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인도의 안내체계는 이렇습니다.
조금 낙후되어 있는 이 표지판은 쿠마노고도의 것을 본받았으면 좋겠네요.


걷기 좋은 숲길이 잠시 이어집니다.


일본에 가면 쉽게 만나보는 장면입니다.
모두 지장보살상에 어린아이의 턱받이나 모자 등을 씌운 모습인데요.
여기에는 사이노가와라(賽の河原)라는 슬픈 전설이 깃들어 있습니다.
[부모보다 먼저 이승을 떠난 아이도 있고,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도 있다. (사산, 유산, 중절 등)
하지만 순진무구한 아이들에게 부모는 그저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존재일뿐.
이 아이들은 죽어서 산즈노가와(三途川 : 죽어서 이승에서 저승으로 갈 때 건너간다는 강)의
강변인 사이노가와라에서 부모님을 위한 톨탑을 쌓는다.
'엄마 아빠 먼저 가서 죄송해요. 너무 슬퍼하지 마시고 부디 행복하세요'라고
이 돌탑을 다 쌓을 때쯤 항상 악귀가 나타나 탑을 무너뜨리곤 하는데, 아이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탑 쌓기를 반복한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고사리 같은 손은 점점 피투성이가 되어가고 아이는 결국
울음을 터뜨린다. 이 울음을 듣고 나타나는 이가 바로 지장보살이다.
보살은 울고 있는 아이를 꼬옥 안아주며 조용히 등을 두드려 준다.
그리고 악귀가 더 이상 아이를 괴롭히지 못하게 보호자가 되어준다.]
이런 이야기에 연유하여 어머니들은 지장보살에게 턱받이를 해주고 옷을 입힌다.
엄마의 냄새로 아이를 찾아 보살펴 달라는 기원을 올리는 것이지요.
지장보살은 부처가 될 수 있는 경지까지 도를 닦았음에도 불구하고
지옥에서 모든 중생이 구원받을 때까지 그곳을 지키다가 마지막에 부처가 되겠다고
맹세한 보살입니다.



여인도 중간에 있는 신사, 샛길로 삐져서 올라가야 볼 수 있습니다.



수많은 삼나무를 베어낸 현장입니다.
자세히 보니 삼나무를 베어내고, 편백나무를 심었더군요. 아무래도 삼나무보다는 편백이 더 쓰임이 많지요.

더웠던 어제와 달리 이날은 기온이 꽤 낮았습니다.

여인도의 글씨에서 위트가 흘러넘칩니다.

전신탑 앞의 여인도 안내문.




여인도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집니다.
걷기코스로만 보자면 초이시미찌가 더 좋다고 판단됩니다.

홍법대사께서 우리의 뒤를 봐주고 계십니다.
덕분에 고야산에서 정말 귀한 시간을 보내고 올 수 있었습니다.



저 지장보살 상의 지붕이 되었을 각목 구조물이 세월의 더께를 쓰고 기울어져 있네요.


옛 여인당이 있던 자리라고 합니다.

여인당 남쪽 코스의 종착점인 오쿠노인 정문 부근입니다.

눈에 많이 익은 오쿠노인 입구입니다.
오쿠노인은 홍법대사가 돌아가신 곳으로 고야산 성지의 정신적인 핵 입니다.

오쿠노인 걷기를 시작합니다.
거대한 공동묘지이기도 한 이곳은 홍법대사가 돌아가신 곳에서 가까운 곳일수록
명당이기에 그곳에는 황족을 비롯한 대단한 가문들의 묘가 즐비합니다.



정통 오헨로상(순례자) 복장을 한 분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진촬영을 해봅니다.





오쿠노인에는 약 30~50만기의 무덤이 있는데, 이 무덤은 가족묘에 해당하기 때문에
망자의 숫자로 따지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가 있을 것입니다.
이날도 대동아전쟁 때 운명한 조선민족 위령비에 참배를 하고 본격적인 오쿠노인 걷기를 시작합니다.

이곳에 참배할 때는 고야마끼라고 하는 이 나뭇가지를 바칩니다.

오쿠노인, 정말 기이한 풍경이 가득한 곳입니다.



이 보살의 머리를 덮은 모자는 세상을 등진 아가의 엄마가 손수 하나하나 짠 손 뜨개질 작품이겠지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자꾸자꾸 올려다 보게 되는 곳입니다.



산자와 죽은자가 공존하는 곳,
하지만 모두가 산자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세상에 위로받아야할 영혼은 얼마나 많은걸까.

첫댓글 천년의 숲이라는 말과 걸맞게 나무가 대단하네요. 자연앞에 인간은 작은 존재로 보이네요. 걷기 좋은 숲길과 여인도 잘보고 갑니다.
네. 사람은 작은 하나의 존재에 지나지 않지요. 그래서 만물의 영장이라고 으쓰대는 모양새는 보기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전에 걸었던 길인데도 다시 사진으로 보니 그때의 흥분이 되살아 나는군요.
지기님 말씀대로 역시 쵸이시미치는 걷기에 참 좋은 길이지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쵸이시미치 전 구간을 걸어보고 싶군요.
네. 초이시미치가 길로만 보면 여인도보다 한 수 위의 길입니다. 전 구간 걸어줄 날이 있겠지요? ^^
둘러보면서 걷노라면 금방 시간이 갈 듯하네요. 잘 봤습니다~^^*
맞습니다. 언제 시간이 간줄 모르게 이렇게...
여인도 삼나무 숲길이 너무 좋아보여요...걷고싶다는 생각 뿐이네요..
여인도도 좋고, 초이시미찌도 좋고, 고야산 읍내 걷기도 아주 좋답니다. 정말 다시 떠나고 싶네요. ㅎㅎ
토속적인 느낌이지만 지장보살을 통해 어머니의 마음을 표현한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자식을 위하는 어머니들의 마음은 어느 나라나 똑같네요...
그럼요.. 그럼요... 어머니의 마음, 아버지의 마음... 눈물겹지요.
그게 인간의 굴레가 아닌가 합니다.
부모 자식간의 사랑보다 더한 사랑이 있을가요...
지장보살과 턱받이의 눈물겨운 이야기 가슴아립니다.~~
그 이야기를 장삿속에 이용해 먹는 모 사찰이 국내에 있더군요.
그걸 버젓이 방송에 내는 몰지각한 PD까지... 에고고... 세상만사 요지경입니다.
야아, 반갑습니다. 낯익은 길이라서...
여인도길도 걸을날이 있겠죠.
출장지 비오는 마산역에 곧도착합니다.
호텔가서 계속 사진 감상봐야죠.
아.. 마산역에 도착하시는군요. 마산... 맛난 것 많이 잡숫고 오세요. ^^
나무가 울창하네요.
흡사 제주도 비자나무숲 같네요.
제. 제주도에 삼나무를 쫙 깔아놓은 듯한... ^^
울울창창한 신록의 숲길 정말 좋아보입니다. 길마다 특색있겠지요.
잠시 걸어보는듯 착각에 빠져봅니다.
네. 이런 착각은 언제라도 기분이 좋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