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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전(2)~~~~~~~
체계적인 전략 없이 모인 반군들이 기대하는 것은 미국의 군사 개입이다. 사담 후세인이 무너지듯이 미군이 참전하면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도 쉽게 축출될거라고 예상하고 봉기한다.
이처럼 엉성한 반군들이지만 나름대로 전과를 올린다. 2012년 중반까지 동부 지역 상당 부분이 반군에게 넘어간다. 시리아 정부는 도시가 밀집한 서부에 병력을 집결시킨다. 특히 서부 지역에는 천연가스 매장소와 발전소가 모여 있어 이곳을 잃는다면 아사드 정권은 버틸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내전 초기에는 전반적으로 정부군은 수세에 몰리고 아사드 정권도 흔들린다. 이런 상황에 쿠르드족이 나서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쿠르드족의 봉기'
반정부 시위가 계속 확산되자 쿠르드족 내부에서는 독립국가를 건설할 기회라고 생각한다.
2011년 쿠르드족은 독립국가 건설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나선다. 시리아의 쿠르드족 민족운동 진영은 민병대 조직을 가지고 있는 'PYD' 와 다수의 정당이 모인 '쿠르드국민회의' 이렇게 양대 세력으로 재편된다.
시리아 정부군은 PYD의 활동 무대인 북서부 지역에서 철수한다. 이 지역을 쉽게 점령한 PYD는 이후 주로 IS(이슬람국가)를 상대로 전투를 벌인다. 주변에서는 PYD와 아사드 정부가 서로 내통한다고 비판할 정도이다.
2013년 PYD는 북서부 로자바 지역을 쿠르드 자치구역으로 선포한다. 로자바 지역은 석유가 나오는 유전지대인 동시에 터키와의 접경지대이다. PYD로서는 대단히 중요하다. 터키와 이라크의 쿠르드족들과 접촉할 수 있고 이들로부터 무기와 자금을 보급받고 전투에 투입될 전사들도 보충되기 때문이다. 특히 터키와의 접경지대는 산업이 정지되다시피 한 시리아에 부족한 물자를 밀수입하고 피난민들이 터키로 밀입국하는 루트이기 때문에 그에 따르는 수입도 만만찮다.
이러다 보니 로자바 지역은 쿠르드족 뿐만 아니라 내전에 참여한 거의 모든 반군 세력들이 눈독을 들인다. 특히 급진 이슬람주의 세력인 알 누스라 전선과 IS가 이 지역을 차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움을 건다. PYD는 치열한 전투를 벌이면서 이들을 막아낸다.
쿠르드국민회의도 로자바 지역을 지키기 위해 IS와 전투를 벌인다. 시리아민족회의 내부에서는 쿠르드국민회의와 연대하자는 의견을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지만 쿠르드족 분리독립에 대한 거부감으로 무산된다.
이후 쿠르드족과 급진 이슬람주의 세력 간의 혈투는 시리아 내전의 커다란 한 축을 형성한다.
이렇듯 민주화 시위로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정부군과 반군 간의 전투에 이어 쿠르드족과 아랍인, 두 민족 사이의 갈등으로 번진다.
여기에 IS까지 뛰어들면서 시리아 내전은 훨씬 더 복잡한 사태로 진행된다.
'이슬람국가 IS의 성장'
IS의 흥망성쇠는 시리아 내전의 가장 독특한 부분이다. IS는 애초에 시리아 내전의 이해관계 당사자가 아니었다. 반군이나 쿠르드족과도 아무런 관련도 없었다. 단지 이라크에서 빠르게 성장하던 급진 이슬람주의 세력이 혼란한 시리아로 세력을 넓힌 것이다.
그런데 그 성장 속도가 너무 빨라 전 세계를 놀라게 한다. 이라크와 시리아 뿐만 아니라 전세계 지하드 세력들과 연계하여 곳곳에서 테러를 벌이는 동시에 인터넷 미디어를 이용하여 세련된 방식으로 홍보함으로써 역대 그 어느 조직보다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IS의 시작을 살펴보려면 먼저 이라크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사담 후세인 정권이 몰락한 후 시아파가 주도하는 신 정부 세력이 기득권 세력인 수니파를 복수하듯 극심하게 탄압하면서 이라크는 심각한 종파 갈등을 겪는다. 일방적인 억압을 당하는 수니파들 특히 일자리를 잃거나 군에서 강제로 쫓겨난 군인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른다. 지하드 그룹은 이들을 재빠르게 포섭한다. 치안이 무너진 공백으로 지하드를 외치는 급진 이슬람주의 세력이 빠르게 스며든다.
