은 온대지방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으름과 매우 닮았고, 맛이나 모양새도 비슷하다. 다만 으름은 익으면 가운데가 세로로 벌어지는 반면, 멀꿀은 벌어지지 않으므로 함부로 속살(과육)을 내보이지 않는다.
잎은 타원형으로 두껍고 약간 반질반질하며 작은 잎이 모여서 긴 잎자루 끝에 붙어 있는, 손바닥 모양의 겹잎을 하고 있다. 작은 잎의 숫자가 어릴 때는 셋, 좀 자라면 다섯, 다 자라면 일곱 개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엄밀하게 시기별로 달라지는 것은 아닌 것 같고 대체로 5~7개로 이루어진다.
멀꿀의 옛 이름은 연복자(燕覆子)다. 으름을 연복자로 쓴 경우도 있으나, 옛 문헌을 자세히 찾아보면 멀꿀을 따로 연복자라고 일컬었음을 알 수 있다.
《남환박물(南宦博物)》1) 에 실린 《제주풍토록》2) 에서 연복자에 대해 설명한 부분을 보면, “열매의 크기는 모과와 같고 껍질은 붉은 흑색이다. 이것을 갈라보면 씨는 으름과 같으면서도 약간 다르다. 으름에 비해 씨가 약간 크고 맛은 조금 진하다. 대개 으름 종류이나 으름보다는 조금 크다. 전남 해남 등지에도 있다고 한다. 의약을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해남에서는 줄기를 채취하여 말린 것을 으름 줄기와 같이 쓰면 효력이 배가 뛰어나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익의 《성호사설》에서 인용한 《탐라지》3) 에 보면 “연복자는 목통(木通) 중 특이한 종류로서 열매는 크기가 모과와 같고 맛은 아주 향기롭다. 지금 목통 열매라는 것은 모과에 비하면 동떨어지게 작은데, 《본초도감》에는 작은 모과와 같다고 했다. 생각건대, 이것이 제일 진품이므로 세상에서 쓰는 것은 다만 열품(劣品)일 뿐이다. 남해안의 모든 고을에도 이것이 있다”라고 했다. 이런 옛사람들의 기록을 보면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멀꿀을 연복자라고 하여 으름을 말하는 목통과 구분하여 썼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동의보감》에는 으름의 열매를 연복자라고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둘을 뒤섞어 쓰기도 했다.
멀꿀은 오늘날 바나나와 대비되는 달큼한 과일로서 옛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아울러 으름과 같은 쓰임의 약재로도 널리 알려진 덩굴나무다. 멀꿀의 일본 이름에는 왕에게 올리는 과일이란 뜻이 들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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