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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저력
00005-화실마다 다녀보면 특징이 있는데, 선생님 경우에는 우선 깔끔하고, 문인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문기라는 것인데, 분위기가 아주 좋습니다. 바깥에는 오죽도 있고... 안에 들어오면 작업하시느라고 어질러진 것 같지마는 정돈이 되어 있고, 하나 하나 물건들 전부가 다 취향을 잘 반영하고 있고... 어떻습니까 문인화는 참 오래 하셨죠?
00039=붓을 든 것은 대여섯살 때쯤 붓글씨부터 시작했죠. 작업실이 열악하지만 동양화 동양 중에서도 일본하고 한국이 바닥에 앉아서 그립니다. 중국은 서서 하죠. 서서 의자에 앉는 것 보다는 안정감, 집중감이 있죠.
00121-바닥에 앉는 것이 안정감이 있다는 것은 땅하고 가깝기 때문에 그런 건가요? 아니면 자세 자체가 안정된다는 건가요.
00145=어렸을 적부터 할아버지가 했던 것처럼 바닥에 앉아서 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고, 우리는 구조상 앉아서 할 수 밖에 없었잖아요? 습관이 되서 그런지, 서있는 것보다는 바닥에 앉는 것이 정신적으로 안정이 되잖아요.( 선을 할 때도 앉아서 하듯이 가부좌를 틀고 바닥에 앉으면 )
00222-할아버지라면 의제 허백련 선생님을 이야기하시는 건데, 그 앞에서 글씨도 쓰고 그림도 배운 거예요...
00223=그렇죠. 처음에는 배운다기보다는 모시고 있다보니까 그 때는 어렷을 적부터 할아버지가 주장하는 것이 화가가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시 서는 해야한다. 그래서 한문 공부를 하고, 선비적인 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서예가 되잖아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림으로 가게 되었죠.
00317-그러니까 만권서를 읽고 난 다음 문인화, 동양화를 그린다는 것과 맥이 닿아 있는 거예요.. 그런 가르침에 따라서 작업을 하신 거니까 그 작품이 체질화되어 나오는 느낌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00344=결국은 작가가 추구하는 것도 있지만, 배우고 습득하고 경험하고 보니까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무조건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것 보다는 어른들 말대로 좋은 그림을 보고 전통을 답습하다보면 자신에게 맞는 변화가 오는 것 같아요. 눈으로도 훈련을 시키고 손으로도 훈련시키고, 보는 것이 안목이 높아져야 손을 따라가는 것이고, 무식해버리면 더 높은 걸 볼 줄 모르면 그것이 끝인줄 알고 오만 방자하게 되죠. 눈이 높아지면 자기 그림의 부족함을 볼 수 있잖아요. 끊임없이 추구하고... 추구하다보면 손이 앞서겠죠. 다 됬구나하고 생각하다가 더 좋은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 또 다시하고... 그렇게 끝이 없는 것 같아요.
----------끊어서 갑니다.
오랜 숙성의 세월
00505-선생님의 경우에는 일이 많아요. 그렇죠? 춘설헌, 의제미술관 관장으로 계시고, 개인작업, 전시도 하시고.. 그 많은 일을 하시면서 현재 작업이 힘들지는 않으십니까?
00534=지금까지 젊었을 때에는 할아버지가 하시던 일이고 그림과 관계된 일이고,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림 일이 바빠지고, 이제 제 나이가 그림을 그릴 나이가 됬잖아요. 이 일에도 열심히 해야하고... 열심히 하다보니 미술관 일이 소홀해지고.. 작품이라는 것이 집중을 해야하니까, 다른 일을 하면 끊기니까.. 글도 마찬가지지만 24시간 머리 속에 있쟎아요. 미술관 등 업무가 얽히니까 자꾸 끊기는 것이 힘들어요.
00639-의식의 흐름이라는 건데, 아까 말씀하신.... 지금 그림을 그릴 나이 아닙니까 하는 말씀이 참 감명깊은 이야기입니다. 평생을 그림 연습을 하고, 익히고 실제 작품은 실제 5-60년은 지나야 나온다... 그런 이야기죠?
00700=옛날 어른들 말씀이 우리가 철이 들어서 어느 정도 생각이 있게 되면 그림이 좋아 보러 가는 것이 20살, 선생님 밑에 들어가서 남종 문인화의 경우라면 임모를 한다 그러면 꼴도 제대로 뜰 줄 알고, 보는 법도 배우고, 종이 먹색, 필력을 갖추게 되면 30-40이 되가는 거고, 그때부터 스승을 떠나와서 자기 삶을 이루게 되잖아요? 여행을 떠나고 사람도 만나고 그러면서 느끼고 깨우치면서 삶의 방향이 정해지겠죠. 스승에게 배운 것을 상상하면서 현실과 비교하면서 그러다가보면 거기에서부터 자기 그림이 나오기 시작하는 거고... 그러다가 50대 후반이 되고 보니까 이때 대작도 할 수 있고, 있는 능력을 발휘할 때거든요. 그래서 몇 년 하다보면 다시 정리하는 시기가 있고...
