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세 미키오(1905~1969)의 <흐르다>를 서울 아트시네마에서 감상하다. 1956년에 만든 흑백영화다.
강물이 흘러간다. 사실 흘러가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다만 강물위에 꽂혀진 나무 막대들의 반영의 실루엣이 흔들거리고 있음을 통해 흘러가고 있다 짐작할 뿐이다.
1950년대의 일본 도심 골목의 풍경이 잔잔하게 비쳐진다. 예나 지금이나 일본의 골목은 어디를 가나 깔끔하다. 틈만 나면 쓸고 닦는 그들의 청결한 생활습관 탓일까? 카메라는 그러한 골목을 비집고 들어가선 어느 기생집 문안으로 그림자 스며들듯 슬그머니 문지방을 넘어가 그들 기생들의 대화를 숨죽이고 엿듣는다.
카메라에 뒤이어 거의 카메라만큼이나 조용하게 이 기생집을 바라볼 주인공이 등장한다. 남편과 아들을 잃은 리카라는 여성이 직업소개소를 통해 일자리를 구하러 찾아온 것이다. 이 기생집의 마담인 츠타는 리카의 이름이 부르기 어렵다며 ‘오하루’로 바꾸게 한 후 식모로 그녀를 정식으로 고용하기에 이른다.
우리 영화 <서편제> 생각이 났다. 우리의 소리-국악이 서양음악에 밀려 허우적거리던 모습이 이 영화 은막위로 오버랩 되어 왔다. 아마도 이 당시가 일본에서도 기생집이 사양길로 들어서는 즈음인 모양으로 마담 츠카는 기생 몇을 거느리고 있지만 빚더미에 눌려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암초에 부딪혀 침몰되어가는 배처럼 자꾸 쇠락해가는 기생집에 소속된 기생들의 일상의 모습이 조용하고 공손하기 이를 데 없는 오하루의 눈을 통해 쓸쓸하게 반영되어 온다.
딱히 큰 반전도 없다. 딱히 어떤 스토리의 전개도 느낄 수 없다. 그냥 잔잔하게 물이 흘러가듯 일상의 모습이 펼쳐질 뿐이다. 이것이 나누세 미키오라는 거장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다. 이것이 나누세 미키오라는 거장이 말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세상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단순하다는 것, 또 밋밋하다는 것에도 이렇듯 아름다운 매력이 반드시 살아 숨쉬기 마련이었다. 다만 그것은 볼 줄 모르고 끄집어 낼 줄 모를 뿐이었다.
강물이 다시 흐른다. 역시 흘러가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산다는 게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사는 것인지 마는 건 지 모르게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나 분명 강물은 흘러가고 있었다.
2011.7.15
첫댓글 나루세미키오( 成瀨巳喜男 ) 감독의 <流れる>........
전후 일본 사회의 팍팍한 이면을 다룬 이런류의 작품이 많이 나온 걸로 압니다만 저는 이 영화를 못봤네요..
혹시 Windy 朴 께서는 요즘 <영화연출> 공부하고 계신건 아닌가요?
원~ 천만의 말씀입니다. 하나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또 무슨 공부를요. 다만 영화를 그냥 좋아할 뿐입니다. 이왕이면 좋은 영화를 찾아보려 노력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