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 아침에
전 호준
부탁(付託)도 않은 미탁(未託)이란 놈이 비바람을 몰고 와 한바탕 난리를 치더니, 단군 할아버지의 기침 소리 한방에 혼비백산 동해로 멀리 달아났다.
파죽지세 치닫는 미탁이란 놈의 횡포에 가슴 졸이며 기상특보에 밤을 지새웠다. 개천절인 내일까지 한반도는 태풍의 영향권에 벗어나지 못한다는 기상정보다. 설마! 네놈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하늘의 뜻을 거스를 수 있을까?
서기전 2333년 10월 3일 국조 단군의 최초민족 국가인 고조선 건국을 기념하기 위하여 제정된 국가기념일이다. 사실상 우리 민족의 정신적 뿌리이며 건국이념의 모태가 된 뜻깊은 날이 아닌가?
태풍 미탁이 가뜩이나 어지러운 시국에 신음하는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지만, 비 그친 하늘을 우러러 감사하는 마음으로 대문 게양대에 태극기를 달았다. 그래도 마음은 미탁 이란 놈의 꽁무니처럼 얼룩덜룩하다.
홍익인간의 건국이념을 승화시키며 민족 축제로 들떠야 할 대한민국, 서울의 거리는 자유와 평화를 갈망하는 백의의 천사들이 양떼처럼 몰려들고 있다. 미탁 같은 먹구름을 몰아내기 위한 부탁들의 처절한 몸부림이다.
미탁이란 놈의 심술에 비에 갇혀 울적한 마음으로 휴대폰을 열어 태풍 예상 경로를 확인해 본다. 10월 2일 밤 10시경 전남 해안에 상륙 남부 지방을 관통해 3일 새벽 대구를 거쳐 동해로 빠져나갈 것이란다. 오전 내내 전국이 태풍 영향권에 들어 많은 비바람이 예상되니 대비에 철저하라는 보도다.
보도문 뒤에 달린 댓글이 미탁보다 더 밉다.
광화문 광장에 물 폭탄이 터져 토착 왜구 한국당과 개독교 쓰레기들을 쓸어가게 하늘이 도운 다는 문구다. 한심하다기보다 가증스럽다.
휴대폰에 메시지가 왔다는 신호음이다. “문재인 하야 국민대회! 내일 오후 1시 광화문 광장” 애국 국민들의 참여를 바란다는 마음 아린 문자다.
어쩌다 나라가 이 지경에 왔을까? 함께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날씨가 걱정된다. 기상특보에서 보여준 위성사진과 예보대로면 개천절 오후쯤에야 태풍의 영향권에 벗어난다는 발표다.
수요일 밤 예배에 다녀온 아내가 끼어든다. 내일 날씨가 흑백을 가려 줄 것이라 한다. 열심히 기도했으니, 내일 날씨는 좋을 것이라 단언을 한다. 반신반의 내기라도 걸고 싶었지만 참았다.
예상보다 속도를 낸 미탁이 재빨리 동해로 꼬리를 감추었다. 천우신조라는 마음이다.
예부터 순천(順天)자(者)는 존(存)하고 역천(逆天)자(者)는 망(亡)이라 했던가, 하늘은 맑고 바람은 시원하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구름처럼 운집한 인파들의 영상을 보며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지렁이 초로의 마음이 개운함은 무슨 까닭일까?
“너 자신을 알라”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짧은 한마디가 긴 여운을 남긴다.
한나라의 지도자가 하늘의 뜻은커녕 자기 자신을 모르고 권력에 취해 국민들을 두 동강 내며 일방통행을 하고 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벙어리가 되어버린 언론은 차치하고 정치인들의 행태 또한 가관이다. 서초동 검찰청 앞 조국 법무장관 수호 검찰개혁 촛불 집회는 100만이니 200만이니 자랑하더니, 광화문 광장에서 숭례문까지 12차선 거리를 가득 메운 인산인해에 놀란 것일까? 인원이 문제가 아니라 정권을 뒤엎으려는 야당과 불순 세력들의 의도된 야합 내란 선동이라 치부하는 집권당의 말장난이 최근 회자되는 내로남불이 아닌 조로남불도 이만하면 금메달감이다.