00825-서양화경우에 중세에는 13년간 도제생활을 하고, 처음으로 자기 작품을 했다고 했거든요. 그 13년도 무척 긴 세월인 것 같았는데, 말씀을 들어보니 짧은 세월이었군요. 요즘 젊은 얘들이야 대학 나오면 전시도 하고 대가연하는데, 그런 데 대한 경종도 되고 귀감도 되고, 이런 경우라고 생각이 됩니다.
00858=동양에서는 젊어 대가 없다 했으니까 2-30대에는 자기 감각적인 것을 특출나게 표현하는 친구들이 있죠. 옛 스승들 밑에서 공부하다보면 그건 하나의 재주인데, 그 재주가 승하면 스승이 눌러서 오래갈 수 있게하고, 재주가 승하면 오래가지 못하니까... 또 재주가 없으면 끈기가 있는 얘들은 자꾸 용기를 북돋우어 오래 갈 수 있도록 하고... 제자가 미워서가 아니라 스승 눈에는 그게 다 보이는 거죠. (재주가 승한 친구들은 누르고, 재주가 없는 애들은 북돋우고... 오히려 재주가 없는 친구들이 꾸준히 하다 보면 늙어서 능숙하게 할 수 있죠.
문인화의 회통
01000-문인화라거나 익숙하진 않지만 동양화라는 분야가 공자의 가르침이거나 유교가 큰 역할을 하는거죠. 공자의 경우에 제자들을 그렇게 가르쳤거든요. 승한 제자는 누르고, 자질은 좋지만 기질이 약한 사람은 북돋우고 그런 것이 공자의 교육방법 아니었겠습니까?
01036=결국 동양, 서양이란 차이가 있지만 합쳐서 하나가 되고, 그러면서 경쟁을 하는 것이고... 아무래도 정중동이고, 정적인 것에서 동적인 것으로 가고... 서양은 동중동.. 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동을 의식해서 현실적으로 과학 등을 많이 발전을 시키고... 결국 기초가 되는 것은 동양의 사고이고.. 서로 균형을 맞춰서 발전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01118-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지난번 전시를 처음 봤을 때, 정말 놀랬습니다. 어떻게 이런 분이 내 명단에 없었나... 그 때 처음 발견한 거예요. 그 사이에 숨어서 작업을 하셨나... 내가 정보가 모자랐나 했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까 그 많은 시간 동안 숙성시키고, 그렇게 나타나신 것이고, 사실은 죽 작업을 하셨는데, 제가 그때 발견한 거예요.
01158=작가도 주위의 여건, 보이는 여건도 있겠지만, 우리가 흔히 동양화라고 하는 것이 서양문물과 경제가 들어오면서 근 20년간 끊어졌어요. 우리가 나이가 들어 조금 해볼까 했는데, 현대미술의 비엔날레같은 것이 들어오면서 저희 세대가 쏙 빠져버렸죠. 그러니까 오히려 공부할 기회가 되었을지 몰라요. 오히려 30-40대 활동하게 되고, 이름이 났더라면 반드시 좋았다고 할 수는 없을거예요. 이 시기에 제게 이런 것이 왔다는 것이 제게는 나았을 수도 있다고 봐요.
01254-문인화나 동양화 자체가 사람을 스스로 형성시키도록 밑바탕을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01303=어찌됬던 그림이나 공자나 사회의 삶이나 결국은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니까 그림의 밑바탕도 우리 사는 것과 같아요. 서양이 있고, 동양이 있고, 남자가 있고 여자가 있고, 그림도 조화롭게 사는 것이 약한사람, 강한 사람이 있고, 돈많은 사람이 있고 돈없는 사람이 있고 이런 것들이 잘 조화되어야 사회가 조화를 이루잖아요. 그렇게 본다면 그림도 강한 선이 있고 약한 선이 있고, 굵은 선, 가는 선이 있고, 진한 것, 연한 것 이걸 잘 조화시켜야 좋은 그림이 되는 거라고 해야겠지요.
01404-그렇군요. 한방에서 이야기하는 군신좌사.. 임금이 있고 신하가 있고, 옆에서 도와주는 관료들이 있고, 한 조정이 움직이고 나라가 움직이는 것이죠. 그림도 그런 요소들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겠습니까?
