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작년(2022) 5월 종격동 원발 dlbcl 4기 진단을 받았고, 지금은 완전 관해 판정을 받고 다시 사회로 적응 해 나가는 시기에 있습니다.
병을 진단 받고 항암 치료를 진행하는 과정에 림사랑 카페에서 많은 정보, 위로로 인해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누군가에게 제가 도움, 위로 혹은 희망을 갖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글을 적게 되었네요.
병의 진단 과정과, 항암의 과정 다 적자면 길지만 잘 기억나는 것 위주로 적어 보겠습니다.
진단
저는 2022년 3월 코로나에 확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주요 증상이 낫고 얼마 안가 전신 간지러움증이 생겼습니다. 온 몸이 간지럽고, 낮보다 밤이 되면 더 가려웠습니다. 그래서 근처 피부과를 가서 약도 처방 받아서 먹어도 효과가 없었고, 내과에 가서 약(면역 억제제 등)을 처방 받으며 동네 병원 3~4군데를 전전 했던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한달이 지나 4월이 되자, 가려움증은 사라지지 않은 체 다른 증상들이 더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한가지는 기침인데, 주기적으로 기침이 나고, 밤이 되면 더 심해졌습니다. 또 옆으로 누울때는 괜찮은 듯 싶다가 천장을 보고 누우면 기침이 더 심해졌습니다. 관련해서 동네 병원을 가도 코로나 후유증으로 예상된다는것 말고는 구체적인 진단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4월 중순쯤 가슴 사진(X-ray)도 찍었지만 별 다른 이슈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증상은 더 심해지기만 했습니다. 5월에 들어서자 이상하게 퇴근하고 집에 오면(7~8시) 그때부터 발열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미열정도(37.5~6도)라서 괜찮겠거니 싶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온도가 높아지고, 간지러움, 기침은 더 심해져서 새벽에 기침때문에 깨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그리고 5월 20일정도 다시 한번 다른 병원(다섯번째로 갔던 병원인것 같습니다.)에 가서 X-ray 사진을 찍었는데, 그날이 진단의 시작이었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가슴에 염증이 보이는데 진료 의뢰서를 써줄테니 바로 큰병원 응급실에 가서 다시 검사해보세요" 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그렇게 저는 저희 집에서 가까운 지방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고, CT 사진을 찍었습니다.
CT 사진을 보고 담당 선생님께서 큰 덩어리가 보이는데 13센티정도 되는것으로 보인다며 흉부외과 외래를 최대한 빨리 잡고 조직검사를 진행해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가장 의심 되는건 '림프종' 이라고 말씀 해 주셨습니다. 여기 계신 모두가 그러셨듯이 저도 큰 충격을 받고,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일주일을 기다리는 일은 고문과도 같았습니다. 저는 대학원 석사과정이었는데, 공부만 하다가 죽는건가.. 하며 우울한 생각으로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흉부외과 외래를 가는날에는 부모님이 내려오셔서 같이 병원으로 갔습니다. 가서 들은 이야기는 더 충격이었습니다. 종양이 폐와 심장 사이에 종격동 부위에 정말 크게 있고, 뿐만 아니라 목과 비장쪽에도 퍼져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건 수술도 못한다며, 수술을 하면 12시간도 더 걸릴것 같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선생님의 태도는 환자의 입장에서 견디기 어려운 태도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직검사 일정을 다시 잡게 되었는데, 또 일주일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저와 부모님은 더이상 기다릴 수 없었고, 그날 바로 진료 기록을 챙겨 서울 메이저 병원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제 증상은 일주일새 훨씬 심해졌습니다. 가려움증이 너무 심해서 차 시트에 닿는 부분(등, 엉덩이)은 얼음팩을 대고 가야했고, 해열제는 6시간 간격으로 계속 먹어야 열이 조금 떨어지는 상태였습니다. 그렇게 몇시간을 달려 신촌에 위치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접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코로나로 인해 대기 시간이 길었지만,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의자에 어머니와 둘이 앉아 오후 5시부터 저녁 9시까지 대기하다가, 응급실 자리를 받게 되었습니다. 침대는 아니고 리클라이너 의자 같은 자리였는데, 거기서 어머니와 밤을 새야 했습니다. 그리고 새벽 1시쯤 다시 CT를 찍고, 다시 끝을 알 수 없는 대기 시간동안 주기적으로 해열제 주사를 맞으며 버텼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드디어 교수님이 오셔서 회진을 10초정도 하고 가셨습니다. 내용은, 여러가지 검사를 해야하니 병동으로 옮겨서 하자는 말씀 이셨습니다. 그리고 그날 오후 5시쯤 병동에 자리가 생겨 입원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제 상태는 최악이었습니다. 