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워킹 동호회에 참여하며 마을길을 걷다가
우암동과 사랑에 빠진 '주미옥' 주민.
느끼는 마음들을 글로 나누어 주셨습니다.
마을 곳곳의 사진들은 주미옥 주민께서 직접 마을을 걷다가 촬영하신 사진입니다.
부산 남구 우암동이라는 동네로 이사 온지 어언 7년째입니다.
처음엔 우암동이라는 곳으로 오려는 생각은 애초에 없었습니다.
다른 동네를 찾다 한겨울 급하게 이사를 해야 함에 마침 빈 집이 있어 그냥 살게 된 곳 우암동.
도로는 컨테이너 차들로 인해 작은 승용차를 운전하는 나에게는 공포 그 자체의 순간순간이였고,
아찔한 위험을 감수하며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에게는 늘 미안했습니다.
2층이라 소음과 먼지가 심했고, 도로 건너편이 바닷가라 바람은 4월까지 추웠습니다.
그럼에도 딸아이는 당시 학교 가는 버스가 바로 집 앞에 있다고 좋아했습니다.
또한 우암동과 가까운 곳에 서면과 대연동이 있어 친구만나기도 좋다는 장점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여튼 우암동에 살면서 별로 이웃하고 인사도 없이 지내다
어느 날 보건소에서 콜레스테롤 위험을 경고받아 운동을 하려고 우룡산 공원을 찾았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60대 이상 어른들만 보며 재미없고 무기력한 모습이라고 생각을 하며 서글프다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나도 우암동에 산지 어언 7년. 이제 아이가 학교를 졸업하여 훌쩍 서울로 떠나버린 나이가 되버렸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목욕탕 가는 길에 남구복지관에서 시작하는 힐링워킹 동호회 현수막을 보게 되었습니다.
나의 두꺼워진 뱃살을 보면서 억지로라도 걸어야겠다는 생각에 복지관을 찾게 되었고
많은 동네 이웃들을 만났습니다. 생각보다 밝고 순수한 이웃들을 만나면서 난 수다쟁이가 되었습니다.
우암동 도시숲 공원이라는 곳에도 처음으로 갔었고 ‘참 좋은 곳이 있구나. 우리 동네도...’ 라는 생각을 점차 하게 되었습니다. 혼자 우리동네를 걸어보기도 하며 천천히 내려가며 골목골목을 거닐었습니다.
그러면서 예전 어릴 때 문현동 골목길을 회상하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3~4학년때 내가 사는 동네는 문현동이였고 그 때는 골목이 꽤나 넓고 길었습니다. 한 칸짜리 방이 다닥다닥 붙어 몇 가구가 모여살고 있었고 각자의 부엌 딸린 집 앞에 커다란 쓰레기통이 나와 있었으며
나는 그 쓰레기통을 훌쩍훌쩍 뛰어 다녔었죠.
당시에는 연탄불을 땠던 때라 연탄 재 때문에 쓰레기통이 컸었습니다.
그때마다 그 통을 폴짝거리며 빨리빨리 커서 이 동네를 떠나서 크고 좋은 집으로
이사해야겠다는 생각을 마음속으로 하기도 했었습니다.
괜히 이 동네가 싫었고 아침마다 우리식구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써야하는 화장실이 싫기도 했습니다.
이런 어린시절 회상을 하며 골목골목 좁은 길을 다니면서 남의 집들을 힐끗거리며 보니
아직 우암동은 어른 한사람 걷기 딱인 좁은 골목집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웃집 앞에 있는 마대자루에 흙을 가득 담은 우암동 주민만의 텃밭을 보게 되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휴대폰 카메라 셔터를 눌렀습니다.
꽃은 화분에만 자라야 한다는 나의 고정 관념이 마대자루 집을 보며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마대자루에서 자라나는 마늘과 상추와 고추, 치커리 등을 보며 우암동의 참 지혜로운 이웃들이 많다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예전 콘크리트 시멘트 골목 쓰레기통 있던 자리에 채소를 키우고 사는 모습들에서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정겨움과 부지런함은 나를 그곳에 머물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을 또 찾게 합니다.
잠시동안 가난함 그 자체를 부끄러워 했던 것이 미안하고 딱히 누구에게랄 것 없이 죄송했습니다.
그래-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은 아니지만 다닥다닥 붙어 살면서 간장한쪽,
여름밤 토마토 한쪽도 다눠 먹는곳이지.
어쩌다 다툼이 날라치면 이웃에서 금방 나와 말려주던 그런 내 이웃이 살던 곳 이였지!.
이런 골목이 아직도 있다는 것이 새삼 나의 어린시절 향수를 불러 일으키며, 지난 날의 나를 반성해 봅니다.
이런 우리 동네에서 여전히 꿈을 끼우며 장래를 내다보며 살아가는 또 다른 내가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좀 더 사랑으로 관심가지며 웃으면서 이곳을 살아야 겠다 결심합니다.
왠지 모를 뿌듯함과 친근함이 오늘도 나에게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합니다.
-우암 1동 주민 주미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