01423=우리가 아무리 선이 좋다고 해도 선이 90%가 되고 악이 없어져버린다면 선 자체가 존재 가능성이 없어지는거죠. 우리가 그림을 그릴 때 아무리 좋은 선이다, 아무리 이 시대성에 맞는 선이다 하더라도 그 상대가 받혀줘야죠. 그래야 하나의 작품이 되는 것이지, 그런 선만을 갖고 해봤자 정중동에서 어긋나는거죠. 그렇다보면 힘차고 힘찬 것은 정중동인데, 정이 없는 동만 있다면 거칠고 품격이 떨어지는 거죠. 사회에서 본다면 혼자 독불로 왕이 혼자서 다한다... 백성이 지도자 무시하고 우리가 모두 다 한다... 지도자계급과 지배계급이 잘 조화되어야 편하고 서로 믿고 서로 공존했을 때 편한 거 아니예요? 옛날 중국에도 공자 말씀대로 큰 공원을 가지고 있어도 백성이 불만이 없었어요. 어떤 임금님은 그 절반도 안되는 공원인데도 백성이 민란을 일으켰어요. 그 이유는 큰 공원을 가진 임금님은 백성들과 같이 그 공원을 즐겼고, 절반도 안되는 공원의 임금님은 자기 혼자만 즐겼다는 거죠. 결국 그렇게 되는거죠. 그림도 근본이 아무리 변화하고 새로운 것이 생긴다 하더라도 세상이 아무리 변한다 하더라도 근본은 있어야 하는 것이죠. 그 근본에 의해서 변하는 거지, 아무리 과학이 발달한다 하더라도 그 근본이 없는 발전은 없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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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657-그림이 인간이다. 혹은 인간이 그림이다라는 말은 참 실감하기 어렵습니다. (그건 워낙이 급속하게 사회가 변화가 많고... 적응하다 보니까.. )선생님처럼 평생 자신을 가다듬고, 오히려 발표보다는 내실을 기해왔던 세월들을 우리가 잘 이해를 못하기 때문이거든요. 어떻게 보면 평생을 그림을 그려오셨는데, 그 세월동안 얻어진 지혜라면 어떤 것이겠습니까?
01722=글쎄요. 그림이라는 것이 (아까말한) 그림으로 그림을 말한다는 것이지요. 그림이란 삶 자체죠. 특별한 요령이라기보다는 그림을 그림으로 해서 삶 자체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지요. 다른 사람은 못 느끼고 지나갈 수 있는 심성도 그림을 그려놓고 다음에 보게 되면 그때 내 마음이 이렇구나 그러면서 부끄러워하기도 하고... ((상태 안좋음))
01848-선생님 경우에 그림은 단순한 작품이 아니라 삶의 거울 같은 것이고, 연륜이기도 하고요. 임어당의 생활의 발견에서 말하기를 (20대에 달을 보는 것은 오동나무 사이에 비치는 달을 보는 것이고, 50대에 달을 보는 것은 노대에서 달을 보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그걸 주역에 비유했지요. ) 20에 주역을 읽으면 오동나무 사이에 달을 보는 것 같고 50이 넘어 주역을 읽으면 노대에 올라가 달을 보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그사이에 그만한 인고의 세월, 선생님이라고 해서 세속적인 출세나 알리고 싶은 충동이 없지 않았을텐데, 참느라고 더 힘든 세월이었거든요. 그것을 가다듬을 수 있기 때문에 오늘같은 그런 세계를 가질 수 있었다고 보는 것입니다.
-선생님이 여러 경향을 하시지만 문인화라면 신물이 나도록 하신거예요. 거기에서는 어떤 것을 느낄 수 있으시던가요?
=신물이 나는 것이 아니라, 즐거워서 하는 거예요.
-.그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왜 즐겁냐하면 선, 먹색이 나오는 것은 끝이 없는, 좋은 선이 나오는 것.. 하고 싶은 마음, 기운을 빌어 다시 하고, 어느 순간에 됬다고 했는데, 다시 하게 되고...
-그러니까 그림이 거울이기도 하고, 스승이기도 하군요. 삶의 지침이기도 하고요.
=하나 아쉬운 것은 일반인들이 그림
(너무 소리 작음)
일반적인 평가기준이 없어졌다....
---->02327까지
문인화의 정체성
02328-사실 우리 것이다 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여러 관점 가능.. 자생적으로 반도안의 것만 우리 것이라면 문인, 수묵, 채묵이 중국 아니냐 하는 관점도 있었다. 수묵작업을 평생 하셨는데, 우리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
02404=우리가 자꾸 중국, 일본, 한국것이냐를 나눌려고 하는데 (아까 말한) 우리 것이란 우리 사고, (아까말한) 정중동이라던지, 기운생동이라던지, 중국인이건, 일본인이건 그것을 왜 우리것이 아니라 중국 것, 일본것이라고 포기하려는 건지 모르겠어요. 한자의 경우에도 한자는 중국 것이고, 한글은 우리 것이다는 것은 다르다고 하는데, 저는 다릅니다. 한글도, 한자도 우리 것입니다. 그러나 그 작가나 사는 사람들이 (아까말한) 환경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산에 사는 사람은 산그림을, 들에 사는 사람, 바다가의 사람은 맞춰서 그릴 것입니다. 기본적인 사고가 있지만 반도국가, 사계절에 따라 우리 것이 생겨납니다. 그 속에서 한국적인 것이 나오는 것입니다. 기후에 따라서 복식, 음식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우리가 중국 것, 일본 것을 나누는 것이 아니고 합쳐서 나에게 온 것이고, 그 중의 내가 이 지역에서 살고 성장할 때의 여건에 따라서 개인적인 것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지요.
02600-사실 우리가 국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 서양, 동양은 쉽습니다. 서양화 동양화도 쉽고, 동양화라고 하면서 중국화 일본화는 그런대로 성격이 있는데, 한국화라면 이쪽에 붙여도 되고, 저쪽에 붙여도 되는 것 같은 느낌도 많이 있다. 평생 그림을 그리면서 느끼는 한국적인 것은 무엇인가요.
