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급 : 타의입산 (他意入山)
휴일이면 TV 리모컨을 쥐고 산다.
회사에서 결정된 산행에는 어쩔수 없이 따라 나선다.
특 징
멀쩡한 하늘에서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서
산행이 취소되기를 은근히 바란다.
▶ 7급 : 증명입산 (證明入山)
산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사진을 찍으러 간다.
애써 걷기보다 물 좋고 경치 좋으면 장소를 가리고 않고
찰칵찰칵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다.
특 징
습관적으로 경관 좋은 곳을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찍는 버릇
~ 그 사진을 산에 갔다 왔다는 증거로 활용한다.
▶ 6급 : 섭생입산 (攝生入山)
오로지 먹기 위해 산에 간다.
배낭 가득~ 먹거리를 챙기고 계곡을 찾아 퍼질러 앉아 음식을 탐한다.
특 징
엄청 먹었는데도 음식의 절반 이상이 남아 다시 지고 내려오며
“요즘, 왜 이리 입맛이 없을까” 자신의 몸걱정을 한다.
▶ 5급 : 중도입산 (中途入山)
산행을 하긴 하되 꼭 중도에서 하산한다.
그리고 제 다리가 튼튼하지 못함을 탓하지 않고 산만 높다고 탓한다.
특 징
'다시 내려 올 걸~ 꼭 정상을 올라야 하나'
자기 합리화를 빠뜨리지 않는다.
▶ 4급 : 화초입산 (花草入山)
줄곧 집에만 있다가 꽃피는 춘삼월이나, 단풍이 물드는 가을이 되면
갑자기 산에 미친다.
특징
예쁜 꽃이나 단풍이 보이면 정신없이 사진을 찍는다.
▶ 3급 : 음주입산 (飮酒入山)
산을 좀 아는 인간이다.
산행을 마치면 꼭 하산주를 마셔야 산행이 완결됐다고 주장하며,
산을 열심히 찾는 이유가
성취감 뒤에 따르는 맛난 하산주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특징
술의 종류와 가격을 막론하고
그저 양만 많으면 된다는 두주불사형이 많다.
▶ 2급 : 선수입산 (先手入山)
산을 마라톤 코스로 생각하고,
'산을 몇 개 넘었다, 하루에 이렇게 많이 걸었다.' 무지하게 자랑한다.
그러나, 달리기 시합에 나가면 신통치 않다.
특 징
이 인간을 따라 나서면~ 개고생
먹을 때도 번갯불에 콩구워 먹듯 해치우고
쉬는 시간도 없이 오로지 걷고 또 걷는다.
▶ 1급 : 무시입산 (無時入山)
산행의 정신을 좀 아는 까닭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계획한 산행은 꼭 하고야 만다.
특 징
폭풍우가 몰아쳐도 “오늘 산행 취소지요?”하고 물으면
“넌, 비 온다고 밥 안먹냐?”하며 쳐다 보지도 않는다.
단순무식이 돋보인다.
▶ 초단 : 야간입산 (夜間入山)
시간이 없음을 한탄하며 주말은 물론, 퇴근후 밤에라도 산에 오른다.
산에 가자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산병의 초기증세
특 징
산꼭대기에 오르면 외로운 늑대처럼 달을 보며
'아~우~' 소리를 지르는 해괴한 모습을 가끔씩 보여 준다.
▶ 2단 : 면벽입산 (面壁入山)
바위타기를 즐겨, 틈도 없는 바위에 온몸을 비벼 넣으며
바위가 애인인듯 안고 할퀴고 버팅기고~온갖 퍼포먼스를 한다.
특 징
이쯤되면 대학 졸업때까지 책 10권도 못 읽어 봤다는 말이 실감난다.
▶ 3단 : 면빙입산 (面氷入山)
날씨가 추워지기를 학수고대한다.
얼음도끼와 쇠발톱을 꺼내놓고 폭포가 얼어 붙기를 축원하다가,
결빙소식만 들으면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가 얼음에 몸을 던진다.
특 징
빙판길에 주변 사람이 넘어져 다쳐도 겨울은 추워야 한다고 박박 우긴다.
▶ 4단 : 합계입산 (合計入山)
더 높고 어려운 산은 없나 눈에 불을 켠다.
산에 관한 정보를 찾으려 외국 원서를 번역하며 평소 안하던 공부를 하기도 한다.
특 징
산병 중증환자로서 탁발승 흉내를 내며 고행의 길로 들어서기도 한다.
▶ 5단 : 설산입산 (雪山入山)
드디어 설산인 히말라야로 떠나게 된다.
'생즉필사(生卽必死), 사즉필생(死卽必生)이라'~
알 듯 모를 듯 비장한 출사표를 내고 설산에 도전한다.
특 징
설산으로 간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돌아 왔다는 소식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 6단 : 자아입산 (自我入山)
드디어 산심을 깨닫고, 진정으로 넘어야 할 산은 자신의 마음 속에 있음을 알게 된다.
그동안 높고 험한 산에 취해 잊고 있었던 '사람과 산'의 관계를 알게 된다.
특 징
국가에서 주는 훈장을 가끔 받는 경우가 있으며,
그동안 배우자에게 찍혔던 '산에 대한 집념'이 비로소 결실을 거둔다.
▶ 7단 : 회귀입산 (回歸入山)
산의 본질적 의미는 자신을 발견하는데 있다는, 머리에 쥐나는 진리를 깨닫고
다시 우리나라의 낮은 산을 찾게 된다.
특 징
'걷는 자 만이 오를 수 있다.'는 쉬운 진리를 어렵게 깨우친 충격을 못이겨,
실실웃는 하회탈 모습으로 표정이 바뀐다.
▶ 8단 : 불문입산 (不問入山)
"산 아래 산 없고 산 위에 산 없다"라는 평등 산사상의 경지에 이른다.
가히 입신의 경지라고 할 수 있다.
특 징
묻지마 관광처럼, 산에 오르는 이유를 묻지 말라는 선문답을 하며
유유자적 산행을 즐긴다.
▶ 9단 : 소산입산 (小山入山)
작은 산도 엄청 크고 높게 보는 겸허한 안목이 생긴다.
작은 산을 즐겨 찾으나, 죽어도 힘들어서 높은 산을 못올라 간다는 말은 안한다.
특 징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과 비례하여 입에 양기가 오른다.
남산 정도의 산행을 끝내고도,
하산주를 마실때면 과거를 회상하는 시간이 엄청 길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