가장 눈에 뛰게 성장하는 조직이 알 자르카위가 이끄는 '알 카에다 이라크 지부'이다. 이들은 알 카에다의 산하 조직이다. 다른 이슬람주의 조직을 규합하여 '이라크 이슬람 국가(ISI, Isalamic State of Iraq)'을 조직한다.
이들은 내전에 휩싸인 이웃나라 시리아에 '알 누스라 전선'을 조직한다. '알 누스라 전선'은 2012년 여름부터 자살폭탄으로 시리아 정부군을 공격하면서 강력한 반정부 조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다. 동부 도시 락까를 점령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진다.
알 바그다디는 ISI와 알 누스라 전선을 통합하여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 Islamic State of Iraq and al-Sham)'를 만든다.
스스로 칼리파라고 칭하는 그는 칼리파가 통치하는 '이슬람 국가(IS)'를 건설하겠다는 선언을 하며 독자적인 활동을 펼친다.
IS는 시리아의 락까를 접수하고, 이라크의 팔루자와 모술을 함락시키며 서방 국가를 긴장시킨다. 포로들을 참수하고 그 영상을 인터넷으로 세상에 공개한다. 중동 국가와 유럽에서 테러를 일으키고 자신들이 그 배후라고 스스로 밝히기도 한다. 세상은 경악하지만 이에 매력을 느끼며 전 세계에서 자원하여 합류하는 지하디스트들이 줄을 잇는다.
이라크의 샤마라와 티크리트를 점령하고 바그다드까지 압박한다. 이라크의 정부군과 쿠르드족은 이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힘겹게 방어한다.
승승장구하는 IS는 한때 이라크 영토의 절반 가까이 지배한다. 어떻게 IS가 급성장할 수 있을까?
우선 IS의 주무대인 이라크와 시리아가 극심한 혼란을 겪 고 있는 상황인 점이다. 극도의 혼란에서는 인간은 오히려 절대적인 도그마를 찾음으로써 심리적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내전을 겪고 있는 이라크와 시리아 사람들은 복잡한 민주적인 토론보다 단순하고 절대적인 순종을 요구하는 종교적 근본주의가 더 손쉽게 다가왔을 것이다. 종교가 없는 사람조차도 매순간 생사를 오가는 전쟁터에서는 종교적이 되지 않을까.
시리아도 아사드 정권에게 차별을 받던 수니파들이 시리아 반군의 주축이 된다. 그들은 수니파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인 IS 의 종교적 이념에 매료된다.
IS가 구체적인 목표와 보상을 내거는 것도 효과가 크다. 그들은 우선 '칼리파 국가 건설'이라는 비전을 제시한다. 알 카에다가 미국의 뉴욕을 공격하자 많은 아랍인들이 환호하지만 그뿐이다. 그렇다고 미국이나 기독교 문명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오히려 더 강한 보복만 돌아온다. 하지만 IS는 시대착오적이지만 '칼리파 국가'라는 구체적이면서 자극적인 비전을 내세운 것이다.
IS가 초기 전투에서 승승장구하면서 빠른 속도로 지배 지역을 넓히자 기존의 지하디스트뿐만 아니라 방황하던 많은 아랍의 젊은이들이 IS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IS는 이런 젊은이들에게 즉각적인 보상도 약속한다. 이라크의 유전지대를 점령하여 석유를 팔아 그 돈으로 봉급도 주고 여성들을 강제로 IS전사들과 결혼시키기도 한다. 국제사회는 경악을 하지만 이런 혜택에 끌려 IS 에 합류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난다.
마지막으로 IS는 단지 정치세력만이 아니라 종말론적 세계관을 가진 종교단체이다. 곧 세상의 종말이 오고 이맘 마흐디가 세상에 나타나 최후의 심판을 할 것이라는 믿음을 교묘히 이용한다. 즉 지하디스트들에게 '성전을 통한 죽음이 곧 엄청난 축복과 보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념을 지속적으로 세뇌시킨다. 계속되는 전쟁과 죽음의 공포 속에서 이라크와 시리아인들은 하루하루 불안하고 고통스런 삶을 사느니 빨리 공을 세워서 신에게 가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 것이다.