02650=그걸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보이면 보이는 거죠. 일반인들도 다 느끼고, 글씨만 봐도 느낄 수 있지요. 그것은 지역마다 중국은 중국의 대가분들이 계시고, 한국은 한국의 대가들이 계시지마는 그런 차이점이 있는 것 같아요. 아침, 저녁 느낌이 다르고, 어제와 내일이 다르잖아요? 중국의 자연, 여건, 문화 등에 맞는 음악, 미술이 나오고, 일본은 섬나라, 우리는 반도의 특성이 나오는 거죠. 중국, 일본 문화보다는 우리의 문화는 맑음이 많이 강조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청자, 옛 작품 문화재를 봐도, 크다고 좋은 것이 아니고, 커서 위세를 부리는 것도 아니고, 다보탑을 지난 석가탑의 경지...
정중동의 기운생동
02928-어떻게 보면 주위에서 요구하기도 하고, 선생님이 어릴 적부터 배웠던 영향이기도 하고, 우리가 보통 문인화라고 부르는 수묵, 담채 혹은 채묵, 문인화적인 지취가 많은 작품을 해왔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많은 문인화가들이 그런 전통적인 배경이 없이 임모 몇 개 하면 이것이 한국의 문인화려니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선생님이 평생을 그림을 그리면서 문인화는 어떤 것이다 라고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03000=결국 문인화는 (아까 말한) 선에 있는 거쟎아요? 그 그림 자체가 어떻게 살았냐, 하는 것을 글로 붓으로 표현하는데, (아까말한) 정중동이 있어야하고, 기운생동이 있어야하고, 그 기운생동에 따라서 작가가 빨간 색이면 빨간 색이 표현되는 것이고, 노란 색이면 노란 색이 전달되는거죠. 빨강이 옳으냐, 노랑이 그러냐는 아니죠. 이건 이것대로 좋고, 저건 저것대로 좋고... 지금와서보면 (아까말한) 대중들이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자연스럽게 없어져버린거죠. 그래서 구별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없으니까 새로운 것이 나오는 것 같아요. 기운생동이 없고, 붓이 서지도 않았는데, 구도가 멋있다던지, 특이하다던지... 옛날에는 이런 것이 없었는데,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보이면 이게 좋은 것이다.. 라고 하는 것 같아요. 뼈가, 알맹이가 없는데 시각적인 것만 좋으면 좋아, 많이 팔리면 좋은 작가라고 하는 것 같아요. 그것이 시대의 결과인지, 잘못된 것인지, 착각이 되요.
내가 이것을 고집해야할 건지, 변화를 거쳐 쉽게 표현하고, 붓을 세우려면 발톱에 동양예술이 그렇듯이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데 발가락이 아프면 그림 못그리듯이, 고수가 북을 치는데, 발가락이 아프면 고수도 북을 못치는 것이거든요. 대충대충하면 그림이야 그릴 수 있지않으냐 하는 고민도 많이 했죠.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전시를 해도 사람들이 알아주고, 서양인들도 기운생동이라는 느낌을 가져오는 것 같아요. 제가 먹으로 그런 색을 만들어도, 아, 뭐가 있다라고 느끼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분들은 편해서 좋다, 뭔가 움직이는 느낌이 있어. 고기같은 느낌이 있어... 그런 걸 보면 내가 잘 해온 것 같다. 앞으로 이 방향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03245-기운생동이라면 (동양화 화론의 제 1번이었고,) 사혁의 6법 중에서도 첫 번째였고, 화5법은 부수적인 것이었고, 실천적이었고 기운생동이 모든 것이었다 할만큼 강조가 되고 그것이 모든 것처럼 되어 있는데, 기운생동한다는 것은 큰 붓가지고 운보처럼 대걸래로 끌고 다니면서 그리는 그림을 기운이라 생각하거든요. 선생님의 경우에는 강력한 선이라기보다는 작은 선이고, 미묘한 흔들림, 떨림이 기운을 형성하고 있거든요. 그건 어떤 각도에서 해석할 수 있을까요?
03350=기운생동에는 정중동이 받치고 있죠. 옛날에는 그림을 보는 눈이 높았기 때문에, 선비들이 시를 쓰고, 정치를 하건 시 서 화가 있었고, 그래서 이해하고 읽어왔죠. 선비들이 이런 것이 좋은 것이다 하고 품격을 정했죠. 어떤 사람은 재주가 승하다 신 성이 있고, 재주가 많은 사람 신묘능일 같은 것이 있죠. 정이 없는 동은 거칠다. 사람의 마음을 편하고 안정하게 해주는 것이 없어 사람을 혼동시킨다.. 해서 품격밖으로 쳤거든요. 그런 거친 그림이 유행한다는 것은 어른들 말씀이라면 시대가 어지러운 난세가 되면 작가들의 그림도 거칠어진대요. 그럴 때 백이라는 작가가 있다면 80-90이 거기로 가고, 오히려 그럴수록 자기의 길을 가는 작가들이 있다는 거예요. 지금 우리나라 자체도 동 서양을 막론하고 경제나 속도나 모두 서구화해서 몰려오는데, 경제적으로는 잘 사는 것 같지만, 작가나 부자간에도 엄청난 난세죠. 옛날에는 아버지와 아들에게 속도가 같은 감각으로 왔는데, 지금은 형과 동생에게서도 세대차이를 느낀다는 거죠. 옛날 연필로만 썼던 것이 컴퓨터가 나오지, 동네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행세를 해야지, 컴퓨터 정보가 있기 때문에 앉아서도 세계를 보지, 이걸 다 소화해야하니까 엄청난거죠.
