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 계약금 미납 세대 해약 통보 '초강수'
2차 계약금 미납부 110여 세대…해약금 규모만 50억 이상 추산
- 미분양 55세대와 재분양 계획
- 최고 아파트 이미지 고수 고육책
국내 최고층(85층), 사상 최고 분양가(펜트하우스 68억 원), 국내 최초 비치프런트 아파트 등 숱한 기록을 남기며 지난해 10월 분양한 '해운대 엘시티 더샵'이 다시 한 번 부동산 업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계약금을 납부하지 않은 세대에 대해 해약 통지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엘시티 더샵의 시행사인 엘시티PFV는 2차 계약금 미납분 110여 세대를 해약한 뒤 기존 미분양 물량 55세대와 함께 실수요 고객을 대상으로 재분양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엘시티 더샵은 분양가가 세대당 15억~30억 원에 이르는 고급·대형 아파트여서 시행사 측은 계약금(분양금액의 10%)을 두 차례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도록 했다. 계약 초기 1차 계약금(5000만 원)을 납입한 계약자는 총 882세대의 94%인 827세대에 달해 사실상 완판에 가까운 계약률을 기록했다. 전용 244㎡ 펜트하우스 6세대와 전용 186㎡와 144㎡는 완판됐고, 전용 161㎡(292세대) 중 일부만 미분양으로 남았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말까지 납부해야 하는 2차 계약금을 내지 않은 세대가 전체 12%(110여 세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중 대부분은 부동산 시장 상황 변동에 따른 불안감으로 계약금 납부를 미루고 있지만, 일부는 단기 차익을 기대하고 있다는 게 지역 부동산 업계의 분석이다.
엘시티는 2차 계약금 미납 세대에 대한 계약 유지를 위해 지난 3개월 동안 여러 차례 고지 및 개별접촉 등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여의치 않자 결국 해약 통지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지역의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계약금 연체에 따른 이자 등은 모두 계약자 부담이어서 건설사에는 아무런 피해가 없으므로 굳이 해약할 필요가 없다. 엘시티가 이례적이면서도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엘시티 측은 선의의 계약자에게 피해가 전가되는 것을 막고, 국내 최고 아파트로서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마련한 고육지책이라는 입장이다. 또 엘시티 더샵에 대한 대기 수요가 여전한 만큼 재분양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엘시티는 2차 계약금 미납 세대의 해약에 따른 해약금을 아파트 품질을 더욱 높이는 데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해약금은 50억 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엘시티는 2차 계약금 미납 세대에 대한 해약을 순조롭게 진행해 잔여 세대를 재분양한 뒤 상반기 중으로 최고급 레지던스 호텔 '엘시티 더 레지던스(561실)'를 분양할 계획이다. 이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