IS가 시리아에 집착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시리아와 터키의 접경지대에 위치하는 작은 마을 '다비크'때문이다. 이슬람의 종말론에서 '다비크'는 최후의 전쟁이 벌어지는 곳이다. 예언자 무함마드는 '무슬림 군대가 다비크나 알-아마크에서 로마군을 무찌를 때까지는 최후의 날이 도래하지 않으리라' 라고 예언한다. 기독교의 '아마겟돈'과 같은 상징성을 가진다. '다비크'와 '알-아마크'는 모두 시리아에 존재한다. IS는 최후의 성전을 준비하기 위해 시리아를 장악해야 한다고 선전한다.
이렇게 이슬람 근본주의를 표방하는 IS가 탄생함으로써 기존의 시리아 반군들은 이들과도 힘겨운 싸움을 하여야 한다. 또한 IS의 세력이 강해질수록 아사드 정부의 세속주의를 지지하는 이들의 응집력이 더불어 강해진다. 아사드 정부가 무너지면 아프가니스탄처럼 시대착오적인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지배를 받아야할 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커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이라크의 신 정부와 시리아 쿠르드 민병대를 지원하면서 IS는 조금씩 밀리기 시작한다. 2017년 시리아 정부군에게 모술을 빼앗기고 쿠르드 민병대에게 락까를 잃는다.
이라크 정부는 IS와의 전쟁에서 승리했음을 선포하고 시리아에서도 거의 대부분 지역에서 IS는 사실상 붕괴된다.
'외세의 개입: 주변 강대국들의 대리전'
시리아 내전의 승패를 결정짓는 요인은 시리아 외부에서 온다. 주변 국가들의 개입 정도에 의해 결과가 달라진다. 시리아 내전에 직접 개입한 국가 이름만 열거해도 다음과 같다.
이란, 러시아, 터키, 이스라엘, 미국, 영국, 프랑스, 카타르, 그리고 국가 단위는 아니지만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 이라크의 쿠르드 자치정부 등을 들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걸프 왕정국가들도 반군들을 지원한다.
시리아 내전은 거대한 전쟁이다. 주변 국가들이 저마다의 이해 관계를 따져 개입하지만 전쟁은 시리아 국경 안에서 벌어지고 시리아인들이 가장 큰 고통을 겪는다.
(책을 발간한 2018년 기준으로)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국가들이 훨씬 더 적극적으로 전쟁에 개입하고 끝까지 흔들림 없이 지원하고 있어 아사드 정부군이 유리한 국면을 쥐고 있다.
시아파의 맹주 이란은 가장 적극적으로 아사드 정권을 돕는다. 이란-이라크 신 정부-시리아-헤즈볼라(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시아파 초승달지대(Shia crescent)'가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분해될 수 있다는 위험이 보이기 때문이다. 아사드 정부가 무너지면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통로가 막히게 된다.
이란은 특수부대 '쿠드스'를 긴급 파병하여 무너지던 아사드 정부를 살려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쿠드스'의 사령관 카셈 슈레이마니는 레바논의 헤즈볼라와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까지 동원하여 시리아 정부군이 빼앗겼던 주요 지점 상당 부분을 탈환하기도 한다.
러시아 역시 시리아 내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2016년 아사드 정권의 다마스쿠스 수복을 돕기도 한다. 러시아의 푸틴은 미국의 이라크 정권 교체에 대단히 부정적이다. 장기 독재자인 푸틴 입장에서는 아랍의 봄으로 여러 독재자들이 연쇄적으로 붕괴되고 미국이 이라크의 독재자를 끌어내리는 모습에 적지 않은 위협을 느꼈을 것이다. 중동 국가들의 독재자 몰락과 정권 교체 바람이 자칫 러시아에도 상륙할 지 모른다는 경계심을 가진다. 따라서 러시아의 푸틴은 미국의 영향력을 저지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아사드 정권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사드 정부군에 무기를 지원하고 반군과 IS에게 공습도 여러 차례 전개한다. 게다가 러시아는 체첸 분리주의자와 러시아의 급진 이슬람 세력들이 벌인 테러로 골머리를 앓는 상황이다. 만약 시리아에서 IS같은 지하드 그룹이 승리한다면 이들이 체첸 반군이나 러시아 이슬람주의자들을 자극하여 어떤 상황이 펼쳐질 지 알 수 없다. 이를 막기 위하여 아사드 정부의 승리를 도와야 한다.