문인의 기상
03550-지금 뒤쪽에 매화, 대, 포도, 그리고 국화가 있는데, 이 그림이 전반적으로는 선 염이 강조가 되어 있습니다. 파묵, 발묵도 있고, 바닥이면서 배경이기도 한, 그려진 그림하고 화지하고 차이가 없거든요. 달라 붙어 있는 것 같은 느낌, 그 중에서도 대나무는 굉장히 위상이 높습니다. 공간적인 깊이가 있는 것 같거든요. (잠깐만요)
그런 공간적인 깊이가 대나무에 적용이 되는 것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03758=두가지로 나누죠. 사군자를 할 때도 문인화를 두 가지로 나눠요. 선 위주, 묵색을 위주로 하는 것이죠. 난초, 대, 매화는 선 위주, 국화, 포도는 먹색 위주죠. 왜 공간개념을 난, 대에서는 한 선으로 이루니까 제일 어려워요. 여러 선이 들어가는 거나, 메꾸는 것은 쉽죠. 그러나 정말 한 선으로 하는 것은 정신상태, 작가의 정신상태, 먹의 상태가 경지에 오르면 모두 느껴져요. 화선지에 면이 느껴져요. 삼위일체가 좋은 종이, 좋은 먹물에 내 좋은 상태가 삼위일체가 되어야 좋은 그림이 나온다는 거죠. 그렇게 한 선으로 해야할 것을 여러 선으로 만들게 되면 안 좋아져요. 그래서 그림이라는 것이, 손이나 정신을 계속 수련을 시켜놓으면 자기가 그린 것이 아니고, 자기도 모르게 그려지는 거죠. 대 그림에서 공간을 많이 둔다는 것은 선을 절약하는 것인데, 선이 많이 들어가면 아름다운 좋은 공간이 많이 줄어든다는 뜻이 되요.
04010-그러니까 대상의 문제라기보다는 대상이 가지는 정신의 문제라는 거로군요. 그리고 자기자신과의 교감, 화지, 수묵과의 교감에 의해 결정되는 거로군요. 의도해서 되었다기보다는 자연적으로...
04032= 대나무가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가는 대나무가 바람에 휘날리듯, 중국 사람들은 왕대를 많이 그리고... 왕대는 선에서 묘미를 찾아내려면 단순하다. 휘어졌다, 휘날린다... 그런 느낌은 여러 가지를 더 느낄 수 있는 대상이라 할 수 있죠.
04112-묵죽이 사군자기원이라 이야기합니다. 창호지에 비친, 달그림자가 다시))) 대나무가 달빛에 비쳐서 창호지에 그려진 그림을 소동파가 묵죽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조그마한 바람에도 움직이는 대나무라면 작은 가는 대죠. 왕대는 아니죠. 같은 문인화, 동양화라고하는 분야에서도 중국과 한국을 대별할 수 있는 것이 되겠습니다.
04207= 그 사람들의 생각의 차이죠. 문인화는 간략, 간소하게 가는 건데, 창문의 대나무를 서양화에서 본다면 창틀이 있고 달이 그려져야하는데, 문인화에서는 생략이 되죠. 달빛에, 창문에 그 모든 것이 경지에 이르면 생략이 되는 겁니다. 그 대 하나만 봐도 창틀이 보이고, 달이 보이는 경지가 되는 거지요.
04300-그림에서 새새새새 하는 솔바람, 대바람이 들린다고 합니다. 풍죽이나 묵죽에서는 들리는 느낌이 듭니다. 왕대의 굳건한 그림에서보다 감성적인, 미묘한 한국인의 문인화가 더 가깝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중에서도 선생님의 대나무 앞에 서면, 조금씩 움직이면서 소리가 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04350= 고맙네요
04352- 정말 그렇게 느껴져요. 다른 그림도 대상이 가지고 있는 섬세하고 미묘한 것이 그대로 전해져 오거든요. 매화나 국화 같은데서 대와 줄기, 수석이 강하게 그려졌다면 섬세하고 미묘한 느낌이 전해지기 어렵지 않은가 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 미묘한 감성, 작은 선, 발묵, 선염등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여백인데, 여백은 기획을 특별히 안하는거죠.
04445= 인력으로 하는 건 아니고... 생각하다 잊어버렸네...
