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궁과 죽시를 만드시는 궁장, 시장님들을 생각하며 이 책을 추천해봅니다.
다수를 위한 정밀성이 실현된 순간, 비로소 현대 사회가 도래했다
동시에 기계가 인간의 자리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기발한 발상에서 나온 과학적 아이디어, 집요한 장인 정신에 의해 탄생한 섬세한 도구가 아주 옛날부터 꾸준히 등장해 왔지만 그것들이 세상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지는 못했다. 비교적 최근에 와서야 정밀성이 인간 사회를 완전히 바꾸는 현상이 된 이유는, 근대 이후에 정밀성을 복제 가능한 형태로 구현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존 해리슨, 존 윌킨슨, 조지프 브라마 등 정밀 기술에 천착한 기술자들이 정확히 똑같은 물건을 합리적인 빈도와 비용으로 상당히 쉽게 반복해서 제작할 수 있는 기구들을 발명해 냈다. 그제야 ‘다수를 위한 정밀성’이 실현되고 근대적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또한 금속을 모두 똑같은 형태로 만들 수 있는 수준의 정밀한 계측과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호환 가능한 부품’이 탄생했다. 그리하여 정밀한 기계로 정밀한 물건을 엄청나게 많이 만들어서 물질적 풍요를 충분히 누리는 현대 사회가 비로소 시작되었다.
하지만 정밀성이 인간에게 풍요만을 선사하지는 않았다. 정밀하고 정확한 작업을 해내는 기계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더는 숙련공들이 필요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제품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는데 기술자들이 제품을 만들 필요는 급속히 곤두박질쳤다. 이들이 사회적으로 반발하며 러다이트 운동이 격렬하게 일어났다. 정밀 공학이 새로운 세상을 열어젖힌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것을 모두가 환영하지는 않았다.
사람 머리카락 두께 이하의 허용 오차를 달성한 현재도 마찬가지다. 완벽한 수준의 정밀함은 우리의 경탄을 자아낼 만하지만, 그와 동시에 ‘정밀하지 않은’ 인간과 자연이 서 있을 자리 또한 소중하다. 이 책은 현대 사회를 가능케 한 정밀성에 감탄하고 환호하면서도 그 이면의 어두운 부분까지 조명하며 균형 감각을 잃지 않는다.
베스트셀러 《교수와 광인》 저자 사이먼 윈체스터의 흥미진진한 신작
미시사적 관점에서 역사와 과학을 절묘하게 연결한 수작
‘피의 일요일’ 사건, 워터게이트 사건 등을 취재한 저널리스트이자 《교수와 광인》 등 다수 저서를 통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역사를 발견하여 드러내 온 작가 사이먼 윈체스터는 이 책에서 ‘정밀성’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신선하고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그는 정밀성이 “역사적인 필요에 의해 의도적으로 발생된 개념”이라고 이야기하며 18세기 산업 혁명과 함께 정밀성이 시작된 시점부터 현재 시간과 우주를 대상으로 적용되는 정밀성까지 200년 이상에 걸친 흥미진진한 여정을 보여 준다.
작가는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해 탄탄한 취재와 조사를 통해 끊임없이 정밀성을 발전시켜 온 ‘완벽주의자들’의 뒷이야기를 꼼꼼하게 찾아냈다. 그리고 우리가 미처 몰랐던 역사 속 숨은 이야기들을 흥미진진한 소설처럼 써 내려가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이를테면 명품 자동차 회사 롤스로이스를 탄생시킨 진정한 주역은 영업인 ‘롤스’가 아니라 기술자 ‘로이스’였다는 사실,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계측 도구에서 3센티미터 정도의 오류가 발생하는 바람에 허블 망원경의 위대한 성과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다는 사실, 기술자들이 겨우 0.5밀리미터 얇은 부품을 만들어서 넣은 탓에 450명 이상을 태운 대형 여객기 엔진이 하늘에서 비행 중에 폭파했다는 사실 등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미시사적 관점에서 역사와 과학을 절묘하게 연결한 이 책은 지적 호기심이 충만한 독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