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과제하기
202414127 유승주(문화인류학과)
2022년 11월, 대학생들의 구세주가 강림했다. 미국의 스타트업 기업 오픈에이아이(OpenAI)가 인공지능 서비스 챗지피티(Chat-GPT)를 출시한 것이다. 검색어를 바탕으로 관련 자료를 보여주는 구글, 네이버와 같은 검색엔진과 다르게, 챗지피티는 해당 자료들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내용을 요약해 보여주기 때문에 일일이 자료를 뒤져가며 취합할 필요가 없다. 여기에 더해 챗지피티는 답변을 원하는 형태로도 출력할 수 있다. 예시로, 내가 글에 넣고자 하는 내용을 미리 입력하고 1,000자가 넘는 쪽글을 작성해달라 부탁하면 직접 쓸 필요 없이 쪽글을 곧바로 받아볼 수 있다.
그래서 학생들은 많은 과제에 챗지피티를 활용하고 있다. 베스트컬리지(BestColleges)가 미국의 대학생과 대학원생 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중 56%가 과제나 시험공부에 챗지피티를 활용했다고 답했다. 학생들로서는 시간도 아끼고 조금만 다듬는다면 결과물도 준수하게 나오니 오히려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표절이나 부정행위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물론 있다. 하지만 선이 모호하고, 활용 방식이나 정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부정행위로 보기 어려운 사례들도 많다.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고 과제의 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사용을 금하는 것은 다소 과하다.
다만, 챗지피티를 활용하는 학생들이 자주 간과하는 문제들이 있다. 우선 챗지피티가 늘 정답만 내놓는 것은 아니다. 챗지피티의 전체 이름은 ‘사전 훈련된 생성 변환기’로, 미리 학습한 대량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답변을 생성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챗지피티는 구조상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속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그럴듯한’ 답변을 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무슬림’이라는 가짜 데이터도 많이 언급되었기 때문에 진짜인 것처럼 답변을 내놓고, 기원전 1세기에 발생한 맥도날드와 버거킹의 대결 같은 가짜 사건도 사용자가 진짜인 것처럼 물어보면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 답한다.
만약 당신이 챗지피티를 사용하려고 한다면 사전 지식을 가지고 답변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편을 추천한다. 그렇지 않으면 챗지피티의 의도치 않은 함정에 빠질 수 있다. 혹시 인공지능에 과의존하고 있지 않았는지도 생각해 보자. 과제의 목적은 결국 내가 배우고 성장하기 위해서다. 인공지능 서비스 챗지피티는 멋진 보조도구이지만, 활용 방법에 따라서 나의 성장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생각을 맡기는 도구가 아니라 생각을 확장하는 도구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멋진 과제를 작성해 보자.
참고문헌
Nam, J. (2023, November 22). 56% of college students have used AI on assignments or exams: BestColleges. BestColleges.com. https://www.bestcolleges.com/research/most-college-students-have-used-ai-survey/
임지선·김회승. ’사람처럼 생각한다’는 당돌한 AI, 미래에 기회일까 위기일까. 한겨레. (2023년 2월 6일). https://www.hani.co.kr/arti/economy/it/107840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