결국은 동양 문인화의 선이라는 것은 먹색이나( )필력이라는 것이 있어서.. )) 먹색과 필력이 합쳐져서 그림이 이루어지는 건데, 깊은 경지에 가면 갈수록 사고의 군더더기가 없어지는거죠. 작품에서도 군더더기가 빠지는 겁니다.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난초를 예를 들어도 젊을 때는 무성한 난초를 그리고, 경지가 높아지면 뺄 걸 다 빼고 남은 것만 그립니다. 그 가장 큰 목표가 뭐냐하면 「성그로운」????거죠. 뺄걸 다 빼고 나면 태어날 때의 어린아이 마음으로 가는거죠. 세상을 살면서 많은 복잡한 것을 경험하고, 다 느껴서 필요없는 것을 떨치는거죠. 그러고 보면 문인화의 높은 기상이 완성되고, 여백이 더 커지는 거죠.
(젊었을 때는 열폭의 난초를 그리고 싶어해요. 갈수록 한 선으로 뭔가 표현하고 싶어하고, )
회귀의 공감대
04556- 나이가 들면 어린애가 든다는 말은 상식적인데,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어린애가 되기 위해 5-60년을 살았다.. 라는 느낌이 드네요.
04715= 세상을 살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아이처럼 되고 성그로운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다는 것이 뭐냐하면 정신적인 사고의 문제인데, 많은 좋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붙여서 그리지만 구도는 틀리지만 자기 것을 만들어내려고 하는건데, 이렇게 그리니까 좋고... 느끼면서 외국도 나가보고, 그렇게 경험을 하고서 없애는 것과는 다른 것이죠. 그래서 어린애 같다. 욕심만 많으면서 어린애같다는 것은 아니다. 이런 마음이란 순수한 마음, 아까 작가의 마음이 들어간다던지 하는 것이 떨쳐진 아무 것도 없는 무아의 경지, 그것을 성그러운 경지라고 하는거죠.
04855- 그러니까 단순하게 어린애가 된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세상, 세속사를 경험하고나서 다시 어린애가 된다는 뜻이네요.
04907= 그래서 신선이 되는거죠
04910- 그 신선 이야기를 잘 하셨는데요. 한국인들에 있어서 다른 동양의 문화권과는 달리 신선, 산속에 들어가서 산사람이 된다는 거예요. 그렇게 된다는 심경으로 가는 것, 그것이 한국문화의 큰 흐름이 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드네요. 일방적으로 동양화, 문인화라는 관점에서 말씀을 드렸고, 작업을 하시면서 이것이야말로 지금까지 발견한 이것이 한국의 문인화, 수묵화, 한국화이기도 하다... 그런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겠습니까?
05002= 어려운 이야기네요. 결국은 아까말한 자연이야기가 나오는데, 한국의 자연, 산하가 중국과 다르잖아요? 그것에서 작가가 거기에서 나온 상대적인 것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우리 산하같다. 우리의 자연같다.. 는 문화와는 반대되는 것이지만, 그 산하와 자연에서 나온 문화, 느낌 이것이 곧 우리 작품으로 사고로 나오는 것이 아닌가... 같다는 것은 아니고, 같다는 것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니까요...
05114- 그러니까 에티엔느 뗀느가 이야기한 것처럼 예술대라는 거예요. 그 안에 들어있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예술에 대한 공감대같은 것이 있는 겁니다. 작가들이 스스로 형성시킬 수 있지만 자연과 선배들의 가르침 속에서 형성시키고, 일반 대중들이 공감해주고,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국가색이라거나 중국그림, 일본그림, 한국그림이라는 뜻이 되는 것이예요. 그렇죠? 아주 우회해서 국가색, 국민색이라는 것이 도출되었습니다.
05212- 앞으로 계속 미술관 일도 하시고, 작품활동도 하셔야겠는데,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겠습니까?
05222= 미술관은 후배들이 맡아서 하겠지요? 그림에 전념해야할 것이고, 미술관도 우리나라가 2만불시대에 더 많은 문화의 세계화를 해야하지 않은가.. 기침.. 더 많은 .... 미술관 운영하다보니까, 시민들이 무서워하고, 들어가면 뭐가 있을까, 이런 것 같아요. 일본, 중국만 가도 미술관 앞에 줄을 서고.. 그런 것이 많이 생겨야하죠. 크기보다 많이 생겨서, 땅이 좁으니까 특성에 맞는 특성화 미술관이 많이 생겨야할 거예요. 그렇게 작가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작가로서 전념하는데, 저 자신도 자꾸 그림에 대한 사고가 틀려져요. 어렸을 때 착한일, 단순한일로 단순했죠. 연필주으면 주인 찾아주거나 선생님에게 드리면 되지만, 나이가 들면서는 더 복잡해지고, 많은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하지만 40-50대에 신선이 되면 안되쟎아요. 어떤 선택지를 선택하느냐가 중요해집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앞으로 내 그림세계를 어떻게 마무리하느냐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힘 빠지면 마무리하는데, 옛 어른들 이야기를들으면 활발히 움직이면서 마무리 준비를 해야한다... 그 마무리라는 것은 또 하나의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그 욕심을 버림으로써 또 하나의 단계를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문인화의 현존적 미래
05600- 작가로서는 지금까지 가다듬으셨으니까 마무리하는 것은 간결하게 고양하는 방법도 있고, 반대의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국내전, 해외전도 많이 하시겠죠?