터키는 시리아 내전을 거치면서 정치적 입장을 바꾼다. 시리아의 아사드 정부와는 오랫동안 적대적이던 터키는 처음에는 미국을 따라 시리아 정부에 대한 경제 제제에 동참하고 시리아 반군들을 적극 지원한다. 여러 시리아 반군들의 본거지가 터키에 자리잡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IS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뀐다. 미국이 IS를 막기 위해 쿠르드족 민병대를 지원하자 터키 정부는 경악한다. 오랫동안 터키 정부를 공격하는 터키 쿠르드족의 PKK나 시리아 쿠르드 민병대인 YPG 모두 터키 정부와 실질적인 전쟁 상대자이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미국이 쿠르드 민병대 YPG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터키는 미국과 조금씩 틈이 벌어진다. 터키는 미국을 따르지 않고 독자적인 작전을 벌이기도 한다. IS를 공격한다고 출격한 터키 전투기가 쿠르드족 반군을 폭격하기도 한다. 급기야 2018년 터키군은 대규모 작전을 벌여 시리아 북부 쿠르드 지역에서 쿠르드 민병대 YPG를 몰아내고 자기들이 직접 점령한다. 터키가 시리아 영토를 침범하여 점령한 것이다.
이후 터키의 에르도완 대통령은 러시아와 이란과 발 맞추기도 한다. 원래 미국의 동맹이던 터키가 러시아와 가까워진 것이다.
이스라엘은 아사드 정부보다 헤즈볼라와 이란에 더 관심을 가진다. 사실 시리아 내전 중반까지 이스라엘은 상대적으로 평화를 누렸다.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이란과 헤즈볼라가 시리아에 정신이 팔려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행위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IS가 쇠퇴하고 아사드 정부가 유리해지자 이스라엘은 다시 불안해진다. 시리아 내전이 끝나면 헤즈볼라의 총부리가 다시 이스라엘로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도 위협이 되는 상황이다. 이에 이스라엘은 수차례에 걸쳐 시리아 영토 안으로 전투기를 보내 헤즈볼라와 시리아 정부군의 군사시설을 파괴한다.
반면 시리아 반군들이 가장 기대하던 미국의 참전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미 이라크 전쟁을 종결하고 미군들이 이라크에서 철수하고 있다. 미국이 막대한 희생을 치르고 있는 미군의 이라크 주둔에 대한 미국 내의 여론도 상당히 부정적이다. 이런 마당에 오바마 정부가 시리아 내전에 또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다. 대신 아사드 정부에 경제 제재를 가해 압박하고 반군들에게 자금과 무기를 지원할 뿐이다.
그러나 IS때문에 미국의 입장이 달라진다. IS가 알 카에다와 연계된 조직이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미국은 수수방관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직접 참전하는 대신 쿠르드 지역을 침입하는 IS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 쿠르드 민병대 YPG를 적극 지원한다. 그러나 거기까지이다. 직접 참전하는 계획은 전혀 없다.
'끝나지 않은 전쟁'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시리아 내전에는 오늘날 중동 정치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 정체성의 갈등이 모두 등장한다. 민주화에 대한 요구, 수니파와 시아파의 분쟁, 쿠르드족의 독립 요구,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 간 갈등, 그리고 외세의 대리전까지.
시리아 내전에서 드러난 갈등 중 어느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다. 시리아인들은 더욱 빈곤해지고 수니파는 여전히 핵심권력에서 밀려나 있고 쿠르드족이 장악한 로자바 지역을 누가 지배할 것이냐도 여러 가능성이 남아있다. 튼튼한 뿌리를 가지고 있는 이슬람주의도 잠시 잦아들었을 뿐 또 어느 시점에 어느 지역에서 다시 나올지 알 수 없다. 시아파의 이란에 대해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이 계속 견제하며 팽팽한 긴장 상태를 이어갈 것이다. 이 모든 상황으로 인해 시리아는 언제 폭발할 지 모르는 시한폭탄같은 위험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그것은 이웃나라 이라크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도움으로 이라크 신 정부가 IS를 물리치고 정국을 다시 장악했지만 밀려난 강경 수니파나 급진 이슬람주의자들이 모두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라크 내전 상황에서 독립국가를 건설하고자 했던 이라크 쿠르드족 자치정부의 독립 열망도 주변국들의 반대로 무산된다. 신 정부가 들어선 이라크 역시 화약고라는 점은 내전 중인 시리아와 별반 다르지 않다.
중동은 100여 년 전 영국과 프랑스에 의해 신생국가들의 국경선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유럽식 '국민국가(Nation state)'라는 외피를 입었지만 실제로 그안에는 '국민(Nation)'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라크나 시리아라는 신생국가들은 공통의 정체성을 가지고 동등하게 법적인 대우를 받으며 공통의 역사, 언어, 문화를 공유하는 '국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시아파와 수니파는 서로를 적대하고 쿠르드족은 따로 나라를 만들려고 하고 이슬람주의자들은 기존 국경을 무시한 채 독자적인 나라를 선포하는, 이들은 진정한 의미의 '국민'이 아니다. 이런 문제점들은 다른 중동국가에도 나타난다. 레바논도 아직 통합된 국가를 만들지 못하고, 팔레스타인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이스라엘도 그렇고, 부족 간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예멘 또한 처지가 비슷하다.