해열제 주사를 6시간 간격으로 맞지 않으면 열이 38도는 기본으로 넘어가고 조금이라도 해열제 타이밍이 늦어지면 끔찍한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기침은 계속 나와서 잠도 자지 못하고 새우잠 자세로 누워있어야 하고, 몸은 계속 가려워서 어머니께서 차가운 수건으로 찜질을 해주시며, 다한증 증세까지 생겨서 속옷도 입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죽는거구나 싶었습니다. 몸의 모든 부분이 고장난 기분이었습니다. 다행히 검사는 빠르게 진행이 되었고, Pet-CT, 심장 초음파, 목과 흉부 세침 조직검사 등이 진행 되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입원을 하며 여러가지 검사를 마쳤고, 검사 결과를 확인하는데에 일주일 시간이 소요되어 다시 외래 날짜를 잡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집에서의 일주일도 지옥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입원기간 동안 폐렴도 확인이 되어서 항생제를 계속 먹고 있었는데 하루에 먹는 약만 수십알이 되었지만, 증상은 전혀 완화되지 않고 겨우 열만 떨어트리는 수준 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병원에 환자가 너무 많다 보니 계속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저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 같습니다. 몸은 점점 악화되는 느낌인데 제대로 된 치료가 아직 시작되지 않고 있다는 불안감이 컸습니다. 그래도 방법이 없었죠 버티는 수 밖에. 그렇게 또 일주일이 흘러 병원에 갔습니다. 제 담당 주치의 선생님은 폐암 전문이셨는데, 더이상 자기를 볼 일이 없을것 같다며, 림프종으로 확인이 되었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위치는 역시 종격동에 지름 20cm정도 추정되는 큰 종양이 있고(공격성이라 성장 속도가 매우 빨랐습니다.), 목과 비장도 작은 종양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또 골수 침범도 흔적이 보인다며 혈액내과 외래를 다시 잡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이미 예상을 했기에 그 당시 큰 충격은 없었습니다. 다만 혈액 내과 외래가 또 일주일 뒤라는 사실이 가장 절망적이었고, 그날로 저는 다른 병원 전원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림프종으로 유명한 다른 병원을 찾게 되었고, 가장 빠른 날짜로 예약을 해서 다시 진료기록들을 챙겨 외래를 갔습니다. 그 전원을 했던 선택이 정말 잘 한 선택이었습니다. 병원 자체의 규모는 훨씬 작았지만, 림프종에 특화되어 전문성도 갖추고 무엇보다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적었습니다. 다행히 3일정도 뒤에 외래를 볼 수 있었고, 새로운 주치의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주치의 선생님께서는 지금 되게 급한 상황인건 맞지만, 치료가 안되는 병이 아니라며 안심을 시켜주셨습니다. 하지만 부위가 안좋은 부위인 것은 사실이라서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그당시 몸에는 열꽃까지 피어올라 얼굴, 배, 허벅지가 다 빨갛게 달아오른 상태인걸 보시고 외래 당일 입원을 시켜주시고, 그 다음날 조직검사, 다다음날 골수검사, 케모포트 삽입을 진행하고, 입원한지 4일 되는날 바로 항암 치료를 시작 했습니다. 표준 치료인 R-CHOP과 비급여 치료인 R-EPOCH중에 선택을 해야 했는데, 저는 약이 더 독하더라도, 종격동에 조금 더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있는 R-EPOCH로 항암을 시작했습니다.
간단히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내용이 길어지네요. 시간이 될때 다음 과정도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첫댓글 정말 고생하셨어요. 힘든 과정이었을 텐데 이렇게 공유해 주셔서 감사해요. 완전 관해 되신 것 축하드리고 앞으로는 항상 건강하시길 바랄게요~!
부모님도,환우님도 고생하셨습니다
관해 축하드리고 이제는 꽃길만 걸어세요.
너무 고생 많으셨네요. 올려주신 글이 다른 분들께 분명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빕니다!
고생많으셨습니다. 앞으로는 계속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저희 남편도 정말 죽기직전에서야 외래보고 바로 입원했어요.. 조직검사결과 나오기전까지 증상들에 대해 조치가 되지 않았고 장기부전도 왔습니다 오늘부터 항암들어갔는데 약이 같네요 제발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DLBCL 인데 정말 고생이 많으셨네요... 그 힘든 과정 견뎌내시고 완전관해 받으셨다니 기쁘고 다행입니다.
완치까지 문제 없이 시간이 지나가길 바래요~
2탄 기대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운동도 꾸준히 하시고 술담배는
절대 금물이랍니다
축하드려요 재발 꼭 없길 기도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같은 아형이라도 사람마다 나타나는 증상과 그 속도가 정말 다양하네요. 이렇게 공유해 주셔서 이해가 넓어지고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현재는 어떠신가요? 저랑 비슷하셔서 너무 도움이 되는 정보였습니다. 완치하셨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정말 고생이 말이 아니셨겠어요. 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와 같은 종격동원발 DLBCL이네요~ 저도 R EPOCH으로 진행하고있습니다! 고생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