우리의 지도자도 이 영상으로 보고 있을까? 보고 있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민심이 곧 천심임을 깨달아 아집을 버리고 국민들의 소리를 귀담아들었으면 한다. 세계인들에 부끄러웠던 우리의 역대 지도자들의 불행한 과거 모습을 국민들은 다시 보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2019.10.3
첫댓글 홍익인간의 건국이념에 자긍심을 갖습니다. 복지국가를 이루는 것은 홍익인간 이념의 실천이기도 하지만 복지포퓰리즘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복지국가로 정착이 되고 나아가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개천절을 맞이하여 단군 할아버지가 고조선을 건국하면서 외친 홍익인간의 의미를 되새겨 현재 위정자들이 냉철하게 판단하여 슬기롭게 이 닌국을 헤체 나가기 바랍니다. 잘 읽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개이는 하늘을 보고 전에 없이 반가웠습니다. 저도 지인 한 분이 새벽 버스를 타고 광화문 광장에 간다는 연락을 받았던 참입니다. 하늘이 도우는구나 하는 안도와 함께 구름떼 처럼 광화문 거리를 메운 인파를 보며 위정자들이 뉘우침이 있으면 ...하는 어려운 기대를 가져봅니다. 누군가가 우리나라는 이제 삼국시대이다. 하는 말이 실현될까 겁이 납니다.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 처음 들을 때 너무 감동적이던 이 아름다운 슬로건이 이제 듣기도 싫습니다. 그래도 개천절 아침, 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이 있고 하는 노래는 한 번 흥얼거렸습니다. 눈밭 선생님 글,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셨으니 그 위에 더 보탤말은 없습니다 만.
모든 것이 순리대로 풀려가기를 기원해 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하는 짓마다 조록위마 이니 나라가 정상적으로 돌아갈리가 만무합니다. 정치는 실종된 상태이고 고단한 국민들이 광장으로 나가야 하는 지경이 되었으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개천절 오후의 푸른 하늘을 보며 하느님이 보우하사, 애국집회를 허용해 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라의 앞날을 함께 걱정하며 잘 읽었습니다.
지금의 세태를 개천절 아침에 준엄하게 꾸짓어 주셨군요. '총칼은 적을 죽이지만, 잘못된 신념은 적도 죽이고 결국은 자신도 죽인다.'는 말이 생각나는 군요. 대통령과 조국 그리고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은 잘못된 신념의 노예가 아닐련지. 잘 읽었습니다.
반의반 쪽
주먹보다 더 작은 산 사과 하나를 두고
서로 먹으려고 다투다
가로로 반 쪼갰다
그 반쪽을 두고도 서로 먹으려고 다투니
또다시
세로로 반 쪼갰다
손톱만 한
반의반 쪽을 두고도
서로 차지 하려고 야단법석이다
원래대로
하나로 합칠 수는 없을까
개천절 아침, 태극기를 베란다 밖에 내다 걸었다가 바람이 너무 세어 깃대 통채로 떨어질까봐 거두어들였습니다.
태풍이 물러가고 날씨는 정말 좋더군요.. 세상도 그렇게 쾌청했으면 좋겠습니다.
국민을 거리로 내몰지 않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온 국민이 이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습니다. 아무 걱정없이 생업에 열중 할 수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잘 읽었습니다.
달도차면 기운다는 명언도 모르는 하루살이 같아 보입니다. 부메랑이 되어 심판받을 때 후회하지말고 반성하고 뉘우치길 바라지만, 갈때까지 갈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ㅗ격동기를 살아온 우리의 세대입니다. 어슴프레한 6.25부터 오늘까지 배고프고 어려운시절 이렇게 사나보다 하고 살았습니다. 직장초년시절 열심히 살면 잘 사는 줄 알았습니다. 민주화를 외치던 80년대 한 무리들만의 외침인줄 알았습니다. 지금 인생 후반기 너무 화가 납니다. 오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개천절 아침 저도 이성을 잃고 마음은 광화문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