05622= 이 나이에 가장 활발하게 움직일 수있다는 것은 행운이죠. 열심히 하고, 많이 느껴보고, 전시가 더 좋은 장소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작도 활발하게 만들고, 뭔가 「트라자가는???」 작업도 해야죠.
05659- 구체적으로 전시일정이 잡힌 것이 어디 어디지요?
05701= 올해는 3월 박여숙화랑, 5월 부산 갤러리, 9월 27일부터 북경종합미술관 동관에서, 10월 말경에 심천미술관으로 갑니다. 관산월 미술관에서 하면 올해는 마무리되는 겁니다.
05730- 국내에서는 해외, 특히 민화, 수묵화, 동양화의 원류라고 하는 중국에서 인정을 받으면 국내에서는 저절로 따라가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만, 북경에서 초대전을 할 정도라면 선생님에 대해서 확실하게 인정을 받고 거기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예요.
05810= 운이 좋아선지, 국내외 아트페어에 나가보면 심천 수묵 비엔날레라던지, 북경 비엔날레에 가보면 문인화, 수묵화 작업이 드물어요. 그래서 불러 들이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05840- 중국사람들이 그렇게 어수룩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확실하게 검증하고, 몇 년씩 지켜보고, 그리고나서 초대하지요.
05349= 중국도 전통이라는 관점에서 중국 수묵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고민이 많아요. 지금 수묵을 떠나야한다. 문인화의 방식, 정중동, 기운생동을 떠나 강렬한 표현, 필선의 변화가 있어야한다. 옛날 만화도 이제 다 장르 안으로 다 들어왔는데, 그것이 좋은 것인지, 그런 고민 중에 제 그림을 보고서 그걸 인정해주는 것 같아요. 자기들이 말하는 전통 속에 변화가 있다... 옛 어른들 말을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것 같습니다.
05956- 앞으로 중국을 통해서 선생님 세계의 내실을 기하고, 한국의 우수한 수묵의 세계를 선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많은 시간 감사합니다.
중간쉬고
시야의 확산
10757- 우리가 대관산수라는 말은 합니다마는 이렇게 거대한 매화그림 같은 것은 드물죠. 크기가 얼마쯤 될 것 같습니까?
10814= 높이가 2미터 길이가 8미터 50정도 됩니다.
10824- 사실 이런 정도 크기를 그릴 수 있는 사람은 있을 거예요.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동양화, 수묵화, 나아가서는 문인화도 포함되겠지만 그런 것을 살릴 수 있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만한 연륜의 보답 같은 것이겠지요
10848= 옛 말에 어느 정도 도를 통하면 능통하게 되면 한 자리에서 전체가 8미터지만 1미터 2미터로 보이고, 한 눈에 들어오는 거죠. 실제 그릴 때는 4미터 4미터 나눠서 그렸지만, 머리 속에는 8미터 전체가 같이 있는거죠. 그걸 절반 옮기고, 옮기고... 꼭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구도가 머리 속에 들어와 있죠.
10932=옛날에 소백정이 소를 하도 빨리 잡길래 왕이 지나가다가 어떻게 빨리 잡느냐 했더니 하도 많이 소를 잡다 보니까 자기 눈에는 닭만큼 밖에 안 보인대요. (다른 공예 같은 데도 그런 이야기가 있겠지만) 그림에도 그런 경지가 있는 것 같아요.
10957-말하자면 시야가 넓어진다는 말이 될 수도 있고요. (다른 표현으로 이야기하자면) 바다를 본 사람이 개울을 봤다하면 개울을 보고서 바다를 떠올리는 사람보다는 큰 규모가 되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11025=시각적이고 현실적인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 구도를 잡고, 마음으로 그리기 때문에 어떤 단계에 가면, 어떻게 그려서, 어떤 구도로 어떻게 그려야한다... 해서 그것을 다시 본을 뜨는 단계도 있지만 단계를 지나면 자기도 모르게 그려지는 것 같아요.
11056-우리가 하기 좋은 이야기로 흉중구학이라던가 라고 할 때도 실제로는 그 큰 대자연을 품어와서 좁은 화면에 넓게 그린다는 뜻이 있는거예요. 그런데 이런 그림의 경우에, 보통 매화라면 사군자를 생각했어요. 그러다보면 여기로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되어 있고, 이렇게 대단한 크기로, 그린다는 것은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11130= 필요에 의해 그려지겠지만 평소에 제가 살고, 할아버지가 사시던 춘설헌 앞에 넓은 매화밭이 있었거든요. 그것이 화면으로 나도 모르게 옮겨진거죠. 그것을 평소에 내가 그려봐야겠다가 아니고, 어느날 우연히 전시를 하게 되었는데, 무엇을 그릴까 하다 보니까 아, 매화로구나... 했을 때 옛날에 보아왔던 매화가 마음 속에 있기 때문에 저절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생동감을 따르는 필력
11206-그러한 것들이 늘 가슴 속에 충만하다가 어느 순간에 튀어나온다... 그런 이야기가 되겠지요. 그런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매화라고 하면 아주 채색이거나 수묵이거나 구분하는 입장입니다마는 선생님의 경우에는 줄기, 가지, 나무는 수묵의 선염에 가깝고, 매화의 경우는 (안료로 )채색을 하신거죠?