중동에서의 정체성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참고: 중동은 왜 싸우는가(박정욱,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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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
2024년 12월 8일 시리아 반군 중의 하나인 HTS(레반트해방기구)가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했다고 발표한다. 며칠 사이에 북부 지역에서 남부로 밀고 내려오면서 벌어진 순식간의 상황이다. 아사드 가문의 53년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13년 동안 계속되던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내전이 끝나는 순간이다.
주변의 예상과 달리 이런 급작스런 종전은 장기간의 내전으로 아사드 정부와 지지 세력의 피로도가 거의 임계점에 도달한 점도 있을테지만 무엇보다 이란과 러시아의 지원이 거의 중단된 요인이 크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러시아도 내부 상황이 많이 어렵다. 이란도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이 레바논의 헤즈볼라까지 불붙으면서 아사드 정부를 계속 지원할 자원이 부족해진다.
HTS의 지도자인 아부 모하메드 알 줄라니는 시리아 골란고원에서 이스라엘에 의해 강제로 퇴거당하여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주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근본 이슬람주의자로 활동하다가 2011년 알 카에다의 지원으로 시리아에 '알 누스라 전선'을 조직한다. ISIS가 알 누스라 전선을 흡수하자 그는 2017년 별도의 HTS를 조직한다. 그는 온건주의를 표방하지만 미국은 알 카에다와의 연계를 의심하여 1천만 불의 현상금을 걸었다가 최근에 해제했다.
아사드 정부에 반대하는 반군 세력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대표적으로
HTS. 시리아 북서부에 근거지를 두고 터키의 지원을 받는다. 미국은 알 카에다와의 연계를 경계하고 있다.
SNA. 시리아 북부의 수니파 반군이며 터키의 지원을 받는다. 쿠르드족 SDF와 대규모 전투를 벌이기도 한다.
SDF. 시리아 서부에 자리잡은 쿠르드족 반군이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고 있다. 터키는 터키 쿠르드족 (PKK)과의 연동을 우려하며 반대한다.
FSA. 시리아 남부의 소규모 조직. 미국의 지원을 받는다.
HTS는 평화적인 대화를 위하여 무장을 해제하자고 제의하나 아무도 응하지 않는다. 이들은 정체성과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달라 쉽지 않다.
러시아는 타르투스 해군기지의 러시아 병력을 철수하는 중이고, 이스라엘은 무력지배 중인 골란고원의 북쪽 시리아 영토를 더 진격하여 점령했다. 터키도 수년 전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지역 일부를 점령한 상태이다.
13년 내전을 겪는 동안 60만 명 이상 사망하고 시리아 인구의 1/5에 해당하는 630만 명 이상의 난민 - 터키, 레바논 등 400만 명, 독일 등 유럽국가에 130만 명, 한때 유럽 전체 난민의 1/2 차지 - 이 발생했다.
여러 나라에 걸쳐 피난 생활하는 난민들은 현지인들과 종교와 생활방식의 충돌로 발생하는 사건 사고와 난민 지원 예산으로 유럽국가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진다. 유럽 각국의 극우정치가 등장하는 원인이 된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으로 리비아는 카다피 정권이 무너지면서 또 다른 내전으로 많은 리비아 난민을 낳고 있다. 예멘도 대통령이 물러나고 정파 간 종파 간 내전이 벌어져 무정부 상태가 된다. 이집트도 무바라크 대통령이 퇴진한 후 또 다른 독재와 쿠데타가 반복되고 있다.
이들보다 더 복잡한 상황의 시리아는 앞으로 과연 어떻게 될건지 전세계가 우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시리아(السورية, Syria)는
BC 2천년 경 '앗수르'라는 도시국가에서 유래하여, 그리스인들이 '시리아'라고 부르고, 앗시리아제국, 바빌로니아제국, 페르시아제국, 알렉산드로스대왕, 로마제국, 비잔티움제국, 이슬람제국(636년), 튀르크 오스만제국(1516년), 프랑스위임통치령(1차세계대전), 시리아아랍공화국 독립(1946년)으로 이어지는 수천년 역사를 가진 국가이다.
이것으로 '중동은 왜 싸우는가' 마무리합니다~~~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