11250= 옛날에는 백매를 그린다 하면 먹선을 그려서 남기고 화선지의 하얀 면이 보이고, 꽃술을 그렸거든요. 실제로 매화밭을 그리는데 매화의 꽃술이 보이는 일은 없어요. 그 느낀대로 선으로 그렸던 것을 흰 호분을 찍어서 전체 분위기가 매화로구나, 줄기의 느낌에 따라 많은 것이 생략된거죠. 꽃잎이나 꽃턱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느낌을 주는 것이죠.
11350- 그러니까 어떤 장르에 따라서, 말하자면 이번에는 수묵화를 그려야겠다, 채묵화를 그려야겠다, 혹은 현대적인 그림을 그려야겠다가 아니라, 대상을 봤을 때, 그 대상이 풍기는 분위기 같은 거, 그걸 감지하게 되면 안료거나, 방법이거나가 기법이 나온다는 말이 되는 거예요.
11409= 채색을 쓰건 먹을 쓰건 같은 느낌이죠. 이 그림을 보고서 채색화가 아니냐 하는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채색화가 아니고 먹을 쓰는 농담을 그대로 호분에 쓰는거죠. 그것이 필력에 의해 나오는거죠. 바르고 칠하고 하는 것이 아니고 수묵화하듯이, 글씨 쓰듯이 그리는 거죠. 그렇게 매화의 생동감을,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는 겁니다.
11448- 그러니까 지금까지 선생님이 여러 경향을 하신 걸로 되어 있거든요. 처음에는 정통적인 산수를 하시다가, 시간을 두면서 현대적인 또는 유화 등에서 쓸 수 있는 형식, 물감을 솜이나 화장지 등으로 덜어내는 기법도 쓰시고, 아주 세필로 그려지는 대관산수같은 것도 있었고.. 그리고 사군자도 있었고... 마치 일본화를 연상케하는 섬세한 금빛 배경에 작업도 하셨는데, 그 작업들이 어떤 작업을 현대화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대상을 잘 표현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을 검증하는 단계가 아니었을까요?
11550= 뭐, 잘 표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에게서 배울 때부터 여러 가지 전통적인 기법을 배우다가 음.. 현대적인 방법, 또는 다른 작가들이 어떻게 하는가를 보면서 연구하다보니까, 결국 와서 보니까, 그 필력과 벅쓰듯이??? 모든 것을 그대로 써도 되더라는 겁니다.
11620- 선생님의 세계를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어요. 터치가 어떤 것이건 간에, 어떤 안료, 어떤 기법이건간에 일반적으로)))) 그것이 대상과의 관계에서 얼마만큼 친화, 친하게 화합할 수 있는 그런 형태로 표현되는가의 문제라는 겁니다.
11650= 네
대륙의 신바람
11655- 아주 좋은 포인트고요. 이 작품이 어떤 새로운 기원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데, 이 작품은 어디에 출품하실거죠?
11715=북경에 있는 북경미술관에서 9월 27일부터 전시를 합니다.
11730-북경에서라면((행정수도))) 오랫동안 중국인의 수도였기 때문에 산수화, 수묵화 등에 대한 전통, 자부심이 있을 것입니다. 거기가서 이 작품을 보였을 때 그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 것이라 생각합니까?
11800= 글쎄, 그 반응은 모르겠고, 중구사람들도 수묵을 어떻게 현대화하느냐에 고민을 하는 것 같아요. 제 경우는 어떻게 하느냐가 아니고, 작가가 현대에 맞게 살고, 법이 옛 법이 됬건 현대에 충실히 사는, 그런 사고방식이 있으면, 그림은 자연히 현대 그림이 된다. 매화를 그리건 영감님을 그리건 달을 그리건, 현대화하려고 억지로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그 작가가 현대에 충실히 살게되면 어떤 법을 쓰더라도 그 작품은 현대의 느낌을 가져오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이예요. 작가가 현대에 사는 것을 감추고,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하는 것이 현대화인양 자꾸 흉내낸다면 그것은 작품의 진실성, 작품성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 그렇게 생각합니다.
11910-우리가 현대화라고 했을 때 어느 정도 서구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 그때 세계미술의 큰 흐름에 비추어 이를테면 서양화의 전통에 맞는 그러한 것을 우리가 동양화라던가 하는 데서 구현한다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그런 스타일과 문제가 없는거죠? 현재에 살고 있는 내가 그릴 수 있는 것...
11930= 설령 그것이 매화가 아니더라도, 조각을 하건, 어떤 것을 하더라도 그 느낌은 자기의 마음을 비우고 표현을 하다보면 그 느낌이 나오리라고 생각합니다.
---좋았어...앵글 좋고 마무리 좋고...
12024- 이 정도 의욕적인 작품을 들고 가면 수영선수 금메달 따듯 좋은 반응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08-2019
#Huh_Daljae #허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